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황금연휴, 고향도 가고 놀러도 가고

밀린 고속도로 나와 잠시 들러볼까 ‘고향별 추천 여행지’

2008-09-09     이연제 기자

   
▲ 명성산은 산자락에 산정호수를 끼고 있어 등산과 호수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계곡에 있는 비선폭포와 등룡폭포, 자인사 등은 경관을 한층 돋보이게 하고 있으며, 왕건에 쫓긴 궁예가 조성했다는 명성산성도 볼 수 있다.

서울 · 경기가 고향이라면~포천군 영북면
가벼운 가을여행지, 산정호수와 명성산

높아진 가을 하늘을 감상하고 들에 핀 야생화를 감상하는 여유를 부리고 싶은 때이다. 경기도 포천군 영북면과 강원 철원군에 걸쳐 있는 산정호수와 명성산은 계곡의 물과 호수를 감상하고 가벼운 등산을 곁들이면서 이런 ‘탈출’의 욕구를 채워주기에 손색이 없는 코스다.
명성산은 산자락에 산정호수를 끼고 있어 등산과 호수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계곡에 있는 비선폭포와 등룡폭포, 자인사 등은 경관을 한층 돋보이게 하고 있으며, 왕건에 쫓긴 궁예가 조성했다는 명성산성도 볼 수 있다.
산행은 해발 922m의 정상을 밟는 코스와 삼각봉(해발 903m)을 오르는 코스가 있다. 산정호수에서 삼각봉을 거쳐 명성산 정상까지 오르는 코스를 잡으려면 당일 일정으로는 약간 무리다. 따라서 산정호수에서 삼각봉을 올라 등룡폭포쪽으로 내려오는 길이나 산안고개에서 명성산 정상을 오른 후 삼각봉을 거쳐 다시 산안고개로 돌아오는 길 중 하나만 택해 오르는 게 좋다.
정상 부근의 6만여 평에는 완만한 경사를 이룬 억새풀밭지대가 형성돼 있다. 10월 중순이면 산정호수의 잔잔한 물빛과 초원의 억새풀이 어우러져 가을의 정취를 한껏 더한다.
명성산 아래에 있는 산정(山井)호수는 1925년 포천 지역의 관개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그러나 명성산과 망무봉으로 에워쌓인 주변경관이 워낙 수려해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산봉우리가 호수에 그림자로 드리우면 한폭의 산수화를 옮겨 놓은 듯 하다.
만수 때의 면적이 7만8000평에 이르며, 최고 수심이 23.5m, 둘레는 3㎞이다. 호수를 빙 두르고 있는 산책로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나 가족들의 산책용으로 좋다. 한바퀴 완전히 도는 A코스는 1시간30분, 구름다리 부근만 도는 B코스는 30분 정도가 각각 소요되므로 상황에 따라 산책로를 선택할 수 있다.
산정호수에는 새벽 물안개, 한낮 뱃놀이, 저녁노을 등 3색 낭만이 있다. 새벽에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오후에는 주변 숲을 배경으로 보트를 타는 연인들의 모습이 한결 여유롭게 느껴진다. 특히 저녁에 차갑고 맑은 공기가 깔리면 주변 산의 나무에서 피톤치드가 발산돼 마치 산림욕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이 곳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산정호수 동쪽으로는 국망봉 강씨봉 백운산 청계산 현등산 등이 있고 서쪽으로는 천보산맥이 뻗어 있어 이 지역은 물과 산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산정호수에는 평강식물원, 보트장, 방갈로, 놀이공원 음식점 카페 콘도 등 대단위 위락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산정호수와 명성산은 서울에서 승용차로 2시간 거리라 쉽게 가볼 수 있는 곳이다. 서울과 포천을 연결하는 47번과 43번 국도를 이용해 번갈아 오갈 수 있는 것은 여행의 지루함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란히 뻗어 있는 이들 도로 주변에는 가벼운 하이킹을 즐길 수 있는 산을 비롯해 휴양지 유적지 갈비촌 온천 가구단지 등 가볼만한 곳이 적지않다.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과 이동면에는 47번 국도를 따라 백운계곡까지 ‘갈비집’이 이어진다. 포천 이동갈비는 갈비의 기름기를 제거한 후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참나무 숯불에 구워 갈비의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한화콘도에서 운천방향으로 1㎞ 정도 떨어진 ‘명문이동숯불갈비’(031-531-6040)는 한약재를 첨가한 양념으로 유명하다. 1인분(400g 기준)에 2만3000원. 주변 텃밭에서 주인이 직접 재배한 무공해 채소를 제공한다. 15인 이상 단체는 서울, 인천까지 차량을 무료로 보내주며 철의 삼각지, 고석정 등 인근 관광도 시켜준다.

