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란 시인, 신간 시집 '고인돌 같은 핑계일지라도' 출간

2018년 첫 시집 '순데기' 이어 두번째 시집

2020-09-24     양기철 기자

[시사매거진/제주] 김순란 시인의 신간 시집 '고인돌 같은 핑계일지라도'(새미)가 출간됐다.

김순란 시인은 작가의 말을 통해 "지난 이야기는 몰라야 하고 무엇을 숨기려 했는지 이제는 알아야겠다. 잊혀가는 것들을 찾아보고 소소한 이야기부터 되새김질 하면서 하나하나 풀어가야겠다"고 밝혔다.

시집은 1부-섬에 부는 바람, 2부-서둘지 마라 3부-부탁이 있어 4부-앞선 편지 등 으로 구성됐다.

양영길 문학평론가는 작품 해설에서 "고독한 불꽃이 몽상가의 고독을 깊게 하고 그의 몽상을 위로한다고 한다. 불꽃은 고립될수록, 어두울수록 더욱 빛난다. 그리고 그 불이 꺼졌을 때의 잔영도 고립될수록 어두울수록 더 오래 남는다"는다고 평했다.

김순란 시인은 제주 해녀의 딸로 태어나 2015년 <문학광장>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2018년 첫 시집 <순데기>를 출간했고, 현재 ‘돌과바람 문학회’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우리가 바라는 건

 


  먼동이 가까워지면
  길들이 기지개를 켠다

  새들은 교통신호 없이도 날아다니고
  물에 것들은 횡단보도 그뭇 없이도
  별 탈 없이 흘러 다니는데
  땅에 것들 턱을 세워 네 길 내 길 구분해 놓곤
  가다 서고 가다 서며
  거친 소릴 질러댄다

  침묵하는 것들은 바보가 되고
  소리 지르는 것들은 의기양양하다
  태극기로 와이셔츠를 만들어 입고
  늙수레한 시대의 권력을 떠들어대며
  냄새나는 후줄근한 양복 깃에
  녹슨 배지들을 서너 개 매달고
  삭아 내린 목소리로
  동해물과 백두산이를 불러댄다

  새들도 제 목소리를 내며 날고
  헤엄치는 것들도 뻐끔대며 뭐라 하는 것 같은데
  어둠이 내리면
  길은
  소리 없이 촛불 하나씩 밝힌다

 

양기철 기자 ygc99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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