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여당을 이끌 당대표 후보 3인

출마선언문으로 본 민주당의 미래

2020-08-05     박희윤 기자

[시사매거진 제266호] 지난달 25일 제주를 출발한 민주당 전당대회는 8월 중 부산·울산·경남(1일), 대구·경북(2일), 광주·전남(8일), 전북(9일), 대전·충남·세종(14일), 충북(16일), 경기(21일), 서울·인천(22일) 등을 거치며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과연 확고한 1위를 견제하는 2·3위 후보들의 추격전 속에서 1위가 당대표에 당선되는 안정적인 모습이 될지, 아니면 2위나 3위의 역전이 나오는 이변이 발생할지 당내 새로운 지도부 탄생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3인의 출마선언문을 통해 그들이 추구하는 변화된 민주당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지 확인해 본다.

더불어민주당의 8·29 전당대회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들도 '불꽃 경쟁'에 돌입했다.

당대표 경선의 경우 확고한 1위를 견제하는 2·3위 후보들의 추격전 양상으로 펼쳐지고, 최종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8명 최고위원 후보들은 지지세 불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낙연·김부겸·박주민 후보가 경쟁하는 당대표 경선에서는 주류인 친문재인계와 친이재명계의 표심 향배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내며 '대세론'을 형성한 이 후보에게 지지세가 몰릴 것이란 관측이 많지만, 이 후보의 독주를 견제하고자 친문 표심이 김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부담을 털어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지군이 어느 후보를 택할지도 관심사다. 이들의 선택지가 기존의 경쟁구도를 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예비경선을 통과한 최고위원 후보들과의 합종연횡 가능성도 관전 포인트다. 아직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간 뚜렷한 연대 움직임은 없지만 향후 짝짓기가 본격화되면 전대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이낙연, “저를 성장시켜준 민주당에 헌신으로 보답”

이낙연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그동안 저는 당 안팎의 여러 의견을 들으며, 깊은 고뇌를 거듭했다”면서 “저는 민주당과 저에게 주어진 국난극복의 역사적 책임을 이행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이 후보는 우리나라의 위기에 대해 ‘중첩된 위기’라며 네 가지를 언급했다.

먼저 “‘코로나19’의 확산”이다. 그는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 이후 우리는 잘 대처해 왔다”면서 “국민의 성숙하고 적극적인 동참과 질병관리본부 등 의료진의 유능하고 헌신적인 대응 덕분”이라면서 감사를 표했다.

두 번째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의 침체와 민생의 고통”을 말했다. 그는 “서민은 나날의 삶을 힘겨워하시고, 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도산이나 휴폐업을 걱정한다”면서 “정부는 대대적 지원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경제위축과 국민 고통은 더 심해지고, 그 바닥과 끝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는 “격차의 확대, 청년층의 좌절, 저출생 고령화 같은 누적된 문제들이 코로나19 위기와 함께 악화 기미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다른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냈지만, 이들 문제는 여전히 어렵다”면서 “이제는 더 정교하고 강력한 접근이 필요해졌다”고 밝혔다.

네 번째는 “평화의 불안”을 말했다. 그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우리는 모처럼 평화정착과 화해협력의 가능성을 꿈꾸었다”면서 “실제로 군사적 긴장은 상당한 정도로 완화됐다. 그러나 상황은 다시 불안정해졌다. 우리는 새로운 반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국가적 위기 앞에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면서 “21대 국회는 국난극복의 책임을 안고 출발했다. 국회가 시급히 할 일은 많다”고 국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먼저 “경제를 회생시키고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신산업을 육성해 고용을 창출하며 청년층 등 국민께 희망을 드리기 위한 ‘경제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극화를 개선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해 약자를 더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사회입법’이 절박하다”면서 “정치혁신과 권력기관 쇄신 등 지체된 개혁을 촉진할 ‘개혁입법’을 더는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한반도 평화 진전에 힘을 모으며 여러 방법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과 “정쟁을 멈추고 국민통합을 솔선하며 ‘일하는 국회’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생과 평화를 위해 여야가 소통하며 지혜를 모으는 가칭 ‘민생연석회의’와 ‘평화연석회의’를 구성해 가동할 것을 여야에 제안그린다”면서 “저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두 연석회의가 충실히 운영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후보는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새로운 각오와 태세를 강조했다.