   
▲ 가산 이효석의 고향이자 그의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이기도 한 봉평은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여행지가 되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는 이효석의 표현처럼 마을 일대를 하얗게 수놓은 메밀꽃밭은 주변 산과 어우러져 숨이 막힐 듯한 풍경을 선사한다.

강원도가 고향이라면~영동선 장평 IC로 빠지면
눈부신 메밀밭 메밀꽃 향기 가득한 문학마을, 봉평
강원도 봉평에서는 하얀 꽃 무더기가 사람들을 유혹한다. 해마다 9월이면 봉평 일대는 온통 새하얀 메밀꽃 천지가 되고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가산 이효석의 고향이자 그의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이기도 한 봉평은 이름조차 생소한 작은 시골마을이었는데 지금은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여행지가 되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는 이효석의 표현처럼 마을 일대를 하얗게 수놓은 메밀꽃밭은 주변 산과 어우러져 숨이 막힐 듯한 풍경을 선사한다. 밀려오는 수입품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메밀꽃밭이 없어졌지만, 봉평에서는 여전히 메밀꽃밭이 사방에 널려 있어 이효석이 작품을 썼던 1940년대의 풍광을 아스라이 떠올리게 한다.
가산 이효석 생가 - 메밀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가을이면 봉평의 들녘은 마치 솜구름이 깔린 듯 환상적이다. 메밀밭 사이로 난 좁은 길에는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눈부시게 하얀 메밀꽃 사이로 난 길을 걷다 보면 마치 구름을 뚫고 걷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소박하고 수수한 모습의 메밀꽃은 시골 사람들의 심성을 그대로 닮은 듯해서 더욱 정감이 넘친다. 봉평은 가산의 고향답게 그와 관련된 볼거리가 많다. 먼저 마을 초입에 있는 가산공원에는 그의 흉상이 세워져 있고, 그 인근에 허 생원과 성 서방네 처녀가 사랑을 나누고 동이를 잉태했던 물레방아를 새로 만들어 놓았다.
효석문학관은 봉평의 대표적 볼거리. 아름다운 우리말과 토속적 정서를 그대로 담은 그의 작품과 그가 생전에 썼던 유품, 메밀로 만든 음식 등이 전시되어 있다. 효석문학관에서 몇 분 거리에 있는 그의 생가는 새롭게 복원한 것이라 별 운치는 없지만, 아직도 효석의 체취가 느껴지는 듯하다.
메밀로 유명한 고장답게 봉평에서는 메밀로 만든 음식이 아주 풍성하다. 메밀 막국수는 물론이고 메밀전병, 메밀묵, 메밀냉면 등이 사람들의 입맛을 돋운다. 식당은 한 집 걸러 하나 있을 정도로 많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다. 메밀꽃 피는 계절이면 봉평은 언제 가도 멋진 풍경을 자랑하지만 이왕이면 소설 속의 주 무대 중 하나인 장이 서는 날이 좋다. 가산공원 옆에 있는 봉평장은 과거에 비해 그 규모도 줄어들었고 소설 속의 분위기 또한 찾아보기 힘들지만 산골장터의 정겨움은 아직까지 남아 있다. 봉평장은 2일과 7일에 열린다.

