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부 출범, 한반도의 미래는 어디로 갈 것인가
‘대북관계’와 ‘한국경제’의 향방에 초점 맞춰져
북한 핵문제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에도 이같은 미국의 대회정책기조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경제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미 행정부의 ‘타개책’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 및 경제 문제에서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 북한과 관계개선 나설까...
새롭게 출범하는 미 행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클린턴과 부시에 이어 “북한 핵무기”라는 난제를 받아들게 된 오바마. 그러나 대북관계에 있어 이전 정부와 차별되는 진전을 끌어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조지 W.부시 행정부의 행보를 이어 받아 6자회담을 통한 북한의 핵무기 포기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으며,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이같은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부시 행정부가 1990년대 빌 클린턴 대통령이 맺은 북한의 핵무기 포기 협약을 이행시키는데 실패하면서 위기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으며, 상황은 2006년 북한의 지하 핵 실험이 성공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많은 북한 전문가들이 새로 출범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환영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선임 정부의 연장선에 있는 노력은 추가적인 정책 실패만을 낳을 뿐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차관에 앞서 부시 행정부 1기 당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역임한 제임스 켈리는 내셔널 인터레스트 저널을 통해 “북한 내부의 변화없이는 어떤 외교적 협상도 비핵화를 이끌어 내기 힘들 것”이라면서 강경 대북정책에 반대를 표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북한은 오바마의 취임을 며칠 앞둔 지난 1월 13일 미 정부가 남한에 제공하는 핵우산을 철폐하고, 2005년 비핵화 합의 이행을 위해 미국의 적대적인 대북정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해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어 한국 전문가는 “북한이 오바마 취임에 앞서 선수치고 나선 것”이라면서 “북한이 과연 1월 21일 출범하는 오바마 신임 행정부에 협조적으로 나올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북한, ‘벼랑 끝 외교’ 언제까지 가나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 기록을 보고하고 비핵화 시키기 위한 부시 행정부의 마지막 노력은 2008년 말 결국 교착상태로 끝났다. 부시 대통령은 그의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딕 체니 부통령 등 참모진이 6자회담의 진척을 들며 대북정책의 진전을 꼽은 것과는 달리, 북한이 여전히 ‘위험한 상태’라고 인정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상원의 국무장관 인준 자리에서 대북정책을 점검해 보겠다고 하는 한편 “6자회담은 북한이 변화하도록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힐러리는 또한 상원외교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증언을 통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전면 제거되도록 할 것이며 모든 핵 활동을 중단할 때까지 양국 관계 정상화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편 워싱턴에 소재한 한국경제연구소의 찰스 프리처드 소장은 “오바마 행정부가 전임 내각의 틀 속에서 뭔가 다른 것을 시도할 것으로 본다”면서 북미간의 대화가 보다 빈번히 일어나고 대화주제도 비핵화를 벗어나 더욱 깊고 다양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스 클링어는 그러나 북한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미국만 바뀌어서는 소용이 없다면서 “현실적으로 볼 때 지난 2년간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양자협상을 포함해 오바마가 계획하고 있는 적극적인 정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합의 불이행과 ‘벼락 끝 외교’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버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 순탄치 않을 듯 보여
우선 오바마 대통령은 “오랜 우방은 물론 과거의 적국들과도 함께 핵위협을 감소시키는데 노력해나가겠다”고 천명했다. 북한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핵위협 감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북한에 대한 우회적 ‘경고’로 해석된다. 특히 그는 자국의 문제를 서방국가의 탓으로 돌리며 무력충돌을 추구하는 일부 세계 지도자들에게 “꽉 움켜쥔 주먹을 펴려고 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내밀겠다”며 협력할 것을 호소했다. 이것 역시 이른바 ‘불량국가’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메시지로 분석된다.
이같은 발언을 긍정적으로 해석한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북·미 고위급 대화를 전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 인사들의 성향으로 미뤄 클린턴 행정부 당시의 대북정책을 상당 부분 계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17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대남 ‘전면 대결’을 경고함으로써 한반도 정세에 긴장을 조성,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미협상을 위한 사실상의 환경조성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선(先)핵폐기 후(後)관계정상화’, ‘의무 불이행시 신규 제재 고려’ 등 강성 대북 메시지를 낸 바 있어 북·미 대화가 순탄치 만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SMI “미, 대북관계 협상과 압박 병행할 듯”
안보경영연구원(SMI)은 지난 1월 25일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대화와 협상의 틀에 북한을 묶어 놓은 상태에서 상황을 관리하면서 내용을 중심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접근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연구원은 이날 ‘오바마 정부 출범과 한미관계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신행정부의 대북정책 전망과 관련, “외형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강조함으로써 유연함을 견지하겠지만 실질내용과 각론에는 철저함과 꼼꼼함을 보일 것”이라며 이같은 성명을 내놓았다.
