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의 시선] 인구절벽과 전북
호남통계청, 전북인구 2047년에 158만3,000명으로 감소 전망 책임의 최정점에 있는 도지사 ‘3선 도전’ 운운... 시기상조...
‘인구절벽’이란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해리 덴트”(Harry Dent)가 자신의 저서(『The Demographic Cliff』)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생산가능 인구(15∼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좁은 의미로는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40대 중후반 인구가 줄어 대대적인 소비 위축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덴트’의 주장은 단순 명쾌하다. 인구가 많으면 소비가 늘고, 소비가 늘어나면 경기가 살아난다. 거꾸로 인구가 줄면 소비가 줄고, 경기가 죽는다. 그는 이런 인구측면의 문제를 연령대별 소비지출 성향을 통해 경제문제로 지적한다. ‘덴트’는 주택·자동차·가구 등 600여개 품목에 걸쳐 연력대별 소비지출 변동을 실증분으로 분석해, 미국 평균 가구에서 돈을 가장 많이 쓰는 시기는 나이가 ‘45~49세’일 때라고 분석했다.
생애주기별 소비지출에 주목한 그는 경제 협력기구(OECD)의 인구추계 자료 등을 활용해 한국인은 ‘47살’에 소비가 정점에 이른다는 견해를 도출했다. 그는 한국의 소비지출이 2010~2018년에 정점을 찍고, 소비가 가장 왕성한 연령대가 줄어드는 2018년부터 한국 경제에 ‘인구절벽’이 어른거리게 될 것 이라고 경고 했다.
‘인구절벽’이 곧 ‘소비절벽’으로 이어지는 건 미국과 일본이 이미 실증적으로 증명했다. 미국의 소비정점은 2003~2007년으로 금융위기 폭발 직전까지였고 일본의 소비정점은 1989~1996년 이었다. 1989년 이래 일본의 장기 불황과 미국이 진앙지가 된 2008년 금융위기도 인구절벽에 따른 소비지출 추락이 중요한 요인이라는 얘기다.
‘덴트’는 한국경제가 일본을 정확히 22년 뒤 쫒아간다고 주장한다. 한국이 호황과 불황, 부동산, 산업화 주기는 일본을 22년 뒤처져 따라가는 경향이 있고, 인구측면에서 볼 때 한국의 출산 인구가 가장 많았던 해는 1971년이고 이는 정확히 일본보다 22년 늦은 시기이며, 이들이 가장의 나이 47세가 되는 해가 2018년 이라고 했다.
실제로 ‘덴트’가 여러 상품의 미래 가격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주장하는 45~49살 한국 인구를 보면, 이 연령대는 1960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2018년 정점(436만 2천명)에 이른 뒤 가파른 감소세 ‘인구절벽’으로 돌아선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상황이다.
일본 게이오대(慶應大)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일본이 가장 어려웠던 지난 20년 동안 교수를 지낸 서울대국제대학원 ‘김현철’ 교수도 ‘덴트’의 주장에 동의한다.
(전략)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근본 원인은 바로 ‘인구절벽’이다. 일본은 1996년부터 인구가 줄기 시작했고, 우리(한국)는 20년 시차를 가지고 내년부터 인구가 준다. 인구가 줄면 어떤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는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아 올해부터 1가구 1자녀 정책을 버렸는데도 우리는 아직도 개념이 없다.(후략)
지난 9월 초 호남통계청이 발간한 ‘100대 통계지표로 본 전라북도 변화상’에 따르면 전북 인구는 올해 179만2,000명에서 2047년에는 158만3,000명으로 20만9,000명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호남통계청은 향후에도 인구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2047년에는 158만3,000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전북 인구는 1973년 250만5,000명을 기록해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해서 줄어 올해 179만2,000명까지 그쳤다. 지난 47년 만에 전체 인구의 28.5%(71만3,000명)가 줄어든 것이다.(통계 관련 자세한 자료는 호남통계청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전망은 출생아 수 감소 때문이다. 전북 출생아 수는 통계를 처음 작성한 1981년에만 해도 4만7,411명을 기록했으나 이후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지난해는 8,971명까지 떨어졌다. 가임 여성 1인당 합계출산율도 통계를 작성한 1993년 1.61명에서 지난해 0.97명으로 줄었다.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이 각각 1만명, 1명 미만을 기록한 것은 두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인구절벽’은 이미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인구절벽’으로 개인과 기업소득이 줄면 정부의 세입이 줄고 재정적자가 확대된다. 이 악순환이 무서운 복합불황으로 이어진다. 세계적 석학들이 똑같이 주장한다.
쉽게 지나쳐버릴 일이 아님에도 벌써부터 책임의 최정점에 있는 송하진 도지사의 ‘3선 도전’을 운운하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생각이 많아져 잠 못 이루는 가을밤이다.
전북본부 논설실장/정치학박사 李同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