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안방마님 1년, 김윤옥 여사의 ‘삶과 지혜’
복지의 사각지대 ‘등불’ 역할
대통령이 미처 보지 못한 곳 꼼꼼히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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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가 자신감 가져야 가정도 편하고 나라도 편해" |
대통령 부인이라는 자리는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의 권력을 가지며 대통령의 동반자로서의 정치적 지위를 갖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통령 부인은 가능성과 제약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을 적절하게 설정해야 한다.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순간 대통령 부인은 공인이 되며 온갖 잡지, 신문, 방송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개인생활이 사라져 버린다. 그러한 상황에서 대통령 부인이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고 어떤 역할을 하느냐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설정한 목표와 성향, 당대의 정치적 사회적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대통령보다 더 강해야 하는 자리 ‘영부인’
최근 정부 출범 1주년이 지나면서 조용한 듯 강한 김윤옥 여사(62)의 삶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보다 더 강한 심장을 가져야 하는 자리. 나랏일을 하면서 시시때때로 욕을 먹는 남편의 모든 것을 감싸안아야 하기에 더욱 그렇다. 대통령이 웃으면 경기가 이 모양인데 웃음이 나느냐고 욕먹고, 인상쓰면 잘한 게 뭐 있다고 인상까지 쓰냐고 욕먹고… 힘들 것을 예상치 못한 바는 아니겠지만 그런 남편을 바라보기가 마냥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청와대 안방마님 김윤옥 여사는 1년이 된 시점에서야 정부의 정책정보지 ‘위클리 공감’ 창간호에서 ‘청와대 내조 1년’의 소회를 처음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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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부터 김윤옥 여사가 자원 봉사 활동을 꾸준히 했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 영부인이 된 후에도 그녀의 봉사 활동은 계속됐다. |
그녀는 “대통령께서 어릴 때 어렵게 생활한 건 다 아시잖아요. 시어머님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하는 게 봉사다’고 늘 말씀하셨답니다. 그 영향으로 대통령께서 서울시장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겠다고 하시는 바람에 월급을 구경도 못했죠. 대학시절 환경미화원으로 일한 경험이 사무쳤는지 환경미화원 자녀들의 장학금으로 다 내놓으셨지요. 그때는 저도 기꺼이 따랐는데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월급을 다 내놓겠다고 하셔서 처음엔 반대했습니다. ‘대통령이라도 돈이 있어야 손자 손녀들이 오면 용돈이라도 주지 않겠느냐, 재산도 내놓고 월급도 내놓으면 무슨 수로 사느냐고요. 저한테 묻지도 않고 결정하셨으니 기자회견 해야겠다’고 농담으로 했더니, 월급을 전부 제 통장으로 옮겨 ‘마음대로 쓰라’고 하시더군요. 어리둥절했는데 그날 저녁 하시는 말씀이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 찾아다니는 일을 많이 할테니, 그 때 적절히 쓰면 좋긴 하지’ 하시는 겁니다. 덕분에 지금은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지요. 대통령께서 일일이 다 못 챙기는 서민들을 살피고 보듬는 것이 부족하지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부터 김 여사가 자원 봉사 활동을 꾸준히 했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영부인이 된 후에도 그녀의 봉사 활동은 계속됐다.
“모시는 사람들이 대통령께 잘한다, 못한다고 말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제가 쓴소리하는 역할을 하지요. 항상 세상 돌아가는 일에 귀를 열어놓고 대통령이 미처 챙기지 못한 사안에 대해 조언을 드립니다. 그렇다고 잔소리만 하면 역효과가 나요. 저도 젊을 땐 잔소리를 곧잘 했는데 살다보니 지혜가 생기더라고요. 사실 한 번만 얘기해도 알아듣거든요. 심한 말을 하면 다크 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온다는 말도 있잖아요. 좋은 말만 하면서 긍정적으로 사는 것은 남을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좋아요.” 그녀는 삶에서 묻어난 지혜를 소개했다. 김 여사는 대통령에게 어떤 말을 전할 땐 편지를 자주 쓴다고 했다. 오가는말들 중에서 새겨들었으면 하는 것들을 모아 편지를 쓰는데, 잔소리처럼 들리지 않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쓰고 나중에 꼭 하고 싶은 말을 두세 번 반복해서 쓴다고 했다. 상대방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한 편지가 가장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했다.
가끔 기념일 같은 때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손수 카드를 준다고 했다. “카드에는 꼭 ‘사랑하는 윤옥에게’로 시작해 ‘명박으로부터’라고 끝나요.” 이는 TV 인터뷰를 통해서도 꽤 유명해진 말이다. 바쁘고 힘든 와중에도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있기에 많은 고비를 넘어설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어려워지면서 부쩍 주부들이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경제가 어렵다는 걸 저도 많이 체감합니다. 국민의 기대에는 못 미치더라도 연말쯤엔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어요. 우리나라를 훌륭하게 키워낸 건 여성이자 어머니입니다. 여성은 사회 변화와 발전을 주도하며 21세기를 이끌어가는 힘입니다. 여성이 가정의 주체로, 사회의 주체로 인정받게 된 데는 많은 여성들의 노력과 보이지 않는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모두가 힘든 시기입니다. 이럴 때 어머니들께서 사랑과 믿음의 힘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지치고 힘들 때라도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다면 우리는 결코 좌절하지 않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김윤옥 여사는 부드러움과 강함, 단아함과 소탈함, 지혜와 능력을 두루 겸비한 퍼스트레이디였다.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도 읽고 국민이 즐기는 TV드라마도 본다는 그녀. 대통령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으로 때로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지만, 대통령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보듬어 안을 줄 아는 현명함이 그녀의 삶을 더욱 값지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영부인의 유형은 각기 다르다. 전통적인 내조형이 있는가 하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영부인도 있다. 물론 이들에 대한 평가는 각기 다르지만 국민들은 시대가 변해갈수록 숨어있는 영부인보다는 참여형 영부인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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