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여행리포트] 제주올레길 17일간의 여정①

제주 올레길 26개 코스 425km를 걸으면서 얻게 된 ‘작지만 큰 행복’ “때론 힘들고 지치고 외롭고 배고팠지만 올레길을 걸으면서 마음의 부자가 됐어요”

2021-07-29     정용일 기자

[시사매거진] 지난 4월 제주 올레길을 처음 걸으면서 아니 세상에 이렇게 예쁜 길이 있었나?”싶을 정도로 걷는 내내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그러다가 제주올레길의 모든 코스가 편하고 예쁘고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도 경험하면서 지치고 힘든 시간들도 겪었다. 그러면서 주로 인기 많은 코스를 위주로 걷고 체험하면서 체험담을 글로 독자들에게 전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대략 7개의 코스와 한라산 백록담을 오른 후 서울로 돌아왔다. 그 후 올레길에 대한 그리움이 하루하루 머릿속을 맴돌았다. 올레길을 걸었던 순간들에 대한 기억이 매일매일 생생하게 떠올라 결국 남은 19개의 코스를 모두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난 6월 나는 제주도 한바퀴(425km)를 완주하기 위해 다시 제주를 찾았다. 제주의 날씨만큼 뜨거운 내 열정은 이미 마지막 코스인 올레21코스 종착지에 가 있는 것만 같았다.

비바람과 함께 한 하루 54km의 강행군

지난 4월 올레길 걷기를 마친 후 두 달 만에 다시 찾은 제주의 올레길은 생각보다 뜨거웠다. 그 당시 올레길을 걸으며 26개의 코스 중 인기 있는 코스 몇 구간만 걸을 계획이었으나 걷다보니 올레길의 매력에 푹 빠져 425km 올레길 완주로 계획이 변경되었다. 그래서 다시 제주를 찾았으며, 지난 올레길보다 완주를 위한 남은 구간은 훨씬 많았기에 마음을 가다듬고 도착 다음날부터 부지런히 올레길 걷기를 시작했다.

처음 올레길을 걸을 당시 어느 코스부터 시작해야할지, 잠은 어디서 자야할지, 각 코스를 걸은 후 그 주변에서 숙소를 정해야할지, 숙소를 먼저 정하고 코스를 마칠 때마다 숙소로 원점회귀를 해야 할지, 또한 각 코스의 출발지점으로 이동하기 위한 교통수단은 택시를 타야할지, 버스를 타야할지 고민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1차 올레길 걷기의 경험을 통해 이번 제주 방문은 확실히 마음이 한 결 가볍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첫 번째 숙소는 지난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서귀포시로 정했으며, 서귀포시에 있는 아직 걷지 않은 올레길을 모두 걷고 제주시로 넘어가기로 했다.

첫 번째 코스는 올레2코스이며 가장 힘이 많이 남아 있는 첫 날은 지난번처럼 가장 많이 걷자는 생각으로 2, 3, 4번 코스까지 3개의 코스를 연이어 걷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은 실수였다는 걸 오후쯤에야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2번 코스의 출발점은 성산일출봉 인근의 광치기해변이다. 어쨌든 출발지점의 주변 풍광 등 시작이 좋았으며 이른 아침부터 아무도 없는 올레길을 혼자 콧노래를 부르며 걷기 시작했다. 걷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않아 마주친 아기 댕댕이 한 마리가 나의 바쁜 발걸음을 무려 20여분이나 잡다 두었다. 이번 올레길을 걸으며 거리에서 마주친 댕댕이들은 지친 나의 심장을 마구 요동치게 만들었던 소중한 에너지 역할을 톡톡히 했던 던 것 같다.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정말 사랑스런 녀석들이다.

그렇게 1시간을 걸었을까... 어떤 젊은 여성분이 내 옆을 빠르게 지나가더니 다시 뒤돌아서 내게 말을 걸어왔다. “저 혹시 오늘 올레길 어디까지 걸을 예정이세요?”라고 묻기에 나는 오늘 2,3,4번 코스까지 걸을 예정이라 말했다. 그러자 그는 ! 저도 2,3번 코스를 걸을 예정인데 그럼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뒤에서 조용히 따라다니면 안될까요?”라고 되묻는 그를 보면서 솔직히 속으로 살짝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제주시에서 며칠 전 넘어왔는데 제주시에 있는 올레길을 모두 걸었다고 했다. 그리고 여자 혼자 걸으면서 약간 무섭고 위험했던 구간들을 경험했기에 내게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나 역시 올레길을 결으며 느꼈던 것들이 있기에 그의 말을 100% 공감했다. 그래서 그렇게 같이 걷게 되었고 나란히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부산에 살며 여행업에 종사하다가 코로나사태로 인해 실직을 하게 되었다는 그는 막막한 현실 속에서 본인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었으며, 그냥 하염없이 힘들고 지칠 때까지 걷고 싶어서 올레길을 혼자 걷게 되었다고 했다.

 

많이 힘들지만 더 많이 행복했던 시간들...

