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아끼고 줄여라” 지구촌은 불황과 전쟁 중

주는 월 소득에 느는 생활비, 커지는 건 한숨뿐…지구촌의 허리가 조여지고 있다

2009-06-09     신혜영 기자

IMF 때보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라는 사실이 이제는 간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도산하는 가 하면 일자리를 잃어 하나 둘 거리로 나 앉은 가장 등이 생겨나고 있다. 미국발 경제위기로 전 세계의 경제가 침체일로를 겪으면서 세계는 지금 이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이 슬픈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점심은 편의점에서 천 원짜리, 출 퇴근은 대중교통으로
점심한 끼 값이라도 줄여보고자 도시락이나 편의점에서 간단히 식사를 때우는 샐러리맨, 자가용보다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알뜰족, 일자리 찾아 헤매는 주부 등 최근 대한민국에서 볼 수 있는 우리네 모습이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신모(35) 씨는 매일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적어도 5,000원 이상 하는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서다.
“최근 동료들과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다. 점심시간마다 뭘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시간도 아낄 수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도 한 달에 적어도 15만 원 이상씩 지출했던 점심값을 줄일 수 있어서 좋다.”
최근 신 씨처럼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일명 ‘도시락족’이 많아지고 있다. 이제 삼삼오오 둘러 앉아 도시락을 먹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이와 더불어 편의점은 ‘30대 이상 남성’ 고객이 늘어남에 따라 편의점 업계도 이들 고객을 잡기 위해 전통 떡이나 음료 등의 상품 출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바이더웨이는 30대 이상의 중년층을 겨냥해 지난해 12월부터 1,000원 균일가로 찹쌀경단, 인절미, 쑥두텁떡, 과일맛경단 등 떡 6종을 출시했다. 이들 중 80% 이상이 오전에 판매됐고, 전체 매출 중 30~40대 남성이 68%를 차지하고 있다.
GS25도 ‘30대 이상 남성’ 고객을 타깃으로 지난 달 27일 전통 떡 6종류를 출시하고 판매에 들어갔다. 가장 많이 구매한 고객층은 역시 ‘30~40대 남성’ 고객으로 37.6%를 차지했고 ‘50대 이상 남성’ 고객도 15.2%로 뒤를 이었다.
뿐만 아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수는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2월 한 달 동안 수도권 지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한 건수는 모두 3억 8,600만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늘었다. 지하철 이용객은 15%, 버스 이용객은 20%나 늘었다. 또 포털사이트에서 대중교통편을 검색하는 서비스의 검색 횟수도 지난해 2월보다 4만 건이 증가했다.
경희대에서 한남동으로 출근하는 임승민(29) 씨는 최근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기 시작했다. 한 달에 20만 원 이상 하는 기름 값을 아끼기 위해서다. 지하철을 이용하면 한 달 교통비 5만 원이면 충분하다.
“20만 원 이상씩 지출한 교통비를 아껴보고자 지하철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니 다소 불편한 것도 있었지만 눈에 띄게 교통비가 준 것을 보니 이제는 불편함도 잊은 채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한 달 기름 값이면 3개월 이상 지하철을 타고 다닐 수 있다.”
신설동에서 한남동으로 출근하는 이모(34) 씨는 최근 버스에 사람이 부쩍 많아진 것을 느낀다. 예전보다 부쩍 많아진 탓에 늘 만원버스를 타야만 한다.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최근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앉아서 출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서서 출근하기 일쑤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지난 2008년 9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자사 사이트에 등록된 기혼여성 신규 이력서 수를 분석한 결과, 새로 취업시장에 유입된 기혼여성 구직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37.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급증한 연령대는 ‘3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3.8% 증가했다. 20대는 33.8%, 40대 이상은 18.2%의 증가율을 보였다.
커리어 문지영 홍보팀장은 “장기 경기불황으로 가정경제에 대한 부담과 남편의 실직, 소득감소 등으로 생계유지에 대한 불안감이 기혼여성들을 취업전선으로 내몰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집수리도 직접 한다’ 허리띠 졸라매는 미국인들
세계 경제 위기의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미국, 그들도 장기 경제 불황으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시사주간 타임은 최신호에서 1,000여 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 미국인들이 경기침체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과 검소한 생활을 통해 경제난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소개했다.
그 결과 미국인의 30%가 각종 공과금을 제때 지불하지 못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각종 비용 지불을 위해 은퇴연금 구좌에서 돈을 빼서 사용한 경우가 27%에 달했다. 또 친구나 가족으로부터 돈을 빌린 경우도 23%로 나타났다.
휴가를 연기·취소했다는 답변이 39%에 이르렀으며 경기침체 후 집수리와 청소를 직접한다는 경우가 22~23%에 달했다. 또한 잔디도 직접 깎는 다는 사람은 18%로 한 푼이라도 더 절약하는 경우가 증가, 줄일 수 있는 부분에서는 최대한 지출을 아끼고 있는 모습이다.
응답자의 63%는 극장가기 등 연예 오락을 위한 지출도 줄였고, 56%는 과거에 비해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 등 외식도 줄이고 가급적 집에서 먹는다고 답했으며, 술을 마시는 것도 줄였다는 사람이 28%, 절반 정도가 의류 구입을 줄였다고 답했다.
아울러 응답자의 32%가 식료품 등을 살 때 한 푼이라도 싸게 구입하기 위해 대용량 단위로 구입하고 37%는 할인점에서 구입하며 할인 쿠폰 사용도 38%로 일상화하고 있는 모습이 뚜렷이 나타났다.
또한 미국인의 36%는 신문, 잡지 구독도 줄인 반면, 경제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뉴스 시청을 늘였다는 미국인은 43%에 달했으며 우선 큰돈을 들어가는 승용차 구입을 연기하거나 취소한 경우가 27%에 달했다.

