100년 역사가 흐르는 숙명인의 향기 ‘숙녀회’

“21세기에 걸 맞는 문화인·세계인으로서 숙명인은 이 시대의 진정한 주역이어야”

2009-07-13     박진혜 기자

103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숙명여자고등학교는 1906년 영친왕의 생모인 순헌황귀비 엄씨가 ‘우리나라의 개화와 발전은 신교육에 있다’는 신념으로 설립한 ‘명신여학교’를 모태로 당시 한성부 수진방 박동에 위치한 용동궁(종로구 수송동) 480평 대지에 지은 한옥에서 5명의 양반가 규수들을 첫 학생으로 받아들이며 개교했다. 정경부인이었던 이정숙 초대교장은 황실의 보조금을 받아 학교를 운영하면서 1909년 교명을 ‘숙명고등여학교’로 바꾸고 1910년 제1회 졸업생을 배출하였는데, 이는 일제의 억압 속에서 오직 우리의 힘만으로 일으킨 민족 여성 교육기관의 효시가 되었다. 이후 숙명여자고등학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많은 여성인사들을 배출하며, 명문사학으로서 그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선배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교정 속에서 피어나는 숙명인
숙명여자고등학교(이하 숙명여고)에는 선배들의 모교사랑을 느낄 수 있는 흔적들이 많이 있는데, 1,200석의 최신 시설을 갖춘 강당(이정숙 기념관), 제1체육관(윤덕주 기념관), 과학동(장금산 기념동), 생활관 숙지헌(김인수 기념관), 제 2도서관(안인자 기념관), 제2체육관 동창관 등 선배들의 기부로 지어진 건물들이 그것이다. 특히 이곳에는 옛 수송동 교정에서 도곡동 교정으로 이전하면서 담쟁이덩굴까지 고스란히 옮겨온 고색창연한 붉은 벽돌의 숙명관 등 역사와 전통을 상징하는 건물이 돋보인다. 이와 함께 교육정보관, 멀티미디어실,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자기주도 학습실 등 교육을 위한 현대적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또한 예술분야에 몸담고 있는 동문들이 기증한 고가의 미술품이 전시되어 학생들의 문화적인 안목을 높일 수 있는 숙명갤러리와 기증 조각품들로 구성된 조각공원 등 쾌적한 면학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문화시설까지 마련되어 있다.
숙명여고의 60회 동문이기도 한 이돈희 교장은 “본교는 잘 정돈된 교정과 시설뿐 아니라 높은 수준의 실력과 열정을 가진 선생님들과 배움에 대한 열의가 높은 학생들이 하나 되어 명문대 합격률을 높여가고 있으며, 이를 위한 모든 교육정책과 운영이 학생들의 입장에서 이루어져 학부모님들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성적만을 위한 교육이 아닌 올바른 인성을 기본으로 탄탄한 실력을 갖춰 우리사회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 숙명인으로 키워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최초의 여성교장 이정숙 선생의 뜻을 잇는 ‘숙녀회’
숙명여고는 지난 100년 동안의 세월 속에서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하며 명문사학으로서의 위상을 높여왔다. 이곳에서 배출된 숙명인들은 그동안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넓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며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왔는데, 그 중심에는 숙명의 동문회인 ‘숙녀회’가 자리 잡고 있다.
숙명여자중·고등학교의 동문모임인 ‘숙녀회’는 지난 1921년에 재학생의 친목과 수양 도모, 회원 간의 길흉을 함께 나누는 친목기관으로 발족해 1945년 이후에는 모교의 재건과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펼치며, 재학생 및 졸업생들의 권익증진과 동문 간 소통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숙녀회의 초대 회장이었던 이정숙 교장은 우리 교육역사 최초의 한국인 여성교장으로서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의연하게 저항하며, 나라를 구하기 위한 구국교육을 펼쳤던 인물이다. 그녀는 퇴직금 전액을 후학양성을 위해 학교에 기부해 근대 사립학교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뜻을 받들어 현재 이정숙장학회로 이어져 숙녀회와 함께 후배들을 위한 장학사업 등 모교발전을 위한 다양한 사업으로 다시 발현되고 있다.

‘21세기에 걸맞는 문화인·세계인,
이 시대와 역사의 진정한 주인공’숙명인을 위해

숙녀회는 매년 정기적으로 총동창회 개최와 숙녀회보 발행 등 동문들의 화합을 다져왔는데, 수년전부터는 회칙을 새롭게 개정하고 매년 개교기념일을 기점으로 ‘숙명인의 밤’행사를 마련해 모교발전을 위한 사업과 더불어 불우이웃 돕기, 바자회 등 사회공익활동에도 기여해오고 있다. 특히 숙녀회가 발행하는 숙녀회보는 대내외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동문들의 소식이나 모교소식 등 알찬 내용들을 담아 숙명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학교와 함께 ‘대숙명인상’과 ‘자랑스러운 숙명인상’을 시상함으로써 동문인으로서 자부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올해 제15대 신임 동문회장으로 선출된 조문자 회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견 여류화가로 그동안 모교를 위한 일이라면 작품 활동도 뒤로한 채 발벗고 나서는 열혈 숙명인이다. 그녀는 취임사를 통해 6만여 숙명인의 새로운 지표를 ‘21세기에 걸맞는 문화인, 세계인, 이 시대와 역사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천명하고 이를 위해 모교를 후원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과 함께 동문간의 유대관계를 강화하는데 역점을 두고 회장직을 수행할 것을 밝혔다.
“숙명여자고등학교의 교정을 들어서면 우리나라 1호 조각가인 김정숙 선배님의 조각상 ‘비상’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그 뒤로는 일직선으로 곧게 펼쳐진 ‘명신로’가 있는데, 이는 거침없이 똑바로 뻗어 나가길 바라는 숙명의 깊은 뜻이 숨어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조문자 회장은 넓은 교정에 잘 정돈된 정원과 동문들의 예술혼이 배어있는 조각 작품들, 우거진 수목들의 어우러짐, 그 울타리 내에서 100년의 향기를 지켜온 숙명인들의 헌신과 사랑이 우리나라의 교육을 대표해 또다시 위대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임을 확신했다.
이를 위해 숙녀회가 주최가 되어 재학생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조문자 회장은 저명한 문인을 만나볼 수 있는 문학 강좌를 개최하거나, 예술가를 초빙해 그림이나 도자기 등을 직접 제작하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탐방 및 감상활동 등을 진행해왔으며 앞으로도 더욱 수준 높은 문화·예술 활동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