처음 올레길을 걷기 전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을 보면서 왜 이 길고 긴 길을 걸으려하는 것일까. 걸으면서 지치고 힘든 순간도 많을 터인데 도대체 그 수많은 사람들은 왜 이 길을 걸으려하는 것일까. 각자의 삶에 있어 다양한 스트레스를 풀고 근심거리와 고민, 걱정들을 해소시키기 위해서일까? 등등 수많은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졌다. 그리고 오늘 그 젊은 여성분이 한 말이 가슴에 와 닿으며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도 찾았다.

사람들이 올레길을 걷는 이유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바보스럽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마다 제각각 사연이 있고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걷는 것은 그냥 걷는 것 그 자체에 대해 이유를 따질 필요 없고 궁금해 할 필요도 없으며, 굳이 그 행도에 대해 의미부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렇게 그와 대화를 나누며 걷다보니 어느새 2코스의 종점이 보였다. 그리고 3코스 부터는 혼자 걷기 시작했다. 같이 걷는 것도 좋지만 혼자 걸으며 사색에 잠기는 걸 좋아했기에 3코스부터 혼자 걷기로 했다. 첫 날이며, 이른 아침부터 걷기 시작했기 때문에 3코스로 이어지는 구간까지 체력이 넘쳐흘렀다. 그렇게 계속 치고 나가며 3코스를 거쳐 세 번째 코스인 4코스 시작점까지 빠른 속도로 걸었다. 걷다 보며 마주치는 거리의 수국들은 마치 지친 나를 응원해주듯 활짝 핀 모습들이 정말 동화 속에 나오는 장면들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 오후 2시부터 상황은 급반전했다. 살짝 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오후 3시부터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편의점에서 가까스로 우비를 하나 사 입었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해서 내렸다. 광치기해변에서 시작해 내가 걸어온 거리가 40km를 넘기며 지칠 즈음 눈앞에 보이는 식당 하나가 그렇게도 반가웠다. 허기진 상태에서 먹은 그 푸짐했던 해물라면의 맛은 지금 생각해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올레꾼들 사이에서 매우 유명한 맛집이었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다시 빗속을 해치며 뚜벅뚜벅 걷다보니 끝날 것 같지 않던 4코스의 도착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 1차 올레길 걷기 당시 처음 걸었던 코스가 올레5코스였다. 4코스의 도착점은 동시에 5코스의 시작점이기도하기 때문에 저 멀리 눈에 보이는 4코스의 도착점이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그렇게 하루에 13시간 동안 총 54km걸으며 세 개의 코스를 걸었다. 당시에는 무척이나 힘들고 지친 하루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뿌듯했던 그 날의 순간순간이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도 하루에 이렇게 많이 걸었던 날은 없었다. 아마도 그 날 하루는 평생 기억에 남을 만큼 나에게는 특별한 하루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가장 지루하고 지쳤던 11~14코스

마실 물이 부족해 당황했던 순간들

다음 날은 전 날 강행군의 여파로 몸이 좀 무거웠지만 그래도 이른 아침부터 호텔을 나섰다. 그리고 9, 11코스를 걸었다. 9코스는 6km의 짧은 코스이지만 지루하고 난이도가 높은 구간이라 1차 때 걷지 않은 구간이었으나 이번에는 완주를 목표로 온 이상 반드시 걷고 지나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짧지만 강한 구간이 맞았다. 날도 뜨거웠기에 꾀나 숨이 차오르는 구간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10코스는 1차 때 걸었던 구간이라 버스를 타고 11번 코스 시작점으로 이동했다. 11번부터 이어지는 14번까지의 코스는 한 번에 요약해서 정리해야 할 것 같다.

26개의 올레코스는 저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각각의 매력을 지녔으나 모든 코스가 다 볼거리가 풍성하고 즐겁지만은 않다.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전체 코스 중 정말 말 그대로 발걸음을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은 그리 많지 않다. 대략 30%정도의 구간이 볼거리가 많고 재미있으며 40% 정도의 구간은 그럭저럭 사색에 잠겨 걸을 수 있는 무난한 구간이고 나머지 30%정도의 구간은 힘들고 지치거나 지루할 수 있는 구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지루하고 힘든 구간들 중 11~14번까지 이어지는 4개의 코스가 대표적이라 하겠다. 특히 13, 14, 14-1코스의 경우 코스의 시작지점부터 도착지까지 편의점 및 카페, 식당이 거의 없고 뙤약볕이 내리쬐는 흙길, 숲길이 대부분이라 출발 전 충분한 물과 간식들을 챙겨야 한다. 올레길을 걷는 도중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교통수단을 이용해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된다 하더라도 주변에 버스정류소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고 정류소가 있다 하도라도 버스의 배차간격이 길어 1~2시간 기다려야하는 건 다반사다. 또한 콜택시를 부르기도 힘든 지역을 걷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사전에 코스에 대한 사전정보를 확인 후 걷기를 권장한다. 이러한 사항을 무시하고 코스에 진입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으니 명심하자.

정용일 기자 zzokkoba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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