또한 연구원은 “오바마 정부는 북한 체제의 모순과 문제점이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핵에만 몰두했지만 오바마 정부는 체제와 인권 문제, 군사안보상의 도전을 포함한 포괄적인 접근을 추진할 것”임을 강조하며 “북한 체제의 변화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는 전제에서 장기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을 추진할 것이다. 또한 최종상항을 설정하고 해결해야 할 도전과 문제를 식별해 단계별로 주고 받기식 접근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연구원은 “미국은 글로벌 동맹으로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며 기여와 참여의 수준과 폭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할 것”이라며 “미국이 요청하기 전에 한국이 선제적으로 책임을 공유하려는 모습을 기대할 것이며 확산방지구상(PSI), 미사일방어(MD) 등에의 참여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의 최대 관심사가 금융, 통상이라는 점을 고려, 안보뿐 아니라 경제, 통상 등의 분야를 포괄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연구원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가능성에 유의해 평화체제 형식과 절차, 조건 등에 대한 한?미 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미?북 관계와 남북관계 간 불균형 상황의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남북관계의 진전에 대해 미국이 지지의 입장을 표명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시대, 향후 한국경제는
뭐니뭐니해도 오바마 시대의 개막이 우리 경제에 어떤 호재로 작용할 지에 모든 초점이 맞춰진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은 한국 경제에 비교적 유리한 변화를 더 많이 가져올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기대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지난 19일 ‘오바마 정부의 경제·통상정책 방향과 시사점’ 이라는 보고서에서 “오바마 정부가 집권 초기에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을 것” 이라며 “하반기에나 통상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호무역주의 압력이 높아지겠지만,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를 추구하기보다 공정무역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점쳐졌다. 보호무역주의의 주요대상은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아 한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반사 이익을 취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다자간 협정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의회에 계류 중인 한-미 FTA, 미-콜럼비아 FTA, 미-파나마 FTA 등은 궁극적으로 통과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한-미 FTA는 경기부양책에 밀려 하반기에나 비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윤식 조지워싱턴대 국제금융 교수는 “티모시 가이스터 재무부 장관, 로렌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크리스티나 로머 대통령 경제 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은 모두 프로 트레이더란 점에서 한미 FTA 비준 전망은 밝다”고 판단했다.
한편 오바마 정부가 중동지역 철수정책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한국 제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됐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을 확대하는 정책으로 정보기술(IT) 장비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어서, 한국 관련 기업의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종혁 KOTRA 구미팀장은 “미국 내에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인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자국 노동자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다”며 “보호무역의 주요 타깃이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우리나라 역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무역’을 강화할 경우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약(FTA)이 불공정함을 지적하며 재협상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으며, 얼마 전 미국 국무장관 후보자인 힐러리 클린턴이 한미 FTA 재협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비단 FTA의 재협상뿐 아니라 오바마 정부가 취할지 모르는 강도 높은 통상정책으로 말미암아 우리나라 자동차, 철강, 섬유 등의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오바마 효과, 한국경제 하반기부터 회복할 듯
국제적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올 2분기나 하반기부터는 한국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무디스의 경제예측 부문 자회사인 무디스이코노미닷컴은 “한국경제가 글로벌 경기하강에 따른 수출 감소로 올해 상반기까지 침체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이코노미닷컴의 다니엘 멜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한국정부와 한국은행이 대규모 재정 지출과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지만 수출 둔화에 따른 침체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수출회복을 위해선 최소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며 정부지출과 가계 소비 회복과 맞물린 생산 부문의 회복도 하반기가 돼야 나타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올해는 한국 경제아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듬해인 1998년 이후 최악의 해가 되겠지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로 예상돼 -7%에 달했던 당시에 비해 침체폭은 훨씬 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데 늦었지만 이후 대규모 감세와 녹색뉴딜 사업 등으로 경기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2위 교역국인 미국 경제와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지만, 미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한국 경제 회복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골드만삭스는 한국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실정이 예상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올해 2분기부터 경기 모멘텀이 회복하면서 하락 국면이 일시적이고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에너지, 화학, 자동차 등을 포함한 수출기업과 경기에 영향받는 업종의 기업들이 특히 취약할 것이지만 통신과 인터넷 등 경기방어주들은 좋은 실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 삭스는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책과 통화안정, 개선되는 교역조건 덕분에 2분기에 경기 모멘텀이 회복될 것”이라며 “올해 후반 회복국면으로 인해 하락 국면이 일시적이고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