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바다 마을 종달리와 갈매기
겨울 바다와 갈매기의 사랑..
[시사매거진/제주=고기봉 기자] 우리가 ‘어디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이 제일 멋있을까?’라고 물어 보면, 제주에서 낳고 자란 이들은 십중팔구 자신의 고향에서 보는 한라산의 모습을 내세운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나 제일 처음 본 산의 모습이고 자라면서 천천히 뇌리에 새겨진 모습이기 때문에, 다른 방향에서 한라산을 대했을 때는 어색한 느낌까지 들기 마련이다.
한 해가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힘든 시간들이었고, 어떤 이들에게는 가슴 벅찬 시간들이었을 것입니다.
그 어떤 삶을 살았어도 새해가 오기 전 겨울바다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그저 발도장만 찍고 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온 몸이 '춥다!'고 느낄 수 있을 시간만큼 바다를 바라본다면 힘든 일은 털어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겨울바다는 춥습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우리의 느슨했던 마음이 정신을 바짝 차립니다. 곁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두 손만 마주잡아도 알게 됩니다. 함께 걷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존재를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겨울바다가 주는 선물입니다.
겨울바다를 그리워해 본 적이 있는지요? 인적 드문 겨울바다, 겨울나무가 자기 본래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듯 겨울바다도 어쩌면 자기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파도에 밀려왔다 이내 돌아간 모래에 발자국을 남기면 다시 파도 밀려와 발자국을 지워버리는 바다에 못내 지우지 못한 작은 새의 발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어쩌면 작은 새의 발자국, 파도는 차마 그것을 지우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람만큼 높아지는 파도소리가 높고 깊습니다. 내 마음이 추울 때 그 곳에 서면 내 마음보다 더 춥다고 흔들리는 바다의 물결을 보면서 위로를 받습니다.
갈매기들이 갯바위에 앉아 추위를 피하고 있습니다. 바람소리 때문인지 불청객이 다가가도 일부 갈매기들은 날아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추운 날이라면 갈매기들의 날개도 곱아서 날개를 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연은 인간처럼 옷 하나 걸치지 않고 겨울을 납니다. 그래도 하늘을 나는 새가 들에 핀 꽃들은 절망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놓는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