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파 피카소와 동시대 화가들, 정읍시립미술관 특별기획전
피카소의 등장 후 달라진 현대미술의 발자취, 한눈에 엿볼 기회
[시사매거진/전북] 19세기 말기까지의 서양 미술은 고전주의(Classicism)의 다비드와 앵그르, 낭만주의(Romanticism)의 제리코, 들라크라, 자연주의(Naturalism)의 프랑스 바르비종파 밀레와 코로, 테오도르 루소, 영국의 자연파 터너, 컨스터블, “나는 천사를 본 적이 없으므로 천사를 그리지 않겠다”고 한 쿠르베와 도미에 등으로 이어지던 사실주의(Realism)의 미술사조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20세기 초, 강렬한 색채 표현과 함께 등장한 마티스, 드랭, 블라맹크 등의 야수파는 기존의 미술사조 패러다임에 새바람을 불러왔고, 뒤 이어진 피카소, 브라크, 로랑생 등의 입체파 화가들은 새로운 입체주의와 큐비즘(Cubism) 미술사조를 새롭게 탄생시켰다.
이 중에서도 입체파의 시원이라 할 수 있는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입체파는 기존 회화를 넘어 이제는 현시대 미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조각, 도자기, 판화 등을 최초로 입체 미술작품으로 만들어 냈던 최초이자 최고의 입체파 화가였다.
미술 교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피카소는 탄탄한 기본 실력을 바탕으로 이전의 유화작품들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터치기법 뿐만 아니라 조각, 도자기, 판화 등에 있어서도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입체주의 작품으로 새롭게 탄생시키며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최초로 보여준 천재 화가였다.
때문에 파블로 피카소를 시작으로 조르주 브라크, 마리 로랑생 등의 입체파 화가들의 입체주의적 미술기법은 유럽 미술계에 있어서도 엄청난 혁명적 계기가 되었고, 회화, 조각, 사진뿐만 아니라 건축, 가구, 의복, 일상용품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수제품의 디자인까지도 입체적으로 변모시키게 하는 조형미술의 혁명을 불러왔다.
실제로 20세기 초, 서구의 미술은 단순화와 왜곡, 강렬하고 원색적인 색의 대비를 통해 장식적인 효과를 냈던 야수파(Fauvism)의 마티스, 루오, 블라맹크, 뒤피 등의 새로운 미술기법이 등장한 바 있었지만, 뒤이어 대상을 분해하여 재구성한 작품을 만들어 냈던 피카소와 브라크 등의 입체파(Cubism)가 등장한 이후 급격한 변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바 있다.
이에 따라 색채의 강조와 함께 형태의 과장을 통해 작가의 극단적인 내면세계를 표현했던 코코슈카, 뭉크 등의 표현파(ex-pressionism)가 등장하며 예술상의 반항운동, 전통예술의 가치나 예술상의 형식을 부정하고 우연적인 것과 자유로운 표현 등을 시도했던 뒤샹과 아르망 등의 작가들이 등장하게 했고, 허무주의(Dadaism) 성향의 미술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서정적이면서도 뜨거운 추상을 추구했던 칸딘스키, 기하학적이면서도 차가운 추상성을 추구했던 몬드리안, 니콜슨 등의 추상파(抽象派)와 꿈과 환상 등 비현실적 세계나 무의식 세계를 표현한 에른스트와 샤갈, 달리 등의 초현실파(Surrealism), 1차∼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파리를 중심으로 활약한 위트릴로, 수틴, 미로, 샤갈, 클레, 모딜리아니 등의 에콜 드 파리파(Ecole de paris) 등의 미술로 발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소음이나 속력 등에서도 미를 추구했던 보치오니 등의 미래주의와 추상표현주의 운동을 펼쳤던 프랑스 중심의 뒤뷔페, 부리 등의 앙포르멜(Imformel), 잭슨 폴록 등 미국 중심의 액션페인팅(Action Painting), 추상표현주의의 애매하고 환영적인 형태와 주관적 표현에 대한 반발로 일어난 앤디 워홀과 리히텐스타인 등의 팝아트 등으로까지 꾸준히 발전하는 계기가 되어왔다.
따라서 현대미술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20세기 초, 파블로 피카소를 시작으로 혁신적인 입체파 화가를 자처하고 나섰던 동시대 작가들과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을 비교 관람하고자 했던 열혈팬들의 성화는 늘 있어왔지만, 이들 작가들의 작품을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접할 수 있는 기회가 국내에서는 좀처럼 마련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20세기 초, 피카소를 비롯해 조르주 브라크, 마리 로랑생, 마르크 샤갈, 살바도르 달리, 호안 미로, 장 포트리에, 장 뒤뷔페, 모리스 블라맹크, 루치오 폰타나 등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모두 관람할 수 있는 특별기획전이 마련돼 화제다.
정읍시립미술관이 ‘피카소와 동시대 화가, 정읍에서 사랑에 빠지다’로 꾸민 이번 특별기획전은 지난 18일 개막돼 오는 5월 16일까지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힐링’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정읍시립미술관이 특별기획전으로 꾸민 제1 전시실은 20세기 최고의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다재다능한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알제의 여인들’ 판화본과 동물, 투우, 얼굴 등을 주제로 꾸민 도자와 은접시, 입체적 표현 기법의 유화작품 및 드로잉 작품 등이 걸렸다.
반면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 조르주 브라크와 여성화가 마리 로랑생,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 초현실주의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와 호안 미로, 앵포르멜을 대표하는 장 포트리에와 그에게 영감을 얻었던 장 뒤뷔페, 그리고 초기 야수파를 이끌던 모리스 블라맹크, 무한한 공간의 예술가 루치오 폰타나의 작품들은 제2 전시실에 꾸며졌다.
제3 전시실에는 프랑스 출신의 사진작가 앙드레 빌레르가 파블로 피카소와 동시대를 살았던 샤갈, 미로, 칼더, 달리 등의 사진을 찍었듯 피카소의 작업실을 드나들며 흑백 사진으로 '남긴 피카소의 작업실' 작업사진, 피카소와 그의 마지막 연인 '자클린과 함께 하고 있는 사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사진' 등 피카소의 코믹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두루 엿볼 수 있는 사진 작품들이 전시됐다.
특히 이번 전시의 화려한 대미는 '장승효, 김용민' 작가가 피카소와 동시대 화가였던 브라크의 큐비즘(Cubism)과는 조금 다른 초현실주의를 21세기적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영상작품 '콜라쥬플러스'를 만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한편 지난 18일 개관된 이번 특별기획전은 오는 5월 16일까지 전액 유료로 진행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특별기획전이 열린다는 점에서 모든 입장도 전액 유료지만 관람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저작권 보호를 위해 사진 촬영 금지는 및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한 여러 제재 사항 속에서 까다롭지만,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특별한 의미의 전시를 만날 수 있다.
이용찬 기자 chans0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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