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리스시장’ 연 10조 원 달성 눈앞
애견·돌침대·노트북에서 헬리콥터·요트·기관차까지
시간·비용 맞춤화 ‘맞춤리스(Lease)’ 전성시대 ▲ 지난해 리스 실행액만도 9조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절세 효과, 부채 비율을 낮추는 재무 건전성 효과 등이 맞물린 데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대외 악재로 인한 기업들의 긴축경영 필요성 때문이다.
13년째 온돌흙침대를 만들어온 제아산업은 300만 원 이상의 고가 돌침대를 월 4만~6만원에 이용할 수 있게 상품을 만들었다. 제아산업의 권종열 대표는 “돌침대의 경우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만들다 보니 소비자들이 못 믿는 경우가 많았다. 이사할 때 운반이 어려운 데다 가격도 비싸고 AS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구매율이 적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렌탈로 돌린 후 매출이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권 대표가 들인 비용은 카드사와 제휴를 위해 보증금 형식으로 2억 원을 예치한 게 전부다. 제품을 카드사가 아닌 제조사가 갖고 있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리스가 아닌 렌탈에 가깝다. 하지만 서비스는 기존 리스와 다를 게 없다. 3년간 돌침대를 사용하면 소유권이 이전되고 의무기간 1년만 지나면 언제든 다른 돌침대로 바꿀 수 있다.
미국에선 애완견을 빌려주는 서비스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2001년 문을 연 바우하우스는 지속적으로 성장해 현재 하루 60~70명의 손님이 방문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공공장소에 자신의 애완동물과 함께 다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애완견과 몇 시간씩 놀 수 있는 카페에 이어 하루 이상 동안 개를 빌려 기를 수 있는 애견 대여사업이 아시아 전역에 활발하게 퍼지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지난 2000년에 실버세대에게 가전제품을 빌려주고 기능과 임대시간별로 요금을 달리하는 일본의 실버가전리스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KT캐피탈은 이달부터 대학생·직장인을 대상으로 월 4만~7만 원만 내면 LG·도시바의 노트북 PC를 2년간 빌려 쓸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TV도 리스로 빌려준다. KT 메가TV(인터넷TV) 고객이라면 월 3만~7만 원만 내고 삼성HD급 LCD·PDP TV를 3년간 사용할 수 있다.
‘소수가 바라는 것까지 이루어지는 금융’ 지난해 현대캐피탈이 모터사이클 할리데이비슨 리스상품을 선보이면서 내놓은 광고 카피 문구다. 요즘 리스 산업이 딱 이렇다. 과거 중장비, 선박, 공장기계류 일색이던 리스상품들이 요즘 돌침대, 요트, 그랜드피아노 등 개인 고객을 타깃으로 한 리스상품들로 다양화돼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고가의 시스템장비 리스로 빌려 쓴다
▲ 13년째 온돌흙침대를 만들어온 제아산업은 300만 원 이상의 고가 돌침대를 월 4만~6만원에 이용할 수 있게 상품을 만들었다. 3년간 돌침대를 사용하면 소유권이 이전되고 의무기간 1년만 지나면 언제든 다른 돌침대로 바꿀 수 있다.
자동차나 중장비가 아닌 기관차도 빌려서 쓸 수 있게 됐다. 세현엔지니어링은 산업용 기관차를 최장 25년까지 연간 800만~900만 원의 사용료를 받고 빌려주고 있다. 엔진보수와 부품교체 등 사후 정비도 책임진다. 현재 국내에서 LG화학, GS칼텍스, 아세아시멘트 등 8곳에서 기관차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미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기관차 리스가 보편화되어있다.
리스를 취급하는 금융권에서도 신종 리스가 한창이다. 신한은행은 현금지급기(ATM)를 아웃소싱하기로 결정했다. 직접 기기를 구입하는 대신, 공간만 빌려주고 사용료를 리스사에 지불하는 방식이다. 기기설치, 현금관리, 장애·유지보수 등 운영 전반을 외부 전문업체가 담당한다. 은행 입장에선 한 대에 2,000만~3,000만 원 하는 기기값을 아낄 수 있고 ATM업체는 제품 교체를 빨리해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윈윈 효과를 거둘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한다.
VVIP고객을 위한 럭셔리 리스까지
올해 초 신한캐피탈은 헬리콥터 두 대를 리스계약 체결했다. 대당 35억 원짜리를 월 4,000여 만 원에 6년 동안 법인 고객에 임대해주는 계약이었다. 회사 측은 “기업·관공서가 주고객이지만 초부유층 개인을 상대로 한 헬리콥터 리스도 고려중이다”라고 밝혔다.
