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美 단청 그 숨결은 이어져야 한다

‘소중한 디자인적 요소가 내포된 민족문화유산의 보고’

2009-01-14     박미진 기자

   
▲ 세상 사람들의 찬탄을 자아내는 우리나라 민족문화유산들 중 아름다움을 한층 돋워 주는 것이 바로 단청이다. 역사 과목을 가르친다는 후루야마 가가쿠 씨는 “경복궁을 둘러봤는데, 이시가와현에 있는 신궁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크고 웅장해 보였다”면서 “궁궐 처마의 기둥과 단청의 색깔이 일본보다 훨씬 화려하고 기교가 있는 것 같다”고 한·일 간의 전통 건축양식을 비교해가며 평을 내렸다.

세상 사람들의 찬탄을 자아내는 우리나라 민족문화유산들 중 아름다움을 한층 돋워 주는 것이 바로 단청이다. 붉을 단(丹)과 푸를 청(靑)을 결합한 단청의 사전적 의미는 옛날식 집의 벽, 기둥, 천장 따위에 여러 가지 빛깔로 그림이나 무늬를 그린 것을 말한다. 하지만 단청은 단순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단청은 겉으로만 보이기에 화려한 그림이지만 그 안에 건축물을 생각하는 조상들의 혼이 담겨 있다. 또한 그 안에 조상에 삶도 살아 있어 단청을 통해 우리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살아 숨 쉬는 역사이다. 

자연의 색과 건축물이 하나로 어우러진 문화유산
인류가 삶을 영위해온 이래 미의 추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미의 추구는 여러 가지 형태로 표현되어 왔으며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되고 있다. 인류가 어떤 신앙적, 장식적 목적으로 생활주변 사물에 어떤 형상을 표현하였을 때 그것이 자연 그대로의 형태이든 변형시킨 형태이든 그 형상은 예술의 근간이 된다.
색채와 문양의 형상은 인간의 역사 이래 가장 유구한 것이며 각 민족마다 고유한 미술유산의 기틀로서 창조되고 표현되어 왔다. 이러한 문양의 형상으로서 단청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표현방식과 채색 법이 점점 발전하게 되었고 예술적, 창조적으로 발전되었다.
단청이란 청색, 적색, 황색, 백색, 흑색을 기본으로 색을 표현해 건물의 천장, 기둥, 벽과 같은 건축의 가구부재에 여러 색깔로 문양과 그림을 그려 넣는 것과 조형품, 공예품, 석조건축, 고분, 불화, 동굴 등에 채화하는 경우 등 회, 화의 개념을 통틀어서 말한다.
단청의 기본 색깔인 오방색(청, 적, 황, 백, 먹)은 물감이 없던 옛날 자연에서 색을 발취했다. 지금은 어디서나 쉽게 색을 다양하게 구입할 수 있지만 물감이 없던 그 시절 자연의 색이 곧 단청의 색이었다. 이제 물감을 만드는 어려움은 없어졌지만 바탕에 초벌로 칠하는 흰색만은 조개가루로 만든 호분으로 사용한다. 호분은 질감이 매끄럽고 색깔이 오래 보존할 수 있어 단청 색에 가장 중요한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지금까지 바탕에 쓰이고 있다.
이러한 안료 준비 이후 단청작업의 첫 번째 과정은 출초 작업이다. 단청에서 출초란 문양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단청 무늬의 초안을 그리는 일이다. 종이에 문양을 그린 뒤 송곳으로 선을 따라 작은 구멍을 촘촘히 낸다. 다음은 타초작업. 만들어진 출초를 단청에 넣고자 하는 석까래나 기둥에 대고 헝겊에 밀가루를 넣어 톡톡 두드리면 구멍들 사이로 하얀 밀가루가 묻어 밑그림이 그려진다. 그려진 밑그림에 색을 칠해나가는데 한 면에 기본으로 칠해지는 색을 초빛, 기본색이 조금씩 변형돼 초빛에 추가되는 색을 이빛, 삼빛, 사빛이라고 한다. 이 색들이 점점 추가되면서 단청을 화려하게 만든다. 단청은 색칠작업 등에서 일손이 많이 필요해 국내에서 이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1,000 여명에 이르지만 건축물 전체의 조화와 균형을 고려해 전체를 디자인, 감독할 수 있는 사람은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단청의 종류는 대략 10가지가 되는데 그 유형에는 크게 가칠단청, 긋기단청, 모로단청, 금모로단청, 금단청등이 있다. 이러한 단청의 종류는 각각의 품격이 다르므로 대상 건물의 성격과 구조, 주위의 환경 등을 파악하여 격에 맞게 단청해야 한다. 왜냐하면 단청은 색과 면으로 이루어지는 하나의 미술이지만 건축물에 그려지는 것으로 그림처럼 단순히 색을 잘 표현하고 문양을 정교하게 그리는 것만으로 완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단청은 보고 즐기는 그림이 아닌 목재의 단점을 보안하고 보다 더 자연현상으로부터 부식을 막고 보존하기 위함이 그 첫 번째 이유이다.

