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정부 출범

2008-03-19     글_이현지 기자
이명박 대통령 “선진화-글로벌코리아 원년으로”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은 지난 2월 25일 오전 국회 의사당에서 국내외 귀빈과 일반 국민 등 5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갖고 임기 5년의 제17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경제 살리기와 실용주의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기대 속에 출범함으로써 건국 이후 60년에 걸쳐 이룩한 산업화, 민주화에 이어 선진화로 국력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려는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17대 대통령 취임 ‘2008년은 선진화의 원년’선포
이 대통령은 이날 0시를 기해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으로부터 군 통수권 등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법적 권한을 인수 받은 뒤 군 통수권자로서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의 근무상황을 점검하고 남극 세종기지 근무자를 격려하는 것으로 업무를 개시했다. 이 대통령은 ‘선진화의 길, 다 함께 열어갑시다’는 제목의 취임사에서 5대 국정 방향으로 섬기는 정부, 경제발전 및 사회통합, 문화 창달과 과학발전, 튼튼한 안보와 평화통일 기반 조성,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인류공영 이바지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60년을 시작하는 첫 해인 2008년을 대한민국 선진화의 원년으로 선포한다”면서 “산업화와 민주화의 결실을 소중하게 가꾸고 풍요와 배려와 품격이 넘치는 나라를 향한 장엄한 출발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년, 더러는 멈칫거리고 좌절하기도 했지만 이제 성취의 기쁨은 물론 실패의 아픔까지도 자산으로 삼아 다시 시작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이룩하는 데 나와 너가 따로 없고, 우리와 그들의 차별이 없다”면서 “협력과 조화를 향한 실용정신으로 계층 갈등을 녹이고 강경 투쟁을 풀고자 한다”고 화합 속의 전진을 약속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다음 60년의 국운을 좌우할 갈림길에서, 이 역사적 고비를 너끈히 넘어가기 위해서 국민 여러분이 더 적극적으로 변화에 나서 주실 것을 요청한다”면서 “어렵고 고통스럽더라도 더 빨리 변해야 하며 그 방향은 개방과 자율, 창의”라고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와 관련,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 더 활기차게 성장하고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각종 규제의 혁파와 불필요한 정부 업무의 민간 이양, 공공부문 경쟁 도입, 세금 감면, 기업인 투자 촉진을 위한 시장과 제도적 환경 개선, 노사문화의 자율적 개선, 중소기업의 성장 촉진,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국부 확대, 농림수산업의 경쟁력 제고 등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주택은 재산이 아니라 생활의 인프라”라며 “주거 생활의 수준을 높이고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는 주거복지정책을 적극 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소모적 정치관행 결별..대북관계도 실용의 잣대로
이 대통령은 새로운 외교 지표로 ‘글로벌 외교’를 내세우며 “더 넓은 시야, 더 능동적 자세로 국제사회와 더불어 함께 하고 교류할 것”이라고 설명한 뒤 "미국과는 전통적 우호관계를 미래지향적 동맹관계로 발전, 강화시키고 전략적 동맹관계를 굳건히 해 나가겠다”면서 “일본, 중국, 러시아와 고루 협력관계를 강화해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 관계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실용의 잣대로 풀어가겠다”면서 “‘비핵ㆍ개방ㆍ3000 구상’에서 밝힌 것처럼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택하면 남북 협력에 새 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선(先) 북핵 폐기를 요구했다.
또 “남북의 정치 지도자는 어떻게 해야 7,000만 국민을 잘 살 게 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서로 존중하면서 통일의 문을 열 수 있는가 하는 생각들을 나눠야 한다”면서 “이런 일을 위해서라면 남북 정상이 언제든지 만나서 가슴을 열고 이야기 해야 하며 그 기회는 열려 있다”고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개방된 자세를 취했다. 이 대통령은 “교육 현장에 자율과 창의, 경쟁의 숨결을 불어넣어야 한다”면서 교육 개혁의 중요성을 피력한 뒤 과학기술의 창의적 역량 확대, 미래지향적 국토 구조 개편 및 친환경ㆍ친문화적 기조 유지, 환경친화적 정책 추진, 콘텐츠 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문화 강국 기반 공고화 등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소모적 정치 관행과의 과감한 결별을 강조하면서 “여야 야를 넘어 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 국회와 협력하고 사법부의 뜻을 존중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우리의 시대적 과제, 대한민국 선진화를 향한 대전진이 시작됐다”면서 “한강의 기적을 넘어 한반도의 새로운 신화를 향해 우리 모두 함께 나가자. 저, 이명박이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오전 가회동 자택을 떠나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취임식장인 국회 의사당에 도착, 새로운 5년을 알리는 대통령 취임선서를 했다.
취임식에는 전직 대통령과 3부 요인을 비롯,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남바린 엥흐바야르 몽골 대통령, 훈센 캄보디아 총리,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무담당 국무위원, 빅토르 주프코프 러시아 총리 등 외국의 주요 경축사절이 참석했으며 취임식 이후 이 대통령은 이들 사절들과 양자 회담, 면담을 통해 외교 활동을 벌였다.

