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한국사 교과서, '제주4.3 역사' 대폭 개정

'잊혀지지 않는 기억, 제주4.3' 개정판 내년부터 사용 이석문 교육감 "제주4.3 역사적 기술 넘어 감성적 접근하도록 반영"

2019-12-17     박은교 기자

[시사매거진/제주=박은교 기자] 제주4.3의 역사가 담긴 2020 한국사 교과서가 내년부터 개정돼 사용된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17일 오전 제주도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제주4.3 집필기준이 최종 반영된 '2020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내년 새 학년부터 사용된다고 밝혔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공개된 8종(금성출판사‧동아출판‧미래엔‧비상교육‧씨마스‧지학사‧천재교육‧해냄에듀)의 한국사 교과서에는 제주4.3이 8.15광복과 통일 정부 수립과정을 이해하는데 알아야 할 '학습요소'로 반영돼 있다.

학습요소는 역사과 교육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할 핵심 요소를 말한다.

이전까지 대부분 한국사 교과서는 제주4.3을 한국전쟁 전 역사로 기술됐다. 이러다 보니 4.3이 정부수립 반대 폭동이나 좌우대립의 소요사태 등으로 규정돼 교과서 편찬 때마다 4.3 왜곡.폄하 등의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제주도교육청은 4.3을 통일정부 수립 운동이 전개되던 시기에 일어난 민족사적 사건으로 새롭게 규정하기 위해 지난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검인정 역사교과서 4.3집필기준개발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연구용역을 통해 '8.15 광복 이후 자주적 민족통일국가 수립 과정에서 제주 4‧3의 역사적 위상 설정', '제주4.3 사건 진상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제주 4.3의 배경과 전개과정 및 의의를 객관적으로 서술', '진상규명과 관련자의 명예 회복 과정에서 성취된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드높이는 사례' 등의 집필기준안의 기본 방향을 도출했다.

이와 더불어 제주도교육청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을 대상으로 중.고등학교 교육 과정 '학습 요소'에 새로운 집필 기준안을 반영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한 결과, 내년 3월부터 사용될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집필기준 개정 시안'에 제주4.3이 '8‧15 광복과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노력'의 필수 요소에 반영됐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 예술, 소설, 영화 등의 장르를 통해 4.3을 역사적 기술을 넘어 감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반영했다"며 "(이번 발간을 통해)이전하고는 근본적으로 틀린 출발선에 섰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집필기준이 최종 반영될 수 있도록 성원과 지원을 모아준 제주도민들에게 감사하다"면서 "4.3이 더욱 상세하고 진실에 맞게 교과서에 실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