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폐막, 중국이 넘어야 하는 ‘또 하나의 산’
국제적 우려 딛고 성황리 개최, 그러나 ‘경기 부양책’은 여전한 숙제
▲ 중국에서는 올림픽 이후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마치 대세처럼 퍼지고 있다. 중국 경제가 올림픽 이후 빠르게 둔화하는 ‘올림픽 벨리 이펙트(valley effect)’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면서 중국당국이 적극 나서 대응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올림픽 이후 중국경제는 어디로, 실직적 부양책 시급
중국에서는 올림픽 이후 급격한 후퇴 가능성이 점쳐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각종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루머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국당국이 뚜렷한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채 관망만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혼란이 일고 있다. 앞으로 중국정부가 직접 나서 실질적인 부양책을 발표하지 않을 경우, 중국 경제가 방향을 잃고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 8월 19일 블룸버그통신 및 중국 언론을 통해 정부의 몇 가지 경기부양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다음날인 20일 중국증시는 7% 이상 폭등했었다. JP모건 프랭크 공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지도부가 신중하게 경기부양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애초 5000억~6000억 위안을 투자해 지진 피해지역인 쓰촨성을 재건하려 했었고, 여기에 GDP의 1.0 ~ 1.5%에 해당되는 2000억~4000억 위안을 추가로 쏟아 부어 세금 감면ㆍ금융시장 안정화ㆍ주택시장 부양 등 경기부양에 나설 계획이다”라고 밝힌 것이 증시폭등의 단초가 됐다.
하지만 정부가 경기부양책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발표하지 않자 투자자들은 국제유가가 또 다시 급등한 상황에서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경기부양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비관론을 제시하며 속을 태우고 있다. 이를 반영이나 하듯 지난 8월 21일부터 이틀간 증시는 하락세로 전환돼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22일 상하이종합지수는 6.49포인트(1.09%) 하락한 2405.23, 선전지수는 12.19포인트(1.77%) 내린 676.76으로 장을 마쳤다.
![]() | ||
▲ 홍콩 중문대학의 랑셴핑(郞咸平) 교수는 “올해 이미 20~30%의 중소기업이 도산했고 특히 광둥(廣東), 저장(浙江)성 등 가장 발전한 지역에서 제조업의 침체 나타나고 있다”면서 “중국 제조업은 저가ㆍ저효율의 특징을 갖고 있어 환율 절상, 비용 상승, 노동계약법 실시 등 외부적 충격을 견디기 힘든 구조”라고 분석했다. |
투자 급락 ‘골짜기 효과(Valley effect)’ 비관론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 불안론의 중요한 근거 중 하나는 일부 국가들이 경험했던 ‘골짜기 효과(Valley effect)’다. 중국에서는 올림픽 이후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마치 대세처럼 퍼지고 있다. 중국 경제가 올림픽 이후 빠르게 둔화하는 ‘올림픽 벨리 이펙트(valley effect)’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면서 중국당국이 적극 나서 대응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골짜기 효과’란 올림픽과 같은 대규모 국제이벤트에 앞서 과도하게 이뤄졌던 투자가 행사 이후 급감해 경제가 침체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베이징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400억 달러를 쏟아 부은 중국도 예외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삼성경제연구소, 현대경제연구원 등 국내 연구기관들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이미 중국 경제의 ‘골짜기 효과’를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1984년부터 2004년까지 치러진 6차례의 올림픽 중에서 1996년 미국 애틀랜타올림픽을 제외한 다른 모든 올림픽 개최국들은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자산 가격이 급락하는 경기침체를 경험했다.
물론 반론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투자비중이 전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극히 낮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베이징올림픽에 투자된 비용은 중국 경제 전체 GDP의 0.2%에 불과하다.
