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발하는 ‘아동학대’, 궁극적 해결 방법은 없을까

2021-03-08     김민건 기자 / 강대수 기자

[시사매거진273호] 지난해 1013일 서울 양천구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살인사건인 일명 정인이 사건이 발생했다. ‘정인이 사건은 입양 당시 8개월의 여자아이를 입양모인 장모씨와 입양부 안모씨가 장기간 심하게 학대해 생후 16개월이 됐을 때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정인이 사건외에도 크고 작은 아동학대 사건이 빈번히 터지며 국민들은 충격과 분노에 들끓었다. 아동학대라는 악순환의 실타래를 뿌리 채 뽑을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정인이 사건부터 성폭행까지...멈추지 않는 학대

정인이 사건이 마중물이라도 된 듯 2020년 하반기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사건 소식이 연쇄적으로 빗발쳤다. 경북 구미시에서는 20세 친모가 내연남과 혼인하기 위해 당시 2살 여자아이를 빈집에 방치 해 아이가 굶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전북 익산시 한 오피스텔에서는 생후 2주 된 남자아이를 우유를 토하고 운다는 이유로 손바닥으로 구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나왔다. , 경기 용인시에서는 10세 조카에게 물고문이라는 충격적인 학대를 자행하며 사망에 이르게 한 믿지 못할 사건도 벌어졌다.

이 밖에도 방송에 노출되지는 않았지만 크고 작은 사건사고도 잇달았다. 정인이 사건 이전 일명 ‘N번방 사건으로 논란이 된 아동을 대상으로 성 학대가 일어났다. 지난 2월에는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 기간제 교사인 A(39)2018B(당시 15)에게 상담을 빌미로 성적 학대 및 성폭행을 자행한 사실로 징역 3년의 실형선고를 받았다.

 

아동에 피해가는 행동 모두 아동학대’...신체 폭력만 학대 아니다

아동학대의 정의는 아동복지법 제2조에 의거해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에 의해 아동(18세 미만)의 건강·복지를 해치거나 정서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서적, 성적 폭력 또는 가혹행위 및 아동의 보호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유기와 방임이다. 때문에, 아동학대를 단순 신체적 폭력만으로 볼 수 없다.

아동학대는 크게 신체 학대, 정서 학대, 성 학대, 방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신체 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에게 우발적 사고가 아닌 상황에서 신체적인 손상을 입도록 허용한 모든 행위를 말한다. 구타를 포함해 도구 등을 통해 아동에게 고의적으로 가한 모든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정서 학대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에게 행하는 언어적 모욕, 정서적 위협, 감금이나 억제, 기타 가학적인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언어폭력은 물론 감금행위, 모멸감을 주는 행위, 성인만 이용 가능한 곳에 아동을 데려가는 행위 등 아동의 정서 발달에 치명타를 남길 수 있는 행위 모두 이에 속한다.

성 학대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자신의 성적 충족을 목적으로 18세 미만 아동에게 행하는 모든 성적 행위를 말한다. 자신의 성적 만족을 위해 아동을 관찰하거나 성적인 노출을 하는 행위, 추행 행위, 성매매 행위 등을 자행할 경우 모두 이에 해당한다.

방임은 아동을 위험한 환경에 처하게 하거나 필요한 의식주, 의무교육, 의료적 조치 등을 제공하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 의식주 미제공 및 불결한 환경 등에 아동을 방치하는 물리적 방임, 특별한 사유 없이 학교에 보내지 않거나 무단결석을 방치하는 교육적 방임, 필요한 의료적 처치 및 개입을 하지 않는 의료적 방임, 아동 유기 등이 이에 속한다.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4조에 따르면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나와 있다. 5조 아동학대 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의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케 하거나 불구 또는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아동학대 인정...고질적 걸림돌해결해야

아동학대가 곳곳에서 벌어지는데도 불구하고 학대로 인정받으려면 검증 등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은 걸림돌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가해 부모가 중간에 허위진술을 할 경우 무혐의로 종결될 수 있다는 점은 사건의 진실을 혼돈스럽게 만드는 데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정인이 사건의 경우를 보면 아동 학대 의심 신고가 3회 들어왔다.

정인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교사들이 첫 신고를 했으며, 차 안에 방치 된 아이의 상처에 대해서 아토피성 피부염등의 변명이 있었던 두 번째 신고가 있었다. 마지막 신고에서는 어린이집에 등원한 아이의 보육교사가 소아과에 데리고 왔으며 의사는 아이가 아동학대를 받았다고 판단한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양모가 소아청소년과에서 단순 구내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경찰 측에 의해 무혐의로 처리됐다.

