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성수기, ‘원정 성매매’ 단속강화

‘망신살’ 뻗친 해외원정 성매매, ‘인권과 건강’ 갉아 먹는다

2008-07-10     이연제 기자

   
▲ 전문가들은 ‘해외 성매매’는 여성의 인권과 성을 상품화한다는 점에서 근절해야 하며, 특히 보건위생이 취약한 일부 국가의 경우 성매매로 인한 각종 성병 등 질환을 옮겨올 수 있는 만큼 더욱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매매는 여성의 인권과 성을 상품화한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필리핀 호화별장에서 ‘성매매 패키지 관광객’ 모집
지난 6월 4일 필리핀 지방도시에 기업형 유흥주점을 차려놓고 국내에서 관광객을 모아 골프와 성매매가 결합된 해외원정 관광을 알선해 온 40대 남자가 경찰에 적발되는 사건이 있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이 같은 혐의로 김모(45) 씨를 구속하고, 현지 여성들과 성매매를 한 이모(43) 씨 등 3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모(45·자영업) 씨는 2006년 5월 한국의 유명 포털사이트에 ‘노블레스 노마드클럽’이라는 카페를 개설했다. 이어 카페에 ‘성매매와 골프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광고를 냈다. 가입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필리핀 관광객을 끌어 모았다. 낮에는 골프를 치거나 관광을 한 뒤 밤에는 현지 여성들과 성매매를 하는 이른바 ‘성매매 패키지 관광객’을 모집한 것이다.
이들은 이곳에 호화 별장과 마사지숍도 함께 운영하면서 지난해 12월 인터넷 카페를 개설, ‘해외원정 성매매’와 ‘골프’ 등을 함께 묶은 패키지 상품을 소개했다. 카페의 인물사진 코너에는 필리핀 현지 여성 사진을 올려놓아 여행 전에 미리 성매매 상대 여성을 선택하도록 했다. 카페를 통해 여행정보를 얻은 사람들은 골프비가 포함된 3박 4일 일정의 여행경비로 1인당 130만 원 가량을 송금했다. 이 가운데 필리핀 여성들에게 화대로 주는 돈은 하루 15만 원 가량. 여성들은 단순한 성매매에 그치지 않고 한국 관광객이 현지에 도착할 때부터 귀국할 때까지 모든 일정을 함께하는 ‘풀코스’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들이 차려놓은 주점을 통해 성매매를 한 남성들은 30~50대로 대부분 일반 회사원이나 중소기업 사장들이었다. 고객 중엔 20대 대학생도 3명이나 있어 경찰을 놀라게 했다. 일부 관광객은 현지 여성의 나체 사진을 찍어 카페에 올리거나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었고, 성매매 사실을 여행 후일담으로 올려놓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대부분 친구 3~4명씩 단체를 만들어 성매매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밝혀졌다.