정부조직개편, 국회 본회의 통과
현행 18부 4처의 정부 조직을 15부 2처 체제로 축소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2월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통령 직인수위원회가 정부 조직개편안을 발표한 지 37일만이다. 이로써 새 정부는 새롭게 짜여진 직제에 맞춰 출범할 수 있게 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재석 201명 중 찬성 164명, 반대 33명, 기권 13명 이었다. 통합민주당 윤원호 의원 등 여성 의원들이 ‘여성가족부’ 존치를 골자로 한 수정안을 냈지만 부결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당초 인수위가 마련한 ‘13부 2처’에 특임장관 2명을 두도록 한 원안을 통일부와 여성부를 존치시켜 ‘15부 2처’에 특임장관 1명을 둘 수 있도록 정리됐다. 기존 부처중 과학기술부, 해양수산부, 정보통신부, 기획예산처, 국정홍보처 등 5개 부처는 폐지된다. 통일부는 그대로 남고 여성가족부는 여성부로 명칭과 기능이 일부 조정돼 존치한다.

이명박 정부 초대내각 최종 확정 발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예고대로 지난 2월 18일 오후 8시 새 정부 조각 인선 명단을 발표했다. 이 당선인은 현행법에 따라 각 부처의 장관을 내정하는 형식을 취했으나, 한나라당측 정부조직개편안에서 폐지키로 한 해양수산부, 통일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 등 5개 부처는 발표에서 일단 제외했다.
명단 발표는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이 당선인이 직접 했다. 이 당선인은 “조금 전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로부터 정부조직 관련 협상이 결렬됐으므로 부득이 기존 현행법에 의해 각료를 발표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지금 이 자리에 섰다”며 “비워둔 5개 부처 장관들은 국회 논의를 보아가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당선인은 “여야가 다시 협상 시작해서 취임 전이라도 국회에서 (정부조직법개정안을) 통과시켜 주실 것 간절히 부탁한다”면서 “당선인으로서 더이상 좌고우면할 겨를이 없다는 점을 국민이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이어 국무위원 내정자 15명의 명단과 각 개인의 약력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15명은 ▲재정경제부 강만수 전 재경원차관 ▲교육인적자원부 김도연 서울대 교수 ▲외교통상부 유명환 주일대사 ▲법무부 김경한 전 법무차관 ▲국방부 이상희 전 합참의장 ▲행정자치부 원세훈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 ▲문화관광부 유인촌 중앙대 교수 ▲농림부 정운천 한국농업CEO연합회장 ▲산업자원부 이윤호 전경련 상근부회장 ▲보건복지부 김성이 이화여대 교수 ▲환경부 박은경 YWCA연합회장 ▲노동부 이영희 인하대 교수 ▲건설교통부 정종환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국무위원 남주홍 경기대 교수 ▲국무위원 이춘호 전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 등이다.
당초 교육과학부 장관으로 내정됐던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의 경우 부인 정아무개씨의 부동산 위장전입 의혹이 일부 언론을 통해 불거지면서 김도연 서울대 교수로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 인사 4명으로 가장 많아, 사정기관은 영남이 싹쓸이
이명박 정부의 초대 내각이 최종 확정되면서, 지난 청와대 수석비서관에 이어 내각 역시 특정지역에 치우친 인사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법무장관을 비롯해 사정기관의 수장들이 모두 영남권 인사로 채워지게 됐다. 13개부처를 포함해 모두 15명 장관 후보들의 출신지역을 살펴보면, 영남 출신이 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과 수도권 출신과 충청, 호남출신이 각각 3명이다. 이밖에 강원 1명과 평북 1명이 포함돼 있다.
특히 권력의 핵심인 사정기관은 ‘영남 일색’으로 채워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인 이종찬 전 서울고검장은 경남 고성 출신이다. 2년 임기의 임채진 검찰총장과 어청수 경찰청장도 각각 경남 남해와 진양이다.
이밖에 아직 인선작업이 남아있는 국정원장의 경우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이 유력하다. 김 전 장관은 경남 남해 출신이다. 결국 검찰과 경찰, 청와대 민정수석과 국정원까지 모두 경남출신인사가 싹쓸이하는 셈이다. 따라서 일부에선 정치적 중립이 핵심인 주요 사정기관이 특정지역 인맥으로 채워지면서 수사의 독립성 논란과 사정기관의 권력도구화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이 당선인 “인수위 두 달은 전투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2월 22일 해단식을 열고 59일간의 장정을 마쳤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삼청동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해단식에 참석해 “인수위 두 달은 전투였다”며 “(졸업생을) 정든 학교에서 떠나보내는 교장의 심정”이라고 그간의 노고를 치하했다. 