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공매도는 조정장의 원인 보단 현상

시장이 커질수록 대차거래 잔고도 증가하는 것은 시장의 원리로 보아야

2008-08-04     이준호 기자

예를 들어 A종목을 갖고 있지 않은 투자자가 이 종목의 주가하락을 예상하고 매도주문을 냈을 경우 A종목의 주가가 현재 2만 원이라면 일단 2만 원에 매도한다. 3일 후 결제일 주가가 16,000원으로 떨어졌다면 투자자는 16,000원에 주식을 사서 결제해 주고 주당 4,000원의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 예상대로 주가가 하락하게 되면 많은 시세차익을 낼 수 있지만, 예상과 달리 주가가 상승하게 되면 공매도한 투자자는 손해를 보게 된다. 또 주식을 확보하지 못해 결제일에 주식을 입고하지 못하면 결제불이행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 지난 7월 외국인의 순매도 행진이 30일 연속 이어지면서 주가는 1500선까지 내려왔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대차거래와 공매도는 조정장의 현상이지 원인이 아니라고 분석하며, 오히려 주가가 빠져 대차거래와 공매도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공매도, 수익률 제고에 활용해야
지난 7월 외국인의 순매도 행진이 30일 연속 이어진 가운데, 하나대투증권은 외국인의 대차거래와 공매도는 조정장의 현상이지 원인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는 마치 대차거래 후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빠지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오히려 주가가 빠지기 때문에 대차거래와 공매도가 증가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국내에는 ‘up-tick rule’이 있기 때문에 주가를 밀어 내리면서 매도할 수가 없다는 것으로 즉, 주가를 올리면서 주식을 사들일 수는 있지만, 거꾸로는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증시 주변여건이 좋지 않고 내부적으로도 기관의 매수가 소극적이라 매도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외국인들의 전략적 선택이 대차거래 후 공매도로 나타나고 있을 뿐이라며 “대차거래 후 공매도는 우리나라만 있는 제도가 아니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공매제도에 대한 규칙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에는 ‘up-tick rule’이 있고, ‘naked short selling(결제할 주식을 차입하기에 전에 미리 하는 공매도)’이 불가능한 데다, 대차거래 상황을 매일보고 해야 한다는 설명하면서 “우리나라처럼 Naked short selling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투기적인 매도 세력의 진입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다른 나라에 비해 하나 더 마련되어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대차거래 및 공매도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도 집계를 하고 있는데, 미국도 증시가 불안정해 대차거래 잔고가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 증시도 공매도 때문에 조정을 받고 조정을 받는 깊이가 깊다고 할 수는 없다. 반등구간에서 공매도 잔고가 줄고 조정장에서 늘어나는 것은 아주 당연한 현상일 뿐이다.
에널리스트는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서 외국인 주식 매도는 대차 후 공매하는 물량이 많기 때문에 후일 환매수하는 과정에서 주가를 가파르게 되돌려 놓을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하는데, 이는 논리적으로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반등의 실마리는 대차거래 잔고의 감소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것. 시장이 커지면 매수 차익거래 잔고가 커지는 것처럼 대차거래 잔고도 증가하는 것이 시장의 원리이기 때문이다.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있어서 전략적으로 엄청나게 중요한 기회인데, 외국인은 그 기회를 살리고 있는 것이고 국내투자자들은 그렇게 못할 뿐이라며, 공매도 때문에 시장이 수렁에 빠진다는 생각보다 이를 어떻게 수익률 제고에 사용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외국인들의 전략적 선택이 대차거래 후 공매도로 나타나고 있을 뿐이라며 “대차거래 후 공매도는 우리나라만 있는 제도가 아니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공매제도에 대한 규칙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국내증시의 큰손, 외국인 너무 믿으면 안돼
국내증시가 지난 7월 24일 베어마켓 랠리의 진입을 알리는 신호탄을 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거래 34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고, 이에 코스피 지수가 또 한번 급등하면서 1600선을 돌파해 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1,644억 원의 순매수를 기록, 지난달 9일 이후 6주 만에 매수우위의 매매패턴을 나타냈다.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는 30포인트 넘게 반등할 수 있었다.
이는 기존 매도로 일관하던 포지션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는 시그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어제와 같은 일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시장은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국제유가가 연일 급락세를 보이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감소했고, 미 의회까지 신용경색 위기를 진정시키겠다고 나서자 시장은 안도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신용경색 위기의 시발점이 된 미국의 주택경기가 여전히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대형 투자은행들의 실적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자산상각 역시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주택경기가 바닥을 찍고 돌아서지 않는 한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현금 확보 역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이들의 현금 지급기 역할을 그만두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다. 국제유가 역시 발등의 불을 껐을 뿐이다.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하고, 달러화 강세반전 역시 하루아침에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지금의 유가급락이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전망에 기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외국인 순매수가 지수 반등을 의식한 저가매수, 내지는 기존 공매도 물량의 숏커버링(환매수)일 것이란 분석이 우세한 것도 외국인 매수세가 추세적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희석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최근 하락장에서 낙폭이 컸거나, 대차잔고가 급증한 종목 위주로 외국인 매수세가 몰렸던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을 가진 종목이 아니고서는 외국인의 사자주문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우려를 확인하는 데는 그다지 오래 걸릴 것 같지도 않다.