   
▲ 초록의 산 그림자가 호수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는 주산지.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얻은 이곳은 산과 하늘이 거울처럼 비치던 호수와 물속에 잠긴 왕버들, 호수 위에 떠있던 암자는 사람들에게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할 정도로 매혹적이다.

충북이 고향이라면~대청호 드라이브 강력추천
아름다운 풍광과 웰빙이 함께하는 청원

대청호 주변은 20년 동안 굳게 닫혔던 대통령의 별장인 청남대가 있었던 탓에 보안상의 이유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청남대가 개방된 후, 차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지금은 청남대를 방문했다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코스로 자리잡았다.
여러 드라이브 코스가 있지만 문의문화재단지, 현암정, 현암사, 대청댐을 잇는 드라이브 코스가 가장 좋다. 문의문화재단지는 대청댐 수몰 지역의 문화재를 옮겨와 복원한 곳. 전통가옥 등 볼거리는 물론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대청호의 경치가 일품이다.
길은 현암정와 현암사로 이어진다. 현암정은 대청댐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한 전망대다. 현암정과 가까운 현암사까지는 200m 정도 산길을 올라야 하는데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대웅전 앞에서 보는 대청호가 내륙의 다도해처럼 펼쳐진다. 하지만 힘들다면 굳이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현암사 주차장 앞에 마련된 전망대도 전망이 그리 나쁘지 않다.
문의대교 대청댐 방면에서 청원IC로 향하는 샛길을 이용하면 상수허브랜드(043-277-6633, www.sangsooherb.com)에 닿는다. 지구상에 자생하는 3,500여 종의 허브 가운데 무려 1,000여 종의 허브가 자라나는 상수허브랜드. 365일 꽃향기 그윽한 이곳에서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건 단연 ‘꽃밥’이다. 건강에 좋은건 기본이고 너무 예뻐서 먹기가 아깝다. 스낵 코너에서 선보이는 꽃냉면 등 시원한 먹거리도 괜찮다.
여정의 마지막은 온천으로 장식하자. 상수허브랜드 바로 옆에 아산 스파비스나 덕산 스파캐슬과 비교될 만한 효명온천스파이스(043-275-9230, www.spais.co.kr)가 있다. 약 66km2 대지에 자리한 효명온천스파이스는 삼색온천탕과 초대형 수치료 시설인 실내 바데풀, 칼라 닥터피시탕, 노천탕 등 다양한 테마 온천풀과 각종 스파와 워터슬라이드, 아쿠아플레이, 야외풀 등 물놀이 시설을 갖췄다.

   
▲ 일명 다랭이마을로 불리는 가천마을은 바다로 내달리는 산자락에 위태롭게 걸려 있다. 적게는 10여 평방미터, 커 봐야 330여 평방미터를 넘지 못하는 논밭들이 바닷가 절벽부터 뒷산인 설흘산 8부 능선까지 층계를 이루고 있다. 대충 세어 보면 100층은 됨직하다.

