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생산대수 세계 4위인 일본 최대의 기업

단순히 많이 판매하는 ‘영업’차원을 넘어 시장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제품 출시

2009-01-14     이준호 기자

 

   
▲ 도요타가 지향하는 경영의 중심 가치(도요타 Way)는 ‘지속적 개선’과 ‘인간 존중’이다. 인간 존중이란 단순히 사람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이 아닌,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고력, 지혜를 존중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도요타, 일본의 10년 불황을 이겨낸 힘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업이 곧 국가다”라는 말을 했다. 이는 기업의 활동이 한 국가의 경제는 물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를 표현할 말로써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서 나라의 경제 중심에는 기업이 있으며, 또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한 국가의 번영은 그 국가의 모든 기업들의 성공적인 활동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요타는 수십년간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세계적 기업이며, JIT라는 독특한 생산방식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라는 일본 특유의 실천적 사고방식을 가장 잘 실현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러한 도요타의 생산방식에 대해서는 1970년대부터 미국의 생산방식을 대표하는 MRP, 러시아에서 주창된 GT(Group Technology)와 함께 간반(看板)을 이용한 새로운 생산방식 JIT로 많은 책자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필요한 양을 적기에 공급한다’라는 도요타의 JIT는 사실 모든 기업이 실천하고자 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그동안 실질적인 JIT를 실천했다는 놀라운 성과로 인해 도요타 생산방식에 대해 많은 연구와 소개가 있었지만, 이러한 연구들은 대부분 생산방식에 관련된 것들로 예를 들어 도요타방식을 미국식으로 해석한 ‘린생산방식’의 경우에도 단지 프로세스와 SCM 측면에서 생산방식의 개선만을 다루고 있을 뿐이다. MIT가 주축이 되어 제시한 린생산방식의 경우에는 구미의 전통인 시스템적 접근을 택해 도요타의 생산방식을 하나의 개선 프로세스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적 입장의 접근은 그 기업이나 국가 문화 또는 의식과 떼어서 생각한다면 힘든 부분일 수도 있다.
도요타방식은 비단 제조 기업뿐 아니라 일본의 모든 분야에서 경영이나 행동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또한 많은 외국 기업들에게도 도요타방식은 닮아야 할 표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도요타라는 기업이 흑자를 많이 내고 있기만 하다면 이러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 도요타는 전통적인 일본식 종신 고용을 고수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그 배경에는 고용 안정성에 기반한 회사와 종업원간 돈독한 신뢰가 있어야 도요타 생산 방식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상이 깔려 있다.

‘도요타 DNA’ 개선하고, 학습하는 진화 유전인자
세계적으로 일본을 배우자는 열풍이 불었던 1980년대 실속 없이 외형만 확장된 일본 경제는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버블의 붕괴로 부동산 값이 곤두박질치고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기에 이르렀다. 일본의 대표 산업인 전자산업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도 업적 부진에 허덕이며, 침체의 늪으로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유독 일본의 자동차 산업, 특히 도요타 자동차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불황의 긴 터널 속에도 세계 시장에서 더욱 경쟁력을 발휘해 계속 성장했다.
도요타가 추구하는 바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도요타 방식(Toyota Way)이라는 경영 철학이다. 이 철학의 진화 역사는 도요타 자동차의 모태가 된 사키치 도요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의 발명왕이라 불리는 사키치 도요타는 ‘자조, 자립’의 정신으로 1894년 처음에는 수동 방직기를 만들었으며, 그 후 실이 끊어지면 자동으로 멈추는 정교한 동력 자동직기로 개발해 도요타 자동직기 공장을 설립하였다. 그리고 그의 아들 기이치로는 아버지가 물려준 그 정신과 자동직기 공장을 바탕으로 다른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유럽이나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자동차를 생산하는 동안 스스로 통나무 위에서 철판을 망치로 두드려 펴서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원자폭탄에 의해 대부분의 산업이 파괴되어, 열악한 조건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던 도요타는 컨베이어 벨트에 의한 일관 조립 공정을 도입해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표준화된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는 포드 등 미국의 생산 방식에 상대가 되지 않았으며, 처음부터 대량 생산과 규모의 경제라는 사치를 누릴 수가 없었다.
당시의 공장장이었던 다이치 오노는 생존하기 위해 포드 방식의 아이디어를 빌리면서, 대량 생산이 생산 공정에서 많은 부품과 완성품 재고 문제를 발생시키는 결함을 발견하고 작은 일본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객의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생산하고, 부품을 필요한 만큼 지속적으로 공급하게 하는 풀 시스템(pull system)을 생각해 냈다. 그리고 이러한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생산방식의 개선과 종업원들의 재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도요타만의 시스템으로 발전시켰다. 이것은 1990년 미국 MIT에서 경영학자 워맥과 존스에 의해 ‘린 방식’이라는 새로운 경영 기법으로 탄생되었다.
이러한 도요타의 리더들은 모두 직접 손에 기름때를 묻히면서, 자립의 정신을 바탕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학습하는 진화 유전인자 도요타 DNA를 만들어내었다.

