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음대 작곡과/옥길성 교수

2008-03-29     취재_황인상 국장
문화개혁을 통해 ‘한국병’의 병폐를 치료하자
작곡·연주·감상의 3부분으로 이루어지는 음악활동에서 가장 근원적인 활동을 꼽으라면 단연 작곡일 것이다. 작곡이라는 행위는 예술가의 표출 충동에 의한 하나의 전인적인 노력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 사랑의 바탕위에 근원적 예술로 자리 잡고 있다. 인간사의 희로애락 속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옥길성 교수는 또한 21C 문화개혁을 통한 새 시대 문화세계 창조를 위해 사회제도 변화와 국민 의식개혁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자신만의 세계를 넘어 새로운 문화세계 창조
작곡가 옥길성 교수의 작품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 ‘마요네즈’, ‘오! 수정’ 등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대중들에게도 유명세를 탔다. “작곡과 인간, 세상의 연관성을 이해할 때 비로소 창작에 대한 의미가 성립됩니다. 단지 보이는 현상만 선율로 엮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현상이 가지는 내면적 세계를 담아내는 것이 진정한 작품이 아닐 까요” 라고 말하는 옥 교수는 창작곡인 ‘아, 밝달 사람들!’ 이란 칸타타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표현하는 신지식인이다. 그가 작곡한 이 15곡으로 구성된 대 칸타타 모음곡인 ‘아, 밝달 사람들!’은 곡의 부제로 ‘한국 얼의 초상들’에서 제시된 것처럼 한국인의 정신에 내재하는 한국 얼의 정서적 정체성을 음악으로 깎아 새긴 한국인의 총체적인 초상화라 할 수 있다. 독립된 15곡들로 이루어진 이 모음곡은 ‘천부경(天符經)’으로 시작하여 ‘기미독립선언서’로 끝난다. 합창과 관현악을 위한 대 칸타타, ‘기미 독립 선언서’는 1919년 독립선언서 전 원문을 음악화한 음악적 인권 선언이다. 옥 교수는 기미 독립 운동에서 표출된 한국인의 잠재력과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에서 보여 준 한국인의 기의 통합을 역사적으로 같은 맥락에서 보고 이 선언서는 한 민족 뿐만 아니라 지구촌 사람들의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위한 평등과 자주 독립을 위한 인권 선언이라고 본다. 옥 교수는 “이 Cantata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도 역시 삶이라는 과정을 힘들게 겪어 가야만 하는 불우하고 소외된 지구촌 모든 사람들에게 바치는 나의 겸허한 헌납입니다” 라며 모음곡에 대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옥 교수가 특히 심혈을 기울인 작품은 최근에 완성한 오페라 ‘유관순’이다. 우리민족의 어둡고 암울했던 자화상일 뿐 만 아니라, 인간 유관순의 의미를 기본적인 인권과 ‘한’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통해 다가간 이 작품은 좀 더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2001년 사재를 털어 제작한 음반, ‘맨발로 하늘을 걷다-Journey into Shadowland’에서 ‘뉴에이지 클래식’이라는 음악에 대한 상식의 틀을 깨기도 한 그의 음악은 호소력 짙은 선율로 인간의 감성에 어필하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넘어서 또 다른 새로운 문화세계를 창조하고 있다.


문화개혁을 통해 ‘한국병’을 치유하자

옥 교수는 우리 사회가 짧은 시간동안 고도의 성장을 해 온 데 따른 부작용, 즉 부도덕성, 비윤리성, 권위주의 및 질서의식 실종, 과소비, 향락주의, 무절제한 물질적 가치체제 등 만연한 ‘한국병’의 병폐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물론 자본주의사회에서의 예술이라는 것이 자본에 의해 그 진가가 자칫 왜곡되기도 쉽지만 예술에 대한 기본 가치성, 윤리의식만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또한 그의 확고한 신념이다. 옥 교수는 ‘한국병’이라는 병폐가 만연한 이 사회에서 ‘문화개혁’을 통해 국민의 의식을 정화시키고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옥 교수는 “정화된 시민문화의 창출과 ‘의식개혁’을 통해 잠들어 있는 잠재력을 새롭게 일으키는 기회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문화개혁을 통해서 안정적이면서도 사회의 바탕을 쇄신하고 정화시켜 나갈 수 있는 고차원의 혁명을 성취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의식개혁을 통해서만이 국민공통의 정서를 서로 이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계층 간, 지역 간의 대화합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라며 국민들의 의식 대전환이 어느 시점보다 절실함을 강조했다. 또 그는 “외국의 경우 Microsoft나 Google 등 수많은 대기업들과 자본가들이 사회 환원과 복지 차원에서 문화 교류를 통한 문화적 가치 창출을 만드는 기획에 엄청난 투자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가진자들이 그렇게 문화적인 부분에 선뜻 투자할 정도로 민도가 아직 성숙되어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숙한 투자 문화 조성으로 예술을 통한 국민의 정서 수준 향상 및 행복 지수를 높이는데 다함께 적극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바람직한 미래 사회로 향한 매우 중요한 투자입니다.”라며 문화사업의 사회 운동으로서의 이바지를 당부했다.
인간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사물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예술적 사회 운동으로 삶의 질을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는 옥길성 교수,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끊임없는 창작에의 투지는 비단 자신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화되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새로운 것에 대한 창작의 고뇌를 이기며 자아를 찾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그의 고집스런 바람처럼, 문화개혁을 통해 치유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가치있는 시간들이 우리 모두에게 도래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