이처럼 학대의심을 경찰에 신고해도 학대의 주체인 부모와 격리를 시키는 것이 아닌 부모의 말만 믿고 무혐의로 일축한다는 것이다. 결국, 정인이가 사망하고 나서야 한 방송사의 다큐 프로그램로 이슈가 되고 나서야 제대로 처벌을 받게 됐다는 점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아동학대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전국 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267건이다. 하지만 유기징역형이 선고 된 사건은 33건으로 전체 사건의 12%에 불과했다. 가해가 인정된다 해도 가해자 10명 중 1명만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정인이 사건만 아니라 아동학대 인정에 따른 문제 자체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권고만은 NO...‘신데렐라법등 해외 사례 참고해야

지난 2001년 각 부처에 분산된 여성 및 아동관련 업무를 일괄 관리하는 중앙행정기관 인 여성부(, 여성가족부)가 신설돼 보건복지부의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성매매 방지등과 영유아 보육업무를 맡게 됐다. , 부모를 제외하고 법적으로 국내에서 아동을 보호하는 기관은 여성가족부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성과 가족 그리고 아동에 관련 된 모든 사안에 여성가족부가 개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성범죄 및 아동학대 등 대부분 권한 밖이고 그나마 가능한 것은 권고뿐이다.

해외의 경우 1979년 스웨덴이 가장 먼저 아동학대법을 만든 후 전 세계 54개국이 자녀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영국은 신데렐라 법을 제정해 부모가 자녀를 방임할 경우 최대 10년형에 처한다. ‘신데렐라 법은 부모가 자녀를 방임하고 폭언을 하는 등 감정적인 학대도 처벌하는 법이다. ‘신데렐라처럼 사랑받지 못하고 심리·감정적 학대를 받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훈육을 핑계로 폭언과 모욕, 정서 폭력을 일삼는 부모를 애초에 방지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본 법으로 자녀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20~3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 아이가 하루라도 무단결석할 경우, 학칙 위반으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부모는 벌금 60파운드(한화 약 95000)의 벌금을 내야하고, 21일 안에 내지 않으면 과태료가 붙어 120파운드로 벌금이 오르며, 벌금을 물지 않으면 28일 이후에는 기소를 당한다.

기소당하면 2500파운드의 벌금에 3개월 동안 사회봉사 활동이나 감옥 생활을 해야 한다. 교사 역시 학생들의 무단결석을 보고하지 않거나 아동학대 의심이 드는 데도 교육청에 신고하지 않으면 5년의 징역형을 받는다.

미국 뉴멕시코주는 아기 브리아나 법을 제정해 아동학대가 사망으로 이어질 경우 1급살인으로 간주해 30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끔 했다. 본 법은 생후 155일만에 사망한 브리아나의 이름을 딴 법이다. 브리아나의 친부는 형제와 함께 브리아나를 공처럼 던지며 주고받다 천장에 부딪히게 했으며 성폭행을 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로 인해 본 법이 제정됐다.

또한, 미국은 SCR(State Central Registry)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다. 이후 사례는 피해 아동의 주소지에 있는 아동학대 관련 공공기관인 CPS(Child Protective Service)로 이관된다. CPS에서는 자정까지 신고전화를 받으며,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는 경찰이 신고전화를 받는다. 현장에 위험 요소가 있다고 판단되면 경찰과 사회복지사가 함께 현장조사에 나선다.

이와 달리 국내 아동학대 신고는 전국 어디서나 통일돼 있으며,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접수한다. 전국 44개 아동보호전문기관 중 2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민간기관이다. 전문기관의 요청이 있어도 실제 현장에서는 경찰의 협조를 끌어내기 어려워 전문기관 상담원만 출동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아동학대예방 체계의 가장 큰 특징은 민·관의 역할이 명확히 분리돼 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은 재정 지원과 서비스 중복·누락을 방지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주로 담당하면서 학대 사례가 발생하면 신고접수 현장조사 보호조치 등을 맡는다. 반면 민간기관은 차별화된 상담과 치료 프로그램 개발로 정부의 지원을 이끌고,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직원의 전문성 향상과 유지에 힘쓴다.

하지만 국내는 아동학대의 신고접수, 조사, 상담, 사례종결까지 전 과정을 민간기관인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이 맡고 있다. 때문에 학대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상담사가 학대자인 부모를 상담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아동학대 살해죄신설되지만...전체적 시스템 개선이 중요

정인이 사건이 벌어진 후 여론의 뭇매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식으로 정치권은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마련해 아동학대 살해죄를 신설한다. 앞으로 아동을 학대해 사망케 한 사람은 일반 살인죄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전망이다.

국회 법사위는 224일 법안 소위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아동학대 살해죄를 신설해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형법상 살인죄(5년이상 유기징역)보다 법정형이 무겁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법안도 법안이지만 이런 사건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전체적인 시스템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다. 비단,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더라도 궁극적인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아동학대 사건사고는 해마다 증가할 것이다. 아동학대에 관한 눈가리고 아웅식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만 가뜩이나 출산율 저조로 인한 인구절벽을 경험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아동학대의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 것이다.


김민건 기자/강대수 기자 diki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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