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원 변호사, “피해자가 불리한 의료소송, 의료 전문 변호사의 조력 필요”

2021-06-23     임연지 기자

[시사매거진] 병을 고치고자 할 때 찾는 곳, 병원. 그런데 외려 병원에서 병은 사람도 있다. A씨가 그랬다.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방문했던 A씨는 B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더 증상이 악화됐다. 그리고 결국 장애를 얻었다.

A씨는 B병원에 책임을 묻기로 했다. 하지만 의료소송의 경우 피해자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병원에 비해 피해자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법률사무소 이원'의 정이원 변호사를 찾았다. 

정이원 변호사는 의사 출신 변호사로 의료 사고와 관련된 사건을 다수 수행했다. 정 변호사는 우선 사건 경위부터 살폈다. A씨는 지난 2017년 허리가 아파 B병원을 처음 방문했고, 그곳에서 약물치료를 했다. 하지만 허리 통증은 더 심해졌고, 엉덩이와 허벅지 쪽까지 저려왔다. 다시 B병원을 방문한 A씨는 CT검사를 통해 제4-5번 요추 추간판 탈출증을 발견했다. 흔히 '허리 디스크'라고 부르는 질환이었다. 이에 B병원은 신경차단술 등을 처방했지만 A씨 상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결국 B병원은 A씨에게 고주파 수핵성형술을 시행했는데, 호전되기는커녕 다른 증상을 얻었다. 발을 몸 쪽으로 당기지 못하게 된 것. 병원은 이때가 돼서야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수술 8개월 뒤, A씨는 다른 종합병원 두 곳에서 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들 병원은 "A씨가 재수술 등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영구적인 신경학적 장애를 얻었다"고 결론내렸다. 요통을 고치러 갔다가 회복하기 어려운 장애를 얻은 셈이었다.

이에 정이원 변호사는 B병원의 과실 비율을 최대한 이끌어내려 노력했다. 환자 상태를 적절하게 진단하지 못한 병원이 환자에게 하지 말아야 할 시술을 진행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했다. 병원이 고주파 수핵성형술을 시행했을 당시, A씨의 몸 상태는 해당 시술을 받을 수 없는 상태였다. 제4번 요추와 제5번 요추 사이에 추간판이 흘러나온 것으로 확인됐고, 이 정도가 심각할 때는 고주파 수핵성형술은 금지돼 있다.

하지만 B병원 측은 A씨의 장애 발생이 원래 허리 디스크를 앓고 있던 것에서 기인했다며, 이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병원 측의 과실을 줄이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주파 수핵성형술이 아닌 수술을 하기로 제때 결정했다면 A씨는 병을 치료하고 장애도 얻지 않았을 것"이라며, 병원에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일실수입과 위자료를 포함해 약 1억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2심까지 이어진 재판에서 조정 끝에 A씨는 1억 2000만원을 배상받게 됐다.

정이원 변호사는 "A씨 사건에서 눈여겨 볼 점이 있다"고 했다. 대부분 과실로 인한 사고는 고의에 의한 사고보다 책임 범위가 좁다. 하지만 이 경우 고의에 의한 사고와 유사한 정도로 배상하도록 했다는 것. 

정 변호사는 "의사의 고의로 발생한 의료사고가 아님에도 재판부가 과실 비율을 95%로 인정했다"며 "이 점이 의료소송에 있어 의학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갖춘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임연지 기자 kkh9112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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