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개편, 내각·청와대참모진 등 대폭 물갈이 예고

10월 재보선 대비 ‘개각 필수’ 여론 확산

2009-07-07     신현희 차장

한나라당은 정국 타개의 일환으로 쇄신안을 마련하겠다고 애쓰는 중이지만 좀처럼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하다. 이 상태로 가다간 오는 10월 재보선에서 또다시 참패를 면치 못 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친이명박 vs 친박근혜’ 구도로 갈라진 당의 두 갈레 분파가 마치 ‘현재권력 vs 미래권력’ 양상으로 발전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고작 집권 1년 반도 안되는 청와대는 레임덕(권력누수)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다. ‘미래권력 박근혜’가 갈수록 세력을 확장시키는 것이 청와대에겐 야당 상승세보다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나라당의 모든 정치적 움직임은 권력투쟁 테두리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치권에선 이 같이 표류하는 한나라당을 두고 “꼭 예전의 열린우리당 같다”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바람을 타고 큰 선거에서 크게 앞섰지만 이후 청와대의 지지도 하락과 집권여당의 연속적인 선거 실패로 인해 결국 망하는 길로 들어섰다는 점에서 열린우리당과 현재의 한나라당이 꼭 닮았다는 얘기다.
“계파적 시각으로 보지 말고 진정성을 알아달라”는 당 소장파의 하소연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청와대와 당이 엇박자로 움직이고 있고, 당 마저도 계파갈등에서 한 치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친이-친박 간 계파갈등이 지속되는 한 어떤 쇄신 작업이 진행되더라도 현재의 분열 구도는 오랫동안 지속될 공산이 크다. 피가 마르는 쪽은 아무래도 ‘친이’ 쪽이다. 친이 핵심부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는 불안한 정국의 최대 피해자다. 안(친박)팎(야당)으로부터 밀려드는 정치적 압박으로 인해 자칫 ‘무능 정권’으로 내몰릴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열린우리당 꼴 날라, 그 시절 청와대와 비슷하다는 비아냥
여권이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재보선. 친이-친박 양측이 어떤 식으로든 10월 전에는 화합하는 모습을 갖춰야 선거에서 소정의 성과를 이룰 수 있겠지만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친박연대를 비롯한 친박 성향의 무소속 출마 예정자들이 한나라당을 상대로 곳곳에서 선거전을 벌일 경우 ‘4월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어떤 식으로든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고 싶은 청와대는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 하는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바로 국정개편이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가 당과 소통을 너무 단절했고 당 따로 청와대 따로 놀고 있는 이 상황을 청와대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텐데 이를 풀 수 있는 곳은 결국 청와대 밖에 없다”며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자리에 친박 세력을 등용하는 구체적인 인적 개혁을 단행하는 결단을 보여야 해결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로서는 ‘어쩔 수 없이 인적 개편을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부담스럽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버틸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시간’은 청와대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는 ‘열린우리당 시절의 청와대와 현재의 청와대는 닮은 꼴’이라는 비난을 매우 불편하게 받아들인다. 청와대의 한 3급 행정관은 소식통과의 최근 자리에서 “청와대와 당이 딴 목소리로 삐걱거리다가 지지도가 떨어지고, 이 여파로 각종 선거에서 패하고 또 대권주자들, 말하자면 ‘미래권력’이 대통령(노무현)을 정치적으로 때리기 시작하면서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권을 공멸했는데, 지금 청와대가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인력풀이 거기서 거기 밖에 안된다는 지적도 많은데, 그것은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라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현실적으로 여권 갈등의 원인 중의 하나로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사람을 새로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도 했다.
바람처럼 등장했다가 비참하게 사라진 열린우리당은 모든 재보선에서 실패했었다. 말 그대로 ‘퍼펙트 참패’였다. 결국 당은 공중분해됐고, 민망하게도 ‘도로 민주당’으로 다시 태어났다. 2003년 50석 미만으로 시작해 2004년 총선 때 압도적인 승리로 제1여당으로 거듭난 열린우리당은 정권이 마치기도 전에 없어져버린 걸출한 기록을 남겼다.

