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갑질’로 고통 받는 자영업자들
터무니없는 요구와 환불요청 거부 시 별점테러와 악성리뷰 다는 ‘블랙컨슈머’ 활개 리뷰 삭제 및 수정 불가 규정에 철저한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사장들 자영업자와 플랫폼, 소비자 모두의 권익 도모 위한 법 개정 및 지침 마련 시급
[시사매거진278호]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배달앱 사용량이 폭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장 내 식사에 제약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배달앱 사용자가 늘어난 것이다. 배달앱 사용량이 25%나 증가하면서 리뷰를 이용하여 갑질을 하는 ‘리뷰 진상’도 크게 늘었다. 리뷰 작성의 익명성을 이용해, 악의를 가지고 별점을 낮게 책정하여 리뷰 테러를 일삼는 블랙컨슈머들이 포착되고 있는 것인데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 대부분은 이러한 악성 리뷰나 별점 등에 대한 체계적 대응이 어려운 영세 중소사업자라 피해가 심각하다.
지난 5월 서울 동작구의 한 분식집 점주 A씨가 한 소비자의 폭언과 리뷰 갑질을 겪은 후 급성 뇌출혈이 발생, 끝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배달앱을 통해 A씨의 매장에서 음식을 주문한 고객이 주문한 다음날 “어제 주문했던 새우튀김의 색깔이 이상하다”며 ‘전액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점주 A는 소비자가 말한 새우튀김 1개 금액만을 환불해주겠다고 했고, 이에 불만을 품은 고객은 A씨의 매장에 악성 리뷰와 별점테러를 남겼다. 이 과정에서 A씨는 3차례 이어진 고객과의 통화에서 폭언에 시달렸으며, 별점테러와 배달앱 업체의 환불요구 관련 전화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던 중 매장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결국 A씨는 뇌출혈 판정 후 3주 뒤 사망하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해당 고객은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식의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여 거센 논란이 일었다.
고객 리뷰가 ‘권력’으로 인식되면서 발생하는 갑질 피해 사례
A씨의 사례 이 외에도 리뷰 갑질로 인한 점주들의 피해 사례는 다양하다. 가장 많은 유형이 바로 자신의 기분에 따라 악의적인 리뷰와 함께 낮은 별점을 부여하는 행위다.
한 중식당에서 음식을 시킨 소비자는 말 그대로 ‘서비스’인 군만두를 주지 않았다며 ‘서비스가 실망이었어요. 우리 아기가 다른 음식은 잘 못 먹고 군만두 몇 개만 먹을 줄 알아요. 그래서 주문할 때 군만두 몇 개만 챙겨달라고 했는데 결국 온건 짜장면 2개네요’라며 낮은 별점을 남겼다.
이 외에도 ‘아이 생일이라 볶음밥에 밥 양만 곱빼기로 많이 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정량으로 왔네요’라며 말이 되지 않는 이유로 낮은 별점을 누르는 경우도 있으며, 음식을 이미 다 먹어놓고 다음 날 맛이 없다며 환불이나 물질적 대가를 요구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시킨 음식이나 집 앞 배달 서비스와는 전혀 상관없는 요구로 악의적인 갑질을 하는 소비자도 있다. ‘오늘 길에 담배 한 갑만 사 와달라’, ‘이 지역에 20년 넘게 살고 있다, 리뷰 잘 쓸 테니 서비스를 많이 달라’며 억지스러운 요청을 일삼는 경우다.
택시앱과 숙박앱 등에서도 일어나는 별점테러
리뷰 갑질과 별점테러는 요식업뿐 아닌, 택시와 숙박앱 등에서도 발생한다. 10년차 택시 기사 황 씨는 얼마 전부터 승객을 목적지에 내려주고 서비스를 평가받는 ‘별점 리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교통량이 몰리는 밤 10시, 황 씨는 택시앱을 통해 콜을 요청한 승객을 태웠다. 해당 승객은 20m 떨어진 곳에 있는 1차선(U턴)과 좌회전 차선이 한데 있는 곳으로 가서 U턴을 요구했다.