   
▲ 도요타가 오늘날과 같은 노사관계를 맺게 된 데는 1950년대의 치열한 노사갈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도요타는 노동자들에게 종신고용이라는 당근을 제공하면서 도요타 생산방식, 혹은 린 생산방식이라고 불리는 일본식 생산시스템을 도입해 노동자들을 교묘하게 통제하며 생산성을 극적으로 높였다.

모방할 수 없는 창발적인 심층 경쟁력
1980년대에 일본 자동차 산업은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일본의 자동차 기업이 대미 수출을 양적으로 급격히 확대한 것은 70년대 후반으로 일본 기업과 미국 기업의 생산과 개발의 심층 경쟁력에서 일본이 미국을 따라잡은 것이 제1차 오일쇼크 전후였다. 그러나 당시 일본차의 대미 수출 급증의 배후에 일본 기업의 종합적인 물건 만들기 능력이 있다는 인식은 적어도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하지 않았다. 미국 자동차 기업의 경영진들은 일본차의 경쟁력 원천은 저임금과 일본 정부의 지원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건 만들기에서 조직 능력 시스템의 차이가 심층 경쟁력의 차이를 만들며, 나아가 표층 경쟁력의 차이를 만들고 있다는 인식이 미국과 유럽 기업에 알아차리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전반이고, 그것이 토털 시스템의 차이였다는 것이 명확하게 인식된 것은 90년 무렵이었다.
20세기 후반 일본 자동차 기업의 생산·개발 능력은 창발적인 능력 구축 프로세스를 통해서 형성되었다. 이 프로세스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도요타 자동차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학습해 내는 끈질긴 학습 능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이 진화 능력이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높은 성과를 내는 도요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그러나 시스템만 벤치마킹하는 것은 ‘부처를 만들고 혼을 불어 넣지 않는 것과 같다’라는 말처럼 도요타 자동차를 벤치마킹한 회사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주요한 원인이다.
도요타의 진정한 경쟁력의 원천은 사람이고 진화 능력에 있다. 도요타의 진화 메커니즘을 이야기 한다면 진화의 축은 한세이(반성)과 카이젠(개선)이다. 한세이의 다음 단계는 문제 발견이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디어가 만들어진다. 이 아이디어가 실천되어 카이젠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 도요타는 매일 진화하고 있다.

