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살아 내 살들아” 더 이상 무거운 몸은 싫다

2008-04-02     글_ 신혜영 기자
만병의 근원 비만, 미용 목적이 아닌 질병치료 시각에서 접근해야
겨울만 되면 으레 살찌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겨울이 되면 인체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식욕이 증가하는 데다 활동량과 운동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특히 복부와 허벅지는 지방축적성이 강하고 지방분해 저항성이 높아 살이 찌기는 쉬우나 빼기는 어렵다. 이제 완연한 봄이다. 가벼운 옷차림을 해야 할 때 겨울 내내 축적된 살들을 보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비만은 외모적으로도 스트레스를 줄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무심코 지나쳐 버린 내 몸, 이제부터라도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을 통해 비만에서 탈출하자.

비만이란 과다한 체지방을 가진 상태를 말한다. 남자는 체지방이 체중의 25%, 여자는 30% 이상일 때, 임상적으로는 BMI(Body Mass Index:체질량지수)가 30.1 이상인 경우, 현재 체중이 이상체중을 20% 초과하는 경우로 정의된다. 비만은 지나친 열량섭취, 내분비의 장애, 운동부족, 유전적 요인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체지방 축적이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하루 동안 필요로 하는 열량은 남자는 2500cal, 여자는 2000cal로 이중에서 일상적으로 먹고 살기 위해서 움직이는데 드는 칼로리는 대략 1000cal정도다. 사람이 움직이지 않아도 저절로 없어지는 칼로리 즉, 기초대사량을 빼면 대략 남는 칼로리는 1300cal정도. 이 칼로리를 소모하지 못하면 그대로 몸속에 지방이라는 형태로 저장하게 되어 체중이 점점 불어나게 되는 것이다.
비만도 지수를 평가하는 임상적인 방법에는 이상체중법(Modified Broca's method)으로 [신장(㎝)-100]×0.9를 이상체중으로 계산하여 현재체중을 백분율화시키는 방법이다. 비만도는(실측체중-표준체중)/표준체중×100%로 계산한다. BMI는 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것으로 BMI는 체지방과 관련이 되며 상대적으로 신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체질량지수가 18.5 미만이면 저체중, 정상은 BMI=20.1∼25이며 과체중은 BMI가 25∼29.9로 정의된다. 비만은 BMI가 30 이상인 것이며, BMI가 40.1보다 클 때를 고도비만이라고 한다.


에너지 소비의 불균형이 발생하면 언제라도 비만해져
비만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에너지 대사의 이상 등이 있다. 유전적 요인의 경우 부모 한쪽이 비만이면 자녀가 비만이 될 확률은 40%이며, 부모 양쪽이 다 비만일 경우에는 50~70%에 달한다. 유전에 의한 비만은 지방세포의 수가 증가 하는 것과 지방세포의 크기가 커지는 것의 혼합형으로 살을 빼기가 쉽지 않다. 식사습관과 같은 환경적 요인도 비만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한다. 비만의 원인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은 과식으로 비만한 부모와 동거하는 자식들은 과식을 하거나 급하게 식사하는 습관을 보고 배우기 쉽다. 때문에 부모가 비만이면 자녀들도 비만이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체내의 소화기능이 저해돼 지방과 수분이 정체되거나 혹은 기혈 순환이 되지 않아 몸 안의 노폐물인 담음, 어혈, 식적 등이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쌓이면서 비만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이런 경우는 아무리 운동을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 우리 몸은 낮에 먹는 음식은 소비 하는데 쓰고 밤에 먹는 음식은 저장 하는데 쓰이기 때문에 밤에 먹는 음식은 비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선천적으로 체내의 지방을 분해하는 능력이 월등한 사람이라고 해도 섭취량에 비해 칼로리의 소비가 적다면 남는 칼로리가 체내에 축적되어 비만이 된다. 특히 비만한 성인이 체중을 줄이면 지방세포의 크기는 줄어들지만 지방세포수는 감소하지 않는다. 이러한 결과는 비만증이 있던 사람이 체중을 감소시킨 후 또다시 에너지 소비의 불균형이 발생하면 언제라도 비만한 사람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


