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자원의 무기화로 세계는 인플레 전쟁 중

2008-04-25     글_이준호 기자
원자재와 곡물가격의 상승, 국내·외 물가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국제 밀거래 가격은 지난해 80% 급등한데 이어 올해 들어 90% 폭등했다. 시카고 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선물가격 기준으로 대두 가격은 지난 1년 전에 비해 95.8%, 밀은 79.9%, 옥수수는 25%나 올랐다. 이러한 곡물 가격의 인상은 인플레이션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또한 호주 철광석업체는 최대 154%의 가격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원자재와 곡물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서민경제는 점점 더 어려워 지고 있다.

2008년 들어서 밀가루를 원료로 하는 면과 과자 같은 서민들의 먹거리 대부분의 가격이 올랐다. 가뜩이나 미국 경제가 침체국면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원자재발 가격 인플레이션이 가중되고, 주요 국가들도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위기에 처해있다. 더군다나 곡물가격의 급등은 에그플레이션(agflation)의 공포를 현실화 시키고 있다. 농업(agriculture)과 물가상승(inflation)의 합성어인 ‘에그플레이션’은 곡물류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가 크게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을 유발하는 중국
국제원자재 가격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급등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중국경제의 급부상, 달러화 약세 등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중국경제의 급성장은 국제 물가를 올리는데 단단히 한몫을 했다. 중국은 주요 원자재의 세계 최대 소비국으로 부상하여 원자재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빠른 경제성장과 더불어 올림픽 관련 인프라 확충 등으로 원자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003년 중국의 전체 원자재 수요는 전년대비 25% 증가하였다. 전세계 원자재 소비 가운데 중국의 비중은 ’93년 7~10%에서 ’03년 20~25%로 상승하였다. 국내수요와 국내공급의 격차가 더욱 커져 원자재의 해외 수입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또 중국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건설 붐이 일면서 시멘트 등 원자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농촌인구의 도시 유입 증가와 1998년 주택분배제도가 폐지된 이후 모기지제도 도입으로 주택소유열기가 형성되어 주택건설 붐이 일었다. 또한 2008년 북경올림픽 관련 사회 인프라 확충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다. 그 결과 중국은 작년 세계 시멘트 생산량의 50%를 소비하였다. 다음은 자동차 등 제조업의 산업생산 증가도 원자재 소비를 견인하였다. 2002년에는 WTO 가입에 따른 수입관세 인하로 자동차 가격이 하락하면서 자동차수요를 촉진하였다. 중국은 2003년에 전년비 34% 증가한 444만대를 생산하여 세계 4워 자동차생산국으로 부상했다. 자동차 수요 증가에 따라 중국은 작년 전세계 철강의 36%, 원유소비 증가량의 35%를 소비하였다. 이런 원자재 소비의 증가는 중국발 해상운임의 급증으로 원자재 가격상승이 촉진되는 측면도 있다. 중국으로 들어오는 운송화물 폭증과 항만시설 부족으로 세계 해운사들의 운항 일정에도 차질이 벌어지고 있으며, 벌크선 운임(Baltic Dry Index기준)은 작년대비 2.8배 상승하여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였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각 국가별 상황
원자재 가격 상승원인은 먼저, 신흥개발국의 수요 급증을 꼽을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원유와 원자재 수요는 크게 증가하지 않은 반면, 중국과 인도 등 신흥개발국의 원유와 원자재 수요가 급증했다. 2002년 이후에는 글로벌 달러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최근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확산됨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연속적으로 인하함에 따라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달러화 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 금융·자본시장의 자금이 원유와 원자재 등 상품시장으로 이동했고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치솟은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의 수출국들은 큰 악재가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것이 호재가 되는 시장도 있다. 그 시장이 바로 브라질, 러시아, 아프리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브라질은 세계 증시가 하락하거나 지지부진하며 박스권 장세에 있을 때도 이전의 고점까지 회복된 유일한 나라이다. 그 이유가 바로 브라질 증시는 달러화 약세 및 금리 인하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상품주들이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원유·곡물·광물가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
중국경제의 급성장 외에도 원자재 가격을 높이는 이유는 또 있다. 최근 기상이변과 수급의 불균형 등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고 원가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자 물가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여기에 유가 급등으로 인한 유통비 상승도 한몫을 하고 있다.
