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스트레스, 외로움이 원인, 현명하게 대처해야
우울증과 자살은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정신과 의사들은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부른다. 감기처럼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을 앓았던 처칠도 우울증을 길가에서 자주 마주치는 동네 개에 비유해 ‘블랙 독’이라고 불렀을 정도다. 미국은 성인 열 명 중 하나가 우울증 환자이고 유럽에선 우울증 약을 두통약이나 소화제처럼 먹을 정도로 보편화돼 있다.
우울증 증상은 ‘일시적인 침울한 기분’과 다르다. 종일 우울하고 살맛이 안 난다. 여기에 체중 변화, 불면, 피로감, 자책, 집중력 감퇴, 자살 시도 같은 6개 증상 중 3개가 추가되면 우울증이라고 진단한다. 우울증은 생물학적으로 도파민과 세로토닌 같은 뇌 신경전달물질에 이상이 생긴 뇌질환이다. 사회·심리학적으론 이혼이나 배우자 죽음 같은 급격한 생활환경 변화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얼마 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최진실 씨도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아왔다고 한다. 앞서 자살한 가수 유니와 배우 정다빈, 이은주씨도 모두 심한 우울증에 빠졌었다.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는 인구의 7.5%인 375만 명으로 추산된다. 우울증이 자살에 이르지 않게 하려면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자신감을 갖도록 주변에서 도와줘야 한다. 그러려면 혼자 끙끙 앓을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병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열린 자세가 중요하다. 우울증은 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인식도 더 퍼져야 할 것 같다
계절적 요인·스트레스 등 원인, 긍정적 사고로 예방
지긋지긋했던 늦여름의 더위가 가고 뒤늦게 가을이 찾아왔다. 선선한 날씨와 풍성한 과일로 우리를 풍요롭게 해주는 가을이지만, ‘우울증’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도 함께 찾아온다. 가을에 우울증이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뇌의 구조물 중 ‘송과체’에서 나오는 멜라토닌 양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가을이 오면 일조량이 줄어들게 되는데 그에 따라 멜라토닌의 분비가 늘어나면서 계절성 우울증이 많이 찾아오게 된다. 멜라토닌은 인간의 수면, 기분, 성적인 욕구 등을 조절하는 호르몬인데, 여러 가지 환경의 영향을 받아 분비되며 햇빛은 그중 중요한 요인이다. 이런 계절성 우울증은 여성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흔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우울증의 원인이 계절적인 요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 불황, 강도 높은 직무에서 오는 스트레스, 실직이나 은퇴 후의 외로움, 유명인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 등이 그것이다.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요즈음, 주변에서 우울증 환자를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같은 바쁜 현대사회에서의 생활 속 스트레스, 대인관계에서의 문제, 비관적인 성격 등이 우울증 형성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놀랍게도 유전적 요인도 우울증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우울증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은 그것이 단순히 ‘우울한 증세’이기 때문이 아니다. 단순히 울적한 기분은 기분전환으로 금방 풀리지만, 우울증은 몇 달 동안 무기력하고 우울한 상태가 지속되어 개인의 삶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울증이 방치될 경우 자살에 이를 가능성이 늘어나게 된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홍강의 회장은 “자살자의 약 60%가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데, 우울증 환자의 20∼30% 정도만 치료를 받고 있다”며 우울증 문제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9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사망원인을 분석한 결과 암,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에 이어 자살이 네 번째로 많은 원인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이 같은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자신과 주변인의 우울함을 방치하지 않고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처를 하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우울증의 증상은 크게 정신증상, 신체증상, 행동상의 변화로 나타난다. 정신증상은 주로 침울한 기분, 의욕의 상실 등으로, 처음 시작은 정도가 가벼우므로 혼자서 괴로워하여 주변사람들이 알아차리기가 힘들다. 하지만 정도가 심해지면 불안, 초조 등의 감정기복을 보이거나 사소한 일에 눈물을 흘리거나 흥분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흔해진다. 도 인지기능도 저하되는 경우가 많은데, 평상시와 달리 집중력과 기억력이 저하되어 남들과의 대화나 평소 잘하던 일처리 과정에서 자신 스스로와 타인에 의해 실수나 문제점이 드러나게 된다. 또한 우울한 기분, 자신감의 저하로 인해 자신의 탓을 많이 하며, 각종 일이나 대인관계 등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신체적 증상으로는 주로 불면증과 함께 식욕감퇴와 체중저하 등이 수반되어 나타난다. 이와 함께 만성피로와 근육통 등을 호소하게 된다. 자율신경증상도 빈번히 나타나는데 가슴 답답함, 머리가 멍하거나 무거움, 열감, 어지러움, 손발 저림 등이 대표적이다.