심혈관질환 발생 정상인보다 10배 이상 높아
현대와 와서 비만은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체질량지수가 29~30㎏/㎡ 이상이면 비만으로, 이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률이 증가한다고 해 질병으로 분류했다. 비만은 비만자체 보다는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이 심각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비만은 여러 가지 합병증을 일으키는데 우리가 성인병이라고 부르는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비만으로 인한 질병에는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중풍), 심장질환, 당뇨병, 고중성지방혈증 등과 같이 혈관에 기름기가 축적되어 발생하는 합병증이 가장 많고 이외에도 관절염, 통풍 호흡기장애, 불임, 월경불순 등이 있다.
비만은 혈관 건강의 바로미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증과 같은 심장혈관계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 비만은 인슐린 분비 이상을 초래하고, 나쁜 콜레스테롤을 쌓이게 할뿐만 아니라 혈압에도 영향을 미친다. 체중이 10% 증가하면 남성의 경우 혈압이 평균 6.6㎜Hg 상승되며 정상 체중에 비해 고혈압이 될 가능성이 3배 이상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비만해지면 혈당과 혈압이 같이 상승하여 고혈압뿐만 아니라 당뇨병도 발생하기 쉽다. 특히 복부 비만인 경우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성이 정상인보다 10배 이상 높아진다. 고지혈증은 혈액 중에 지방성분이 많은 것으로 이러한 고지혈증이 발생하면 혈관이나 간, 담당에 지방이 축적되어 동맥경화와 지방간, 담석증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이런 대사질환은 각종 성인병과 돌연사의 원인이 된다. 때문에 정상 체중이라고 해도 중년 이후에 많이 발생하는 내장형복부비만의 경우 대사증후군의 위험이 크므로 꾸준한 뱃살 관리는 필수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내분비내과) 홍은경 교수는 “비만은 그 자체보다 다른 질환을 동반한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인 질병”이라며 “당뇨ㆍ고혈압 등 위험 요소가 있는 과체중(BMI 23 이상)의 경우에는 체중 조절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무거운 체중으로 인한 관절의 부담으로 퇴행성관절염이 오고, 지방이 대사하면 생기는 요산이라는 찌꺼기가 관절에 축적되어 통풍이라는 관절통도 유발한다. 실제로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의 폰테인 박사가 국립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연구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60세 이상 노인들의 관절염 위험은 저체중인 경우 12% 정도지만 비만인 경우 60%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몸무게가 늘면 무릎에 가해지는 압력은 4∼7배 가량 높아진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운동량이 감소하고 이는 곧 비만으로 이어진다. 통증이 심하다는 이유로 점점 더 운동량이 줄다보면 비만이 더 심해진다. 운동량이 거의 없는 비만 환자의 경우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이 약해지고 자세가 나빠지면서 허리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실제로 디스크 환자 중 59%가량이 비만이라는 보고도 있다. 비만을 계속 방치하게 되면 몸 안의 지방은 쌓이는 반면 근육량은 적어진다. 이 때문에 근육이 약화돼 척추와 디스크 등을 잘 받쳐주지 못해 디스크 질환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 9가지의 암 위험을 증가시키기도 해
미국 암학회의 유제니어 칼레 박사는 비만이 암보다 장병, 당뇨병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고 절박하게 보이는 것은 암이 속성상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암의 종류에 따라 정도가 다르긴 하지만 비만은 대장암, 유방암, 자궁내막암, 신장암, 식도암, 췌장암, 담낭암, 간암, 위암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자궁내막암의 경우 과체중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2배, 비만여성은 3.5~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인 사람은 또 체중이 정상인 사람에 비해 신장암과 식도암 위험이 3배 높다.
과체중 남자의 경우 대장암 위험을 0.5~2배 증가시킨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여성은 남성보다 20~50%가 더 높다. 비만과 유방암 관계는 폐경여성에게만 해당되며 과체중과 비만 여성이 각각 30% 와 50%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칼레 박사는 “지방세포가 암 발생에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단백질과 인슐린 분비를 촉진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심장병 뿐 아니라 암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방세포는 유방암을 촉진하는 에스트로겐을 만들고 살이 찐 사람은 위산이 식도로 올라오는 현상인 위-식도역류 위험이 높아 식도암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 칼레 박사의 지적이다.

몸무게 가벼워도 비만이 될 수 있다
흔히 체중이 적게 나가면 비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형적으로는 말라보이면서도 아랫배만 나온 마른 비만도 있다. 비만은 반드시 몸무게와 관계있는 것만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체지방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면 말랐어도 비만이다. 겉보기에는 말랐더라도 평소 몸이 유난히 무겁고 조금만 운동해도 숨이 차거나 변비, 생리불순 등이 자주 있으면 일단 ‘마른 비만’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마른 비만 역시 일반 비만과 마찬가지로 고혈압, 당뇨병, 중풍 등 여러 가지 성인병 등의 발생률을 높인다.
대체적으로 마른 비만은 고칼로리 식생활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에너지 대사의 불균형으로 복부 내장 사이에 지방이 축적되는 복부비만이다. 따라서 몸무게는 많이 나가지 않지만 아랫배가 나오는 마른 비만의 경우도 일반적인 비만과 마찬가지로 복부지방을 줄이기 위해 운동을 꾸준히 하고 음식을 조절하면서 질병의 위험인자를 항상 검사해야 한다. 특히 마른 비만의 경우 일반 비만 환자보다 치료가 까다롭다. 근육량을 늘여야 기초대사량이 증진돼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백질 위주의 식사와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한다.

체형 관리의 문제가 아닌 질병 치료로 접근해야
최근 우리나라도 고열량 식생활과 안락한 생활방식으로 에너지 대사의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비만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나이 들어 나오는 배는 인격이라는 것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이 상식이 된 지금 이제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의 생활을 위한다면 뱃살관리는 필수 과제이다.
비만 치료에는 식이요법, 운동요법, 행동수정요법, 약물요법 등이 있으며 심혈관질환의 경우 평소 생활 습관이 중요한데 특히 비만과 운동부족, 흡연은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치료를 시작한다면 폭식증이나 신경성 거식증 등과 같은 섭식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비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자신의 왜곡된 인식으로 무분별하게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에 더욱 심한 좌절감에 빠지게 되고 심하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심각한 상태가 될 수 있다. 특히 비만으로 오는 열등감은 자신의 삶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하는 한편, 대인 기피증 같은 정신질환도 가져온다. 체중이 증가하면 남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이에 대한 강박관념이 심해지면 사람들을 기피하고 혼자만 지내려는 증상이 생기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비만 치료의 목적은 비만으로 발생하는 합병증을 예방하고 치료함은 물론, 비만으로 인한 심리적 열등감이나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비만을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제 살과의 전쟁을 ‘미용’ 개념에서가 아니라 ‘건강’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비만과 몸매 관리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