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에 올라탄 공수처법
백혜련 안과 권은희 안으로 보는 공수처법
[시사매거진 제259호=박희윤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검찰 개혁 방안의 하나로, 대통령·국회의원·법관·지방자치단체장·검사 등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수사·기소할 수 있는 독립기관을 말한다. ‘공수처’라고도 한다.
현재 검찰이 과도하게 독점하고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이양해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막고 독립성을 제고하는 것이 그 취지다.
1996년 이래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제시되는 권력형 비리 전담 기구로서 원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라는 명칭으로 널리 불렸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명칭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고쳐 설치를 권고하였고, 이후 발의된 공수처 법안들이 이 명칭을 채택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불리고 있다.
공수처 논의의 역사
1996년 1월 참여연대는 부패방지법 제정을 위한 입법운동 과정에서 기존 공직자윤리법의 보완과 함께 부패수사를 전담하는 독립기관으로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도입을 주장하였다. 참여연대는 16대 총선에서도 부패방지법 제정 캠페인을 전개하고, 총선 후에도 입법청원운동을 전개하였다.
1998년 국민의 정부 들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대검 중수부)를 폐지하고 “공직비리수사처”를 신설할 예정이었으나, 당시 검찰의 반발 때문에 무위로 돌아간 적이 있다. 아예 공수처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운 참여정부 들어서도 당시 강금실 법무부장관이 독립된 기관인 “공직자부패수사처”를 신설하려 했으나,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이 “검찰의 권한 약화를 노린 것”이라며 반발해 역시 무산된 바 있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 모두, 그간 문제가 되었던 대한민국 검찰청의 기소독점주의가 갖는 폐해와 특별검사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여 공직자의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대책을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박근혜 후보가 특별감찰관과 상설특검 제도의 도입을 주장한 반면, 문재인 후보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설치를 주장하였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되고 100억대의 수임료를 수수한 검사장 출신의 홍만표, 넥슨과의 비리 의혹에 휩싸인 진경준 전 검사장, 우병우 등의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공직자 기강을 바로잡자는 의미에서 공수처 설치 논의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했다.
당시 정의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이 제시하는 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공직자 및 대통령 친인척의 범죄행위를 상시적으로 수사·기소할 수 있는 독립기관으로 고위공직자 등의 부정부패와 권한남용을 방지하고, 국가운영의 투명성과 공직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고자 함이 목적이다. 이후 19대 대선에선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주요 대선 후보들은 공수처 신설에 대해 찬성했다.
외국의 사례
OECD 보고서에 따르면, 반부패기구를 신설·강화하는 경우에 반부패 정책 개발·조정·관찰 및 부패 연구, 부패 방지, 반부패 교육 및 인식 제고, 부패 관련 범죄의 수사 및 기소를 포함하는 넓은 반부패기능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한다.
효율적으로 전문화된 반부패 기구의 기준으로 독립성·전문성과 함께 충분한 자원, 효과적인 수단 및 훈련(Adequate resources, effective means and training)을 들고 있다. 각국의 반부패기구는 해당 국가의 문화적·법률적·행정적 배경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비교적 관점에서 다목적(Multi-purpose) 모델, 법집행(Law enforcement) 모델, 부패예방(Corruption prevention) 모델로 분류될 수 있다.
먼저 다목적(Multi-purpose) 모델은 수사, 부패예방, 공공교육 및 지원 기능 결합되어 있눈 모델로 독립성을 강하게 보장하며, 대부분이 기소 기능은 별도 분리하고 있다. 그 예로 홍콩의 염정공서(ICAC), 싱가포르의 부패행위조사국(CPIB)이 대표적이며, 세계 각국의 반부패 기구 설립에 영향을 미쳤다.
다음은 부패 수사 및 기소에 전문화된 법집행(Law enforcement) 모델로 국가에 따라 기존 경찰 또는 검찰 조직에 설치되는 사례가 많다. 영국의 중대부정수사청(SFO) 등 OECD 국가에서 가장 많이 채용되는 모델이다.
부패예방(Corruption prevention) 모델은 부패 예방 관련 다양한 관청, 위원회 등의 기관을 포함하는 모델로 미국의 정부윤리처(OGE), 우리나라의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해당된다.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공수처법
현재 국회 패스트트랙으로 올라가 올라가 있는 공수처 설치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과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의 법안이 있다.
