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문화의 도시 전주, 아픈 역사도 남긴다’
[시사매거진/전북] 전주시가 일제강점기 농촌 수탈의 역사를 책으로 발간하기로 한 것은 도시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역사교육 자료로도 활용하기 위함이다. 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록문화의 도시답게 그동안 도시 곳곳에 산재한 역사의 그늘과 그 속에 살아가는 시민들의 아픈 기억을 지우지 않고 보존해 도시의 경쟁력이자 자산으로 만들었다.
과거의 흔적을 도시의 경쟁력으로 승화시킨 대표적인 사례는 국가관광거점도시 전주의 거점인 전주한옥마을을 꼽을 수 있다. 고즈넉한 한옥 600여 채가 빼곡이 들어서있는 전주한옥마을은 지난 1930년대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성안으로 진출해 상권을 확장하자 이에 반발한 전주사람들이 풍남동과 교동 일원에 한옥촌을 조성하면서 시작됐다. 일제강점기 일본식 주택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전주한옥마을은 한옥과 한복, 한식 등 한문화의 정수가 살아있는 여행지가 됐다.
시는 또 과거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항일흔적도 지우지 않고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동학농민군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완산칠봉 일원을 중심으로 동학농민혁명 역사문화벨트를 조성해왔다. 일본에서 송환된 무명의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을 동학농민혁명 기념공간인 ‘전주동학농민혁명 녹두관’에 125년 만에 안장하기도 했다.
특히 시는 해방 이후에도 일제의 잔재가 청산되지 않고 도시에 남겨진 다양한 역사적 장소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정확한 사실을 알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기고 있다.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명성황후 시해와 동학농민군 토벌에 앞장섰던 민족반역자인 이두황의 묘와 묘비로 향하는 기린봉아파트 진입로에는 단죄비를 세우고, 친일행위 논란이 있는 김해강 시인의 시비가 위치했던 덕진공원에는 친일행적을 기록한 단죄비를 세웠다. 광복회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포함된 김해강 시인의 시비는 최근 전주시민들의 공간인 덕진공원에서 철거돼 사유지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일제강점기 다가교에 세워진 일본 건축양식의 석등에는 안내판을 설치했다.
반대로 시는 일제가 남긴 치욕스러운 역사가 도시의 정체성이 되는 일은 막기 위해 일제 잔재 청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시는 김해강 시인이 작사한 전주시민의 노래를 폐지하고 다시 만들고 있으며, 일본 미쓰비시 창업자의 호인 ‘동산’에서 유래된 옛 ‘동산동’의 명칭을 주민들의 투표를 거쳐 ‘여의동’으로 변경했다.
시는 향후에도 민족문제연구소, 광복회 등 민간단체와 협력해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도시의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폭력을 앞세워 일상을 침탈한 후 우리 삶 깊숙이 뿌리 내린 일제의 잔재들을 샅샅이 찾아내 단죄하고, 도시의 아픈 기억까지 기록으로 남겨야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나라를 위해 피와 땀, 일생을 바쳐 헌신했던 선조들과 오늘을 살아가는 시민, 미래 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역사를 바로 세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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