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하겠다
‘고통, 부작용 없는 새로운 암치료기술 개발 성공’
2009-06-15 김실 기자
새로운 암치료기술 개발로 ‘과학부문 금상’ 수상
‘나노다공성실리콘과 근적외선 조사법을 결합한 새로운 암치료기술’을 통해 지난 4월21일 열린 제12회 인천시 과학기술상 과학부문 금상을 수상한 인하대학교 이종무 교수는 “아직 완전하게 상용화가 안 된 시점에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 영광스럽습니다. 더욱더 기술개발에 매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 이 기술이 많은 사람들의 암치료에 사용되는 그날까지 심혈을 기울여 연구하겠습니다”라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과학부문 금상 수상을 가능케 한 이 기술은 암치료 시 근적외선을 조사할 때 항체로 코팅된 나노다공성실리콘으로부터 방출되는 열을 이용하여 정상세포는 해치지 않고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나노바이오 기술에 관한 것이다. 이 기술은 치료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체에 유해한 활성산소의 양이 극히 적으므로 고통과 부작용이 거의 없이 암을 치료할 수 있다. 또한 회복기간이 짧고 여러 차례 반복적인 치료가 가능하여, 향후 임상 적용이 가능한 기술개발과 연계하면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교수는 “광열치료법은 한마디로 기존의 방사선 치료법과 약물치료법을 조합한 치료법으로 이 두 치료법의 단점을 모두 극복한 새로운 암치료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광열치료법은 외과수술법에 비해 비파괴적이고 간단하며 부작용이 적을 뿐만 아니라 치료비가 적게 들고 회복기간이 짧으며 여러 차례 반복적 치료가 가능한 매력적인 암치료법입니다”고 전했다.
다양한 장점을 지닌 나노다공성실리콘
이종무 교수가 새로운 암치료법을 개발하기 전인, 2000년대 들어와 각광받고 있는 암치료법인 광역동요법은 염료 고분자 광감응제와 적색 가시광조사 기술을 결합한 치료법으로 기존의 암치료법들보다는 부작용이 다소 적지만 활성산소의 방출에 따른 장·단기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 치료법은 피부 가까이 위치한 암세포만 제거를 할 수 있어 체내 깊숙이 존재하는 암세포는 치료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 교수가 개발한 치료법에서 사용하는 근적외선은 기존의 광역동치료법이나 방사선치료법에서 주로 사용하는 적색 가시광선에 비해 인체를 훨씬 더 잘 통과하므로 체 내 깊숙이 존재하는 암세포도 제거할 수 있다. 또한 염료 고분자 광감응제는 가격이 매우 비싼 반면, 이 교수가 개발한 나노다공성실리콘은 간단한 전기화학적 방법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므로 값싸게 공급할 수 있는데다 독성이 전혀 없고 미생물에 의하여 인체에 무해한 물질로 잘 분해되기 때문에 안심하고 체내에 주입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나노다공성실리콘은 발열 효과가 우수하고, 다른 물질은 인체에 들어가면 해가 되는 물질이 많지만, 실리콘은 인체에 독성이 없으며 기존에 있던 치료법에는 인체에 들어간 물질이 언젠가는 몸 밖으로 빠져나와야 하는데 실리콘은 스스로 분해되어 없어지는 성질로 인해 인체에도 해가 없습니다. 또한 불산 알코올을 이용해 실리콘 표면에 전기화학적으로 에칭처리를 해주면 되기 때문에 값싸게 공급할 수 있고, 이를 생산하기 위한 시설 구성이 간단하기 때문에 이 기술이 실용화 된다면 암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을 많이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며 나노다공성실리콘에 대한 장점을 설명했다.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나노다공성실리콘
이 기술의 핵심인 나노다공성실리콘을 통해 치료하는 방법을 살펴보면 일단 실리콘을 전기화학적으로 처리하여 그 표면에 나노다공성실리콘 층을 형성한 다음, 엽산이나 항체로 그 표면을 기능화 시킨다. 이렇게 기능화 된 나노다공성실리콘 층을 파쇄하여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입자들로 만든 다음 식염수에 넣고 24시간 교반하여 현탁액을 만든다. 이런 과정을 거쳐 준비한 현탁액을 혈관에 주입(정맥주사)하면 암세포들 내에는 엽산이나 항체와 잘 결합하는 수용체들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나노다공성실리콘 나노입자들이 암세포들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러한 이동이 충분히 일어 날 수 있도록 하루 정도 경과한 후 환자의 인체에 (특히 종양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부위에 집중적으로) 근적외선을 조사하면 나노다공성실리콘 입자들로부터 열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열로 인해 주위의 암세포가 파괴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 교수는 인하대 의대교수팀과 공동으로 간암세포와 유방암세포를 이용한 세포실험(in vitro cell test)을 통하여 나노다공성실리콘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데 매우 효과적임을 확인한데 이어, 본격적인 동물실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동물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노입자를 200 nm 이하의 크기로 분쇄하는 기술과 항체나 엽산 등으로 나노입자를 기능화 시켜 나노물질이 암세포를 찾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술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초기에는 이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제 이 기술들을 모두 확보한 상태이다.
또 한편으로 이 교수는 현재 암세포의 선택적 파괴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나노다공성 실리콘 표면을 유황으로 표면처리하여 나노폭탄제로 만드는 연구와 산화티타늄 나노튜브를 광열치료제로 사용하는 연구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산화티타늄 나노튜브도 나노다공성 실리콘에 비해서는 약간 떨어지나 탄소나노튜브나 금 나노입자보다 더 우수한 광열특성을 나타내며 독성이 없으므로 유력한 암치료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이 교수는 “현재 쥐, 토끼 같은 작은 동물을 이용해 연구와 실험을 1년 여에 걸쳐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돼지, 개, 원숭이 등 사람에 가까운 동물을 실험하고 이 실험이 끝나면 임상실험을 할 계획 중에 있습니다”고 전하며 “성급히 생각하지 않고 기초를 튼튼히 하여 5년 내에는 상용화 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