‘충주시의원 성매매 의혹’에 경찰, 태국현지조사착수
지난 6월 16일 충북지방경찰청과 충주경찰서에 따르면 해외연수를 하면서 태국의 가라오케에서 술을 마신 뒤 현지 여성들과 성매매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충주시의원 4명을 비롯해 연수에 참가한 시의원 10명 전원을 조사했으나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해 태국에 경찰관 1~2명을 파견해 수사를 벌이기로 했다.
충주시의원 4명은 총무위원회 소속 시의원 6명과 함께 지난달 12일부터 6박 7일의 동남아연수를 하는 과정에서 태국의 가라오케에서 술을 마신 뒤 현지여성들과 숙박업소에 들어갔으며 이 장면이 KBS 시사투나잇을 통해 공개돼 성매매 의혹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해 충주경찰서는 경찰청을 통해 태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찰 주재관과 수사 일정 등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태국현지조사를 벌일 경찰관이 출국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동남아 연수를 했던 시의원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으나 성매매 의혹에 대해 일체 부인하고 있어 현지 조사가 불가피하게 됐다”며 “경찰관이 태국 현지에 가면 해외연수를 도왔던 가이드, 시의원들이 갔던 술집. 숙박업소 관계자 등을 직접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충주시의원들의 성매매 의혹과 관련 수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와 충북여성연대 등 9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의장을 비롯한 관련 의원들은 전원 사퇴하라”며 “시의회가 자진사퇴를 미룬다면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주민소환을 추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망신살’ 해외 성매매, ‘인권과 건강’ 갉아 먹는다
충주시의원이 해외 성매매 의혹을 받고 경찰이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해외성매매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7~8월 해외여행 성수기를 맞아 여성부가 인천국제공항에서 ‘해외 성매매 방지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정부 차원의 대응도 빨라졌다.
전문가들은 ‘해외 성매매’는 여성의 인권과 성을 상품화한다는 점에서 근절해야 하며, 특히 보건위생이 취약한 일부 국가의 경우 성매매로 인한 각종 성병 등 질환을 옮겨올 수 있는 만큼 더욱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매매는 여성의 인권과 성을 상품화한다는 점에서 전세계적으로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일부 국가에서는 여성을 넘어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어린이나 청소년 성매매까지 만연화 돼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의 인권이 성매매로 인해 방치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특히 미성년자의 성매매는 이후 이들의 삶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화로 인해 국경이 사라진 시대에 ‘국내에서 안 되면 해외로 나가면 되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해외로 성매매를 떠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외 성매매가 증가하며 이를 위해 출국하는 여성들도 존재해 인권 사각지대에 몰린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도 이런 상황에서 예외가 아니다.
미국 국무부의 ‘2007년 국제인신매매 보고서’에서는 한국 남성의 성구매 관광의 문제점과 함께, 한국 여성이 캐나다 및 멕시코를 경유하여 미국으로 성매매를 위해 인신매매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 일본, 호주 등 외국에 한국 여성들이 원정 성매매까지 하는 경우는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왔다.
2006년 10월, 박재완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외국에 한국 여성의 원정 성매매 취업을 알선하는 일부 포털사이트 개설 카페가 59개로 6개월전 조사에 비해 오히려 16개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당시 박 의원은 “해외 성매매업소 취업을 미끼로 선불을 요구해 구직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도 있다”며 “일부 카페는 미국, 일본 등의 성매매, 유흥업소 등에 취업하면 연간 3억 원 내외의 돈을 벌 수 있는 것처럼 유혹, 모집해 여성들을 성노예로 전락시키고 불법체류자로 만드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해외로 원정 성매매를 위해 떠나는 여성이 있어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는 의혹 속에 해외 성매매를 위해 출국하는 남성들도 증가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외교통상부는 지난해 8월 9일 현재 각국 한인 성매매 수감자 현황을 살펴보면 중국 21명, 미국에 19명, 베트남에 9명, 일본에 3명, 호주 1명 등 총 53명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 대해 관계자들은 국내 성매매 단속이 강화되고 중국 및 동남아 여행 중 남성위주의 골프관광이 증가함에 따라 해외원정 성매매로 연결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 분석했다.
이같은 해외 성매매는 인권에만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본인에게 위험이 되기도 한다.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최재경 교수는 “해외든 국내든 직업여성과의 성행위 시 매독이나 임질 같은 성 매개성 질환이 걸릴 가능성이 높고 특히 동성애가 성행하거나 에이즈가 만연된 곳에서 성매매를 하게 된다면 에이즈 노출 위험도 높다”고 경고했다.