   
▲ 단청이란 청색, 적색, 황색, 백색, 흑색을 기본으로 색을 표현해 건물의 천장, 기둥, 벽과 같은 건축의 가구부재에 여러 색깔로 문양과 그림을 그려 넣는 것과 조형품, 공예품, 석조건축, 고분, 불화, 동굴 등에 채화하는 경우 등 회, 화의 개념을 통틀어서 말한다.

자연현상으로부터 부식을 막고 내구성 강화
고대 한국에선 목조건축이 발달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목조건축의 발달과 함께 건축물을 장식하는 단청 또한 발달하게 되었다. 목조 건축물에 단청을 하는 이유는 목재의 내구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목재 표면이 갈라지거나 비, 바람 등 자연현상으로 인한 부식과 충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단청안료와 접착제를 기물에 도유함으로써 목재의 표면에 막을 형성해 방습, 방부토록 하고 내구성을 높이며 건습을 방지하는 등 목재표면이 갈라지거나 비, 바람 등 자연현상으로 인한 목재의 부식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단청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이러한 이유로 단청은 건축물이나 기물 등 장기간 보존하고자 할 때 주로 그린다.
단청을 그리는 건축물은 목재 건축에 쓰이는 건축자재로 흔히 쓰이는 소나무이다. 소나무는 트집이 센 나무로 수상목이라고 해도 건조될 때 균열이 간다. 동양의 건축양식이 주로 목조가구로 발달되면서 건축재로 쓰인 소나무는 대만, 일본, 중국, 한국 등지에 주로 분포하는데 제재된 목재의 표면은 거칠고 건조되면서 열상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목재의 표면을 은폐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표면을 도장하는 방법이 발달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단청이 발달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이다. 이러한 균열로 표면에 나타난 흠집 등을 그림으로 가릴 수 있어 목재 건축에 단청은 꼭 필요한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건축가가 자칫 실수를 하게 되면 트집이 강한 소나무는 뒤틀려 올라가게 만든 부분이 내려오는 수도 있다. 이러한 결함을 반듯하게 보이기 위해 단청으로 교정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기능도 있지만 특히 단청은 옛날 건물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거대한 규모의 궁전이나 법당 등 특수한 건축물에 장엄한 장식으로 표현했다. 동시에 건축물의 성격을 나타내거나 특수한 건물의 성격에 맞는 장엄성과 위엄을 보이기 위한 목적도 포함된다. 절대권력의 왕권을 상징하기 위하여 궁궐을 단청으로 장식하거나 종교적 의식을 위한 불교사원, 도교사원 등의 화엄장엄(華嚴莊嚴)으로도 장식되었다. 이렇게 단청의 발생요건 가운데 건축물의 표면과 세부구조에 칠과 도장을 하는 것은 목재의 부식을 방지하는 목적이 가장 크게 작용하였던 것이며 아울러 표면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효과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 단청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가장 오랜 기록으로는「삼국사기」에서 솔거의 이야기를 엿 볼 수 있다. 솔거는 신라 제24대 진흥왕 때 화가로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태어나면서부터 그림을 잘 그렸던 솔거가 황룡사 벽에 노송을 그렸는데, 왕왕 새들이 날아와서 앉으려고 허둥대다가 떨어지곤 하였다. 후에 채색이 날고 바래자 절의 스님이 단청으로 보수하였는데 그만 새들이 날아들지 않았다.’