中 젊은이들 ‘짠돌이 클럽’ 2만 원으로 일주일 버티기, 日 시육비 부담에 애완동물 버려
중국 베이징에 사는 왕 하오는 요즘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을 한다. 왕복 요금은 2위안, 우리 돈 400원이다. 10배나 비싸도 무조건 택시를 타던 습관을 바꾼 것은 일명 ‘짠돌이 클럽’에 가입하면서부터다. 짠돌이 클럽이란 일주일을 우리 돈 2만 원으로 버티는 클럽으로 최근 중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점심도 외식 대신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고 도시락으로 이들의 일주일 생활비는 과거의 10분의 1인 우리 돈 2만 원정도로 크게 줄었다. 절약한 돈은 저축을 한다.
짠돌이 클럽 회원인 왕하오 씨는 “일주일에 100위안 쓰기 캠페인은 사무직 근로자들이 불황을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말한다.
왕하오는 여자 친구와의 만찬도 어머니에게 배운 요리법으로 손수 준비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낸 결과 지출한 금액은 22위안, 우리 돈 4,800원에 불과하다.
현재 짠돌이 클럽에 가입한 회원 수만도 무려 1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경기 불황은 피해갈 수 없는 고비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사육비 부담으로 애완용 동물을 기르다 내다 버리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개와 고양이는 물론 뱀과 거북 등 희귀동물까지 애완용 동물로 즐겨 기르는 애호가들이 최근 경기 악화에 따른 실직 등으로 사육에 부담을 느끼면서 몰래 버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 5월4일, 니가타(新潟)현 나가오카(長岡)시의 도로 옆 하수구에서 호주 원산의 도마뱀인 비어디드래곤이 버려져 있는 것을 산책 나온 여성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 경찰이 조사결과 22세의 한 남성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그는 2년 전 인터넷을 통해 4마리를 구입했지만 사료비용이 부담돼 4마리를 모두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바 구직자 5명 중 1명은 ‘생계형 알바’
 
아르바이트 전문 구인구직 포탈 알바몬(www.albamon.com/김화수 대표)이 최근 아르바이트 구직자 1,5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알바 구직자 5명 중 1명은 ‘생계비 및 주 수입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찾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주 수입 외에 부 수입 마련이 26.0%로 꼽혔다. 또한 ‘생계비 및 주 수입원 마련을 위해 알바를 찾는다’는 응답이 22.1%로 2위를 차지해, 알바가 부 수입을 넘어 주요한 생계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했다.
응답자의 직업별로 살펴보면 ▲주부는 ‘부수입 마련’이 38.5%, ‘생계비 마련’이 35.9%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으며 ▲직장인 역시 ‘부수입 마련(49.1%)-생계비 마련(18.2%)’의 순으로 주요 알바구직 사유를 꼽았다. 반면 ▲대학생 및 휴학생 ▲중·고등학생은 ‘등록금 및 학비 마련’이 각각 33.3%와 36.0%로 주로 학비 마련을 위해 알바를 찾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취업준비생의 경우 ‘취업 준비 및 경력관리’의 일환으로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다는 응답이 36.1%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생계비 마련’ 역시 35.6%의 큰 비중을 차지하며 2위에 올랐다.
알바 구직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알바 직종으로는 ‘관공서 알바(18.0%)’와 ‘대기업 사무보조(13.6%)’가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 3위는 ‘매장관리(9.8%)’, 4위는 ‘학원강사 및 보조강사(7.3%)’가 각각 차지했다. 이어 ‘건축·생산·노무(6.4%)-영화관 알바(6.1%)-쇼핑몰 상품관리(5.5%)-엑스트라 및 방청객 알바(4.8%)-여행가이드(4.5%)’의 순으로 선호도가 나타났다. 그 외 ‘서빙·주방 보조(4.0%)’, ‘놀이동산/리조트 알바(3.9%)’, ‘좌담회 알바(3.0%)’ 등도 인기 있는 알바로 지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