외국인 공매도 종목에 주목하라

   
▲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국내 시장 전체가 아니라 일부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집중시킨 점을 주의해 보라”면서 “국내 증시의 쏠림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면 언제든 다시 위험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의 추세적 매수 반전은 아직 성급한 기대라는 의견이 대세이다. 때문에 에널리스트들은 외국인의 공매도 포지션 정리 과정에서 환매수가 들어올 만한 종목에 관심을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부국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최근의 주가하락은 연초의 하락 요인이 좀 더 악화되었기 때문에 이루어졌다고 설명한다. 국제유가가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급등을 지속했고 신용위기도 서브프라임 채권 보증업체의 부실에서 국책 모기지 업체로 확산된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그렇다면 향후 국제유가의 변동과 미국의 신용위기 상황을 전망할 때 추가적인 악재에 대한 내용이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만일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훌쩍 뛰어넘거나 미국의 신용위기가 대형 투자은행의 부도, 프라임 채권 등으로 확산된다면 글로벌 증시는 또 한번 요동을 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시장은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데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
이런 가운데 1분기에 이어 또다시 2분기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오며 투자심리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 실적을 고려할 때 지금의 가격은 저평가 되어있다고 보여 진다. 물론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하반기 기업들의 실적이 다소 불확실하지만 수급이 안정되고 외부변수들이 어느 정도 진정된다면 추가적인 상승도 기대할만하다.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의 관심은 단연 외국인들의 공매도 상위 종목으로 모아지고 있다고 설명하며, 지난 6월 23일~ 7월22일 대주 잔고가 증가한 상위종목은 수량 기준으로 하이닉스, 우리금융, 기아차, LG전자, 대우건설을 꼽았다. 주의할 점은 대차거래의 주체가 모두 외국인이 아니라는 점과 대주거래로 빌려온 주식을 모두 공매도하거나 바로 매물로 쏟아낸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점이다.
시장은 단기적으로 외국인에 의해 망가진 수급이 다시 외국인에 의해 되돌려지는 과정에서 기술적 반등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1차적인 기술적 반등의 목표치를 5월 고점에서 하락한 폭의 38.2% 되돌림 수준인 1,650선으로 보고 있는데, 외국인들의 매수 강도 및 지속 여부에 따라 1,700선까지 연장될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 반등이 충분히 나타났다고 판단될 즈음에는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일부 현금화할 것을 권한다. 경기 및 기업실적의 둔화가 아직 진행형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현금화의 대상이 되는 종목은 낙폭과대로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이후 주가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외국인의 매도세는 글로벌 리스크와 더불어 투자심리를 극도로 압박하는 요인이었다. 특히 당사는 외국인의 최근 매도세 중 상당부분이 대차거래를 통한 공매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증거로 외국인이 9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차잔고의 급증세를 제시했다. 단기 급등에 따른 물량소화과정의 필요성은 높아지겠지만 급락수준 이전의 1,680 ~ 1,700선까지는 추가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둔 전략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외국인 매매패턴과 대차잔고의 변화가 이어질 경우 수급 상의 개선추세가 강화되며 반등목표치 달성이 수월해질 가능성도 충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낙폭과대 업종 중에서도 Short Covering이 발생하는 업종, 종목은 예상외의 상승률을 보일 수 있다. 