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 투혼, 시즌 끝낸 김연아 ‘이젠 휴식과 치료’

2008-04-04     <편집국>
김연아, 2년 연속 동메달…아사다 마오 우승
진통제 투혼을 발휘한 김연아(18·군포 수리고)가 훨훨 날자 파란눈의 관중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김연아는 지난 3월 21일(한국시간) 새벽 스웨덴 예테보리 스칸디나비움 경기장서 열린 2008 국제빙상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서 최고의 연기를 펼쳐 123.38(기술점수 64.82+예술점수 58.56)의 점수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전날 쇼트프로그램서 5위(59.85점)를 한 탓에 종합에서는 아쉬운 동메달(183.23)에 그쳤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2년 연속 동메달이다.


통증으로 인해 경기 전 진통주사를 맞고 은반에 선 김연아는 통증이 사라지자 예의 그 우아한 연기를 펼쳐보였다. 트리플 러츠(공중 3회전)를 싱글러츠(공중 1회전)로 처리한 실수만 제외하면 나무랄 데 없는 깨끗한 연기였다. 첫번째 트리플 플립(공중 3회전)과 트리플 토루프 점프(공중 3회전) 연결은 높고 시원했으며 이너바우어 후 더블악셀(공중 2회전 반)은 아름다웠다. 연기가 끝나자 스칸디나비움의 관중들은 주저 없이 일어서 기립박수를 보냈다.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1위는 부상 중 얻은 점수라 더욱 값졌다. 경기 전 리허설을 지켜보던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 씨는 “매일매일 통증 수위를 상·중·하로 체크하는데 예테보리에 온 후 하였던 통증수위가 어제는 중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매일같이 통증을 안고 훈련을 하다보니 체력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쇼트프로그램이 끝나고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는 김연아는 3월 15일 한국을 출발하기 전 2주 효력 진통제를 맞았지만 시즌 마지막 대회를 위해 다시 한 번 진통 주사를 맞았다.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임한 그는 결국 그 어느때보다도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편 세계선수권 금메달은 185.56점을 얻은 아사다 마오(18·일본)가, 은메달은 184.68점의 캐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가 차지했다.


‘리그 25골’ 호날두, 맨유의 전설을 넘어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 조지 베스트를 뛰어넘은 호날두(23)가 맨유 전설을 다시 쌓아 올리고 있다. 호날두는 지난 3월 23일(한국시간) 올드트래포드에서 벌어진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두번째 골을 넣으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리그 25호골을 기록한 호날두는 토레스(리버풀)와의 격차를 5골로 벌리며 득점왕 자리를 예약했다. 볼턴전에서 두골을 몰아치며 시즌 33호골(컵대회 포함)을 기록한 호날두는 조지 베스트가 세운 맨유 윙어 시즌 최다골(32골)을 넘어섰다. 통상 득점확률이 높은 센터포워드와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의 득점기록은 분리해서 계산한다. 이제 호날두에게 남은 과제는 맨유 선수 중 시즌 역대 최다골을 기록했던 데니스 바이올렛(1959~1960 시즌 정규리그 32골)을 극복하는 일이다. 남은 7경기에서 경기당 1골씩을 넣어야 32골이 된다. 아스널, 첼시를 제외하면 비교적 편한 상대인 웨스트햄(10위)·미들즈브러(12위)·위건(14위)과의 경기를 남겨둬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의 기세를 살펴보면 기록경신이 결코 꿈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8월 포츠머스전에서 상대선수의 머리를 들이받아 3경기 출전정지를 받은 호날두는 리그 31경기 중 25경기에 출전해 25골을 넣었다. 경기당 평균 1골씩을 넣고 있는 셈이다. 하위권팀과의 경기에서 멀티골(2골 이상)을 성공시킬 경우 바이올렛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다. 맨유 홈페이지는 “폭발적인 드리블과 트레이드 마크인 ‘무회전 프리킥’을 내세운 호날두가 바이올렛 기록을 넘어설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신지애 JLPGA서 올해 첫 우승
한국여자골프의 ‘지존’ 신지애(20·하이마트)가 2008년 첫 우승을 일본에서 해냈다. 신지애는 지난 3월 23일 일본 고치현 고난의 도사골프장(파72·6364야드)에서 열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요코하마타이어 PRGR레이디스컵 최종 3라운드까지 일본의 요코미네 사쿠라와 합계 4언더파 212타로 동타를 이룬 뒤 연장 네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투어에 나선 신지애는 마침내 일본에서 우승을 신고하며 상금 1,440만 엔과 함께 고급 승용차를 부상으로 받았다. 또 신지애는 JLPGA 풀시드권도 덤으로 받았다. 비바람이 몰아친 가운데 강행된 마지막 라운드에서 신지애는 선두 요코미네에게 1타 뒤진 2위로 출발했다.
‘마지막 라운드의 여왕’이라는 별명답게 신지애는 전반에 1타를 줄이는 데 그쳤지만 보기없는 안정된 경기를 펼쳐 버디와 보기를 반복한 요코미네와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하지만 신지애는 16번홀(파4)에서 친 티샷이 왼쪽으로 감기며 아웃오브바운즈(OB)를 내면서 결국 2타를 한꺼번에 잃어 버렸다. 신지애는 프로데뷔 후 공식대회에서 티샷 OB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지애의 우승으로 한국낭자군은 올 시즌 일본무대에서 송보배(22·슈페리어)의 개막전 우승을 포함해 2승을 올렸고 통산 75개의 우승컵을 수집했다. 또 이지희(29)가 1오버파 217타로 공동 4위, 김소희(25)는 3오버파 219타로 공동 9위에 이름을 올렸다.


‘박태환 마법’ 물속에 잠기나
제3회 한라배 전국수영대회 남대부 자유형 200m 결선이 열린 지난 3월 22일 제주 실내수영장. 박태환(19·단국대)을 지도하고 있는 노민상 경영대표팀 감독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박태환의 저조한 기록 때문이었다. 이 종목 결승 150m 지점에서 박태환이 턴했을 때 기록은 1분20초45였다. 특유의 막판 스퍼트만 나온다면 자신이 갖고 있는 아시아 최고기록(1분46초73)도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전광판에 찍힌 최종기록은 1분48초10. 마지막 50m 구간기록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말은 박태환의 지구력이 뚝 떨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박태환은 “많이 아쉽다”는 말부터 꺼냈다. 노민상 감독은 “마지막 50m 구간 기록이 27초대(27초65)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 자유형 1,500m에서 나온 마지막 50m 구간 기록(27초14)보다 못하다. 최장거리 종목과 단거리 종목의 마지막 구간기록이 비슷하다는 것은 지구력이 부족하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박태환의 장점은 ‘막판 스퍼트’였다. 지난해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에서 박태환은 350m 구간까지 4위를 달리다 마지막 50m에서 경쟁자 3명을 따돌리고 우승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2008년 3월 현재, 박태환에게서 그런 ‘마법’을 찾아보기 어렵다. 2008 베이징올림픽이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번 기록은 ‘금메달 낙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