또 이 당선인은 인수위 직원들이 ‘노 홀리데이’ 방침에 따라 격무에 시달린 데 대해 “이런 경험은 처음 해봤을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발전·변화하는 과정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숭례문 화재 등 최근) 빈번한 사건도 사회적 긴장 완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책임 져야 할 사람이 책임을 지고 칭찬 받을 사람은 칭찬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부친상을 당하고도 일 때문에 장례식에 늦은 직원, 위독한 부친과 누이 병문안을 못 간 직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위로하기도 했다. 이경숙 인수위원장도 “밤을 새워가며 역사적인 소임을 다한 자랑스러운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6일 현판식과 함께 출범한 인수위는 ‘일하는 대통령’을 표방한 이 당선인의 뜻에 따라 의욕적으로 일했다. 매일 일과를 오전 7시30분 회의로 시작했고, 인수위원들은 아침식사를 회의 중에 김밥·샌드위치로 해결했다. 노 홀리데이 방침에 따라 1월 26일 첫 휴무가 주어지기 전까지는 전 직원이 주7일 근무를 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인수위는 ▲활기찬 시장경제 ▲인재대국 ▲글로벌 코리아 ▲능동적 복지 ▲섬기는 정부라는 5대 국정지표를 설정하고 21대 전략, 193개 국정과제를 확정해 이명박 정부의 밑그림을 무리 없이 그려냈다는 평을 들었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이 당선인의 국정운영 철학에 입각해 정부조직 개편안을 단시간 내에 내놓은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다. 또 교육분야에서 대학 정책을 대학교육협의회로 넘기는 등 ‘3불’로 대변된 현행 교육정책 개혁의 시동을 걸기도 했다.
하지만 의욕이 앞서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영어 몰입교육 방안’을 발표했다 번복하면서 인수위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일부 인수위원의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문화관광부에서 파견된 박광무 전문위원은 각 언론사 간부의 성향 조사를 했다가 ‘언론사찰’ 논란을 일으켰다. 부동산 전문가인 고종완 자문위원도 고액 투자자문을 했다 수사 의뢰를 당했다. 또 막바지에는 인수위 관계자 9명이 강화군으로부터 장어 정식 식사 대접을 받아 ‘장어 인수위’라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李당선인 “새정부 출범, 北 긴장할 이유없어”
화해·평화유지정책 불변, 싱가포르 방북대화 추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월 23일 “새 정부 출범으로 북한이 긴장할 이유가 없다”며 “새 정부는 남북한이 화해하고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 당선인은 이날 오전 통의동 집무실에서 전날 개성공단을 방문한 고촉통 싱가포르 전 총리 일행을 접견한 자리에서 “개성공단이 성공적으로 될 수 있기 위해 북한이 조금만 더 개방정책을 써주면 북한에도 도움이 되고,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이어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를 위해 싱가포르정부 뿐 아니라 전세계가 협조해야 한다”며 “만약 싱가포르정부 차원의 방북이 계획된다면 평양방문 전이나 후에 서울을 방문해 우리의 ‘비핵.개방 3000’ 구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싱가포르가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면서 개성공단 생산품을 (한국)지역 (생산품)으로 인정해 주었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 전 총리는 “개성공단을 방문하면서 북한의 비핵화와 개방을 위해 싱가포르가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가포르 정부 차원에서 방북대화를 추진해볼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을 향해 더 개방해라, 세계를 향해 불신을 줄여라, 세상은 많이 변했고 모두가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면서 “개성공단의 발전상황을 보고 인상이 깊었고 경제적으로 성공할 것으로 본다. 임금이 중국보다 싸고 노동생산성은 중국보다 높다”고 평가했다.
한편 고 전 총리는 양국의 경제협력 문제와 관련, “한국과 싱가포르가 서로를 잘 활용하는 게 좋겠다”며 "한국기업은 싱가포르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로 나가는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싱가포르기업은 한국에 진출해 중국 일본으로 가는 허브로 한국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당선인은 “한국과 싱가포르 양국 기업인들이 서로 적극 협력해 한국기업은 싱가포르를 활용해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고 싱가포르 기업은 극동에 진출할 교두보로 한국을 활용한다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며 “함께 노력하면 결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화답했다. 접견에는 김병국 청와대외교안보수석 내정자, 권종락 당선인 외교보좌역,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내정자 그리고 싱가포르 측에서 추아타이컹 주한 싱가포르대사와 테디우스 후 1등 서기관, 어거스틴 이통양 선임장관 수석비서관 등이 배석했다.

