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만에 거대도시로 다시 태어나는 파리
사르코지 ‘그랑파리’ 계획 공개… “21세기형 친환경 거대도시로 변모시킬 것”
‘그랑파리’(Grand Paris, 위대한 파리) 계획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지난 2007년 대통령 당선 후 그해 하반기에 처음 제안한 것으로 영국의 리처드 로저스, 프랑스의 크리스토프 드 포르장파르크, 장 누벨 등 세계적인 권위의 유명 건축가 10여 명에게 의뢰해 확정한 것이다. 이는 2008년 6월에 공모를 통해 선정, 9개월간의 연구, 조사 작업을 기반으로 했다.
당시 사르코지는 전문가들에게 “파리의 경계뿐만 아니라 파리를 통치하는 행정방식, 교통문제, 환경에 미치는 영향, 미학까지 새로 디자인하라”고 주문했다.
환경 국제도시로 거듭나는 파리, 청사진 어떻게 그려지나
파리를 친환경 국제도시로 변모시킬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의 그랑파리는 파리 도심과 외곽의 유기적인 교통을 위한 고속순환철도 건설을 통해 파리 광역시를 영불해협까지 확대해 광역도시로 확대한다는 야심찬 구상을 담고 있다. 핵심 내용은 교통·주택·건축 등 3대 분야를 크게 정비하는 것으로 교통망 확충과 도시설계가 핵심이다. 먼저 대도시 파리권은 프랑스 북부 항구 도시 아브르까지 확장된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대도시 파리의 항구는 아브르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런던·파리·밀라노를 축으로 하는 유럽 경제개발권을 형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350억 유로(약 61조 6,000억 원)를 투입해 파리 주변의 교통망 확충 계획을 입안한다는 방침이다. 이 교통망은 파리와 교외지역 주민, 통근자 등에게 교통 편의를 제공하는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구체적으로 수용규모를 크게 늘린 자동차 전철이 운행 할 수 있는 130㎞ 길이의 고속 순환철도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프랑스 정부는 현재 파리 중심지와 단절돼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10여 개의 주요 교외 지역의 도심 접근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또 파리의 고질적인 취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도심과 외곽지역의 교통 단절 현상을 해소, 교외 18곳과 도심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샤를 드골 공항과 오를리 공항을 경전철로 연결하는 계획과 낙후된 RER A선과 지하철 13호선의 보수계획도 포함됐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 같은 교통망이 확충되면 30분 안에 메트로폴리스 내의 어디든 갈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교통 확충 사업은 오는 2012년 착공에 들어가 10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그랑 파리’ 프로젝트에는 관련 법령을 완화해 파리에 해마다 7만여 가구의 거주 공간을 늘리는 방안과 함께 샤를 드골 공항 인근에 새로운 녹색 삼림지구를 조성하고 파리 남부 사클레 지역에 거대 테크노파크 건설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 밖에 샤를 드골 공항 인근에 녹색 삼림지구 조성과 파리 주변에 초고층 빌딩 건립 등에 예정되어 있다.
이탈리아의 건축가인 파올라 피가노는 “이번 구상에 초고층 글라스 타워가 눈길을 끌고 있지만, 정작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센 강을 따라 발달된 과거의 산업 중심지를 버스와 지상철도 라인을 확충해 소생시키고 파리 도심과 외곽의 교통 단절을 해소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파리를 런던 뉴욕 도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대 도시로 변모시키겠다”며 “새로 거듭나는 파리는 교토의정서 기준에도 부합하는 친환경 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계획을 두고 영국 일간 타임스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경기침체와 사회주의자라는 비난을 감수하고 ‘그랑파리’ 건설에 나선 것은 19세기 중반 나폴레옹 3세처럼 수도를 건설했던 황제의 명성을 얻고자 하는 야망이 근저에 깔려 있다”고 평가했다.
그랑 파리 계획에 대해 일각에서는 건축가 바롱 오스만이 1850, 60년대 파리를 확 바꿔 놓은 이후 가장 야심 찬 구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오스만은 파리를 둘러싼 외곽 지역을 파리에 편입시켜 오늘날의 파리를 만든 주역으로 비좁은 중세풍 거리들을 길고 곧은 거리로 탈바꿈시키는 대역사를 추진했다.
미래 유럽 경제허브 역할 위해 도심 확대사업 필요
150년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프로젝트에 돌입하는 파리는 살아 있는 문화유적지로 불리는 관광명소로 외곽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은 인구가 약 1,200만 명으로 프랑스 전체 인구(약 6,400만 명)의 20%, 프랑스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차지하는 등 경제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뉴욕, 런던에 비해 비즈니스 허브로서의 국제도시 위상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 이유엔 파리와 외곽의 군소 도시를 잇는 교통망은 낙후돼 있기 때문. 또 하루 수백만 명이 파리 시 경계를 넘나들며 생활하지만 파리와 외곽 군소 도시들의 행정주체가 달라 비효율적인 면이 많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앞서 2005년 파리북부 센생드니를 시작으로 이민자 집단 거주지인 빈민지역에서는 폭동이 발생해 수많은 사상자를 냈으며 그 원인으로는 도심과 단절된 교외지역의 높은 실업률과 차별, 경제적 불평등이 꼽혔다. 이에 따라 프랑스 여야 정치인들은 파리가 미래에 유럽의 경제허브 역할을 하기 위해 도심 확대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현재 외곽 순환도로 안에 있는 지금의 파리 시내에는 고작 200만 명이 거주하는데 이는 약 850만 명이 거주하는 런던에 비해 훨씬 규모가 작다. 피리 시내는 105㎢의 공간에 2만 2,000여 명의 시민이 살고 있는 국제적 명성에 비해 작은 규모이지만 파리 교외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2,500㎢로 확장되며 인구도 11만 6,000여 명으로 런던, 뉴욕 등 여타 다른 대도시와도 견줄만하다.
그러나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좌파 사회당 출신의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 시장도 임기 중에 파리 재건 계획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어서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 원대한 계획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사르코지는 “파리시에서 구상하고 있는 계획까지 감안해 이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고 “내년에 정파를 초월한 국가차원의 협의 및 조율에 나설 것”이라며 자신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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