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신상공개
2008-03-11 글_이준호 기자
올 2월부터 청소년의 보호자들이 성범죄자의 사진, 나이, 주소, 직장 등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의 경우 피의자의 고소가 없더라도 수사가 가능하게 되었다. 국가청소년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의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을 2007년 2월 4일부터 발효시켜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와 더불어 사회적인 제약까지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청소년성보호법’의 개정안 내용과 국민들의 반응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시, 군, 구 지역의 청소년 보호자들과 청소년시설, 교육기관의 장은 관할 경찰서에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 아동 및 청소년 대상의 성범죄자는 범죄 후 10년간 보육시설, 아동복지시설 등 청소년 시설과 유치원, 학교, 학원 등 교육기관, 아파트 경비원, 체육시설에 대한 취업이 금지되며, 청소년 상대의 음란물을 단순 소지한 경우에도 처벌받게 된다. 이와 관련해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최근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의 학부모 1천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성보호법 국민인식’ 조사에서 초등학생 이하의 자녀를 둔 학부모 89.4%가 “범죄예방을 위해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열람하겠다”라고 응답했다. 특히 학부모의 88.2%는 “이웃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면 주위사람에게 알려주겠다”라고 답했고, 응답자의 91.0%는 “성범죄자 신상정보 열람 대상을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시, 군, 구 거주자에서 다른 지역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국가가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등록, 관리하는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린데 대해 응답자의 78.1%는 “평생 등록,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성범죄자의 공소시효가 그동안 7년이었던 것에 대해 69.4%가 “재판청구기간(공소시효)을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피해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까지 감안한다면 학부모의 97.7%가 현행 공소시효 제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이와 함께 학부모의 97.8%는 “성매매 유인행위에 대한 처벌제도를 신설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청소년위원회는 밝혔다.
성범죄자 신상공개는 현대판 주홍글씨인가
하지만 일각에선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아동 성매수자의 신상공개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고 있다. 일예로 전화방을 통해 만난 13세 소녀의 성을 매수한 혐의로 기소되어 벌금 500만원의 형을 확정 받은 뒤 국가청소년보호위원회로부터 신상공개 통지를 받은 한 전직 공무원은 “벌금형을 선고받고 가정도 파탄 위기에 처하는 등 응분의 죄값을 치른 상황에서 신상까지 공개함은 위법ㆍ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서울행정법원에 신상고개처분의 집행정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하였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공개범위는 성명, 연령, 직업 등의 신상과 범죄사실의 요지이며 공개방법은 관보게재를 포함한 대통령이 정하는 방법으로 전국에 걸쳐 게시 또는 배포하는 것이다. 청소년성보호법시행령은 대상자들의 생년월일과 주소까지 공개하고 공개방법으로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인터넷 웹사이트에 6개월간 게시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본안소송에서 신상공개대상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인용하여 성보호법 제 20조(청소년성폭행범·성매수범 신상공개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였다. 이 사건의 논지는 ‘신상공개가 실질적인 형벌(명예형)로서 속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중처벌금지에 저촉되고 행정처분으로 신상공개를 행함은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어서 결국 적법절차를 위배한 위헌의 의심이 있다’는 점으로 요약할 수 있다. 또다른 논란의 소지는 신상공개가 위험한 성범죄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일반시민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합리적 목표 외에 부수적으로 전통적 형벌의 보편적 표지 중 하나인 ‘일반예방’을 추구하는 형벌이라는 주장이다. 신상공개위헌론은 설사 신상공개가 현대판 주홍글씨가 아니더라도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모든 성범죄자의 신상등록의무를 부과하고 신상을 공개함은 성범죄자에게 지나친 부담을 주는 것이므로 위헌이라는 것이다.