그는 “어느 경우에도 거대여당의 본분을 다하는 ‘책임 정당’일 것”, “모든 과제에 성과로 응답하는 ‘유능한 정당’일 것”, “국민과 역사 앞에 언제나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한 정당’일 것”, “내외정세와 지구환경, 인간 생활과 산업의 변화를 직시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하도록 ‘공부하는 정당’일 것”, “미래 세대에 희망을 드리고 신뢰를 받는 ‘미래 정당’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민주당이 그렇게 되도록 제가 당원 여러분을 모시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후보는 정부와의 관계와 관련해서는 “국난극복이야말로 당정의 시대적 책임이고, 그것이 문재인정부의 성공”이라면서 “국난극복과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민주당은 정부에 협조하고 보완하면서도, 때로는 대안을 제시하고 정부를 선도해 최상의 성과를 내는 ‘건설적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 길을 열고 걷겠다”고 밝혔다.

김부겸, “어떤 대선 후보라도 반드시 이기게 할 것”

김부겸 후보는 출마선언문 서두에 김대중 전 대통령을 회상했다.

그는 “30년 전 저는, 김대중 총재님이 이끄는 민주당의 꼬마 당직자였다”면서 “총재님께 인사드리러 간 첫날, 제 손을 잡고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일러주셨다. 김대중 총재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당 대표가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구에서 8년간 네 번 출마하며, 지역주의의 벽에 도전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국민 안전을 책임지며 검찰개혁에도 매진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이 여신 남북평화의 길, 노무현 대통령이 온 몸을 던지신 지역주의 타파의 길, 문재인 대통령이 걷고 계신 촛불혁명의 길. 고난 속에 민주당을 승리로 이끈 그 세 분의 길을 따랐다”면서 “저는 오늘 2년간 민주당을 책임지고 이끌, 당 대표의 길 앞에 섰다. 당원 동지들과 함께, 정의로운 민주당의 역사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김 후보는 “2021년 9월 대선 후보 경선, 2022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 6월 1일 지방선거가 있다”면서 “이번에 뽑을 당 대표가 책임져야 할 네 번의 선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선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당 대표, 무엇보다 선거 승리를 책임질 당 대표가 필요하다”면서 “당 대표가 되면 저는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대신 어떤 대선 후보라도 반드시 이기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후보는 “차기 대선 승리의 확실한 길, 영남 300만 표를 책임지겠다”면서 “지난 총선에서 750만 명이 영남에서 투표했다. 그중 40%를 제가 얻어오겠다. 영남에서 민주당 지지율 40%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책임국가’를 앞당기겠다”면서 여섯 가지 공약을 발표했다.

먼저 “코로나-19 사태 극복에서 더 나아가, 코로나 이후 시대를 대비하겠다”면서 “코로나 이후 우리의 삶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전환 시대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의 충격에 가장 취약한 부분을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을 즉시 추진하겠다. 기본소득제 도입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는 ‘검찰 개혁 완수’를 강조했다.

그는 “민주적 통제에서 벗어난 검찰 권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았다”면서 “통탄하고 또 통탄할 일”이리고 평가했다. 이어 “저는 행정안전부 장관 시절 조국 민정수석,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함께 검찰 개혁안을 만들었다”면서 “검찰이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두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는 “남북 관계의 교착 상태를 돌파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의약품 지원을 비롯한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을 확대하겠다”면서 “대북 제재의 틀이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도주의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극우 반공주의 세력은 평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왜곡하지 말라”면서 “저는 평화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세력과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후보는 부동산과 관련해서 “집으로 부자 되는 세상이 아니라, 집에서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주거안정권을 지키고 부동산 자산 불평등을 해소”와 “다주택 종부세 강화를 서두르고, 양질의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면서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겐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을 심화하는 ‘광역상생 발전’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수도권 중심 경제·사회 체제를 복수의 광역권 체제로 전환하겠다”면서 “지방 도시의 잠재력을 뒷받침하여 미래 성장비전을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노동과 일자리 문제를 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용역노동이 양산되고, 부족한 일자리를 놓고 을과 을이 다투는 상황을 바꾸겠다”면서 “노사정 대타협으로 상생형 노동시장을 만들겠다. 광주형, 구미형, 울산형 등 일자리 모델을 바탕으로, 다양한 일자리 성공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국민의 더 나은 삶, 더 안전한 삶, 더 고른 기회를 책임지는 ‘책임국가’의 비전을, ‘책임정당’ 민주당이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박주민, “국민과 함께 가는 두려움 없는 정당을 만들 것”

