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판타지 앨리스2046, 커피문화 정착

커피전문점과 아카데미를 통해 제대로 된 커피문화를 알림

2008-12-15     이남경 기자/김효진 기자

   
▲ 커피마니아는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커피를 즐긴다. 추 대표가 제대로 된 커피를 만들려고 하는 이유는 이런 사람들에게 최고의 커피를 제공하고 싶기 때문이다. 추 대표가 에소프레소 머신을 이용해서 라떼아트를 만들고 있다.

커피는 하나의 문화이다
한 중년의 남자가 커피 보관통에서 원두를 꺼낸다. 미처 담지 못한 원두 열 알이 덮개 위에 흩어져 있었다. 남자는 원두 열 알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줍는다. 버려질 수도 있었던 원두 열 알은 남자의 손에서  황금이 된다. 커피가 황금이 되는 곳. 여기는 앨리스2046, 이 남자는 앨리스 커피나라의 길잡이 추재호 대표이다.
광안리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곳에 앨리스2046은 자리 잡고 있다. 앨리스2046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따온 ‘앨리스’와 십자가 모양으로 전도의 의미를 가지는 ‘2046’을 모아 커피나라의 전도사가 되겠다는 의미를 띠고 있다. 지하 1층은 커피교육장, 1층은 원두를 판매하는 곳, 2층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소박한 나무계단을 올라 카페에 들어서면 무엇인가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따뜻한 기운이 이곳을 감싸고 있었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한가롭게 오후를 만끽하고 있었다. 추 대표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커피 예찬을 시작했다. “커피는 감성음료입니다. 원래 커피는 따뜻하게 마셔야 합니다. 커피마니아들은 한 여름에도 뜨거운 커피를 마시죠.”커피는 감성음료이자 향미음료이다. 커피의 향으로 영혼을 채우고 커피의 맛으로 육체를 채운다. 그래서 향이 좋은 커피는 늘 즐겁고 행복하다. 커피에는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어 회복력을 높이거나 몸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에도 많이 쓰인다. 인스턴트 커피가 신체유지의 기능으로만 쓰인 것과는 달리 신선한 커피는 영혼까지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추 대표는 사람마다 커피를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했다. 공부나 일 때문에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있고, 심장과 혈압에 좋기 때문에 약으로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추 대표가 제대로 된 커피를 만들려고 하는 이유는 이런 사람들에게 최고의 커피를 제공하고 싶기 때문이다. 커피마니아들에게 커피는 늘 다른 맛을 주는 경이로운 존재이다. 날씨나 시간에 따라 혹은 어떤 음악을 들으며 누구와 마시느냐에 따라 커피의 맛이 달라지는 것이다. 

   
▲ “커피는 감성음료입니다. 원래 커피는 따뜻하게 마셔야 합니다. 커피마니아들은 한 여름에도 뜨거운 커피를 마시죠”며 미소 짓는 추재호 대표.
커피시장의 변화와 앞으로의 전망
추 대표는 86년 이 자리에서 ‘카페-인’이라는 커피숍을 시작했다. 그때는 커피뿐만 아니라 피자와 맥주도 함께 팔았다. 하지만 호출기와 핸드폰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여유롭게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고, 만남의 장소로 애용하던 커피숍들은 자연스레 없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스타벅스와 커피빈 등의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들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다시 커피와 함께하는 문화가 퍼지기 시작했다. 앨리스2046 역시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변함없이 자리를 지켰고, 추 대표의 한결같은 커피 사랑 덕분에 입소문을 타고 퍼져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인스턴트커피가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 세계에서 한국만큼 인스턴트커피를 많이 마시는 곳도 없다고 할 정도다. 추 대표는 앞으로 질 좋은 커피시장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외국의 커피문화가 한국에 자리를 잡았고 웰빙 시대인 만큼, 값싸고 질이 떨어지는 인스턴트커피 보다는 신선한 커피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한다. 신선한 커피에 대한 수요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만큼 제대로 된 커피를 만들 수 있는 바리스타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바리스타 교육의 명가, 앨리스 커피 아카데미
추 대표는 지난 2003년부터 자신의 커피숍에서 커피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그가 커피아카데미를 시작한 원래 목적은 커피문화의 확산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커피문화의 확산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바리스타(커피를 만드는 전문가)를 양성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아직까지는 제대로 된 바리스타를 키우는 것 보다는 단순한 기계조작을 가르쳐주는 곳이 더 많다.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 역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바리스타보다는 단기간 아르바이트를 목적으로 일하는 대학생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커피문화가 오래도록 유지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바리스타 양성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추 대표는 커피아카데미를 통해 바리스타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아카데미는 취미반, 주말교육과정, 정규바리스타과정, 창업과정, 고급심화과정, 로스팅 과정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아카데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추 대표가 운영하는 ‘부산 커피사랑’ 카페(cafe.daum.net/alicecoffee)에 상세히 나와 있다. 앨리스 커피 아카데미는 곧 유럽스페셜커피협회(SCAE: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Europe) 지정 바리스타 교육센터로 지정될 예정인데, 부산 최초라는 큰 의미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추 대표의 자부심 역시 대단했다. 추 대표는 수강생들에게 커피에 대해 가르칠 때 두 가지를 강조한다. 우선 커피의 정의와 커피문화에 대한 설명을 통해 커피에 대한 가치를 심어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커피에 대한 정확한 체계를 심어주는 일이다. 앨리스 아카데미가 다른 커피 교육기관과 구별되는 점은, 가족적인 분위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또, 모르면 알 때까지 실습을 통해서 가르쳐 주고 수강기강이 끝났더라도 원하면 언제든지 연습할 수 있다. 수강생들 역시 정규수업 후에 따로 스터디를 만들어 부족한 공부를 할 정도로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대단하다. 이제 앨리스 아카데미는 커피로 이루어진 하나의 가족적인 공동체가 되어가고 있다. 
추 대표는 전문가 과정뿐 아니라 취미반 운영에도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아무리 좋은 커피를 만들어도 그것을 알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냐는 이유 때문이다.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커피문화가 확산될 수 있다. 게다가 자신이 마시는 커피가 어디서 온 원두를 만들어 졌는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 지는지를 알고 나면 커피를 마시는 일이 더욱 더 재밌어지기 때문이다.
추 대표는 커피 이야기를 하면서 마치 사랑의 열병에 걸린 소년처럼 들떠 있었다. 한 중년의 남성을 이렇게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커피의 매력이 아닐까. 추운 겨울.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여줄 곳이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곳으로 달려가라. 여기는 커피 판타지, 앨리스2046이다. 
문의: 051) 761-2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