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발효 후 5년에 걸쳐 3단계로 나눠 개방

한ㆍ미FTA 타결로 국내 법률시장에도 본격적인 개방의 물꼬 터져

2009-04-16     정대윤 부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국내 법률(변호사)시장에도 본격적인 개방의 물꼬가 터지게 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법률시장은 FTA 발효 후 5년에 걸쳐 3단계로 나눠 개방하는 방안이 최종합의 됐다.
‘단계별 개방’은 우리 정부와 변호사 업계가 적극 희망하던 사안으로 정부는 “여론을 반영해 단계별 개방 원칙 고수라는 최선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협정 발효와 동시에 시작되는 1단계 개방 시기에는 미국 변호사에게 미국법과 미국이 당사국인 국제조약 및 국제공법에 관한 법률 자문이 허용된다.
또 미국 로펌의 국내 사무소(외국법자문사무소) 설립도 가능하다. 협정 발효 뒤 2년 내로 잡힌 2단계 개방 때에는 미국 로펌의 국내 사무소와 국내 로펌간 업무 제휴를 허용한다. 업무 제휴를 하면 미국 로펌과 우리 로펌은 국내법 사무와 외국법자문사무가 섞인 사건을 공동으로 수임해 처리하고 수익을 나눠 가질 수 있다.
협정 발효 뒤 5년 내 시행키로 약속한 3단계 개방시기에는 미국 로펌과 국내 로펌의 동업을 허용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 동업 로펌이 국내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동업 사업체 내 미국 로펌의 경영 지분을 제한함으로써 무분별한 미국 로펌의 인수합병(M&A)으로 국내 로펌 시장이 타격을 받지 않도록 안전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로펌의 경영 참여에 제한을 둠으로써 국내 법률시장의 생존 기반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국내 로펌의 국제경쟁력 강화, 개정 변호사법 시행
법무부는 한미FTA가 타결되고 법률 시장이 본격 개방됨에 따라 외국 변호사들의 국내 활동 자격 조건 등을 규정한 외국법자문사법을 조만간 입법 예고하고 1단계 개방에 맞춰 시행될 외국법자문사법은 ‘외국 변호사는 자격증을 딴 국가(원자격국)에서 3년 이상 실무 경력을 쌓아야 우리나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고, 국내 변호사와 수익을 나눠갖거나 동업할 수 없으며 어떤 형태로든 국내 변호사 자격을 가진 자를 고용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입안되어 있다.
그러나 이 법은 2단계 업무 제휴 허용 단계 이전에 일부 개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는 점진적인 법률시장 개방에 맞춰 국내 로펌이 외국 로펌에 시장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대형화ㆍ전문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선진국의 법률시장 관리감독 방안을 벤치마킹해 시장 개방에 적절히 대처할 방침이다.
경제적으로 볼 때 로펌의 규모가 커져야 각 분야의 전문성 있는 인재가 모이게 되고 크고 복잡한 사건도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이를 위해서 법무부는 국내 로펌이 대형화에 적합한 형태로 조직변경하거나 쉽게 합병할 수 있도록 각종 기준과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개정변호사법은 구성원 전원이 무한 연대책임을 지는 기존 법무법인 형태의 로펌을 관련 변호사 등만이 책임을 지는 법무법인(유한)이나 법무조합 형태로 상시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였고, 법무법인(유한)이 부수적인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독립법인 설립 등을 쉽게 하기 위해 다른 법인에의 출자한도제한을 완화하였다.
이 밖에도 주사무소 구성원 주재요건을 ‘구성원의 과반수’에서 ‘구성원의 3분의 1’로 완화하고, 주사무소 소재지인 시·군·구에 분사무소 설치 제한을 폐지함으로써, 변호사 수 증가에 따른 사무소 공간 부족, 로펌간의 합병에 따른 사무소 통폐합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어 국내 로펌의 대형화·전문화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