세 후보 중 가장 늦게 출마 선언을 한 박주민 후보는 출마선언문을 통해 “지난 2년, 많은 분들의 지지와 성원으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으로서 활동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면서 “당원과 국민 곁에 가까이 남을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부족함이 많았다. 왜 더 소통하고 공감하지 못했을까 스스로에게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 이후 전환의 시대를 맞아 태세를 전환해야 한다”면서 “시대를 교체하는 첫 번째 정당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지금은 위기의 시대이자 전환의 시대다. 발 맞춰 전환하지 못하면 위기 극복도 없다”면서 “전환의 키워드는 바로 포용과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전환된 사회의 모습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도 없고, 포용성과 혁신성을 높이는 전환의 과정은 많은 변화를 수반하게 될 것이기에 현장에서, 이해관계를 갖는 많은 사람들 사이의 폭넓은 대화를 통한 정답 찾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렇게 찾은 정답조차도 대화와 설득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단단히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런 대화와 설득은 국민과 함께여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사회변화과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의 모습과 관련해 “그런데 현재 당의 모습은 현장에 있지 않고, 국민과 과감하게 교감하지 못하며, 국민을 믿고 과감하게 행동으로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라면서 “오히려 국민을 걱정만 하는 구경꾼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는 “새로운 시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당을 혁신하겠다”면서 “당의 혁신은 구조적 부분과 가치의 부분 두 방향에서 모두 진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먼저 “구조적 부분으로는, 우선 사회적 대화에 적합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기존의 정책위의 역할을 대폭 강화하고, 사회적 의제 연석회의라는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소통창구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또 “당의 실천력과 현장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위원회를 강화하겠다. 모든 지역위원회가 교육의 기능, 정책생산의 기능, 그리고 지역민과의 소통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중앙당 차원에서, 각 시도당 차원에서 지역위원회를 지원할 수 있는 구조와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가치적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강조되어왔던 가치 외에 환경적 가치, 젠더의 가치, 노동의 가치, 안전의 가치, 연대의 가치, 공정의 가치를 주류적 가치의 수준으로까지 강화해야 할 것”이라면서 “가치가 가치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체를 가지도록 입법과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존의 가치들도 변화된 상황에 맞게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면서 “가령 평화의 가치는, 남북관계를 넘어서 새로운 미·중 갈등 관계 등이 고려되고, 일본, 한반도, 중국을 둘러싼 불안과 갈등도 함께 고민되는 방향으로 넓게 재구성되어야 하며, 보다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해법들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두려움 없는 개혁을 추진하겠다”면서 “그동안 사회가 민주적 과정을 통해 문제해결을 시도했을 때 이를 왜곡하는 흐름과 시도들이 있었다. 권력기관, 일부 언론 등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권력기관과 언론이 제자리를 찾아 민주적 과정을 통해 사회가 문제해결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일하는 국회를 향한 국회 개혁뿐만 아니라, 검찰개혁, 경찰개혁, 정보기관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 언론 관련 제도 개선 등을 힘 있게, 두려움 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작고, 사회적인 기준과는 달리 당내에서는 여전히 어리다고 평가를 받는 저의 도전이 당원 여러분 그리고 국민과 함께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출사표를 던진다”면서 “저에게 기회를 주신다면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가 되어 전환시대의 새로운 대한민국! 전환시대의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도전에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출마의 변을 마쳤다.

지난달 25일 제주를 출발한 민주당 전당대회는 8월 중 부산·울산·경남(1일), 대구·경북(2일), 광주·전남(8일), 전북(9일), 대전·충남·세종(14일), 충북(16일), 경기(21일), 서울·인천(22일) 등을 거치며 열기를 더해갈 것으로 보인다. 과연 확고한 1위를 견제하는 2·3위 후보들의 추격전 속에서 1위가 당대표에 당선되는 안정적인 모습이 될지, 아니면 2위나 3위의 역전이 나오는 이변이 발생할지 당내 새로운 지도부 탄생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박희윤 기자 bond00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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