![]() | ||
▲ 중국도 글로벌 경제가 경험하는 ‘고물가 쇼크’의 예외지역이 아니다. 7월 이후 국제유류ㆍ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경고도 만만치 않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생산자물가 등 물가 부문에서 불안요인이 상존해 있다”며 “유가 상승에 따른 파급효과가 추가로 나타나지 않을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
고속성장 탄탄대로, 성장률 브레이크 걸리나
중국 경제를 걱정하는 또 다른 시각은 고도성장을 거듭해온 중국 경제의 성장률 저하 가능성이다. 일각에선 중국 경제의 한 해 성장률이 7% 안팎, 심하게는 4 ~ 5%까지 떨어지는 쇼크를 받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기침체는 궁극적으로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베이징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 보고서에서 중국이 지난 6년간 잠재성장률을 1%포인트 이상 웃도는 고도성장을 했기 때문에 성장속도 감속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홍콩 중문대학의 랑셴핑(郞咸平) 교수는 “올해 이미 20~30%의 중소기업이 도산했고 특히 광둥(廣東), 저장(浙江)성 등 가장 발전한 지역에서 제조업의 침체 나타나고 있다”면서 “중국 제조업은 저가ㆍ저효율의 특징을 갖고 있어 환율 절상, 비용 상승, 노동계약법 실시 등 외부적 충격을 견디기 힘든 구조”라고 분석했다. 랑 교수는 “제조업의 위기가 증시와 부동산시장의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조업의 자금이 다량으로 흘러들면서 증시와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형성됐다”면서 “증시가 지난해 말부터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은 중국 제조업 위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제조업이 어려워지면서 자금줄이 막혀 증시와 부동산이 침체를 보이고 있고 이 위기의 바닥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ㆍ주식 시장은 올림픽 이전의 과열 투자로 급격하게 냉각되고 있고, 기업들의 실적은 원자재 값 급등과 정부의 각종 규제로 예전만큼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유가상승으로 인한 ‘고물가 쇼크’ 발생 가능성
중국도 글로벌 경제가 경험하는 ‘고물가 쇼크’의 예외지역이 아니다. 7월 이후 국제유류ㆍ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경고도 만만치 않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생산자물가 등 물가 부문에서 불안요인이 상존해 있다”며 “유가 상승에 따른 파급효과가 추가로 나타나지 않을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선 최근 진정세가 완연해 심각한 국면에서 벗어났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 당국이 올림픽 이후 석유, 전력가격 상향 조정을 검토하는 것도 이 같은 인식을 바탕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물가상승은 소비위축 심화를 가져오고, 긴축정책에 대한 압력도 커진다.
부동산ㆍ주식 거품가속화,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부동산과 주식시장 침체 가능성은 중국 경제가 짊어진 커다른 짐이다. 전 세계적인 자산 거품 붕괴가 가속화되면서 중국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민간연구소는 물론 우리 정부 안팎에서도 “부동산과 주식시장은 전망을 내놓기가 힘들다”는 목소리가 많다.
올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중국 증시는 최근까지도 상하이A지수 -0.20%, 항셍중국기업주식(H)은 -2.98% 등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부동산 역시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상하이 증권보 등 일부 현지 언론은 “올림픽 효과를 전혀 발휘하지 못한 중국의 증시 침체가 중산층 소비에 악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하이 종합지수가 6000을 넘었던 지난해 10월 선전과 상하이 양대 증시의 시가총액은 25조 위안(약 3750조 원)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40% 이상 감소해 16조 위안 밑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의 조용찬 부장은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구체적인 증시 안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상하이종합지수의 저점은 계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또한 “투자자들이 원하는 비유통주 개혁의 중단과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은 최고 권력기관인 전인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 부양책이 법적 절차를 밟지 않아 조기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며 “정부가 경기부양을 마련한다면 10월 17차 3중전회가 개최된 이후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부동산ㆍ주식시장에 낀 거품이 조정 받는 국면”이라며 “단순히 올림픽을 기점으로 상황이 악화될 리는 없겠지만 글로벌 시장이 불안하면 중국도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중국 경제,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기대감도 있어
올림픽 이후 주가가 떨어지는 ‘밸리효과’는 올림픽 기간 중에 선(先) 반영된 데다 서부지역 대개발, 2010년 상하이 엑스포 등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행사가 남아 있어 중국 경제에 성장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치적 변수가 큰 중국의 특성을 감안하면 중국 정부의 정책 발표에 따라 증시의 반등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우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가장 큰 호재는 금융규제의 대폭 완화”라며 “중국 정부가 은행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내놓으면 증시가 반등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