청소년 대상 性범죄에 ‘강력한 경고장’
가장 죄질이 나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사회안전망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는 사례만도 매년 2,500건 이상씩 발생하고 있고, 매일 7명 이상의 아동 및 청소년들이 성범죄에 희생당하고 있는 셈이다. 범죄의 특성상 공개를 원하지 않은 피해자까지 합한다면 그 수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어린 피해자들과 그 가족 모두가 겪고 있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며, 그 후유증으로 가정이 피례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올 2월 4일 성범죄자의 자세한 신상정보 공개를 골자로 개정 발효된 ‘청소년성보호법’은 아동 및 청소년 성범죄 예방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법적 장치로 기대된다. 국가의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 및 관리 기간이 종전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났고, 이 기간동안 아동 및 청소년 시설 등에 대한 취업 금지와 피해자 고소 없이도 수사도 가능하게 됐다.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은 인권침해 및 이중 처벌 등의 논란이 있긴 하지만 성범죄자의 인권보다 공익 차원의 처벌을 요구하는 일반 국민들이 그만큼 많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것으로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들에게 강력한 경고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진다. 또한 보다 건전한 성의식과 청소년 보호의식이 뿌리 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이금형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오늘부터 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은 관할 경찰서에 신상정보를 제출해야 한다”고 말하며, “제출된 정보는 경찰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청소년 보호자와 청소년 관련 교육기관에 공개된다”고 말했다. 또 최영희 국가청소년위원장은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로 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는 사례가 매년 2,5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매일 평균 7명 이상의 우리 아동ㆍ청소년들이 성범죄 피해를 당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심각한 정신적ㆍ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면서 “보다 더 강력한 청소년 성보호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를 담은 이번 개정안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협조해 줄 것”를 당부했다.
세계 각국의 성범죄자의 처벌 사례
현재 성폭력 범죄 등에 전자팔찌 등 소위 ‘전자감독’을 실시하는 나라는 10여 개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부 주와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등 선진국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미국과 영국은 재범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로 특정 성폭력범죄에 대해 실시간 위치추적 장치(GPS)를 부착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미국 플로리다, 미주리 주 등 4개주는 징역형을 종료한 사람에 대해서만 전자감독을 실시하고 캘리포니아, 아이오와 주 등 20개주는 법무부 수정안처럼 집행유예, 가석방의 경우에도 실시한다고 한다. 일본은 전자감독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덴마크, 이탈리아,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들은 성범죄자의 거세수술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경우 1994년 발효된 '메간법'에 의해 아동 성범죄자의 이름과 별명, 사진을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 공개하고 있다. 2004년부터는 40개 주에서 성범죄자의 개인정보를 인터넷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으며, 텍사스주는 성범죄자가 사는 집 마당과 자동차에 "성범죄 전과자가 사니 조심하라"는 표시판을 붙이도록 했다. 알래스카주의 주법은 성폭행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는 출소를 전후하여 이름, 별명, 주소, 사진, 용모와 신체의 특징, 운전면허번호, 생년월일, 범죄사실, 유죄판결의 일시와 장소, 형기 등을 교정국에 등록하도록 강제하고 이를 해태하면 그것만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교정국은 이 자료를 주의 ‘공중안전부’로 전달하고 주의 공중안전부가 이 자료를 관리한다. 알래스카주법은 성폭행범을 저위험범죄(하나의 범죄, 혹은 보통의 성폭행범죄)와 고위험범죄(둘 이상의 범죄, 혹은 가중성폭행범)로 구분하여 등록의무의 연한과 등록간격을 달리 하고 있다. 저위험범죄자는 출소한 후 15년이 될 때까지 1년에 한번씩 본인의 신상을 당국에 등록·확인하여야 하고 고위험범죄자는 출소한 후 종신토록 매년 4번씩 신상을 당국에 등록·확인하여야 한다. 또한 알래스카주의 공중안전부는 저위험범죄자(출소후 15년 동안)와 고위험범죄자(종신)의 신상을 ‘인터넷 웹사이트’에 공개하여야 한다. 또 캘리포니아 주에선 성범죄자들에게 평생 족쇄를 채우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