“눈앞의 성과보다 5년뒤의 박수를 생각하라”
출범을 하루 앞둔 24일 각계 인사들은 “경제 살리기가 최우선 과제이지만, 국민과 야당의 의견을 잘 듣고, 멀리 보는 국정운영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취업 기회 확대, 혼란 없는 교육 정책, 공교육 살리기, 이공계 지원 확대 등과 같은 현실적 요구도 많았고, 정치권에서는 이념과 지역을 초월한 ‘통합의 정치’를 조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종하 전 국회부의장은 “지난 10년 동안 잘못해온 정책들을 바로잡기만 해도 새 정부는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한국정치학회장은 “10년 진보좌파 정권 동안 왼쪽으로 갔던 나라를 오른쪽으로 빨리 돌려야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우리 헌정사 전체를 감안해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향 서울대 교수는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보다는 역사에 남을 업적을 생각해야 한다. 국력 자체를 향상시킬 수 있는 장기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심 수렴, 야당과의 타협에 대해서는 이구동성(異口同聲)이었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정치와 기업경영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치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지나친 자신감이나 독단적인 판단보다는 겸허하게 민심의 향배를 읽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현진 성신여대 교수는 “장관 인선 과정 등에서 너무 독선적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며 “국민을 통합하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회장도 “노무현 대통령이 반대파 포용에 실패했던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호 인하대 교수는 “법과 질서 속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가 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김승규 전 법무장관도 “노사 통합은 정부가 의지를 갖고 원칙을 지켜야 해결되는데, 항상 정부가 원칙을 양보해서 문제가 돼왔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민주당 의원들은 소외계층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윤호중 의원은 “친(親)기업 이미지가 강한 만큼, 무한경쟁에서 탈락하는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도 있어야 한다”며 “중산층과 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대통령이 돼달라”고 말했다. 우윤근 의원도 “경제발전의 과실(果實)을 모든 국민들이 골고루 나눠 가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진현 서울대 교수는 “10년 만에 보수정권이 들어선 만큼, 기존 햇볕정책의 공과를 정확하게 평가한 뒤, 남북관계의 실질적 변화를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좋지만, 북한의 잘못된 행태까지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진전을 유연하게 같이 풀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남북관계를 위해선 한미동맹을 중시하되, 한·중 관계에도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외교정책과 관련, “너무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는 실용외교가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나랏빚 ‘MB노믹스’ 숙제로
노무현 정부는 신용카드 사태가 정권 초기 큰 부담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인플레이션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라는 여건에서 출범했다. “세계경제 동반 침체가 곧 올 것”이라는 경고음도 계속 나온다. 모두 우리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다.
1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9% 올라 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의 물가 관리 목표치(3.0%)를 크게 웃돈다. 유가 등 수입 원자재가격 앙등으로 인한 물가상승이다 보니 마땅한 대응 수단도 없다.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중국처럼 자국 화폐 가치를 올려 해외 물가 상승 요인을 흡수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7% 성장과 일자리 300만 개 창출을 위해 함부로 돈을 풀면 물가 급등과 부실 대출 확대라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경기 침체상황에서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도 우려된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 성장률에 집착하지 말고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큰 목표에 부합하는 정책부터 차례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법인세 인하 방안을 사실상 확정하는 등 감세(減稅)는 MB노믹스의 핵심 내용이다. 세금 감면→기업 투자 및 소비 증대→경제성장률 상승→세수 증대의 선순환을 기대한 정책이다. 많은 경제학자도 지지한다. 하지만 감세정책은 시행 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 정치적 공격을 받기 쉽다. 나아가 물가가 뛰고 대외 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투자와 소비 증대 효과는 없이 빈부격차가 커질 수 있다. 감세와 정부 지출 감축이 함께 실행되지 않거나 감세에 따른 성장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정부는 쓸 돈이 모자라 국채를 발행해 부족분을 메워야 한다. 감세를 추진했던 미국 레이건 정부가 겪은 문제다. 국가채무가 커지면 국가 신용도가 낮아질 수 있다. 일본은 1990년대 후반부터 경기 부양과 사회보장 확대 등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린 결과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약 150%에 이르렀다. 지난해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2.2%로 일본에 비해 좋지만 외환위기 이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임병인 충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금을 줄이기에 앞서 소득 파악 비율을 높여 과세 기반을 넓히고, 비과세 감면 항목을 최소화해 감세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관 내정자 프로필
김도연 교육인적자원부장관 내정자
▲서울(56) ▲경기고 ▲서울대 재료공학과 ▲프랑스 클레르몽 페랑대 공학박사 ▲WAC 정회원 ▲서울대 공대 학장 ▲일본 도쿄대 펠로교수