세계 곡물 가격은 1996년 하반기 이후 급락세를 보인 후 장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2006년 하반기부터 장기평균을 상회하며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원인은 매우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는데 첫 번째로 세계 곡물 소비량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반면 생산량은 2005년 이후 대체로 정체되어 있다. 거기에 기상이변으로 인한 작화의 부진은 그 속도를 가속화 시켰다. 두 번째로 원유가격의 급등으로 인해 바이오연료의 생산을 위한 작물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인구대국인 중국과 인도 등의 식량재고 급감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요인으로 지난 1년간 밀은 80%, 옥수수는 25%, 대두는 95.8%의 가격 급등세를 보였고, 이에 따라 제분업계는 2007년 12월을 기준으로 밀가루 가격을 24~34%로 인상했다. 곡물 가격의 상승이 식품가격 전반의 상승을 유발한다는 신조어로 애그플레이션(Agflation = Agriculture + Inflation)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지금의 높은 곡물가격 기조는 당분간 지속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한데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1년~1년 반 안에 많은 상품분야가 위기 국면에 진입할 수도 있다”며 “특히 농산물이 핵심 문제”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세계 실물 지수 추이에 따른 대처방안 모색해야
하지만 물가상승을 부채질 하는 것이 원유가격과 곡물가격만은 아니다. 광물자원 가격의 급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며 이는 곧 공업제품 가격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2월 18일 포스코는 세계 최대 철광석 회사인 브라질 발레와 올해 철광석 도입 가격을 전년 대비 65% 인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철광석 가격 상승은 철강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조선, 자동차, 건설, 가전의 원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게 됐다. 그렇다면 “왜 원자재 가격은 일제히 상승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것은 세계 금융자본의 과잉유동성과 실물투자에서 찾을 수 있다. 2000년 IT를 중심으로 나스닥 버블이 붕괴되고, 미국경제가 급격한 침체양상을 보이자 미국연방준비은행은 금리를 1% 내외로 내리는 초저금리 정책으로 선회했다. 이를 시작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고, 금융자본의 글로벌 유동성은 엄청나게 팽창했다. 문제는 급팽창한 금융유동성이 미국의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서 연이어 거품붕괴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지금 세계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들이우고 있는 서브프라임사태 역시 이런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세계적으로 유가와 금 외에도 구리, 납, 콩, 밀가루, 면, 커피, 코코아, 축산물에 이르기까지 예외없이 발견되는 가격 상승의 원인을 단지 지정학적 이벤트나 바이오에탄올 생산증가 등에서만 찾기는 어렵다고 지적하며, 가격 폭등이 가장 큰 이유는 이들 상품이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의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은 이런 경향을 크게 증폭시킨 데 불과했다. 하이일드펀드와 구조화채권시장에 머물러 있었던 투기 자금조차 주택담보시장이 붕괴하자 대거 상품시장(실물투자)으로 이동했고, 달러화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특히, 금이 피난처로 각광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중국펀드 등 해외펀드에서 적자가 발생하자 이른바 ‘원자재 펀드’라고 해서 원유를 포함한 에너지, 금, 구리 등의 금속과 옥수수, 밀 등 농축산물에 투자하는 펀드가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퀀텀펀드, 헤지펀드의 공동 창업자인 짐 로저스는 미국경기 침체에 대비해서 달러 자산을 매도하는 한편 곡물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거두라는 조언까지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도 밥은 먹어야 하기 때문에 곡물투자는 경기침체에도 안정된 수익을 보장할 것”, “농산물에 투자한다면 전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고 수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세계경제 ‘21세기 원자재 쇼크’에 떨다
풍부한 자원이 국가 권력의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 1970년대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오일쇼크’의 악몽이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석유를 중심으로 한 자원의 무기화는 1980년대 들어 시장 개방 흐름 등에 힘입어 사라진 듯 보였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인 원자재 수요 급증이 상황을 다시 바꿔 놓았다. 매년 두 자릿수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지난해 상반기 처음으로 석탄 수입량이 수출량을 넘어섰다. 국가 간 자원 확보 경쟁이 심화되면서 원자재 수출국들의 목소리는 한껏 높아진 상황에서 중남미와 중동에 부는 사회주의와 반미 바람은 자원 분장을 부채질하는 요인 중에 하나이다.
