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아닌 병 만성피로 증후군, “이제 저리 비켜”

꾸준한 치료와 식·생활 습관 개선으로 ‘피로’ 가볍게 이겨내자

2009-01-14     신혜영 기자

 

습관적인 두통이나 어지럼증은 만성피로 증후군일 수 있다. 흔히 40~50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만성피로, 그러나 만성피로는 남녀노소 할 거 없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병 아닌 병’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 10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만성피로 증후군 환자는 10만여 명으로 2006년 8만 3,000여 명에 비해 25%가량 늘어났다. 그 중 10대에 해당하는 3,192명이 만성피로 증후군 판정을 받아 병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2003년 1,910명에 비해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현대병·문명병이라고 불릴 만큼 만성피로 증후군은 문명이 발달하고 경쟁이 치열한 지금과 같은 환경속에서 더 많은 만성피로 증후군 환자가 발생한다. 만약 푹 쉬어도 피로감이 가시지 않고 특별한 이유 없이 피로감이 한 달 넘게 지속된다면 ‘지속성 피로’,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피로’를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만성피로가 급성간염, 간질환, 갑상선 기능 저하증, 암, 심장질환, 우울증 등 심각한 질환의 초기 증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염두 해야 한다.

뚜렷한 병명 없이 ‘시름시름’
만성피로 증후군은 정의하기가 매우 모호하다. ‘피로’라고 하는 매우 주관적인 증상으로 질병의 발생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피로는 일반적으로 일상적인 활동 이후의 비정상적인 탈진 증상, 기운이 없어서 지속적인 노력이나 집중이 필요한 일을 할 수 없는 상태, 일상적인 활동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전반적으로 기운이 없는 상태로 정의한다. 그러나 의학에서 다루는 피로는 근육에서 일련의 생화학적·생리학적 변화가 생기고 힘을 낼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된 근력약화 또는 쇠약상태로 나타낸다. 이러한 피로가 1개월 이상 계속되는 경우는 지속성(prolonged) 피로라고 부르고,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chronic) 피로라고 부른다. 만성 피로 증후군은 잠깐의 휴식으로 회복되는 일과성 피로와 달리, 휴식을 취해도 호전되지 않으면서 환자를 매우 쇠약하게 만드는 피로가 지속된다. 만성피로 증후군은 진단 기준이 복잡한 만큼 간단히 정의를 내릴 수는 없다.
만성피로 증후군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없지만, 관련 질환으로 바이러스 감염을 포함한 각종 감염증, 일과성 외상 혹은 충격, 극심한 스트레스, 독성물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만성피로 증후군 환자들에게서 집중력 장애, 주의력 장애, 기억력 장애, 감각 이상 같은 증상들이 빈발한다는 점과, 그 중 5~15%의 환자들에게서 발병 후 첫 6개월 이내에 일시적인 마비, 시각장애, 운동부조화, 혼란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을 들어 중추신경계의 장애에 의한 질환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40~50대의 경우에는 주로 무기력감과 잦은 건망증 등이 나타나며, 10대 청소년들은 관절통증과 울렁거림, 인지, 기억력 장애 등으로 만성피로 증상이 발현된다. 또 사회활동이 가장 활발한 20~30대의 경우 두통, 근육통 증상이 자주 나타나고 미취학 유아동기의 경우에는 짜증과 경기, 야뇨증 등으로 표출될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에는 성장지연은 물론 인격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게 되며 특히 사춘기를 심하게 겪는 경우가 많고 심하면 만성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대부분의 만성피로 증후군 환자들은 손·발 부위에 이상감각과 목·어깨·척추 후방에 통증, 압통점으로 구성되는 섬유 근육통을 가지고 있는데, 피로를 느끼게 하는 다른 질병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장애 등과 같은 정신적 문제가 피로의 약 50%를 차지하며 당뇨병, 갑상선질환, 만성호흡기질환, 빈혈, 결핵, 간염, 신장질환, 암 등의 신체적 질환에 의해서도 만성적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이와 같은 질환이 없는 것이 판명되면 만성피로 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
▲충분히 휴식하고 일을 줄여도 피로 증상이 회복되지 않는다. ▲피로 때문에 업무·학습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기억력·집중력이 저하된다. ▲근육통이나 관절통이 생긴다. ▲인두통 및 겨드랑이나 목 부분 임파선의 통증이 느껴진다. ▲충분한 수면을 취해도 상쾌하지 않다. ▲운동을 한 뒤 24시간 이상 피로감이 지속된다. ▲평소와는 다른 두통이 생긴다. 앞의 8가지 항목 중 4개 이상에 해당되면 만성피로 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만성피로는 점진적 두뇌 기능의 이상과 함께 심해지면 장소와 시간에 대한 감각을 상실하는 위험한 병이다. 면역반응에 이상이 오면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스 관절염 등도 발생할 수 있고 장기간의 피로로 말미암아 대부분 자신의 일을 할 수가 없게 된다.