우울증, 예방과 빠른 치료가 중요
이미 사회적인 문제가 된 만큼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과 전문 클리닉 등 관련 기관에서는 우울증에 대처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생리적인 원인의 경우를 제외하면 이들이 제안하는 방법은 대부분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마음자세를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의 마인드 컨트롤이 어렵거나 그다지 효과가 없다면 전문 클리닉을 찾는 것이 좋다. 메타인지행동치료센터에서는 우울증 환자에게 ‘생각 바꾸기’라는 인지치료를 통해 도움을 주고 있다.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의 매력이나 능력, 가치 등에 대해 지나치게 평가절하하며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자신의 주변환경을 부정적이고 적대적으로 해석하며, 결국 다가올 일의 결과나 미래에 대해서 두려워하거나 잘못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인지적인 오류가 계속 반복되며 점차적으로 우울한 기분과 일상생활에서의 장애가 점차 심해진다. 바쁜 일과 때문에 여가를 즐기기도 어렵고 마인드 컨트롤도 어렵다면 섭식법으로도 우울증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비타민제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은 우울증 예방의 기본적인 섭식법이다. 특히 비타민 B는 기분을 활성화하는데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은 등푸른 생선을 많이 먹는 것도 우울증 해소에 좋다. 충분한 양의 수분과 함께 양질의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단백질의 주성분인 아미노산은 특히 사람들의 감정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따라서 우유, 치즈, 달걀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흡연과 카페인 섭취를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일시적인 기분 전환에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울증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단 음식과 육류 위주의 식단도 비슷한 맥락에서 지양할 필요가 있다.
우울증은 자신의 노력과 주변인의 관심에 그 극복 여부가 달려 있다. 계절과 사회 탓으로 치부하며 우울증의 징후들을 가벼이 넘기기보다는 다양한 예방법을 적극 활용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1.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쓰이고 걱정거리가 많아졌다.
나의 우울증 지수는 ?
2.쉽게 피곤해진다.
3.의욕이 떨어지고 만사가 귀찮아졌다.
4.즐거운 일이 없고 세상일에 재미가 없다.
5.매사가 비관적으로 생각되고 절망적이다.
6.스스로의 처지가 초라하게 느껴지거나 불필요한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7.잠을 설치고 자주 깨 깊이 자지 못한다.
8.입맛이 바뀌고 한달 사이에 5% 이상 체중이 변했다.
9.답답하고 불안해지며 쉽게 짜증이 난다.
10.거의 매일 집중력이 떨어지고 건망증이 늘어나며 의사 결정에 어려움을 느낀다.
11.자꾸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
12.두통 소화기 장애 또는 만성 통증 등 잘 치료되지 않는 신체증상이 계속된다.
▶위 항목 중 2주 이상 지속되는 것이 3가지 이상일 때 약한 우울증, 6가지 이상일 때 심한 우울증이 의심됨. 우울증의 최종 진단을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야 함.
자살가능성의 징조
ㆍ가족, 친구로부터 격리될 때
ㆍ자기 몸치장을 소홀히 할 때
ㆍ“끝내고 싶다.”,“타인의 짐이 된다.”,“인생은 살 가치가 없다”는 말을 자주 언급
ㆍ구체적인 자살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ㆍ계속 절망적이다가 갑자기 명랑해질 때
자살은 살인의 최악의 형태
지그문드 프로이드는, 사람에게는 살고저 하는 삶의 본능(eros)과 죽음을 추구하는 죽음의 본능(thanatos)있다고 했다. 이 죽음을 추구하는 죽음의 본능에 따라 사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자살이다. 김광림씨는 그의 ‘예술가와 자살’이라고 하는 책에서 “사람에겐 두 개의 자기가 있다. 있어야 할 자기(Sollen)와 현재 있는 자기(Sein)가 그것이다. 이「졸렌」과 「자인」사이에 일정 이상의 거리가 생길 때 자살이 발생한다. 다시 말하면 자살이란 있어야 할 관념적인 자기를 증거하기 위해 현실의 분열 상태에 있는 자기를 물리적으로 말살해 버리는 행위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자살은 매우 복잡한 인간 행동의 결과로 그 동기에는 인간적인 요소, 사회학적인 요소, 정서적인 요소, 육체적인 요소 등 복합적인 많은 요소를 갖고 있다. 어쨌거나 자살은 생명을 포기하는 일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욕구가 충족이 되지 않으면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인해 자살을 결행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죽은 연인이나 그리운 부모와의 재회를 목적으로 하는 자살도 있다. 심한 경우 ‘자살체험’을 해보기 위해 하는 자살도 있다.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니까 생기는 일이다.