고유미술 유산의 기틀을 다진 단청
단청은 본래 고대사회에 지배세력의 건축물이나 국가적 차원의 의식, 종교 의례를 치르는 건물에 행해지면서 일반 가물과 구분하고 엄숙함을 나타내기 위해 시작되었다. 그러므로 탑, 비석 등에 새겨진 문양이 단청의 모태라고 볼 수 있다.
단청과 관련된 국내의 사료는「삼국사기」,「삼국유사」,「고려사」,「고려사절요」,「조선왕조실록」,「증보문헌비고」등으로 다양하다. 또한 중국의 사료로는「여씨춘추」,「예기」「회남자」,「문선」,「선화봉사고려도경」등이 있으며 일본의「일본서기」에도 단청과 관련된 기사가 실려 있다.
단청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가장 오랜 기록으로는「삼국사기」에서 솔거의 이야기를 엿 볼 수 있다. 솔거는 신라 제24대 진흥왕 때 화가로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태어나면서부터 그림을 잘 그렸던 솔거가 황룡사 벽에 노송을 그렸는데, 왕왕 새들이 날아와서 앉으려고 허둥대다가 떨어지곤 하였다. 후에 채색이 날고 바래자 절의 스님이 단청으로 보수하였는데 그만 새들이 날아들지 않았다.’
「삼국사기」에 사용한 단청이란 용어는 우리나라의 기사 가운데 가장 이른 것이어서 크게 주목된다. 아울러 노송벽화를 단청으로 보완하였다는 대목에서 단청이란 용어가 단순한 문양 도채의 범위를 벗어나 벽화의 개념까지 포괄하는 의미로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 단청이 들어온 것은 낙랑 이전이라고 추측되고 있으나 고증의 길은 없고 중국에서부터 전래된 단청이 낙랑을 통해 고구려에서 먼저 받아 들여졌다. 고구려에서 시작된 벽화와 단청 화법의 발달은 백제와 신라에 전파되었으며 조선에 들어서는 다변화와 정립에 힘써 계승되었다. 즉 단청은 삼국시대부터 확립된 것으로 고구려, 백제, 신라로 전달되면서 나름대로의 민족성에 따른 독특한 문양으로 발전시켰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이룩된 우리나라 단청은 그 뒤 오랜 기간 동안 계승되어져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민족적 감정을 풍부하게 반영되었으며 예술적으로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 되었다.