그러나 왕복 8차선 도로에서 차선 세 개를 변경해야 하는 만큼 황씨는 “지금은 차가 많아 급차선 변경이 불가하니 다음 U턴 신호에서 차를 돌리겠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승객은 “택시비를 더 받으려고 기사가 길을 돌아간다”고 주장했고, 하차한 뒤 황씨에게 낮은 별점을 줬다. 평균 5점이었던 별점이 순식간에 떨어지자 황씨는 “요즘 코로나바이러스에 별점 스트레스까지 겹쳐 너무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숙박앱에 등록된 숙박업체를 이용한 일부 투숙객들도 자신들의 요구를 100% 들어주지 않을 경우, 낮은 별점을 책정함으로써 불만을 드러내기도 한다. ‘모텔에 기다리는 사람도 없던데 체크아웃 시간 50분 넘겼다고 추가 비용 결제를 요구하더군요. 다신 안 와요’, ‘일회용품 그거 얼마 한다고 돈을 받나요?’라며 자신들의 심기를 건들이면 곧바로 낮은 별점으로 업소의 전체 평점을 하락시켰다.
‘리뷰 평점=매출’이 될 수밖에 없는 갑질 구조화 배경
그렇다면, 왜 이러한 리뷰 갑질 행태는 끊이지 않는 것일까? 바로 별점 리뷰가 외식업체 점주나 택시 운전기사 등 플랫폼 서비스나 용역을 제공하는 사업자로 하여금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BC카드와 종합숙박서비스 ‘여기어때컴퍼니’가 2020년 12월 발표한 보고서 ‘식당 매출액과 리뷰·평점의 영향분석’에 따르면, 별점이 5점 만점일 때 4점대인 업체의 평균 매출은 1080만 원인 반면, 2점대인 업체의 매출은 655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리뷰 수가 200건 이상 축적된 업체는 매출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뷰 수가 100~200건 사이인 식당의 평균 매출은 1147만 원일 때 200건 이상 식당의 평균 매출은 1897만 원으로 조사됐다. 해당 조사는 7월 한 달간 서울 이태원과 한남동에 있는 업체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결과를 토대로 발표되었다.
즉, 백 개의 좋은 리뷰가 있다고 하여도 사람들은 한 개의 나쁜 리뷰를 보고 평가를 하기 때문에 점주들은 리뷰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택시앱의 사정 역시 마찬가지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택시 기사에게 배차를 지정할 때에는 ‘평균 별점’과 ‘승객과 기사의 거리’가 주요 고려 요소”라며 “카카오택시는 비슷한 거리에 택시 기사가 여러 명 있으면 별점이 높은 기사에게 승객을 우선 배치하게 되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의 소극적 대처로 악성 리뷰에 대응할 수 없는 자영업자
배달앱을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들의 소극적인 대처 역시 자영업자들이 철저한 을이 되도록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현재 배달앱은 블랙컨슈머를 방치하고 방관하는 구조라고도 볼 수 있는데, 현행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플랫폼 기업은 별점 평가 등을 수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은 ‘사이버몰에서 판매하는 재화 등의 품질 및 배송 등과 관련해 사업자에게 불리한 이용후기를 삭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으로 인해 점주는 배달앱에 악성 리뷰 삭제에 대한 요청을 할 수 없으며, 일부 배달앱은 소비자가 작성한 리뷰에 점주가 댓글조차 달 수 없어 허위 리뷰나 별점 제도를 악용하는 블랙컨슈머에게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배달앱 측에서는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없이 소비자 측을 대변해 ‘원만한 합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이에 점주들은 소비자의 무리한 요구에도 웬만하면 환불해주거나 서비스를 추가해주기 때문에 블랙컨슈머가 활개 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배달앱 플랫폼, 점주와 소비자 모두의 권익을 보호할 법 개정 및 가이드마련 필요
실제 배달앱의 리뷰와 별점은 메뉴와 음식점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보이자, 점주에게는 배달앱 내 노출 순위를 판가름 하는 성적표다. 