강만수 재경부 장관 내정자
▲경남 합천(63) ▲서울대 법대 ▲미국 뉴욕대 경제학 석사 ▲행정고시 8회 ▲재무부 보험국장, 이재국장, 국제금융국장, 세제실장 ▲관세청장 ▲통상산업부 차관 ▲재정경제원 차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원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위원

박은경 환경부장관 내정자
▲수원(62) ▲경기여고 ▲이화여대 영문과 ▲미국 미시간대 대학원 동남아시아학과 석사ㆍ동대학원 인류학과 박사 ▲여성환경연대 공동대표 ▲환경정의시민연대 공동대표 ▲세계YWCA 부회장 ▲대한YWCA연합회 부회장ㆍ회장

김경한 법무부장관 내정자
▲경북 안동(64ㆍ사시11회) ▲경북고ㆍ서울법대 ▲미 조지타운대 수료 ▲법무부 검찰1ㆍ3과장 ▲서울지검 공안1부장 ▲법무부 기획관리실장 ▲대검 공판송무부장 ▲춘천지검장 ▲법무부 교정국장 ▲법무부 차관 ▲서울고검장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 내정자
▲서울(57) ▲중앙대 연극영화과 및 동대학원 ▲한국방송연예인노동조합 위원장 ▲서울문화재단 대표 ▲중앙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후보 상근특보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위 자문위원

이윤호 산업자원부 장관 내정자
▲대전(48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행시 13회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 경제학 박사 ▲LG경제연구원장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국가과학기술운영위원회 위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

정종환 건설교통부 내정자
▲충남 청양(60) ▲청양농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행정고시 10회 ▲교통부 공보관 ▲교통부 항공국장 ▲건설교통부 기획관리실장 ▲철도청장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이사장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
▲평안북도 신의주(62)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미국 유타주립대 사회학 박사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청소년학회 회장 ▲한국사회복지학회 회장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 ▲한국사회복지교육협의회 회장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회장 ▲한나라당 17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사회복지총괄 위원장

원세훈 행정자치부장관 내정자
▲경북 영주(57) ▲서울대 행정학과 ▲한양대 행정대학원 석사 ▲국무총리행정조정실 지방행정담당관 ▲서울시 감사담당관 ▲강남구청장 ▲서울시 보건사회국장 ▲행정관리국장 ▲시의회 사무처장

유명환 외교장관 내정자
▲서울(62) ▲서울고 ▲서울대 행정학과 ▲외시 7기 ▲주일본 3등서기관 ▲북미과장 ▲주미 참사관 ▲공보관 ▲주유엔 공사 ▲대통령 외교비서관 ▲북미국장 ▲주미공사 ▲외교통상부장관 특보 ▲주이스라엘 대사 ▲주필리핀 대사 ▲외교부 제2차관 ▲외교부 제1차관 ▲주일대사

이상희 국방장관 내정자
▲강원도 원주(63) ▲육사26기 ▲대통령비서실 국방정책비서관 ▲육군본부 전력계획처장 ▲30기계화보병사단장 ▲국방부 정책기획국장 ▲5군단장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작전본부장 ▲3군사령관 ▲합참의장

이춘호 국무위원 내정자
▲충북청주(62.여) ▲청주여고 ▲이화여대 정외과 ▲인하대 박사 ▲한국여성유권자연맹 명예회장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 ▲청계천 복원 시민위원회 부위원장 ▲서울시 여성위원회 위원장 ▲KBS 이사 ▲서울문화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