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10주년을 맞이한 울산 달천농공단지협의회
2008-04-05 취재_김봉진 부장/홍기원 기자
우리나라의 다수 중소기업은 자체 기술력이 상당한 수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경영 전반적인 측면에서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의외로 작다고 지적한다. 기술만으로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에 기술에 과신하지 말고 아이템보다는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점을 유독 강조한다. 그러면 대다수 중소기업은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반문한다.
R&D 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핵심기술 개발 자체가 아닌 시장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고객의 욕구보다는 내부 R&D 인력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기술 확보에 무게를 두면 저조한 사업성과를 기록하게 된다. 설령 고객 우선의 경영관을 갖추어도 중소기업을 둘러싼 사업 환경은 그리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이고 이 때문에 중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경영을 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당장 한발 앞을 내딛기가 어려운데 R&D에 꾸준한 투자 이외에 마케팅이나 효율적인 회사 경영에 관한 역량을 키우는 것도 벅찬 일이다. 이런 난관들은 개별 중소기업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어려움을 타개할 해결과제 모색해야
지난 2월 18일 달천농공단지협의회의 제5대 회장으로 취임한 엄주환 회장은 기업들 사이의 상호교류와 공동 마케팅 전략을 강조했다. “외국의 우수한 공단과의 교류를 통해 서로 정보력과 기술력 증진을 도모하고, 달천농공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의 편람과 CD를 제작해 국내외 마케팅에 활용하려 합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마케팅 활동에 매우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마케팅 활동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며 하소연하는 기업도 있다. 엄주환 회장의 계획대로 달천농공단지 편람을 제작하면 고객이 보다 달천농공단지의 성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입주업체들의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달천농공단지가 풀어야 할 과제로는 부지난과 오폐수처리 문제도 있다. 부지난으로는 도로와 주차장 부족을 꼽을 수 있는데 2,600여 명이 근무하는 달천농공단지이지만 단지를 다 통틀어 수백여 대 남짓밖엔 주차공간이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낮은 건폐율(60%) 때문에 많은 공장이 공장 증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제2농공단지 조성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부지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오폐수처리 역시 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달천농공단지협의회를 통해 농공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CAD·CAM 분야 세계적 수준의 (주)경남실업
엄주환 회장이 경영하고 있는 (주)경남실업은 지난 2001년 달천농공단지에 입주했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의 협력업체로 엔진개발용 목형, 금형 및 내장재 생산 금형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주)경남실업은 이 분야에만 20여 년을 경영한 경험 많고 우수한 기술력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그동안 3건의 특허와 1건의 실용신안등록을 획득하며 공인받은 (주)경남실업의 기술력은 산업자원부에서 지역특화사업의 목적으로 자금을 지원받아 실행한 ‘통기성 금속을 이용한 자동차 내장재 생산 금형 및 금형 소재 개발’ 프로젝트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금형의 국산화로 원가를 절감하고 신차종 개발에도 개발 기간의 단축이라는 효과를 거둔 것이다. 이 외에도 ‘자동차 내장재 성형용 AL에폭시 복합형 프레스 금형’을 개발해 자동차 내장재 중 천장 및 문짝 등 부직포를 열 융합에 의해 성형하는 금형의 제작 기간 단축 및 비용 절감에도 공헌했다.
연간 매출액의 5%를 R&D에 투자하는 (주)경남실업이 현재 주력하고 있는 기술개발은 자동차 고출력을 위한 ‘박육 내열성 주강 배기매니폴더’ 연구이다. 엄주환 회장은 ‘박육 내영설 주강 배기매니폴더’ 연구의 효과에 관해 “기존의 ‘배기매니폴더’는 1,000도의 고열을 견디지 못해 비효율적인 연비가 나오고 있습니다. ‘배기매니폴더’가 1,000도의 고열을 견딜 수 있다면 약 20% 정도 연비가 향상되어 연료를 절감할 수 있고 박육(薄肉)이기 때문에 자동차의 중량이 가벼워져 역시 연료 소모를 줄이게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고유가 시대에 20%씩이나 획기적인 연비절감이 되는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다면 높은 기술력도 인정받으면서 동시에 소비자들의 선택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주)경남실업이 수준 높은 기술력에 도달한 바는 30년 경력의 엄주환 회장의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향한 의지도 큰 몫을 하였다. 그리고 (주)경남실업의 독특한 기업경영도 도움이 되었는데 핵심적인 제품의 생산과 연구개발은 엄주환 회장이 직접 맡지만 2~3개 팀이 업무를 분담해 수행해 연구개발 인력의 전문화·분업화를 이끌어내었던 것이다. 이들 역시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30년 경력을 소유한 베테랑들로서 (주)경남실업이 자랑하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엄주환 회장은 수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업 다각화도 염두에 두고 있다. “최근에는 조선 엔진 개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와 선박의 엔진은 크게 다른 점이 없어 준비만 제대로 갖춰지면 자동차 분야에서 이루었던 성공을 다시 재현할 수 있을 겁니다.”
엄주환 회장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환율 하락으로 일시 중단했던 일본 수출도 환율이 안정되면 언제든 다시 수출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매년 매출 성장이 20%에 이르고 있어 직원들의 복리에도 관심을 기울여 탄탄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달천농공단지협의회/엄주환 회장 인터뷰
달천농공단지는 10년째 운영되고 있는 농공단지로서 전국적으로 여타 공단과 비교해 보아도 재정자립도나 기업운영이 건강한 우수한 농공단지로 알려져 있다. 입주한 기업의 90% 이상이 현대자동차나 현대중공업의 협력업체이고 79개 업체, 2,600여 명의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는 울산지역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단이다.
현재 달천농공단지는 심각한 부지난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 제2의 달천농공단지가 조속히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타 지역과 비교해 산업수도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울산지역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적은 것도 문제가 있다. 울산의 대다수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자동차 금형·부품 산업의 핵심지역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의 기술에선 우리나라 제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원이 미미해 더욱 발전해 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달천농공단지에 입주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입주업체 간의 공동체 의식 증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