자살의 경우 실제 자살에 이르는 경우가 있고, 자살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치는 경우가 있고, 실제 자살을 결행하지는 않았으나 자살할 의도나 생각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하면 조직의 힘과 같은 것의 강요에 의해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살을 강요당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자살은 자기를 향한 공격성 때문에 생긴다. 그것은 분별력을 상실할 때 생긴다. 대부분의 경우 자살은 좌절감이나 저주의 처리를 하지 않았거나 잘못하였기 때문에 생긴다. 좌절감이란 살 의욕을 상실하는 것이며 저주란 선대로부터 전이하여 온 죄를 포함해 자신에게 누적해 있는 죄를 말한다.
살 의욕을 잃고, 몸에 죄가 쌓여 누적하여 있으면 일반적으로 사람은 건강에 문제를 가지게 되고 정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침체되어 영과 혼과 육 속에 아픔을 갖게 된다. 물론 어느 수준까지는 그래도 견딜 수 있다. 그러나 한 순간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 쉽게 생각하는 것이 자살이다.
자살행위에 대해 전문가들은 심리적, 사회적, 의학적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기 때문에 자살 의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직접, 자세히 살피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하다. 중요한 것은 ‘왜 그가 자기를 포기할 정도로 소망을 잃었는가’ 하는 것이다. 충동적인 자살도 있지만 자살의 경우 그것이 합리적이든 비합리적이든 반드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이유만으로 자살을 해야 한다고 하면 그런 이유를 가진 사람은 다 자살을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똑같은 일을 당하면서도 자살을 하지 않고 밝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
우울증, 꾸준한 치료와 사회적 관심이 필요
우울증은 조금 호전됐다고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하기 쉬운데다, 증상이 심할 때보다 오히려 회복기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게 특징이다. 심할 땐 자살할 만큼의 기력도 없지만 회복과 함께 활력을 되찾으면서 자살을 시도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기 때문에 증상이 좋아진다고 방심해선 안 될 것이며, 최소 6개월 이상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정신과 약은 중독성이 있다는 오해와 정신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 또 우울한 느낌 외에 불안감과 짜증, 피로감이나 통증 등 증상이 다양해 자칫 소홀히 대하기 쉽다. 환자의 10%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우울증, 꾸준한 치료와 사회적 관심이 불행한 결과를 막는 최선의 방안이다.
최근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소식이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스타들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넘어 ‘베르테르 효과’로 불리 우는 모방자살 현상까지 우려 되고 있다.
자살이란 그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당사자가 자유의사에 의하여 자신의 목숨을 끊는 행위를 말한다. 현대 사회에서 자살의 빈도수는 발전하는 경제속도와 맞물려 아이러니 하게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실제로 교통사고 사망률보다 3배 이상 높은 발생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사회적 약자 및 소외계층에 대한 무관심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봐도 무관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무려 1만 2,174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10만 명당 24명이니 가히 세계적 수준이다. 자살이 유행처럼 번지는 요즘, 하루 평균 34명이 빈곤과 신병비관 등을 이유로 자살을 택한다. ‘자살 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실이 서글프지만, 비록 현실이 각박하고, 무수한 위협에 당면해있고, 또 갖가지 위기의식의 포위망에 갇혀 있어 현대인의 삶 자체가 우울증 현상을 드러내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살아가면서 한번쯤 스스로에게 삶에 대해 되물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울증은 마음을 굳세게 먹는다고 나을 수 있는 병이 아니다. 우울증은 치료가 필요한 엄연한 병이지만 자신의 생활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다음은 우울증 환자의 바람직한 생활 수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