특히 대차잔고가 급증했던 업종들은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는 설명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애널리스트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직은 남아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투자가의 본격적인 포지션 전환에 대한 판단은 유보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다. 우선 미국 주택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또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물론 국제 원유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물가상승 위험은 완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며, 생산자물가상승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의 갭이 확대되는 구간에 있어 기업의 이익 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
결론적으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투자가의 추가적인 자금 유입은 유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국면이라는 점과 원유선물시장의 투기적인 자금이 이탈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그리고 증시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포지션 전환에 대한 판단은 유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 이유는 미국 주택경기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과 신흥국을 중심으로 물가상승에 대한 위험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국내 생산자와 소비자물가상승률 갭이 확대되는 구간에 있어 기업의 이익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증시 쏠림 핫머니 공매도 사냥감 됐다 
올 상반기 ‘외국인 공매도 공습’은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뼈아팠다. 외국인들이 무려 56조원의 대차거래로 주가를 꺼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돋보이게 오른 종목들에 집중적인 공매도가 쏟아졌다. 양호한 수익률을 향유했던 투자자일수록 아픔으로 다가오는 대목이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외국인투자자들이 담합을 했다는 ‘외국인 음모론’도 나오고 있다. 사실 외국인이나 기관은 개인에 비해 싼값에 장기간 주식을 빌리는 거래(대차)가 가능하므로 개인투자자로선 억울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의 `공습`은 철저한 가치투자분석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지난 5월 홍콩에서 만난 헤지펀드 매니저는 이미 한국과 중국은 숏(공매도), 일본은 롱(매수) 전략으로 성공을 확신하더라”고 말하며, “한국엔 실제 가치에 비해 너무 오른 종목이 많고, 일본엔 가치보다 떨어진 종목이 많아 주변의 다른 헤지펀드들도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 전문가들은 결국 한국증시의 ‘쏠림현상’이 아킬레스건이었다고 지적한다. 미래에셋이 전체 주식시장의 40%를 쥐락펴락하고, 일부 종목에 집중 투자해 실제 가치 이상으로 주가를 올려놓은 점을 간파한 헤지펀드들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략대상이었기 때문이다. 한 헤지펀드 관계자는 “눈에 보이게 고평가된 종목들이 한군데 쏠려 있고, 해당 종목들의 거래가 원활해 빌리거나 갚기도 쉽고, 이를 공매도하면 펀드수익률을 방어하기 위해 나서서 물량을 비싸게 사줄 대형운용사가 있는 것을 알고 있는데, 헤지펀드가 그런 대상을 내버려둔다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는 주가가 올라가면 무한대의 손실을 각오해야 하는 고위험 투자전략이므로 음모론적인 시각은 비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래에셋은 인사이트펀드를 중국에만 60% 이상 집중 투자하는 바람에 큰 손실을 봤고, 국내에서도 기존 대형주보다는 잠재력 있는 중견종목들을 발굴해 사 올리면서 펀드수익률을 높이는 독특한 방식으로 운용했다. 상승장에선 수익률이 급상승하지만 하락장에선 대책 없이 손실을 볼 수도 있는 구조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국내 시장 전체가 아니라 일부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집중시킨 점을 주의해 보라”면서 “국내 증시의 쏠림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면 언제든 다시 위험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