   
▲ 대전무형문화재 제11호 이정오 단청장은 조선시대 그림 그리는 일을 관장한 도화서의 화원이었던 금호(錦浩)-보응(普應) 계열의 금용(金蓉) 김일섭(1900∼1975, 전 중요무형문화재 48)의 제자로서 그 맥을 전수하고 있다.
장인정신으로 한국의 色을 이어가다
단청은 불교나 유교가 성행했던 한국·중국·일본에서 유행했으나, 오늘날까지 단청문화의 전통이 계승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이 단청에 맥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을 단청장이라 부른다. 단청장은 건축물 등에 무늬와 그림으로 채색하는 전통공예기술 및 그 기술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단청장은 단청에 아름다운 무늬와 문양을 표현하고 그 맥을 전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들이다. 이 들은 무형문화재로 지정이 되어있다.
문화재보호법 제5조에 따르면 ‘중요무형문화재의 지정은 문화재를 지정할 때 그 문화재의 보유자를 인정해야 하며 또 추가로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나 예술적으로 높은 가치와 문화적 기능을 지닌 사람을 인간문화재로 지정하고, 그 기능을 후계자에게 전수할 수 있도록 하며, 그 비용은 국가가 부담한다.
단청장으로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사람은 충남 무형문화재 제33호 단청장 김준웅, 인천시 무형문화재 제14호 정성길, 대전무형문화재 제11호 이정오 등이 있고 그 중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로 그 보유자는 이치호, 홍점석, 임석정이다.
특히 이중 대전무형문화재 제11호 이정오 단청장은 조선시대 그림 그리는 일을 관장한 도화서의 화원이었던 금호(錦浩)-보응(普應) 계열의 금용(金蓉) 김일섭(1900∼1975, 전 중요무형문화재 48)의 제자로서 그 맥을 전수하고 있다.
장인정신으로 단청에 몸을 담고 있는 이정오 단청장은 젊은 시절 스물여섯의 나이로 최연소 지정문화재 수리기술자(단청기술자)가 된 사람이다. 이정오 단청장은 “목조 건축물의 단청은 그 집의 격조를 높이기 위한 장엄의 수단인 동시에 썩기 쉬운 목재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건물의 각 구조가 착시로 인해 비틀리거나 처져 보이지 않게 하는 역할도 합니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정해진 격식과 질서에 따라 문양을 넣고 색을 입히는 것은 그 집에 정신을 불어넣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50년 동안 단청만을 위해 살아온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민족의 고유한 빛깔 세계로 나가다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는 대한민국 건국 60년을 맞아 기념우표 1종 160만 장을 지난해 8월 14일부터 전국 우체국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기념우표의 디자인은 광복 60주년을 기념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모두 담은 디자인으로 ‘대한민국! 위대한 국민, 기적의 역사’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기념우표 윗부분의 표현된 아름다운 단청은 우리 민족의 전통을 상징하며, 중앙에 배치한 태극문양의 엠블럼은 오늘의 건국 60년을 축하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에 단청이 새겨진 것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색 때문이다. 이러한 우리의 고유한 색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도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역사 과목을 가르친다는 후루야마 가가쿠 씨는 “경복궁을 둘러봤는데, 이시가와현에 있는 신궁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크고 웅장해 보였다”면서 “궁궐 처마의 기둥과 단청의 색깔이 일본보다 훨씬 화려하고 기교가 있는 것 같다”고 한·일 간의 전통 건축양식을 비교해가며 평을 내렸다.
이렇듯 단청은 대한민국을 나타내는 하나의 문화적 유산으로서 가장 한국적인 전통디자인 단청을 국가적 문화사업으로 키워야 하는 숙제를 가지고 있다.
최근 북한단청에 대한 연구논문을 집필하고 있는 한국단청문양연구소 박미례 소장은 단청이 진보적인 활용가치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단청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전통의 소중함이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미례 소장은 “이는 정부의 정책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전통문화활용측면보다 외래문화도입측면을 지원하는 정책을 일관한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그 점입니다”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호평 받고 있는 디자인 분야가 단청의 색채와 문양이지만 이들을 적극 활용하지 못한 탓에 진정 우리적인 것을 디자인 할 때도 외국 광고회사에서 수십억 원씩의 외화낭비를 하며 디자인을 하고 있다. 이에 박미례 소장은 “특히 A항공사 광고 디자인이나 E놀이동산 광고디자인이 그러한 부분입니다. 이들은 우리적인 것을 나타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지만 외국광고회사들이라는 한계로 인해 진정 우리적인 것을 잃고 있는 모습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라고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또한 이러한 점은 우리나라 교육적인 면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한국의 미술대학은 주로 동양화와 서양화로 나누어져 있으며, 공예과가 따로 독립되어 있다. 하지만 단청은 수많은 대학들 중 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건축학과 전공과목 단청론(박미례 교수)과 서경대학교 단청문양디자인(박미례 교수) 단 두 곳만 정식과목으로 개설 되어있다.
단청론은 화려한 오방색과 각양각색의 기하학적 형태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단청을 통해 장인정신을 배워보고 직접 체험해 보는 수업이다. 학생들이 새롭게 접할 수 있는 단청수업이 고작 두 대학만이 가르친다는 것은 분명 우리의 전통인 단청을 활용하는 면에서 매우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단청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박미례 소장은 “진정한 우리민족의 전통임에도 불구하고 외국문화보다 더욱 생소하게 느끼고 생각한다이 가장 것은 충격적인 부분입니다. 그 만큼 우리가 가까운 곳에 보물을 두고도 먼 곳에서 돌멩이를 찾고 있는 광경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아직까지 각 대학이 서구학문 위주로 흐르고 있고 우리 것의 소중함을 뒷전으로 생각하는 사대주의적인 발상이라고 여겨집니다”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매 학기 첫 시간을 씁쓸한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학기가 끝날 무렵 우리의 전통문화라는 점에 모두 실감하고 빠져드는 모습을 보면서 단청을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소중하게 갈고 닦아 후손에게 물려줄 우리의 재보이기에 앞으로도 단청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단청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옛 어른들은 가장 경사스러운 자리에서는 축하하는 뜻으로 ‘축 단청’ 이라는 글을 쓰곤 했다. 이렇듯 단청은 정서적으로 우리의 핏속에 오랜 시간 흐르고 흐르는 강물처럼 자연스럽게 몸에 배인 우리의 예술세계이다. 또한 단청은 문양의 상징성 및 디테일한 조화로움이 디자인으로서 매우 활용도가 높으며, 색채 또한 조화로운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어 우리문화의 예술성과 사상성이 돋보이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이의 적극적인 활용은 디자인 산업에 창의성과 독창성을 제공하는 매우 유익한 자료로써의 가치는 분명히 가지고 있다.
가장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아직 우리 대한민국의 전통적인 미에 대해 보존하며 알리기에 늦지 않았다. 이제부터 우리의 소중함 ‘보고(寶庫)’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단청에 대한 관심을 쏟는다면 분명 그 숨결은 다시 살아나며 후대에까지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서울을 상징하는 색, ‘단청빨간색’