 

만성피로 증후군이 의심되면 전문의와 꼭 상담해야
만성피로 증후군의 명확한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치료 방법도 확립되어 있지는 않다. 현재까지 증상의 호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는 항우울제, 부산피질 호르몬제, 앰프라젠, 인지행동 치료 등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어느 한 가지 치료법을 택하기보다는 여러 치료를 동시에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중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항우울제는 불면증 및 우울감을 호전시키는 데 효과가 있으며 부산피질 호르몬제는 피로감과 무력감을 호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앰프리젠은 항바이러스 및 면역조절 효과를 가지는 물질로, 현재 유럽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인지기능, 업무능력 등을 호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미국과 국내에는 시판되고 있지 않다.
특히 지지치료 및 상담치료와 함께 장기적인 치료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인지행동 치료는 피로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회복에 대한 비관적 태도 등을 교정해준다. 인지행동 요법은 일반적으로 활동을 점차 늘려가는 재활적 접근과 함께 만성 피로 증후군에 대한 환자의 생각이나 신념을 다루는 정신적인 접근이 함께 이루어진다. 인지행동 치료는 흔히 증상이나 질환에 대한 사고, 신념, 증상이나 질환에 대한 휴식, 수면, 활동 등의 행동적인 반응을 변화시킨다. 그러나 만성피로 증후군은 장기간 치료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의사와 상의해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만성피로 증후군이 의심되면 의사와의 공동 관리가 꼭 필요하다.

 

꾸준한 치료와 유산소 운동 병행해야 효과적
과거에는 만성피로 증후군에서 운동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생각하여 운동을 권유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점진적으로 유산소성 운동량을 늘려나가는 운동 요법이 만성 피로 증후군 환자들의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을 포함한 점진적인 유산소성 운동이 유연성 운동, 스트레칭, 그리고 이완 요법만을 시행한 경우에 비해서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만성 피로 증후군 환자를 위한 운동 처방은 환자들에게 주 5일간 최소 12주간 운동을 하도록 하고 매번 5∼15분 정도 운동을 지속하게 한다. 매주 1∼2분씩 30분까지 운동량을 늘릴 수 있지만 무리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운동 강도는 최대 산소 소비량의 60% 정도로 제한하고, 처방된 한계 이상으로 지나치게 운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만일 어느 특정 단계에서 피로가 더 심하게 유발되면 피로 증상이 줄어들 때까지 그 이전 단계의 운동 강도로 돌아가야 한다. 
하루에 1~2회, 30분씩 복식호흡을 꾸준히 해주는 것도 효과가 있다. 숨을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되 들어 마실 때에는 배만 앞으로 나오게 한다.
특히 비만이나 체중감소로 피로가 악화될 수 있으므로 정상체중을 유지하고 적절한 휴식과 운동하여 건강관리에 힘써야 한다. 신체적 피로에는 수면과 휴식이 필요한데 휴식의 횟수는 적더라도 1회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정신적 피로는 짧더라도 잦은 기분전환의 시간을 가져 피로를 효과적으로 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신체의 한 부위를 반복 사용함으로써 나타나는 신경감각적 피로를 풀기 위해서는 자주 움직이지 않는 근육을 운동하거나 눈, 귀 등을 쉬게 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되며 운동 후 목욕 시 마사지를 하면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과일과 야채위주의 식습관 필요
일시적 피로는 휴식과 운동으로 쉽게 회복이 가능하지만 만성 피로에 시달려온 사람은 몸속의 독소를 씻어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단순 피로와 달리 누적된 피로인 만성피로는 만병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일상생활도 귀찮아 질뿐만 아니라 체력, 지력 자체가 떨어져 생활의 효율이 없어진다. 누적된 피로를 그대로 두면 만성피로 증후군이 되는데 앞서 강조한 몸속의 독성 제거와 면역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식단에 과일과 야채량을 늘리면 눈, 어깨, 등, 발의 피로를 많이 줄일 수 있다. 간을 튼튼하게 하는 생과채즙을 먹어서 간 기능을 개선하는 것도 피로를 물리치는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또한 인체 에너지 생성을 돕고 뇌기능 활성물질이 골고루 들어 있는 마늘, 보리, 브로콜리, 포도 등도 권장할 만한 식품이다.
피로가 누적된 사람은 피를 깨끗하게 하는 것이 첩경인데 방법은 반드시 유기농 친환경 재료로 주스를 만들어 마셔야 한다. 농약이나 제초제가 몸에 흡수되면 간과 면역체계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역효과가 난다. 생과채즙은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치료제가 될 것이다. 과일과 야채를 그냥 먹는 것보다 흡수율이 높기 때문에 식물성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면역력을 증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면역력을 증가 시키려면 현미, 보리, 콩 등을 위주로 한 잡곡밥을 주식으로 하고 단순당질이나 알코올, 고지방 식품, 카페인, 흰 밀가루, 가공식품 등을 피하는 것이 좋다. 가급적 육류 섭취를 줄이고 대신 생선이나 껍질 벗긴 닭고기, 콩류 제품으로 대처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다. 비타민 B, 비타민 C, 철분의 경우 조금만 결핍되어도 피로감을 느낄 수 있으므로 각 영양소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 C가 부족할 경우 피로, 무력감, 우울 등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피로를 많이 느끼는 경우 비타민 C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단, 과량의 비타민 C 보충용 식품 섭취는 오심, 구토, 복부 팽만감, 복통, 설사 등 주로 위장관 증상과 신결석, 요산배설량 증가, 과도한 철 흡수, 비타민 B12 수준 저하 등이 보고되고 있다. 성인 남녀의 비타민 C 평균필요량은 75㎎/일이며, 권장섭취량은 100㎎/일이다. 또한 마그네슘은 조금만 결핍되어도 피로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유제품, 생선, 육류, 해산물 등의 섭취를 골고루 해주어야 한다.
만성피로 증후군에 대한 완치법은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누적된 피로만큼 꾸준한 치료는 이뤄져야 한다. 특히 피로를 최대한 줄이는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하루 8잔의 물 섭취 등도 필요하다. 앞에서 예시 된 것처럼 커피나 초콜릿, 자극성 음식은 피하고 곡류, 야채, 지방, 비타민 등 에너지 균형이 고려된 음식을 섭취한다면 피로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