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특권 내리고 경제 올려라”
국민 섬기는 민의 대변 역할 충실해야
“대한민국의 상황이 위중한 때이다. 이런 때일수록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 나갈 대표를 뽑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대한민국 정치계의 러브콜 쇄도를 받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0대 총선 재외선거 투표 당시 한 말이다. 그만큼 이번 20대 국회의원 선거는 중요했고, 당선된 의원들의 역할은 막중하다. 앞으로 4년, 대한민국 국민은 더 이상 ‘식물국회’가 아닌 부지런히 일하는 국회를 대면할 수 있기를 바란다.
![]() | ||
특권도 권력도 없는 명예 봉사직 ‘스웨덴 국회의원’
20대 국회를 구성할 선거정국이 다가오면서 세간의 관심을 끈 방송이 있었다. KBS1에서 제작한 ‘다큐1-스웨덴 정치를 만나다’이다. ‘북구의 낙원’이라 불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국가를 자랑하는 지금의 스웨덴을 있게 한 비법을 정치에서 찾았다. 제대로 된 정치만이 희망을 말할 수 있고, 국민의 행복을 담보할 수 있다고 이 프로그램은 말한다. 방송 첫머리, 스웨덴 스톡홀름 최대 번화가인 드로트닝가탄에서 만난 시민 10명 중 8명은 정치인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강추위에 발걸음을 재촉하면서도 주저없이 ‘행복하다’고도 대답했다. 부러우면 진다고 했건만 참으로 부러운 사람들이다. 어떻게 하면 정치인들에게 저렇게 무한신뢰를 보낼 수 있을까. 그 비법이 자못 궁금했다.
스웨덴의 정치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대화와 타협의 정치’다. 1930년대 전 세계를 덮친 대공황의 여파는 스웨덴의 수많은 도시근로자를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경제는 곤두박질쳤고, 노사대립은 최고조에 다다랐다. 이때 등장한 스웨덴의 구원자가 바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선도한 타게 에를란데르(Tage Erlander) 총리였다. 45세에 총리에 올라 23년 동안 재임한 그가 68세에 총리직을 자진사퇴할 당시 거처할 집 한 채가 없어 국가에서 마련해줬다는 일화는 아직도 청렴의 모본으로 회자된다. 또한 에를란데르 총리는 매주 목요일마다 일명 ‘목요클럽’이라는 모임을 주관했는데, 이것이 대화와 타협의 스웨덴 정치를 있게 한 산실이었다. 기업 대표에서 노조 대표와 학자, 언론인, 법률가, 환경운동가, 은행가, 상인 농부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이 모임에 초대되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고, 타협을 이뤘다. 이런 소통의 리더십이야말로 23년 재임 동안 11차례 선거에서 에를란데르가 승리할 수 있었던 저력이었을 것이다. 이런 스웨덴의 정신은 그의 뒤를 이은 올로프 팔메 총리에 의해 고스란히 전수되어 지금까지 스웨덴의 정치를 이끌고 있다.
때문에 스웨덴의 정치는 결코 권력의 연장이나 확장의 수단이 아니다. 계파와 당파 갈등으로 공천과정에서부터 숱한 잡음과 피로감을 촉발하면서 여전히 권력의 연장이나 확장만을 꾀하는 우리네 정치판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이런 좋은 정치토양이 있었기에 지금도 스웨덴의 정치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정치인’이라는 칭찬을 국민으로부터 듣는다. 적은 월급에 밤낮 없이 일하는 국회의원들에게 국민은 되레 미안해하고, 국회의원들은 그래서 더 일할 맛이 난다고 한다. 스웨덴 국회의원의 평균 노동시간은 주당 평균 80시간으로, 60시간에 육박하는 한국의 열악한 근로상황보다도 더 열악하다. 또 매일 같이 국회로 출근해야 하지만 관용차는커녕 차량유지비도 지원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자료를 챙겨줄 개인보좌관이나 비서관도 없으며, 비좁은 사무실에서 야근을 밥 먹듯이 의정활동을 하며 임기 4년 동안 평균 100여건의 법안을 발의한다. 이외에도 한국 의원들의 주요 특권인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은 이들에게는 그저 ‘듣도 보도 못한’ 단어일 뿐이다.
![]() | ||
재계, 경제활성화법안 우선 처리 촉구
20대 국회가 의정활동을 해야 하는 향후 4년은 한국 경제에 있어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올 하반기는 산적한 경제현안들을 처리하기 위한 최적의 시간으로 꼽힌다. 내년이면 본격화한 대선정국이 또다시 국정운영의 이슈로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은 지체할 시간도 없다. 세계경제의 침체는 한국 경제의 근간인 수출을 흔들고 있고, 대기업은 주력산업에서 중국의 거센 추격을 당하지만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못해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 이에 더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도 20대 국회가 시작하는 올해를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임기가 끝나는 2020년에는 40만 명가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또한 고령화사회의 진입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내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4세 이하 유소년인구를 능가한다는 보고서도 있다. 이에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내년까지 3년 연속 2%대로 전망했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20대 국회의 어깨는 무겁다.