전남이 고향이라면~꽃무릇을 아시나요
영광 불갑산 꽃무릇와 법성포

꽃무릇은 가장 강렬하게 가을을 알리는 꽃이다. 단풍이 물들기도 전에 온 산을 붉게 물들여 가을이 왔음을 이리저리 떠들어댄다. 가을이 깊어지기 전인 초가을, 백로와 추분 사이가 꽃무릇이 피어나는 시기다.
불갑산은 고창 선운사, 함평 용천사와 더불어 이땅 최대의 꽃무릇 군락지다. 불갑사 일주문에서부터 계곡을 따라 붉게 피어 오른 꽃무릇은 불갑사를 지나 그 끝을 보이지 않을 듯 이어진다. 그 규모만 약 100km2에 이른다고 하니 단순히 군락을 이룬 꽃무릇을 보기 위해 여정을 계획한다면 산 전체를 헤매고 다니는 것보다는 체력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구경을 하는 게 현명하다.
꽃무릇은 이름 그대로 나무 아래에 군락을 이뤄 피어난다. 모양새가 돌 틈에서 나오는 마늘 모양의 뿌리와 같아 석산(石蒜)이라고도 불린다. 실제 꽃무릇은 멀거니 솟은 줄기에 벌어진 마늘마냥 덩그러니 꽃을 피운다. 이파리 하나조차 허락하지 않는 깐깐한 모습은 어찌 보면 가련하다. 붉게 타오르는 꽃의 화려함 때문인지. 추석이 지나고 꽃이 시들면 꽃무릇의 잎은 고개를 삐죽 내민다. 그제서야 제 모습을 보인 주눅든 잎은 겨울을 지내고 봄까지 끈질기게 살다가 죽는다. 평생 꽃과 만날 수 없는 운명. 꽃무릇의 이런 모습 때문에 사람들은 꽃무릇과 상사화를 혼동하기도 한다. 꽃과 잎이 따로 피는 건 상사화도 마찬가지지만 여름에 분홍 꽃을 피워내는 상사화는 꽃무릇과는 전혀 다른 꽃이다.
꽃무릇의 향연을 즐긴 후, 법성포로 발길을 옮긴다. 불갑면에서 23번, 22번 국도를 이어 달리면 법성면이다. 법성포 하면 굴비, 굴비 하면 영광이다. 영광 법성포 굴비의 유명세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한국 사람이면 다 안다. 영광 굴비는 법성포만의 월등한 건조 조건에서 1년 이상 보관해 간수가 빠진 천일염으로 염장하는 특징을 지녀 ‘밥 도둑’의 명성을 얻게 됐다. 법성포 곳곳에 자리한 굴비 가게 앞에는 줄줄이 엮어놓은 굴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고향이 경북이라면~청송 주왕산의 ‘주산지’
호수 위에 한폭의 수채화를 그려내는 곳

초록의 산 그림자가 호수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는 주산지. 이곳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선계(仙界)와도 같은 곳이었다. 태고의 신비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주산지가 외부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가 되면서부터다. 산과 하늘이 거울처럼 비치던 호수와 물속에 잠긴 왕버들, 호수 위에 떠있던 암자는 사람들에게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할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이때부터 일약 유명 관광지가 되어 지금은 전국에서 수많은 탐방객이 찾아들고 있다.
주산지 - 경북 청송의 주왕산 남쪽 끝자락에 있는 주산지는 길이 100m, 너비 50m에 불과한 작은 인공호수다. 영화 속에서는 그 크기를 제대로 가늠하기 힘들었지만 막상 보고 나면 생각보다 아주 작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주산지는 조선 숙종(1720년) 때 마을 하류지역의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둑을 쌓았고 이듬해인 경종 원년에 완공되었다. 완공된 후 단 한 번도 바닥이 드러난 적이 없다는 주산지는 인근의 이전리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고마운 존재였다. 이 때문에 이전리 주민들은 지금까지 집집마다 돌아가며 매년 봄·가을에 감사의 고사를 지낸다고 한다. 입구의 주차장에서 15분 남짓 걸어가면 주산지를 막고 있는 둑이 보인다. 그 둑 왼쪽에 이전리 주민들이 주산지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운 돌 비문이 세워져 있다.
주산지의 상징인 왕버들 나무 - 입구에서 왼쪽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조금 걸어가면 영화 속에서 보았던 주산지의 절경이 펼쳐진다. 영화와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호수 위에 떠 있던 부유하는 암자가 자연보존을 위해 철거되어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산책로 끝자락에는 주산지의 자랑인 300년 묵은 왕버들이 호수에 잠긴 채 먼 길을 찾아온 여행자를 반갑게 맞이한다. 약 30여 그루에 달하는 왕버들은 새벽 물안개와 어우러져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자태를 뽐낸다. 나무와 초록, 물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연출하는 풍경은 그 어떤 유명화가가 그려낸 수채화보다도 멋지다. 주산지는 사시사철 언제 가도 뛰어난 풍광을 보여주지만 아무래도 주산지의 제 멋을 느끼려면 울긋불긋한 단풍을 뽐내는 가을이 제격이다. 물안개를 뚫고 홀연히 그 자태를 드러내는 왕버들과 단풍으로 붉게 물든 주변 풍경은 이곳이 무릉도원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황홀하다. 그 환상적인 모습은 아무리 감성에 메마른 사람이라도 절로 감탄사가 튀어 나오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 물미해안도로와 남면해안도로가 만나 사천으로 뻗어가는 창선대교 위에서는 죽방렴을 보게 된다. 대나무로 막아 발을 만들었다는 뜻의 죽방렴. 전통적인 고기잡이 방식으로 도다리, 도미, 숭어 등도 잡지만 역시 봄부터 가을까지 주로 잡히는 멸치를 최고로 친다.