끊임없는 개선노력과 인간존중
도요타 자동차의 기본이념은 인간, 사회, 환경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신뢰받는 국제기업이 되고 싶다는 것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1998년 4월 개정된 이 기본이념에서는 ‘국내·외의 법률 및 그 정신을 준수하고, 국제화의 진전에 따라 현지 문화나 관습을 존중하며, 모든 기업활동에 있어서 안전, 환경에 적극 대처하며, 사회와의 조화있는 성장을 지향할 것’ 등을 보다 명확히 밝히고 있다. 도요타는 이러한 이념을 기본으로 21세기를 향해 ‘조화 있는 성장’을 목표로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고객제일이라는 말은 도요타의 자세를 가장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도요타 브랜드의 가치는 제품생산과 서비스 체제 등 모든 분야에서 기업활동이 고객만족을 위한 일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는데 있다. ‘도요타는 칭찬받는 회사를 넘어 존경받는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고 도요타는 자부하고 있다. 그들은 일찍이 교통안전운동을 펼쳤으며, 지금은 환경문제, 복지문제에 본격 대처하고 있다.
도요타식 경영의 핵심은 ‘점진적 가이젠(改善)’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뜯어고치려 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면서 변화만이 도태하지 않고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도요타 생산 방식의 창안자인 고(故) 오노 전 도요타자동차 부사장은 “만들기만 해선 안된다”며 “생산 현장의 철저한 가이젠으로 낭비를 배제하는 것이 강한 경쟁력을 갖는 지름길”이라고 설파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난 수십년간의 도요타 경영 슬로건이 최근 바뀌고 있다. 점진적 개선인 가이젠에서 보다 혁신적인 ‘가이가쿠(改革)’로 무게 중심이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10여년간 일본의 장기 침체와 글로벌 경쟁 강화에 따라 새로운 경영 전략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이를 위해 자체 생산라인뿐만 아니라 하청 부품업체에도 강도 높은 변화를 요구하며, 부품업체 또한 도요타의 일부라는 인식을 갖도록 해 부품업체 스스로 비용절감에 나서도록 강력히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하세가와 코우치 도요타 전무는 “CCC21전략은 가이젠이 아닌 가이가쿠를 의미한다”면서 “도요타와 부품업체 모두 세계 최고 품질과 경쟁력을 갖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도요타방식은 비단 제조 기업뿐 아니라 일본의 모든 분야에서 경영이나 행동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또한 많은 외국 기업들에게도 도요타방식은 닮아야 할 표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교육훈련 시키지 않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도요타가 지향하는 경영의 중심 가치(도요타 Way)는 ‘지속적 개선’과 ‘인간 존중’이다. 인간 존중이란 단순히 사람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이 아닌,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고력, 지혜를 존중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개개인이 일의 보람과 직장 생활의 만족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사고력이나 지혜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하는 업무를 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구식 인사를 추종하지 않고 자사 고유의 방식을 추구하는 것도 도요타 인사의 특징이다. 예컨대, 도요타는 전통적인 일본식 종신 고용을 고수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그 배경에는 고용 안정성에 기반한 회사와 종업원간 돈독한 신뢰가 있어야 도요타 생산 방식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상이 깔려 있다. 도요타는 서구식 경영 방식의 도입에 있어서 어느 기업 보다 적극적인 회사였지만 무조건적인 모방은 절대 하지 않는다. 남의 것을 단순 모방해서는 절대 일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인재 육성 열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일본인들 사이에서 ‘경영의 신’이라고 극찬받는 마쓰시타(松下) 전기의 창업주 마쓰시타고노스케 (松下幸之助) 회장은 일생 동안 “제품을 잘 만들기에 앞서 사람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경영 철학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도요타에서는 단순히 인재 육성을 해야 한다는 점잖은 충고를 하지 않는다. 기후차체에 TPS를 도입, 운영해 온 나카시마(中島) 상무는 “도요타에서는 인재 육성을 하지 않으면 나도 망하고 너도 망한다는 의식을 노사가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첫 1주일은 일절 작업이나 개선에 대한 지시를 하지 않는다. 이때 신입사원들의 경우 할 일이 없다는 이유로 끼리끼리 모여 잡담하거나 담배를 피우면서 시간을 보내는 예가 많다. 첫주가 끝난 후 혁신학교 강사는 그 동안 편하게 쉬었던 신입사원들에게 “당신들은 도요타에서 필요 없는 사람들입니다. 여러분이 없어도 현장은 잘 운영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없어도 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회사에서 필요 없는 사람을 고용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만두시오”라는 충격적 메시지를 던진다.
신입사원들은 정신이 번쩍 든다. 자신이 지금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 회사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면 곧바로 개선 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도요타 무파업 밑거름은 ‘종신고용’   
수천 명의 직원을 두고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내로라 하는 도요타 계열사 사장도 개선에 실패하면 인간 취급을 하지 않는 것이 도요타의 자주연구회다. 개선에 실패한 회사는 모욕과 함께 관찰 대상으로 분류돼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게 되기 때문에 대회 참가자들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밤을 새워 가며 개선을 위해 아이디어를 짜낼 수밖에 없다. 도요타에는 그야말로 냉엄한 정글의 법칙만이 존재한다.
‘마른 수건도 짠다’는 도요타의 혹독한 인재 육성 교육과 생산 시스템으로 도요타는 지난 2002년 사상 최대의 경영 실적을 올렸다. 9,446억 엔(약 9조4,460억 원)의 순익을 올리면서 현대자동차의 순익 1조4,000억 원의 6배가 넘는 경이적인 매출을 올린 것이다. 일본 기업 중 최대의 순익을 냈지만 도요타 근로자들은 임금인상과 경영참여 요구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도요타 노조는 회사와의 교섭에 앞서 임금 동결을 선언했다. 회사 측은 노조의 임금 동결 요구 대신 당해 연도 흑자액의 일정부분을 특별 성과급으로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성과급은 흑자액의 7%에도 채 못 미치지만 대신 회사는 근로자들에게 고용 안정을 약속했다.
6만6,000여 명의 노조원들은 회사를 초일류로 키워 온 경영진을 인정했고, 경영진은 세계 최고의 이익을 내는 기업 도요타를 만드는 근로자들을 존중한 것이다.
하지만 도요타가 오늘날과 같은 노사관계를 맺게 된 데는 1950년대의 치열한 노사갈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도요타는 노동자들에게 종신고용이라는 당근을 제공하면서 도요타 생산방식, 혹은 린 생산방식이라고 불리는 일본식 생산시스템을 도입해 노동자들을 교묘하게 통제하며 생산성을 극적으로 높였다.
현재 도요타 생산방식은 전 세계 거의 모든 자동차 업체에서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수공업 생산방식을 대체한 대량생산 체계인 테일러-포디즘의 자리를 도요타이즘이 대체한 것이다. 도요타 생산방식은 팀 작업, 무재고, 무결점주의, 연공에 따른 임금, 종신고용을 특징으로 품질, 비용과 생산성에서 기존의 테일러-포디즘을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도요타 공장에서도 그 경쟁력을 인정받아 세계 1, 2위 업체인 GM과 포드가 도요타 생산방식을 벤치마킹할 만큼 도요타의 생산체계는 비교우위에 있다.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도요다(Toyota)는 1950년대 극심한 노동쟁의로 몸살을 알았으나 노사의 합의로 50년 연속 무파업 신화를 창조해냈다. 도요다가 이러한 신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고객에 대한 약속을 저버릴 수 없다는 ‘고객 제일주의’ 경영철학에 대한 노사간의 공감대와 상호 신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