1999년 베네수엘라에서 사회주의 정책을 표방하며 차베스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중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 우르과이, 볼리비아, 칠레, 에콰도르 등 잇따라 좌파정권들이 들어섰다. 이들은 국부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자원을 국유화하고 서구 자본에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 특히 차베스 정부는 베네수엘라 석유공사(PDVSA)와 외국 석유회사 간 기존 원유 생산계약을 무효화하고 정부 소유의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하였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자원보유국들은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 개방직후 부진을 면치 못하던 러시아 경제는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2007년 세계 3위의 외환보유국으로 우뚝 섰다. 더 이상 서구의 대기업들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자원부국들은 국유기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신규 개발되는 유정에 대해 국영 석유회사인 SOCAR가 지분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도록 규제했다. 현재 세계 1위 석유업체는 세계 생산량의 13.6%를 차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다. 이외에도 세계 10대 석유업체 중 절반은 이란, 베네수엘라, 중국, 멕시코의 국영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엑슨모빌’, 영국의 ‘BP’ 등의 나머지 메이저 기업들을 합쳐도 이들 생산량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러한 자원의 불균형을 이용해 원유와 가스, 철광석 등 자원을 무기로 국가의 패권을 강화하는 ‘자원 민족주의(resource nationalism)’가 확산되면서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원유가격을 좌지우지하고, 러시아는 풍부한 천연가스를 내세워 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최대 석탄 생산국인 중국과 주요 철광석 공급 국가인 호주도 이 같은 흐름에 동승하고 있다.

자원 민족주의 무대는 석유 시장뿐만 아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의 국영 가스회사 ‘가즈플롬’은 천연가스 가격 인상을 둘러싸고 우크라이나와 분쟁을 빚은바 있다. 우크라이나가 인상안에 불응하자 가스공급을 전격 중단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수출되는 가스관을 가로막으면서 맞섰고 유럽연합 국가들은 애꿎은 ‘가스난’을 격어야 했다. 이러한 자원의 민족주의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05년 민영 석유회사인 ‘시브네프트’ 인수 등을 통해 ‘가즈플롬’을 천연가스 생산량 세계 1위의 공룡기업으로 키웠다. 또한 세계 3대 철광석 공급업체인 브라질의 발레도리오도체(CVRD)는 한국 포스코와 일본 신일철JFE 스틸, 중국 바오산 등에 공급하는 철광석 가격을 4월부터 65%인상하기로 했다. 호주의 광산업체 ‘리오틴토’와 ‘BHP빌리톤’도 최대 154% 인상을 요구하며 제철업계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자국의 철강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철광석과 원료탄 등 원자재 수요가 높아지자 철광석과 고철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농산물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곡물 수급 부족과 이로 인한 물가상승을 우려한 각국 정부들은 수출 제한조치에 나섰다. 이런 움직임은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고 공극 부족과 투기자본 가세로 가뜩이나 불안한 원자재 시장의 가격 상승세는 더 가속화되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인 멥스는 “향후철강 업체들이 생산하는 철강 제품 1t당 90달러에 이르는 추가 비용지출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월 중국에 내린 폭설로 국제 석탄 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가고 에너지 관련비용이 높아지는 등 ‘자원의 나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사회의 과제 ‘자원의 무기화’
급격한 산업화 속에서 희소한 자원으로 인해 국가간 분쟁이 잦아지고 있다. 자원 그 자체가 국가 체제 유지를 위한 본질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해양 자원의 확보를 위해 중국과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중국은 자원 매장량이 많다고 알려진 아프리카와의 외교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의 경우 가스분쟁으로 인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원은 그들에게 점차 중요한 군사적 수단으로 변하고 있다. 자원의 무기화는 단지 자원의 희소성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원의 대표성에도 그 원인이 있다. 만약 태양에너지나 수소에너지 같은 대체에너지 개발로 세계가 그동안의 유일의 에너지자원으로 활용하던 석유 의존에서 벗어난다 해도 지금 같은 자원 분쟁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산유국으로서 경제를 유지해온 중동국가들의 경제파탄과 혼란이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생존권이 위협되는 상황에서 자원의 대표성을 향한 분쟁은 그 위험성을 예측하기 힘들다.
이런 일련의 문제점들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자본주의 사회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의 소비문화에서 탈피하여 미시적 접근과 물질주의의 탈피로 검소한 생활을 유지해 나가고, 자연에서 주는 것들에 만족할 때, 우리의 자원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