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진안(鎭安)의 낮과 밤은 다르다
진안의 속살은 낮과 밤이 확연히 다릅니다. 밤의 시간은 역사가 이루어지는 시간입니다 진안의 밤은 역사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불임의 밤입니다 흘러간 물은 물레 방아를 돌리지 못하며, 같은 시냇물에 발을 두 번은 씻지 못합니다
[시사매거진/전북=오운석 기자] 진안의 달빛은 유난히 차갑습니다.
초겨울 쏟아지는 달빛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기울면서 내동산, 마이산, 운장산을 지나갑니다.
팔공산 데미샘물은 제룡강을 지나 오원천과 압록을 거쳐 화계장터, 하동포구 500리길을 쉼없이 흘러갑니다. 달빛은 섬진강 하류에서 상류 발원지까지 비춰줍니다.
섬진강 상류 원천(原泉) 데미샘은 섬진강을 잉태한 엄마의 자궁과 같은 곳입니다.
진안은 무한한 생명을 잉태하고 태어나게 하고 키워주는 성스러운 고장입니다.
옛날 고려시대에 진안은 월랑현으로 불리웠습니다.
달빛을 받은 호수가 일렁거리며 사람들의 생명을 번식시키고 삶을 키워주는 그런 달빛 파도라는 뜻도 숨어 있습니다.
진안은 남방정책보다 북방정책에 유리한 지형입니다. 저 머나먼 곳 남방에서부터 내동산 백마사를 지나 마이산을 지나 군상리, 군하리를 지나 용들의 고장 주천과 용담을 지나 한양으로 치닫는 기세의 고장이기 때문입니다.
말(마이산, 마령)과 군(軍上·下里이) 있고 호수(水)가 있고 용(龍)이 있는 고장, 그곳이 진안(鎭安:진영, 군주둔지)입니다. 쉽게 풀어보면 용상이 있고 군진영과 군마가 있는 곳이니 당연히 왕이 나올 길지라는 뜻입니다.
마이산 은수사에 가면 몽금척이 있습니다. 태조 이성계의 개국의 꿈이 서린 삼한을 다스리라는 천신의 명령이 쉼쉬고 있는 곳입니다.
그러고 보니 생명의 강, 섬진강이 시작하는 곳이고, 500년 조선이 잉태한 곳입니다! 역사가 시작된 곳입니다.
진안에 용상이 있다면 앞으로 앉아야 할 왕은 누구일까요?
지난 2001년 용문(龍門)이 열리고 용담호(龍潭湖)의 댐이 완공되어 담수가 되면서 누워있던 용(臥龍)이 하늘로 박차 오르는 승천의 시기가 이미 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이산이 귀를 쫑긋거리며 왕이 탄생하기만을 기다리다 왕(王)의 울음소리와 동시에 하늘로 뛰어올라 왕을 모실겁니다. 서울로 내달릴 준비가 끝나 있습니다.
진안이 왕도(王都)가 되는 순간입니다. 역사의 수천년 안배 속에서 드디어 숨을 크게 몰아쉬며 성군(聖君)이 탄생하는 곳입니다.
진안의 숨은 그림은 이렇게 세상에 빛을 발하고 힘차게 걸어가리라 믿습니다.
이런 왕도 전야에 군수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아! 민간 체육대통령을 뽑는 체육회장 선거는 며칠 남지 않았군요?
오늘은 두 가지만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두 가지 말하기 전에 왜 진안은 낮과 밤의 풍경이 다를까요? 묻습니다.
주민등록지는 분명 진안군인데 잠자는 곳, 생활하는 곳은 전주나 대전인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공무원, 정치인, 사업가, 상인 등등의 일부가 저녁 7시경이면 모두가 타지 잠자리로 떠나기 때문입니다.
진안은 배드 타운이 아닌 먹고살기 위한 일터이며 시장이며 직장 외에 다른 의미가 없는 듯 합니다. 그러니 초저녁이면 시장에 사람 발걸음이 뜸하고 전기불마져 꺼져 가로등만 졸고 있습니다.
그들은 갖가지 이유를 말합니다. 아이들 교육, 안 사람, 저녁 사교활동, 도시가 좋아서, 어쩔 수 없다고도 합니다.
그러니 진안의 속살은 낮과 밤이 확연히 다릅니다. 거기에서 오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부작용은 심각합니다.
밤의 시간은 역사가 이루어지는 시간입니다. 진안의 밤은 역사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불임의 밤입니다.
각설하고, 선거와 관련 두 세 가지 유행어와 속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 흘러간 물은 물레 방아를 돌리지 못하며, 같은 시냇물에 발을 두 번은 씻지 못한다” 입니다.
2020년은 4차산업의 절정기를 향하는 최첨단 시대를 지향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새로운 시대정신, 새로운 상상, 새로운 사고가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그러니 흘러간 물, 고인 물로는 무엇도 하기 어렵겠지요? 시대를 관통하는 소통과 화합, 개방과 혁신이라는 시대 정신과 한없이 꿈을 크게 꾸며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위대한 상상력의 발휘와 이러한 문제들에서 답을 찾아내는 새롭고 혁신적 사고가 필요하겠지요?
물론 여기에는 진안군과 군민을 사랑하며 봉사하는 정신이 가득찬 그 누군가가 필요하겠지요.
이미 흘러간 물에는 발을 씻지 못합니다.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서 시대 정신을 역류시키진 못합니다.
둘째, 까마귀가 있는 속담입니다. “병든 까마귀 어물전 돌 듯” 한다란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병들어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까마귀가 그래도 무언가 얻어먹을 것이 있을까 하여 어물전 위를 빙빙 돌고 있다는 뜻입니다.
욕심이 많거나,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 가득찬 사람들의 자세를 비꼬는 듯한 속담입니다.
“까마귀가 열두 번 울어도 까옥 소리뿐이다” 도 있습니다.
까마귀가 아무리 많이 울어도 변함없이 듣기 싫은 까옥 소리뿐이라는 말입니다. 그 밥에 그 나물과 같은 똑같은 소리, 똑 같은 사람의 검은 속을 말합니다.
왕도로 가는 신성한 노정에 진안군민들의 지혜로운 걸음걸음과 웅대한 포부를 가진 입지자들의 시대정신을 망각하지 않을 것을 권하는 유행어와 속담을 골라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