이를 악용하는 소비자들은 배달앱 플랫폼과 사업주의 원활한 운영과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을 방해하는 요소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별점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정부와 국회가 최근 별점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나섰지만, 자영업자와 소비자 둘 다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별점 폐지가 가장 좋은 방안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밝힌 블랙컨슈머와 진상 손님 등도 함께 늘어나고 있는 한편, 다른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의 정당한 항의성 별점 및 리뷰가 ‘갑질’로 취급될 수 있는 만큼 아예 별점 리뷰 자체를 폐지하자는 의견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별점 리뷰가 사회적 논란이 되자 지난 7월 11일 방송통신위원회는 근거 없는 별점테러나 악성 리뷰로 피해를 보는 플랫폼 이용 사업자를 보호하고, 과장된 정보나 가짜 리뷰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남긴 리뷰가 과장되거나 기만성이 명백해 입점 업체들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될 경우 플랫폼 사업자들이 해당 정보의 유통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플랫폼들에 자율적으로 준수하도록 유도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규정을 정비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문제 개선을 위해 △악성리뷰에 대한 삭제 및 블라인드 처리, 리뷰에 대한 점주의 댓글 작성 지원, 비공개 리뷰기능 지원, 배달품질과 음식품질에 대한 평가 분리 등 점주 대응권 강화 △별점평가 제도에 객관적인 지표인 재주문율, 단골고객 점유율 등을 가산해 악성리뷰 영향 축소 등 객관적인 매장 평가 기준 마련 △주문 후 며칠이 지나도 환불 요구가 가능한 실태 개선을 위한 환불 규정 정비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을 요구했다.
일부 플랫폼 사업자들은 우선 자체 정책을 강화하여 소비자와 점주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에 나섰다. 네이버는 3분기부터 별점 평가를 폐지하고 ‘태그 구름’ 방식으로 소비자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제도로 개편한다.
배달의민족은 악성 리뷰에 대해 자영업자가 요청하면 30일 동안 게시를 중단하는 시스템 운영에 나섰고, 쿠팡이츠는 악성 리뷰에 대해 업주가 직접 댓글을 달아 해명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공정한 리뷰를 위해 음식 만족도와 배달 만족도 평가 분리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입법에 앞서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블랙컨슈머가 나오기 어려운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앱 이용자와 집안 청소를 하는 청소용역 제공자를 중계하는 홈서비스 플랫폼 ‘미소’의 경우, 서비스가 끝나면 고객이 클리너에게 별점을 매기지만 별점으로 클리너에게 불이익을 주지는 않는다.
고객의 서비스 만족도 지표를 조사할 때에는 ‘재사용률’을 핵심 지표로 사용한다. 미소의 한 관계자는 “별점 리뷰는 자칫 왜곡된 권력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해 주요 평가 지표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며 “별점으로만 클리너의 서비스를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재사용률 등 다양한 지표를 통해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별점 리뷰를 이용한 갑질을 막기 위해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고객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지속해서 사업자에게 갑질을 하는 고객은 플랫폼에서 퇴출하는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미국의 차량 호출업체 ‘우버’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승객이 기사를 평가하지만, 반대로 기사도 승객을 평가한다. 나아가 지속적으로 안 좋은 평가를 받는 고객은 플랫폼에서 퇴출하기도 한다.
1년 반 동안 지속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두가 힘들고 지친 가운데, 소비자와 자영업자 모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방법 모색이 절실하다.
소비자와 자영업자, 배달 서비스 플랫폼을 고려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악의적인 리뷰와 정당한 항의성 리뷰를 구분할 수 있는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이다.
여호수 기자 hosoo-121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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