두 법안은 모두 제안이유에서 수사처 설치를 통해 국가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명칭에서는 백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규정하고, 권 의원은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로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직구성
조직구성에서는 2건 모두 처장과 차장 각각 1인씩 두고, 기타 수사인력 및 필요한 직원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으나, 수사를 직접 담당하는 수사처검사 등의 구성의 경우 백 의원안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한 25명 이내의 수사처검사와 30명 이내의 수사처수사관을 두도록 하고 있는 반면, 권 의원안은 처장과 차장 포함 여부에 대한 언급 없이 25명 이내의 수사처검사와 40명 이내의 수사처수사관을 두도록 되어 있다.
수사대상 범위와 명칭
수사대상 범위에 있어서는 2건의 제정안 모두 대통령, 국회의원, 각헌법기관의 정무직 공무원,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감사원·국정원 등 주요 권력기관의 3급 이상 공무원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백 의원안은 퇴직한 사람도 포함하나, 권 의원안은 퇴직자 포함 여부에 대하여는 규정되어 있지 않다.
수사대상이 되는 범죄의 명칭과 관련하여, 백 의원안은 “고위공직자범죄”로 지칭하고 있는데 반해, 권은희의원안은 “부패범죄”로 명시하여 수사대상이 공무원의 부패행위에 대한 것임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형법상 공무원의 직무범죄의 경우, 백 의원안은 공무원의 직무범죄(형법 제122조부터 제133조까지)를 모두 포괄하나, 권 의원안은 직무유기(형법 제122조), 직권남용(형법 제123조) 및 뇌물 관련 범죄(형법 제129조부터 제133조까지)만을 대상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수사처장의 임명과 임기
처장의 임명절차에 있어서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국회추천 4명으로 구성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후보자추천위원회”를 국회에 두고, 이 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지명하는 부분까지는 양 제정안이 동일하다.
그러나 대통령 지명 이후의 절차에 대하여 백 의원안은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자에 대하여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으나, 권 의원안은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임기에 대하여도 백 의원안은 3년으로 중임할 수 없고 정년은 65세이며, 검사의 경우 퇴직 후 3년이 경과하여야 처장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반면, 권 의원안은 임기를 2년으로 하고, 1차에 한해 중임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별도의 정년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또 권 의원안은 검사 또는 국가경찰공무원으로 퇴직한 후 2년이 경과하여야 처장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사처 수사관
수사처 수사관에 대해 백 의원안은 5년 이상의 변호사 실무경력 또는 5년의 재판·수사·조사업무에 종사한 사람 중에서 처장이 임명하고 일반직 공무원으로 보하며 정원은 30명 이내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음. 검찰청으로부터 검찰수사관을 파견하는 경우, 이를 수사처수사관의 정원에 포함함으로써 조직의 비대화를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권 의원안은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로, 5년 이상 변호사 실무경력 또는 재판·수사·조사의 실무경력이 있거나 7년 이상 조사· 수사의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 중에서 인사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처장이 임명하고, 특정직공무원으로 보하며 정원은 40명 이내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청 또는 경찰청으로부터 수사관을 파견받은 경우에 수사처수사관의 정원에 포함하고 있는 점은 백 의원안과 동일하다.