개각, 왜 늦어도 7월일까?
여권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인 재보선 성적표에 큰 영향을 받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정 동력을 어떤 과정을 거쳐 상실했는지 잘 알고 있는 현 정권은 10월 재보선을 중대고비로 보고 있다.
청와대는 여권에 에너지가 될 만한 당 쇄신안을 기대하고 있다. 쇄신안만으로 여권이 새로운 힘을 얻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시원찮은 결과가 나올 경우 대대적인 정국개편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는 내각 교체뿐 아니라 청와대 참모진 물갈이까지 여러 채널을 통해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수의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7월 말, 늦어도 8월 초에는 개각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국회 일정상 8월 중순 이후로 개편 작업을 미루기 부담스럽다. 내각 개편을 하자면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데 인사청문회 일정이 10월 정기국회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이 늦어도 7월 중순경 쇄신안을 먼저 마련하면 이에 화답하듯 청와대가 개각을 진행, 정국을 개편한다는 밑그림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이 대통령의 해외 일정이 7월 중순까지 잡혀있기 때문에 7월 후반쯤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 갈수록 힘이 실린다.
청와대는 끊임없이 제기되는 인적 개편설에 대해 “속단은 말아 달라”며 부인한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개각설에 대해 “당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어디 한 두 가지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당이 먼저 풀어야 할 일은 당이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모든 탓을 청와대에 돌리려 하는 것은 책임회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권의 한 중진인사도 “당이 청와대를 너무 몰아세우면 여권 전체가 흔들린다”며 “7월 정국개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흘러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다 보면 장관들이 눈치를 보느라 바빠지고 결국 나라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악순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국개편 이야기는 조심스럽게 진행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개각과 관련, 청와대 안팎에선 7월 중순까지는 사태를 지켜볼 것이란 관측이 팽배하다. 각종 사회적 행사가 곳곳에 포진해있기 때문에 여론이 자칫 지난해 ‘촛불정국’처럼 파장을 탈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여권에선 청와대가 “일단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가 7월 중순에 있을 노 전 대통령의 49재 때 조문정국이 극에 달한 다음 정국 변화를 꾀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잘 먹혀들지도 않는 ‘사과’를 여러차례 하는 것보다 진정성이 엿보이는 정국개편을 감행하는 것이 여론 반전을 꾀하는 데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7월 정국개편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물론 존재한다. 지금껏 보여온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굉장히 보수적이어서 좀처럼 사람을 쉽게 바꾸지 않을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코드인사, 편중인사로 지적받는 좁은 인력풀을 감안해도 대대적인 인사 물갈이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비관론도 있다.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불만이 많은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선거 때 일선에서 뛰었던 선진국민연대 사람들만 정부에 기용됐지, 조금 비켜서 있었던 사람으로 찍힌 이들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인재풀이 이토록 좁은지 세상이 다 아는데 자신이 손수 뽑은 사람들을 쉽게 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7월 정국개편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과연 이 대통령이 더 이상 당의 요구를 무시할만한 맷집이 남아 있겠느냐”며 지금까지 보여왔던 인사스타일을 벗어나 결국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등과 함께 거대한 보수정권을 만드는 게 유리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결국은 결단을 하게 될 것이란 시각이다.

청와대 인사라인 최소 ‘중폭 이상’ 개각
이 대통령은 인사를 단행하기 전에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는 스타일로 유명하지만 지난 1, 2차 개각에서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전체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한 바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관측이다.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이 대부분 1년 여의 임기를 보냈다는 점도 인적 쇄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청와대 참모진은 대부분 지난 6월 인적 쇄신 폭풍에 휘말렸던 이들이다. 또한 내각도 지난해 2월과 3월 대대적인 물갈이를 한 바 있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과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 전재희 복지부 장관의 임명도 지난해 7월로 1년 여가 지났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청와대 인사라인은 최소한 ‘중폭 이상’일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미 내각 인사들에 대한 인사평가는 마쳤으며 참모진에 대한 평가도 꾸준히 이뤄져 왔기 때문에 막상 개편이 단행되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청와대가 워낙 인적 개편에 회의적인 반응을 내비치고 있어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고 멀리 보는 이들도 있지만 임시국회가 시작되면 주요 법안처리에 제동이 걸리는 데다 곧 4월 재보선보다 더 큰 ‘금배지 전쟁’이 일어날 10월 재보선이 기다리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임기국회 내 가장 큰 쟁점이 될 미디어법 처리를 두고 그동안 걸림돌이었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교체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하고, 미니 총선으로 불리는 10월 재보선까지 전열을 가다듬으려면 한 두 달의 시간 여유는 있어야 하기 때문에 7월 개각설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세청장, 검찰총장 파격인사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21일 신임 국세청장에 백용호(53) 공정거래위원장, 검찰총장에 천성관(52) 서울지검장을 각각 내정했다. 충남 보령 출신인 백 내정자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등을 거쳐 지난 대선 기간 이 대통령의 외곽 자문기구인 바른정책연구원(BPI) 원장을 맡았다. 사법고시 22회인 천 내정자는 충남 논산 출신으로 울산지검장·수원지검장 등을 거쳐 올 초 서울지검장에 임명됐다. 이로써 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 인사는 원세훈 국가정보원장(경북 영주), 강희락 경찰청장(경북 성주) 등을 포함해 4개월여 만에 일단락됐다.
청와대는 천 내정자 발탁 배경과 관련해 “변화하는 시대상황에 맞게 검찰 분위기를 일신하고 법질서 확립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바탕으로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미래지향적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섬기는 리더십을 갖춘 적임자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또 백 내정자에 대해서는 “공정위원장 재임시 전문성과 헌신적 노력으로 공정거래 업무를 선진화했고 조직을 성공적으로 관리했다”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세행정의 변화와 쇄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기용 이유를 밝혔다.이번 인사와 관련해, ‘MB스러운’ 인사스타일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또한 ‘일단 부인, 시간끌기, 깜짝 발표’라는 점에서 지난 1월 개각과 이번 인사가 닮은 꼴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