박근혜 대통령은 20대 총선 투표일을 하루 앞둔 4월 1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를 통해 “국가경제는 멈추면 다시 돌리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변화가 빠른 이 시대에는 한번 뒤처지면 다시 되돌릴 수도 없다. 여기서 무너지면 그 결과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이 져야하고 국가의 빚은 점점 늘어나게 되고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부디 20대 국회는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해 몸과 마음을 던질 수 있는 진정한 민의의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민심이 곧 천심이라고 얘기하고 있는 국회가 우리 국민과 기업의 열망을 잘 읽어서, 20대 국회는 민심을 잘 헤아리고 국민을 위해 성숙되고 변화된 모습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당부했다.
더불어 재계도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서명운동본부(사무국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을 방문해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호소하고 나섰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지난 4월 11일 대한상의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방문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19대 국회 남은 임기 또는 20대 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겠다‘는 새누리당과는 달리 ’총선 이후 다시 논의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 ’정치와 경제는 분리 대응하는 것이 당의 방침‘이라며 ’선별적으로 검토 가능하다‘고 밝힌 국민의당의 답변을 전달했다. 이는 20대 국회에서도 경제활성화법안이 당분간 계류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때문에 이 부회장은 “19대 국회 임기가 아직 한 달 넘게 남아있어 여당과 야당이 의지만 있다면 총선 후에도 얼마든지 경제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며 “국가경제를 살린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입법에 나서주기 바란다”고 재차 요청했다.
앞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법안 등의 19대 국회 임기 내 처리를 촉구하며 “우리 서비스산업 비중은 60%가 안 되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국민소득이 2만5천 달러를 통과할 시점과 비교해보면 서비스산업 비중이 70%가 넘는다. 10% 격차를 일자리로 환산하면 69만 개나 된다”며 “법이 통과된다고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당장 생겨나진 않겠지만 기업인들의 창업 진출이 늘어나고 그런 희망을 주는 것이 우리 경제에 활력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 ||
노동개혁법안, 20대 국회서도 난항 예고
노동개혁법안은 지난 19대 국회를 관통한 최대 쟁점 중 하나다. 정부와 여당은 청년고용과 일자리 창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등을 명분으로, 노동계는 고용불안과 이중구조 심화 등을 이유로 팽팽히 맞서왔다. 이런 기류는 20대 국회에서도 나아질 기미는 없어 보인다. 여소야대의 구조 속에서 노동개혁의 동력이 더더욱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발표한 대로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2대 지침에 대해서는 주무부처를 중심으로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12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용부 산하 공공기관장 정책협의회를 열어 노동개혁 현장 실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고용부 산하 공공기관부터 직무능력과 성과중심의 인력운영으로 노동개혁이 현장에서 실천되고 확산되는데 솔선수범 해달라”라고 당부하며 “정년 60세를 맞아 임금체계와 인사 관행을 능력·성과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부가 발표한 2대 지침은 노·사가 함께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 채용에서 퇴직관리에 이르는 인력운영 제도 전반을 능력·성과 중심으로 개선해나가도록 하는 신호등과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불안전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을 중심으로 강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가 추진하는 2대 지침의 내용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악용될 경우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심화할 소지가 다분하다. 때문에 노동계와의 충돌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한 전문가는 “정부는 이번 지침을 통해 연공서열 중심의 국내 노동시장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성과중심의 인사관리 체계가 자리잡으면 명예퇴직도 줄고, 신규채용은 더욱 활발해져 노동시장 유연성과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며 “그러나 일반해고의 핵심인 평가의 공정성조차 담보되지 않은 채 해고요건만 완화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부당해고가 만연한 국내 노동시장에서 상시적인 구조조정과 쉬운 해고는 만연할 수밖에 없다. 또한 명예퇴직을 줄이기는커녕 저성과자 해고라는 명목으로 명예퇴직금도 주지 않고 직원을 해고하는 등 악용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반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올해부터 의무화하는 정년 60세 연장으로 인한 기업의 인건비 부담도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의 근로기준법에서는 사규를 새로 도입하거나 변경할 때 노조나 근로자의 과반수 동의를 못 박고 있어 고용주가 임의로 사규를 변경하거나 신설하는 것은 어렵다. 더욱이 임금피크제 같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현재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민간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27.2%에 그치고 있는데, 노조의 극심한 반대가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20대 국회에서도 노동개혁을 위한 극렬한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_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