법률시장 개방은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
전통적으로 법률가들의 주된 역할은 법정에서의 소송대리였다. 그러나 최근 경제활동의 국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특히‘기업법’이나‘통상법’분야에 있어 송사와 관련 없이 당해 거래 및 분쟁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legal counselling)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법무 영역이 등장하였다. 특히, 국제무역의 지속적인 성장과 새로운 금융기법의 등장, 기업의 구조조정 상시화, 민영화 및 국경간 기업의 인수합병 증가, 지식재산권 및 경쟁법 등과 같이 국제적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법률업무 분야의 출현 등으로 법률서비스 무역이 촉진되게 되었다. 그 결과 이러한 국제거래 관련법에 자문을 원활히 수행하도록 외국 법률가들에게 ‘외국법 컨설턴트’(FLC : Foreign LegalConsultants, 외국법 상담사 또는 외국법자문역이라고도 함)로서의 영업을 자유화하고 로펌들이 상업적 주재를 통하여 해외로진출하는 추세가 증가하기에 이르렀다. FLC가 제공할 수 있는 법의 영역에 대해서 아직 국제적 합의는 없으나, 일반적으로 FLC로서 활동하는 외국 법률가들은 국제법이나 자신들이 자격을 갖고 있는 본국법 및제 3국의 법에 대한 법률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간주된다.
국제거래 관련 법률서비스 수요도 크게 늘어 우리나라의 법률시장 규모는 2004년 현재 2조3,812억 원으로 GDP의 0.31%이고 미국 시장의 1.4% 수준이다. 2006년 9월말 현재 개업 변호사는 7,615명으로 1990년 1,803명에 비해 약 네 배 늘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전체 변호사는 10,046명이다. 로스쿨이 도입될 경우 변호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국내변호사들의 국제변호사 자격 취득이 증가하고 있으며 법률시장의 개방에 대응하여 한국 법률은 물론 외국 법률에도 정통한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대하고 있다.
국내 주요 로펌의 경우 소속 변호사의 20~40% 이상이 국내 및 국제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다. 일부 로펌은 중국과 베트남 등에 지사를 설립함으로써 네트워크를 통해 국가별로 차별적 전문지식을 갖추기도 한다. 지난 1996년 우리나라는 OECD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변호사법’개정을 통해 외국인이 국내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경우 법률사무소 개설 등 법률서비스 분야 투자를 허용하였다. 즉 한국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대한변호사협회의 회원으로 등록한 자만이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변호사 자격을 보유하지 않은 외국변호사가 외국법 자문역을 위해서 국내에서 법률사무소나 법무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아직 허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미FTA의 타결로 미국변호사 자격 소지자가 국내에서 국제공법 및 미국법에 대한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허용할 계획이어서 미국 로펌의 국내 법률사무소 개설 및 국내에서의 외국 법률에 대한 자문이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또한 한·미 FTA 발효 후 2년 이내에 국내 로펌과의 업무제휴가 허용되고, 발효 후 5년 이내에 국내 로펌과의 합작 및 국내변호사 고용이 허용된다. 이는 국내에 투자하려는 외국투자가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국내법 관련 자문도 필요한데, 국내 변호사와의 동업·고용을 허용해야 이들 외국투자가에게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외국 로펌들로서는 중요한 문제이다. 단, 국내 변호사와의 동업·고용을 허용하게 될 경우 외국법 자문변호사가 국내법 관련 업무를 편법적으로 수행할 우려가 있다. 즉, 외국 로펌이 한두 명의 국내 변호사를 고용하고, 대부분의 국내법 관련 업무를 나머지 FLC로 하여금 수행하게 한 후 최종 문서의 서명은 고용된 한두 명의 국내 변호사에게 하도록 함으로써 국내법 관련 업무를 편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한국인으로서 국내 변호사자격이 없이 외국에서 해당국 자격을 획득한 잠재적 FLC가 많은 상황에 기인한다. 즉, 2000년 말 기준 국제 한인변호사협회에 가입한 한인 변호사는 총 1,181명이며, 이중 1,019명이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고, 162명은 한국에 체류하면서 FLC 등으로서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 한인 변호사 중에는 한국에서 법학 교육을 받고 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로운 법률업무출현으로 법률서비스 무역 촉진
지금까지 국내 소재 기업들은 국제거래(국경간 M&A, 다양한 국제금융거래기법, 해외증권 발행 등) 관련 자문서비스를 해외에 나가서 또는 국내 로펌을 통해 간접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었으나, 법률서비스 시장이 개방되면 국내에 설립된 외국 로펌 사무소의 해외네트워크를 통해 관련 서비스를 국내에서 신속하게 공급받을 수가 있게 될 것이다.
특히, 단계적 개방계획에 따라 외국 로펌에 국내 로펌과의 제휴 및 합작·고용 등까지 허용할 경우, 외국 로펌들이 국내에 투자하려는 외국 투자가에게 국내법 관련 자문서비스를 포함하여 투자계약 관련 자문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게 돼 외국인투자의 증대에도 기여할 것이다. 또한 이 경우 국내 로펌들은 다양한 형태로 외국 유수의 로펌들과 전략적 제휴나 파트너십 등 협업관계를 구축하여 세계적 네트워크에 통합되는 효과를 도모할 수가 있고, 외국 로펌에 고용되는 국내 변호사는 근무과정에서 국제거래에 관한 전문성을 배양하는 학습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이미 국내 주요 로펌은 국제변호사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있고, 다수의 외국 변호사가 여러 형태로 한국에서 법률자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로펌도 분야별로 특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법률서비스시장은 국가적인 인재들이 모이는 분야이므로 경쟁력 확보의 가능성이 매우 큰 분야로 볼 수 있다.
법률서비스 시장의 개방은 법률서비스뿐만 아니라 연관 서비스업의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첨단화되어가는 국제금융거래에 있어서는 전문적인 법률서비스의 공급 여부가 중요하므로 법률서비스의 시장개방은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전략에도 기여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입안 중인‘외국법자문사역법안’을 조속히 시행하고, 시장개방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국내 로펌과의 동업·합작과 국내 변호사의 고용 허용도 계획대로 차질 없이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 국내 로펌과의 동업이나 국내 변호사의 고용을 허용할 경우 외국법 자문변호사가국내법 관련 업무를 편법적으로 수행할 우려를 해소시키기 위해서는 동업 대상 국내 변호사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국내 변호사의 최소 고용요건을 부과하거나 국내 법률서비스 시장의 공정경쟁 질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한편,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하여 국내 로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대형화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전략으로 지난 2005년1월 ‘변호사법’개정을 통해 법무조합과 유한법무법인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청산소득에 대한 과세 문제로 법무조합이나 유한법무법인으로 법인 변경을 신청한 로펌은 그리 많지 않다. 국내 로펌의 대형화를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유한법무법인으로 변경할 경우 청산소득에 대한 세금을 상법상 주식회사의 변경 때와 같이 유예 받을 수 있도록 한 조치 외에도, 법무조합에 대해서도 유한법무법인에 대해서와 같은 유예조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자체에 소비자보호를 위해 책임보험제도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즉,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의 직무수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할 수 있도록 법률책임보험·공제기금 가입을 의무화하거나 수입의 일정 비율을 손해배상준비금으로 적립토록 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막 세계 법률시장 무대에 공식적인 첫 발을 내디디려 하고 있다. 일단 발을 딛고 나면, 법조직역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세찬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세계에서 한국 법률시장의 위상이 결정지어 질 것이고, 따라서 앞으로의 몇 년 동안이 우리 법률시장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