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땅 티베트,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

봉기 50주년, 유혈시위 1주년… 달라이 라마 “티베트인들 저항은 계속될 것”

2009-04-09     신혜영 기자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기념일이 집중돼 있는 3월로 접어들자 중국 티베트(시짱·西藏)자치구에 긴장이 고조되었다. 중국 당국은 대규모 유혈 시위가 재발할 가능성에 대비해 티베트 전역의 보안을 대폭 강화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중국 당국은 라싸에 대한 경비를 한층 강화했다. 총과 방패를 든 무장경찰이 시내 주요 교차로마다 배치됐고, 달라이 라마가 살았던 포탈라궁 근처엔 검문소가 세워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는 조캉 등 주요 사원엔 평소보다 갑절 많은 무장경찰이 배치됐다. 시내 주요 건물 옥상에선 쌍안경으로 주변을 살피는 공안들이 눈에 띄였다고 전했다.

3월10일은 티베트 봉기 50주년
1950년 중국이 티베트족을 무력침공한 뒤 달라이 라마 14세는 1951년 중국과 티베트 ‘평화해방협정’을 체결하고 티베트의 자치권을 인정받았지만 중국 정부의 종교 탄압이 계속되자 1959년 3월10일 라싸에서 2만여 명의 티베트인들이 대규모 무장폭동을 일으켰다. 이 봉기는 중국 인민해방군에 의해 무참히 진압됐고 달라이 라마 14세는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로 망명했다.
올해는 티베트인들이 대규모 봉기를 일으킨 지 50주년 해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뿐 아니라 미국, 호주 등 전 세계에서는 중국을 비난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시위 열려
지난 3월21일 오후, 칭하이성 궈뤄(果洛) 장족 자치주에 위치한 한 사찰에서 승려 한 명이 게양돼 있던 중국 국기 오성홍기를 끌어내려 찢고 티베트기를 게양했다. 현지 경찰은 그를 체포하기 위해 출동하자 그 승려는 곧바로 사찰 부근 강에 몸을 던졌다. 경찰은 사찰을 수색해 수십 개의 티베트기와 독립 주장 홍보물을 현장에서 압수했다. 이에 항의한 2,000여 명의 현지 장족 주민들과 승려들은 이날 오후 7시쯤 부근 파출소를 에워싸고 ‘티베트 독립’ ‘티베트 승리’ 등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10여 명이 부상당했다. 신화 통신은 89명이 소요에 가담했다고 공안에 자수했으며 나머지 6명은 공격 현장에서 공안 당국에 체포됐다면서 2명을 제외한 93명이 모두 티베트 승려들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1일, 티베트 승려 50여 명은 중국 쓰촨(四川)성 티베트인 집단 거주지에서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승려들은 거리로 몰려나와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으나 경찰에 의해 저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2월26일에도 20대 승려 1명이 분신자살을 기도하다 보안군이 발사한 총에 맞은 사건이 발생했다. 타페이라고 알려진 이 승려는 손으로 그린 티베트기와 달라이 라마의 사진을 들고 키르티 사원에서 아베 마을 인근 큰길까지 걸어 나온 뒤 군중이 보는 앞에서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분신을 기도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한 목격자는 타페이가 분신을 기도하자 달라이 라마의 망명을 촉발시켰던 ‘3월10일’ 봉기 50주년을 앞두고 티베트인 거주지에 운집해있던 무장경찰들이 이 승려를 에워쌌으며 이 과정에서 3발의 총성을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2월27일에는 티베트 승려들이 로사르를 앞두고 촛불시위를 벌여 경찰과 마찰을 빚었다. 티베트 승려 100여 명은 중국 칭하이(靑海)성 구이난(貴南)현 정부청사 앞에서 30분간 반(反)중국 촛불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포위된 것으로 알려졌다. 티베트인들이 새해 행사인 ‘로사르’를 지난해 3월 티베트 봉기 당시 무력 충돌에 의한 희생자 애도기간으로 정했다.
AP통신은 티베트인들이 지난 2월25일 시작된 티베트인들의 새해 축제가 지난해 중국 당국의 탄압에 항거하는 형태로 벌이지는 것과 관련, 참가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키르티 사원 승려들은 티베트인들의 전통적 기도행사인 몬람을 중국 당국이 허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티베트인들은 지난 2월25일 인도 뉴델리 시내 잔타르만타르 거리에서 로사르와 티베트 봉기 50주년을 맞아 반중 시위를 개시한 바 있다.
인도의 티베트 망명정부는 “지난해 3월 티베트 독립시위 이후 지금까지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 또는 구금된 티베트인은 모두 5,600여 명에 이르며 현재도 1,317명이 구금된 상태”라고 밝혔다.
달라이 라마는 중국과의 수차례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자 지난 2월 “중국의 지배에 맞서 티베트인들의 저항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를 통해 지난해 ‘3·14 유혈시위’ 당시 붙잡힌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동영상에는 등 뒤로 묶인 승려 등 10여 명을 중국 공안이 짐짝처럼 내던진 뒤 짧은 곤봉으로 무차별 폭행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 이 동영상이 영국 BBC 방송 사이트 등을 통해 급속도로 유포되자 중국 정부는 유투브 접속을 차단시키고 긴급히 ‘티베트의 현재와 과거(西藏今昔)’라는 제목의 13분짜리 동영상을 DVD로 제작해 맞불을 놓고 있다.