경남이고향이라면~낭만과 운치가 흐르는 남해  
남해대교, 물미해안도로, 다랭이 마을, 죽방렴, 금산

남해고속도로 진교IC나 하동IC로 진입해 남해대교를 지나면 본격적인 남해 여정이 시작된다. 하동 노량과 남해 노량을 잇는 남해대교는 1973년 6월부터 남해의 관문으로 자리매김했다.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모여드는 돌산대교나 진도대교, 서해대교가 생기기 훨씬 전의 일이다. 남해대교를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곳은 대교 아래 노량 포구다. 횟집과 숙소가 들어선 작은 포구에는 남해대교의 기막힌 야경이 숨겨져 있다.
노량포구를 벗어나 19번 국도를 달리면 금산이다. 남해의 바다를 달리고 싶다면 산행은 잠시 미루는 게 좋다. 금산을 지나자마자 만나는 미조리는 남해에서 자랑하는 물미해안도로가 시작되는 동네다. 물미해안도로는 물건리와 미조리를 잇는 도로. 물미라는 도로의 이름도 마을 이름에서 하나씩 빌려왔다. 번호로 매기자면 3번 국도다. 도로와 함께 달리는 바다는 쪽빛 물감을 풀어놓은 듯 푸르다.
다른 하나는 남면의 해안을 구비구비 따라가는 1024번 지방도인 남면해안도로다. 물미해안도로에 비해 명성은 떨어지지만 시골 어촌마을의 정취를 그대로 담은 가천마을 등이 도로를 따라 펼쳐진다.
일명 다랭이마을로 불리는 가천마을은 바다로 내달리는 산자락에 위태롭게 걸려 있다. 적게는 10여 평방미터, 커 봐야 330여 평방미터를 넘지 못하는 논밭들이 바닷가 절벽부터 뒷산인 설흘산 8부 능선까지 층계를 이루고 있다. 대충 세어 보면 100층은 됨직하다. 추석 즈음, 가천마을은 추수로 바빠질 터다.
물미해안도로와 남면해안도로가 만나 사천으로 뻗어가는 창선대교 위에서는 죽방렴을 보게 된다. 대나무로 막아 발을 만들었다는 뜻의 죽방렴. 전통적인 고기잡이 방식으로 도다리, 도미, 숭어 등도 잡지만 역시 봄부터 가을까지 주로 잡히는 멸치를 최고로 친다.
해안도로 일주로 미뤘던 금산을 찾는다. 복곡저수지 코스를 이용하면 20분 가량이면 정상에 닿는다. 매표소에서 표를 산 후, 복곡 2주차장까지 자가용이나 셔틀버스를 타고 8부 능선까지 오를 수 있어 산행이 편리하다. 이곳에서 10분 정도 올라가면 오르면 이 땅 3대 관음도량으로 알려진 보리암 입구다. 다시 10분. 정상에 오르면 보리암이 남해를 안고 있는 환상적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