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맨유 입단 후 최고의 시즌 만끽하고 있다”
10경기 만에 홈런포 날린 이승엽, 당당하게 그리고 신중하게
2009-06-11 백아름 기자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박지성의 기량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그는 지난 2일 열린 미들즈브러와의 정규리그 34라운드(2-0 승)에서 풀럼전 이후 55일 만에 득점에 성공했다. 4일 뒤인 6일 아스날과의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3-1 승)에서 선제골을 뽑아내,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크게 기여함과 동시에 골 결정력 부족의 우려도 날려버렸다. 결국 박지성은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3연패라는 역사적인 순간에도 그라운드를 누비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EPL에서 3연패를 달성한 한 팀은 허더스필드, 아스널, 리버풀, 그리고 맨유 등 총 4개 팀뿐이다. 게다가 맨유는 최초로 3연패를 2번 이룬 클럽이 됐고, 동시에 프리미어 리그 출범(1992) 이후 17시즌에서 11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23년 동안 팀을 이끌면서 각종 경기에서 33개의 우승컵을 안았다. 내친김에 맨유가 2009-2010시즌까지 우승해 4연패를 달성하게 될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제 박지성에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전만이 남아있다. 지난 해 첼시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출전명단 제외로 고배를 마신 박지성은 이미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올 시즌 꼭 결승전에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퍼거슨 감독은 아스날과의 경기를 마친 뒤 “박지성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할 자격이 있다”이라고 밝혀 그의 기용 가능성이 크지만 선발출전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
데이비드 베컴도 울고 갈 현영민의 ‘오른발’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히딩크에게 깜짝 발탁됐던 현영민. 그가 이토록 완벽한 경기를 펼쳤던 적이 있었던가. 그러나 너무 운이 없었다. 현영민의 발을 떠난 볼은 모두 동료에게 정확히 안착했지만, 동료들의 공은 야속하게도 골대만 피해 날아갔다. 지난 5월20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펼쳐진 ‘2009 AFC 챔피언스리그’ E조 32강 조별 라운드 최종전에서, 울산 현대가 호주의 뉴캐슬 제츠 FC에 0-1로 패하면서 16강 진출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울산은 전반 35분 뉴캐슬의 제이슨 호프만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뒤 끝내 안방에서 고개를 숙였다.
하루 전 인터뷰에서 “요즘 팀이 어려워 선수들의 표정이 어둡다. 뉴캐슬전 승리로 16강에 올라 선수단 분위기가 밝아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가슴 찡한 출사표를 던졌던 현영민은 부상으로 이탈한 유경렬 대신 주장 완장을 찼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울산은 경기 초반부터 상대를 세차게 몰아붙였으나 전반 35분 단 한 번의 위기 상황에서 제이슨 호프먼에게 헤딩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울산의 전력을 얄밉다시피 꿰뚫은 뉴캐슬은 현영민이 버티고 있는 울산의 왼쪽라인 방어에 치중하면서 오른쪽은 상대적으로 열어주다시피 했다. 역시 현대 축구는 정보전이다. 뉴캐슬의 도박은 적중했다.
K-리그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겠다
비록 패하긴 했지만, 이 경기에 선발 출장해 90분을 모두 소화한 현영민의 플레이는 가히 최고라 할만 했다. 날카로운 킥 능력, 좌우 측면을 부지런히 쏘다녔던 현영민의 활약이야말로 시종일관 끊임없이 상대를 위협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최소한 이날 경기에서 현영민이 보여준 오른발 킥 능력은, 정확한 킥의 대명사인 잉글랜드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울고 갈 정도였다.
현영민은 이번 경기에서 좌우 측면의 프리킥과 코너킥을 도맡았다. 그의 볼은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정확하게 동료에게 배달됐다. 그러나 동료 선수들의 마무리가 아쉬웠다. 이 경기에서 현영민이 좌우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와 프리킥 그리고 코너킥은 모두 8개가 골문 안으로 들어가는 유효슈팅이었지만, 다른 선수들의 결정력에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이는 현영민의 날카로운 패스가 상대 수비수에게 걸리거나 혼전 상황으로 이어진 장면을 제외한 것이다. 울산은 모두 19개의 슈팅을 날렸다.
이 경기에서 현영민은 좌우 측면을 가리지 않고 프리킥과 코너킥 등 정지된 장면이나 인플레이 상황에서의 크로스 모두에서 최고의 킥 능력을 보여줬지만, 동료 선수들의 정확한 마무리가 이어지지 않아 승부를 돌려놓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 후 현영민은 좋은 패스를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한 동료에 대한 아쉬움 보다는, “AFC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미련을 깨끗하게 털고 K-리그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베컴도 울고 갈 정도로 최고의 활약을 펼친 현영민. 그의 다짐처럼 울산이 K-리그에서는 AFC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아쉬움을 털고 강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경기 만의 홈런포, 이승엽의 반격이 시작됐다
이승엽은 5월20일 삿포로 돔에서 벌어진 홋카이도 니폰햄 파이터스와의 교류전(인터리그) 원정경기에서 5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오른손 선발 투수 브라이언 스위니의 바깥쪽 체인지업을 끌어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솔로 아치를 그리는 등 사이클링 히트에서 3루타 1개가 모자란 기록을 쏟아내며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 맹활약했다.
이승엽은 특히 10경기 만에 터트린 이날 홈런에 대해 “하반신이 확실하게 안정돼 있어 칠 수 있었다”고 밝혀 그간 제기됐던 허리 부상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그는 15일 히로시마 도요카프와의 경기 때 허리 근육이 당기는 느낌을 받아 경기 도중 교체된 이후 16, 17일 경기에 연속 결장했다.
‘허리 부상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홈런포’였다고 요미우리 계열의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호치’는 21일 인터넷 판에서 밝혔다. 지난 주말 “허리통증으로 2경기 연속 결장했던 이승엽(33·요미우리 자이언츠)이 20일 니폰햄 파이터스와의 경기에서 시즌 8호 홈런을 터트리면서 부활을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경기에서의 수비 실책을 만회하기 위해 벼르고 있었지만 정작 팀은 5-6으로 또 다시 역전패했다.
이승엽은 경기 뒤 “이길 수 없었던 것이 분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신문은 “이승엽은 교류전(인터리그) 통산 32개째 홈런을 쳐내며 톱을 지키고 있다”면서 “승리만을 목표로 한 이승엽의 부활”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