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기고] 베트남 야구에 대한 단상(斷想) 1
이번에는 베트남 하노이 한국국제학교 이장형 선생이 작성한 글을 소개합니다.
2017년 11월.
호찌민과 다낭 야구팀이 하노이를 방문했다. 제2회 베트남 주니어 야구대회 참가를 위해서였다. 뭔가 어설픈 그들의 플레이를 보며 희망을 보았지만 그 희망 뒤에는 많은 숙제가 남아 있음을 직감했다. 내 뇌리에 아직도 남아 있는 한 장면이 있다.
무사 만루 상황에서 타자가 원바운드 공에 스윙을 하고 삼진이 되었다. 그 순간 포수는 1루로 공을 송구했다. 야구경기의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strike out not out)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 규칙의 존재는 알고 있으나 그 규칙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부족한 탓이었다. 그 순간 1루수는 공을 잡지 못했고, 이로 인해 순식간에 2실점을 당했다. 앞서 언급한 ‘남은 숙제’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선수들을 2021년 1월 9일 호찌민 인근 동나이(Dong Nai)에 소재한 어느 회사 야구장에서 해후하였다. 베트남 전체에서 야구가 활성화된 하노이, 다낭, 호찌민의 3개 팀이 참가를 한 대회였다. 제1회 Vietnam Championship이라는 거창한 대회 타이틀이 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오랫동안 하노이 한국국제학교와 교류를 해 왔던 하노이 야구 연합팀의 임원으로 현재 그들을 지도하고 있고 차후 베트남 국가대표팀 초대감독이 유력한 유재호 감독과 동행했다.
2021년 3월 초에 개최되는 베트남 야구협회 창립총회 이후 곧 이뤄질 베트남 야구 국가대표팀 구성을 위한 사전 점검의 의미도 있었다. 낯선 한국인들의 방문에 대한 의도가 어느 정도 전해져서인지 경계와 부담, 희망 등이 뒤섞여 그라운드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4년 전 그들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어설픈 송구와 짜임새 없는 전술을 보여주던 그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타석에서 야구배트만 들고 있어도 1루를 밟던 여유로움도 없었다. 공을 던지고 치고 달리던 단순했던 그들의 플레이가 야구라는 매력적인 스포츠로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내가 처음 베트남 야구를 접했던 그 때가 다시 떠올랐다. 하노이 한국국제학교의 중·고등학생과의 경기에서 10:0으로 뒤지고 있다가 단지 1점을 뽑아내는 순간에 마치 끝내기 안타를 치고, 승리를 만끽하는 듯 했던 그들이었다.
그들에게 1점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그들에게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세 개의 루를 차례차례 밟고 비로소 홈플레이트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이 그 경기에서 그들이 목표하는 것이었다. 그랬던 그들이 한국프로야구를 직접 볼 수 없어 늘 목마른 나에게 현장감이 넘치는 야구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유재호 감독의 전문적인 코칭을 받고 있는 하노이 야구 연합팀이 압도적인 실력차를 선보이며 우승을 차지했다. 불과 1년 남짓 전문코칭을 받은 하노이 야구 연합팀이 보여주는 플레이에 대회장을 찾은 관계자 및 관중들 모두 베트남 야구의 희망을 보았다고 할 정도라고 말하니 그저 감동스럽다.
결승전이 끝나고 하노이 팀의 덕아웃에 호찌민과 다낭 선수들이 찾아왔다. 선수들은 유재호 감독에게 자신들의 투구폼 교정을 간곡하게 청했다. 그들에게 부끄러움은 없었다. 배움에 대한 열정과 의지만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서 베트남 야구의 희망과 미래를 본다. 그들은 거침없이 나아갈 것이다. 베트남 야구도 이들과 함께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