중국, 서방국가 내정간섭 비판
티베트 독립이 지역 문제에서 서방 국가가 관여하는 국제 분쟁으로 비화한 지 이미 오래다.
‘중국은 티베트 인권 탄압을 중단하라’던 프랑스는 대중(對中) 외교 마찰을 일으키며 양국 갈등이 악화되고 있다. 미국 하원도 티베트 결의문에서 중국에 달라이 라마와 대화할 것을 촉구했다. 독일도 조심스럽게 티베트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그러나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3월17일 중국 양제츠 외교부장의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티베트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티베트 독립 문제는 종교 아닌 영토 문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제츠 외교부장은 “독일·프랑스처럼 티베트 문제를 우려하는 나라들에 ‘귀국 영토의 25%가 떨어져 나간다면 달갑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싶다”며 “중국의 티베트 정책은 종교 탄압이 아니라 중국 영토를 빼앗으려는 행위에 대한 정당 방어”라고 역설했다.
같은날 중국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이며 티베트인대 상무위원회 부주임 싱챠텐친초드락을 단장으로 한 티베트 대표단은 지난 3월17일 워싱턴에서 미 하원 중-미 관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 티베트의 실상을 소개하며 이튿날은 뉴욕으로 이동해 티베트 교민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싱챠텐친초드락은 티베트에서 중국의 압제 아래 인권이 탄압되고 있고 전통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티베트의 현실을 모르기 때문에 빚어진 편견과 오해”라며 “사라진 것은 옛 티베트에서 인구를 5%인 ‘농노 소유계급’이 대표한 ‘전통문화’일 뿐”이라고 말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시위나 소요 사태가 발생하지 않고 평온한 상황이다. 하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이 언론의 티베트 입경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중국 정부는 서방국가의 비판이 심해지자 티베트 실상을 알리기 위해 서방 언론기관들에 대해 티베트 취재 개방을 확대하는 한편, 중국의 31개 성·시·자치구의 하나인 티베트(시짱·西藏)자치구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해외홍보를 시작했다.

중국·티베트 서로 입장 고수, 악순환 고리 끊기 어려워
전 세계의 탄압 중지 요구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입장은 완강하다. 달라이 라마가 분열획책을 중단해야만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중국 측 입장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달라이 라마가 분열활동을 중단해야만 대표단을 만날 것이다”라며 “티베트가 현재 평화롭고 안정적인 상황인 만큼, 중국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티베트 망명정부는 중국 정부가 티베트를 지옥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대화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하며 티베트 망명정부는 중국 안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자치권을 달라고 요구했다.
달라이 라마는 “자치권이 있어야 티베트인들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체제 안에서 함께 살 수 있다”라며 티베트에 합법적이고 의미 있는 자치권을 달라고 중국에 요구했다.
현재 600만 명에 달하는 티베트인 가운데 절반가량만이 티베트 자치구에 거주하며 나머지는 절반은 중국의 5개 성 및 자치구와 인도, 네팔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다.
제14대 생불(生佛)로 알려진 달라이 라마가 생존해 있는 한 티베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이미 중국도 알고 있다. 달라이 라마 역시 중국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래서 달라이 라마는 자치권이 아닌 실질적인 자치권을 요구하는 선으로 후퇴했다.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가 통치하던 티베트는 농노제 사회로 인구의 90%가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는 농노사회였으나 중국이 민주개혁을 추진하면서 티베트가 해방되고 번영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티베트 합병 이후 한족을 티베트에 이주시키는 등의 정책을 추진해 왔다. 사실 경제를 발전시키고 생활수준도 높였다.
그러나 티베트인들은 동족간의 동화를 위해서가 아닌 경제적 기회를 착취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들이 티베트의 언어와 문화를 말살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티베트의 말살이 중국의 최종 목표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티베트의 통제와 분노의 악순환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도 중국은 여전히 독립 불가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티베트 망명 정부는 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