시민의 선호도가 가장 높으며,
600년간 왕의 공간에 사용된 궁의 색으로 선정

베를린, 시드니, 요코하마 등 세계 선진도시들은 고유의 특성과 표현으로 고유색을 찾아 경쟁력 강화에 힘써왔다. 이에 서울시는 도시의 고유한 매력과 브랜드가치를 높이기 위해 서울을 상징하는 색으로 ‘단청빨간색’을 지난해 5월 22일 선정했다. ‘단청빨간색’은 전통색 체계인 오방색의 하나로 시민여론조사와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결정된 것으로 서울시는 “‘단청빨간색’은 서울의 전통건축물에서 추출된 색이자 월드컵을 통해 시민이 하나로 뭉치게 자리 잡은 색이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단청빨간색의 단청은 서울의 전통문화와 정서를 담아 붙인 접두사로, 시민여론조사를 통해 가장 선호도가 높은 색이며, 600년간 왕의 공간에 사용된 궁의 색이자 무병과 화평을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권영걸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은 “같은 빨강 계열이지만 중국인들이 즐겨 쓰는 빨간색보다는 훨씬 중후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며, 오랜 세월 민예품과 의생활 등에 골고루 쓰여 왔고 무병과 화평을 바라는 기원의 의미가 깃든 우리 전통색”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은 600년 전통의 고도임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산업화로 도시 전체의 색채를 사용하는데 일정한 원칙과 기준을 세우지 못해 도시 경관이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워졌다”면서 “서울의 색 정립과 체계화를 통해 서울의 경관을 다시 디자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서울시는 서울 전역의 역사유적지, 자연공원, 길거리 풍경, 빌딩 등 9,800여 컷의 이미지를 찾아내 색깔을 뽑아 낸 뒤 이중 친숙하고 역사성이 있는 색을 중심으로 서울 대표색 10개를 추려냈다. 서울대표 10색으로 서울시는 단청빨간색을 비롯해 남산초록색, 고궁갈색, 꽃담황토색, 서울하늘색, 돌담회색, 기와진회색, 은행노란색, 삼베연미색, 한강은백색 등의 고유색깔 명을 붙였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서울시는 경관을 관리하는 색의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공공시설물 옥외 광고물, 대중교통수단 등에 적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은 새롭게 통일되고 조화로운 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