수사처의 직무
수사처의 직무로 고위공직자범죄 등에 관한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행위를 규정하고 있는데 백 의원안은 고위공직자범죄등에 관한 수사권과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또는 그 가족이 범한 범죄에 대한 기소권을 수사처에 부여하고 있다. 수사처검사에게는 수사와 공소제기 및 유지에 필요한 행위를 하도록 규정하고, 수사처수사관에게는 형사소송법에 따른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권 의원안은 수사처에 고위공직자범죄등에 관한 수사권만을 부여한 것으로 보이지만, 백 의원안과 동일하게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부패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 및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또는 그 가족이 범한 범죄에 대한 기소행위를 수사처의 직무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권 의원안은 수사처가 공소제기를 하기 위해서는 기소여부의 적정성에 대해 일반 국민들로 구성된 기소심의위원회에 심의·의결을 요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사처검사는 직무수행에 있어 검사의 직무를, 수사처수사관에게는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수사처검사와 수사처수사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퇴직 후 공직임용 제한
2건의 법안 모두 수사처 소속 공무원의 퇴직 후 공직임용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대통령 지명 헌법재판관, 국무총리, 중앙행정기관·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국가정보원의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다만, 백 의원안은 수사처검사의 경우에는 퇴직 후 1년 이내 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으로, 권 의원안은 수사처검사와 수사처수사관은 퇴직 후 2년 이내에 국가 경찰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제한대상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다. 백 의원안은 공직임용 제한 대상을 처장과 차장 및 수사처검사에 한정하고 있는 반면, 권 의원안은 수사처수사관을 제한 대상에 포함하고 있지만, 차장에 대한 제한규정이 없다. 제한기간에 대해 백 의원안은 대상을 불문하고 모두 퇴직 후 2년 이내로 하고 있으나, 권 의원안은 처장의 경우에는 퇴직 후 3년 이내로 하고 있다.
법조계의 반응
대검찰청은 공수처를 수용한다면서도, 검사의 영장청구권과 재정신청권을 쥐어주는 것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윤웅걸 전주지검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대해 “우리 (정부) 개혁안을 중국 형사소송법 조항과 비교해 보면 그대로 베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발언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규탄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들 중 이호선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중국의 ‘국가감찰위원회’보다도 못한 것이 공수처”라며 “단행 법률로 둘 수 있는 단독 행정기관은 ‘위원회’ 형식이어야만 하는데 공수처는 위원회가 아닌 ‘처’의 형식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처장'의 단독 지휘를 받는 등 삼권분립에도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의 감찰위원회는 기소권은 없고 수사권만 있으면서 반부패위원회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수사하면서 기소권까지 있어 결국 대통령 직속 사찰 수사기구가 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법조계에서는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공무상 비밀누설 등이 포함된 것은 공직자 부패 수사라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시각과 공무원 직무범위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곳이 여러 곳 있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수사 범위가 광범위해진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또 공수처를 행정부가 아닌 대통령직속기관에 두는 것도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과 국가기관은 헌법에 따라 입법, 행정, 사법기관 중 하나로 설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은 채 더불어민주당 주장대로 공수처법이 국회 문턱을 넘게 되면 ‘친문은폐처·반문보복처’가 될 공산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공수처 검사는 재판이나 수사 경력 이외에 ‘조사 경력’이 있어도 될 수 있고 최대 검사 절반을 이런 인사들로 채워질 수 있게 해놨다는 점에서 사실상 민변 출신 인사들로 채우겠다는 심산 아니냐는 우려까지 높아지고 있다.
이미 좌편향 논란이 있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대법원장(김명수)과 헌법재판소장(유남석)을 임명해놓은 것은 물론 헌법재판관은 민변과 우리법연구회 출신 등으로 과반인 6명을 채운 데다 대검 감찰본부장마저 우리법연구회 판사 출신인 한동수 변호사를 임명했다는 점에서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 공수처까지 민변이나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포진함으로써 사법 장악을 완수하려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때문에 설령 공수처가 설치된다고 해도 대통령의 입김이 최소화되도록 무엇보다 기관의 중립성과 독립성에 방점을 둬야 하는데, 패스트트랙에 공조한 야권과의 약속까지 도외시한 채 조속한 공수처법 처리만 압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애초에 여당이 공수처 자체를 불순한 의도로 추진한 게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한국당에선 해당 법안들은 당초 사개특위 소관 법안이기 때문에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위해 추가로 90일의 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논리를 펴면서 표결 처리를 주장하는 여당에 맞서고 있으며, 사법개혁안 실무 논의에 참여한 권성동 의원도 “민주당 안에 허점이 많아 대타결을 전제조건으로 법원의 허점을 보완하는 것을 권은희 의원이 준비하면 실무 차원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차라리 반부패수사청을 만드는 것은 모르지만, 수사대상을 특정한 공수처 제도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없다”고 반부패수사청 제안까지 내놨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2월 3일 사법개혁법안의 본회의 부의를 이미 공표했다. 20대 국회의 마무리도 그리 순탄치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