최근엔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는 상품도 나왔다. 건설업체 로하스는 미국 제트기 전문 제조업체인 세스나와 새 비행기 2대를 구매하는 계약을 했다. 항공업체를 제외한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에서 개인용 제트 비행기를 운영한 일은 있어도 소규모 업체가 비행기를 구입해 운영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하스가 구입한 비행기의 대당 가격은 200억 원. 1년 유지비만도 60억 원에 이른다. 내년 봄에 인도받을 예정이며 현재 회원을 모집 중이다. 가격이 워낙 고가다 보니 리스가 아닌 분양 형태로 판매에 나섰다. 비행기 한 대당 25구좌를 만들었다. 1구좌당 가격은 25억 원이다. 대상은 VVIP다. 이용고객은 연간 40시간(체공 시간) 제트기를 이용할 수 있다. 총 8명이 탈 수 있으며 탈 때마다 250만 원을 내야 한다. 8명이 타면 1인당 30만 원의 비행 요금을 무는 셈. 전용기를 이용할 경우 국내 출국뿐 아니라 해외 입국 시에도 VIP 대접을 받기 때문에 바쁜 비즈니스 고객은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아주마린은 현재 요트 리스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3대의 요트가 리스 서비스 중이다. 5억 원짜리 월 리스료가 1,400만 원 안팎으로 웬만한 승용차 값이다.
세금·정비 걱정 필요 없지만 중도계약해지 불가능, 제도상 단점도
▲ ‘소수가 바라는 것까지 이루어지는 금융’ 지난해 현대캐피탈이 모터사이클 할리데이비슨 리스상품을 선보이면서 내놓은 광고 카피 문구다.
리스는 제품 값의 60~70%만 내고 통상 1~5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계약만료 시점이 되면 물건을 반납하든지 잔금을 더 내고 인수하면 된다. 리스 비용은 세법상 전액 손비(損費) 처리되기 때문에 법인·자영업자로선 절세도 노릴 수 있다. 소득이 높아지고 고객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작년 리스 거래규모가 9조 6,687억 원으로 전년(7조 908억 원)보다 36%나 성장했다. 그러나 리스계약을 중도에 해지하면 남은 리스료의 10~35%를 수수료로 더 물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빌린 것이기 때문에 제품을 마음대로 개조할 수도 없다. 렌털은 리스와 비슷하지만 기간이 비교적 단기간이고, 사용 후 제품을 반납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리스는 15인승 초과 트럭이나 버스를 빌릴 수 있지만, 렌털은 안 되는 등 대상품목도 다소 차이가 있다.
‘목돈 없이도 비싼차 탄다’ 오토리스 경쟁 ‘후끈’
오토리스란 금융기관이 고객을 대신해 고객들이 요구하는 차량을 구입, 고객이 원하는 기간 동안 매월 정해진 리스료(사용료)를 받고 빌려주는 금융서비스를 말한다. 결국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할부금융과 렌터카의 특징을 접목한 것이다. 오토리스 업무를 취급하는 리스회사와 캐피탈회사는 20개 정도. 이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주로 취급하는 현대캐피탈이 최대 규모다.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은 국산차 리스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삼성카드와 대우캐피탈의 점유율은 10% 안팎이다.
리스금융을 취급하는 금융회사 처지에서는 공장설비 구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보다 부실 우려가 적다는 점에서 자동차 리스를 선호한다. 과거 금융회사들은 공장설비 리스 때문에 외환위기 때 기업들이 줄줄이 파산하면서 거액의 리스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바 있다. 이 여파로 회사 문을 내린 곳도 수두룩했다. 대신 자동차 리스는 고객 대다수가 개인이고 리스회사로서는 소액이므로 별 부담이 없다. 자동차 리스는 리스회사가 고객을 대신해 고객이 원하는 차량을 구입해 장기간 빌려주는 방식이다.
기간은 12~42개월 범위에서 고객 편의에 따라 조정한다. 대체로 36개월을 표준으로 삼는다. 고객은 매월 일정한 리스료(사용료)를 내고 차량을 사용한다. 소유권은 리스회사에 있지만 차량을 고객이 늘 갖고 있으므로 겉으론 고객 소유 차량으로 보인다.