‘해외 성매매’ 국가이미지 훼손시키고 있다

   
▲ 성매매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늘 개선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해외 성매매도 국내 성매매처럼 똑같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어야 한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9월 ‘2007년도 성문화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조사결과에서 응답자를 꼽는 성매매로 인한 사회문제로는 ‘청소년 성매매 노출’이 58.1%를 차지해 3년 연속 가장 큰 문제로 인식됐다. 그 뒤로는 ‘왜곡된 성문화로 성범죄 증가’(49.9%), ‘가족파괴’(28.3%), ‘성병감염’(24.3%), ‘여성인권침해’(17.6%)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성매매행위로 인한 국가이미지 훼손 문제’를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10.8%로 2006년 6.8%보다 늘어 성매매가 ‘국가이미지’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점을 나타냈다.
해외 성매매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한 비율은 72.4%로 2006년의 63.2%보다 늘었다. 성매매 엄중 처벌 대상으로는 성구매자(25.5%)나 성판매자(13.8%)보다는 성매매 알선 및 제공 업주(60.7%)를 처벌해야 한다는 대답이 많았다. 여성가족부는 “이 같은 결과는 법 시행 이후 성매매 악순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알선업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는 정부 정책방향과 국민 인식이 일맥상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성매매 안돼요” 선진국, 한 발 앞선 홍보활동
해외 성매매도 국내 성매매와 같이 처벌을 받게 되지만 해외에서의 일이기 때문에 실질적 처벌까지는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지난해에는 정부에서 해외성매매 방지대책을 내놓으며 검·경합동 ‘해외 성매매 방지 전담팀’ 운영 활성화를 발표했고 인터폴 및 주재국 법집행기관과 국제공조수사를 강화할 것이라 밝혔다.
여성부 관계자는 “해외 성매매를 하다 적발될 경우 여권 발급을 제한하거나 재발급 거부, 유효 여권 반납을 요청할 수 있는 개정된 여권법이 시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처럼 해외 성매매 단속이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보조차 쉽지 않아 좀 더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인식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여성부가 오는 7~8월 간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가 시민들로부터 공모한 UCC를 편집, ‘STOP, 해외성매매 관광’과 관련한 5~10초 분량의 정지화면을 인천국제공항 전광판으로 내보낼 계획이라고 발표하자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인천공항에 많은 외국인이 오가는 만큼 해외성매매 방지 캠페인이 좀 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반면 해외 성매매가 근절되지 않는 시점에서 사전예방을 위해 적절한 조치라는 반론의 목소리가 더 높다. 특히 선진국에서도 해외성매매 방지 활동을 우리나라보다 적극적으로 하는 곳이 많아 오히려 더욱 적극적 홍보로 인식개선을 이뤄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프랑스 항공사 에어 프랑스(Air France)에서는 기내에서 해외 성매매 관광 방지 홍보영상을 상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는 관광업체가 모든 관광객들에게 아동 성매매 방지법이 있다는 사실을 의무적으로 공지하도록 하는 법규를 마련했다.
이에 몇몇 유럽 항공사들 역시 동참해 기내 스크린이나 좌석에 배치된 기내 잡지를 통해 목적지 국가에 아동 성매매 관광 방지법이 있다는 사실을 승객들에게 알리고 있으며, 2003년에는 아동 포르노그래피, 아동 성착취, 아동 성매매 등에 대한 처벌 근거를 확립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이와 함께 성학대와 다른 심각한 범죄 퇴치를 위해 아시아, 태평양, 남아메리카의 국가들과 양해각서(MOU)에 서명했으며 정부 지원으로 아동 성착취 근절의 메시지를 담은 포스터, 엽서, 여행용 가방 스티커 등을 제작해 배포하거나 TV, 라디오 광고 실시 등을 통해 아동 성매매 관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여성부는 공항 뿐 아니라, 서울·부산 등 16개 광역 시·도의 협조를 받아 시내 대형 전광판이나 반상회 소식지, 지역 케이블 TV 자막 방송 등을 통해 원정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내용의 캠페인을 여름철 내내 지속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한국, ‘섹스관광국’에서 ‘인신매매 근거지’오명
올해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세계 각국의 인신매매 실태보고서에서는 한국의 일부 여성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홍콩, 심지어 서유럽 국가까지 성매매 대상으로 팔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성매매 특별법’을 통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면서 해외로 나가는 성매매 한국 여성들이 많아진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가하면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태국, 중국, 몽골출신 여성들이 성적 착취의 대상으로 한국으로 유입되고 있다면서 ‘한국은 인신매매의 주 근거지’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국 남성들은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군도의 미성년 섹스관광을 부추기는 중요한 수요자 역할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북한은 인신매매피해방지법(TVPA)상 최소한의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면서 조사가 시작된 지난 2003년 이래 6년 연속 최악의 국가로 등급이 매겨졌다.
성매매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늘 개선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해외 성매매도 국내 성매매처럼 똑같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어야 한다. 성은 돈으로든, 무엇으로든 살 수 있는 게 아니며 사서도, 팔아서도 안된다. 성매매 근절을 위해 성구매자나 판매자 모두에게 처벌을 강화하는 등 사법당국이 나서서 강력한 법 집행력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마사지 업소·휴게텔 등 신·변종 업소를 통한 성매매, 인터넷 성매매, 해외 성매매 등 다양화된 성매매 범죄에 대해 관계 부처와 공동으로 적극 대처해 사회적으로 도덕적 해이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리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인권유린 행위를 지속시키지 않도록 ‘성매매는 나라 안에서도 불법이고, 나라 밖에서도 불법이다’라는 국민적 인식개선 역시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