리스료는 차량가격, 취득세, 등록세, 자동차세, 보험료 등 여러 비용이 합쳐져 계산된 액수다. 리스 이용자는 이 합산된 비용을 리스기간만큼 나눠 낸다. 그러므로 차량을 구입할 때 초기에 한꺼번에 많이 드는 취득세, 등록세 부담이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 차량가액의 10~30%인 보증금을 내면 차를 받을 수 있고, 이 보증금은 리스기간이 끝나면 되돌려 받는다. 대체로 보증금은 차량의 잔존가액 정도로 정한다. 따라서 리스기간 만료 직후 그 차를 인수하고 싶으면 보증금 대신 차를 선택하면 된다.
리스 조건은 리스회사마다 조금씩 다르다. 적용 이자율이 회사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고객 신용도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인터넷으로 여러 회사의 조건을 검색해 자신에게 유리한 곳을 고르면 도움이 된다. 각 회사 상담원과 직접 상담해서 유리한 조건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입차 증가에 따른 오토리스의 무한질주 ▲ 국내 자동차 리스 시장은 지난 몇 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자동차 리스 시장이 연평균 10% 안팎의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차를 리스 방식으로 사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목돈 없이도 비교적 고가의 차량을 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오토리스 취급액 가운데 수입차 비중이 60%에 이른다. 수입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오토리스시장은 급팽창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자동차 리스로 제공된 자금은 모두 4조 6,048억 원. 2006년의 3조 8,952억 원보다 7,096억 원(18.2%)이 늘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엔 5조 원 선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수입차 판매 비중이 5% 안팎임을 감안하면 수입차의 오토리스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는 BMW 도요타 크라이슬러 등 외국 자동차회사들이 자사 제품을 팔기 위해 설립한 금융회사를 통해 리스 방식을 적극 마케팅 한 결과”라면서 “고가 수입차 소유를 부담스러워하는 고객들도 리스방식을 선호 한다”고 말했다.
일부 리스업체들의 실적경쟁에 속출하는 피해자들
오토리스는 먼저 초기 비용 부담은 적지만 반대로 매달 리스료를 부담해야 하는 만큼 고정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중도계약해지가 불가능하고 가능하더라도 해지 시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계약기관 동안 리스료가 사업자의 고정비용이 되는 것이다.
렌터카에 비해 제도상 제약이 많은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실례로 리스는 LPG 차량은 제외되지만 렌트는 LPG차량이 가능하고 리스는 1년 이상으로 제한돼 있지만 렌트는 대여기간이 일, 주 단위로 가능하다. 여기에 렌트는 사업용 차량으로 분류, 특별소비세 면제 등 세제혜택을 받지만 리스차량은 자가용으로 분류, 세제 혜택이 없다.
이밖에도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고급 외제차를 직접 사는 대신 리스 하는 방식이 인기를 끌면서 이와 관련된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유한 차량도 없이 고객에게 리스 비용만 받아 챙기는 업체가 있다.
현재 국내의 자동차 리스업체수는 30여 개로, 최근 3년 사이에 매출액 규모가 1조 7천억 원이나 늘어났다. 그러나 일부 리스업체들이 실적 경쟁에 급급한 나머지 차량 수입 능력도 없는 개인업자들까지 사실상 동업자로 끌어 들이면서 피해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경찰은 오토 리스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일단 계약부터 해놓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고객에게 부담을 지우는 캐피탈 회사들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가파른 상승세, 리스시장 어디까지 성장하나
국내 자동차 리스 시장은 지난 몇 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자동차 리스 시장이 연평균 10% 안팎의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자동차 판매시장에서 리스 비중이 현재 6% 수준으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차 출시주기가 단축되고 자동차 신기술의 발전 등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도 리스 시장의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난해 리스 실행액만도 9조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절세 효과, 부채 비율을 낮추는 재무 건전성 효과 등이 맞물린 데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대외 악재로 인한 기업들의 긴축경영 필요성 때문이다.
리스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사내 설비, 장비, 기기 등의 구입을 운용 리스로 전환하고 있는 것은 돈을 빌려 상품을 구입했더라도 회계상 부채로 잡히지 않아 부채 비율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재무 건전성이 개선되면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한편 낮은 회사채금리(저금리 대출)로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이중 효과로 향후 리스 시장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 조사기관에 따르면, 세계적인 리스판매 시장은 2006년 700억 달러에서 매년 8%씩 성장해 2010년에는 1,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