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물가상승

2008-03-03     글_이수인 기자
체감경기 악화로 인하여 다시 닫히고 있는 시민들 지갑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하여 국내 물가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금융 불안 현상과 함께 물가 상승은 국내 경제에 혼란을 일으키며 서민들의 불안감 역시 고조되고 있다. 생산자 물가가 오르게 되면 소비자 물가 역시 따라 오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국가는 물가 상승 부담을 완화시켜줄 뚜렷한 방침을 내놓아 위축된 서민가계를 안정시켜야 할 실정이다.

소비자물가 연쇄적인 상승에 서민가계 불안
한국은 현재 식량부터 시작하여 철강재에 이르기까지 원자재 물가상승 영향이 빠른 속도로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식품류, 철강재, 금, 은, 구리, 유가, 곡물 등 실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종목들의 가격인상은 서민가계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곡물은 전체 수입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원자재에 비해 작지만 제품 특성상 실제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상승 압력은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수출입물가의 상승은 곧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연쇄적인 상승 영향을 예고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불안에 떨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1월에 원자재 가격 급등과 환율상승 여파로 인한 수입물가가 9년 3개월 만에 21.2% 치솟으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라면 및 스낵, 인스턴트식품 제조업계 중 주류를 이루는 농심이 대부분의 품목 가격을 인상하며 동종업체들 역시 식료품 소비자물가를 올릴 예정이다. 서민 식품이라 불리는 라면 값의 인상은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라면 값 인상 소식에 어느 대형마트에서는 판매량 급증으로 품귀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농심측은 밀가루와 팜유, 미강유 등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인상 원인에 대해 일축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밀가루 50%, 팜유 94%, 미강유 55% 가량 가격이 상승하였다. 이젠 라면이나 자장면 등 면 종류의 음식들을 더 이상 서민음식이라 부를 수 없게 될지 모르겠다. 각종 음식점들이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가정에서는 지출비용 중 외식비를 줄이고 있다고 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물가상승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 조사대상 가구의 99.1% 이상이 최근 물가상승을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소비와 지출을 줄였다고 답하여 경제의 심각성을 시사하고 있다.
곡물 가격과 식품 가격 상승은 농산물 상품의 가격과 연계되어 세계적으로 애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지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써 농산물 가격의 상승으로 인하여 물가가 함께 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세계 경제를 불황에 빠뜨린 애그플레이션의 원인은 수요 급증에 반해 생산량의 저조이다. 중국의 폭설을 비롯하여 가뭄, 지구온난화, 폭우 등 기상이변까지 곡물가격 폭등에 원인 작용을 이루었다. 특히 호주는 심각한 가뭄으로 인하여 밀 생산량이 2005~2006년에 2,500만 톤에서 2006~2007년 980만 톤으로 절반 이상 급감되는 사태를 초래하였다.
한국은 곡물자급률 28%로 OECD 국가 중 3번째로 낮은 수준의 매우 저조한 상태에 머물고 있다. 반면 농산물 수입물가지수가 전년대비 35.8%나 올라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식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감을 나타내며, 추가 가격 인상에 따른 물가인상이 국가 경제를 더욱 혼란시킬 수 있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철강 가격의 인상은 자동차.건설.기계.조선.가전 등 철강을 소재로 하는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건설현장에서는 철근이 없다는 이유로 공사를 중단 사퇴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철강 가격 인상으로 인해 주원료인 유연탄의 가격 역시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은 석탄 확보에 나섰다. 브라질 광산업체 발레는 포스코, 신일본제철에 공급하고 있는 철광석 가격을 오는 4월 1일부터 t당 78.88달러로 65% 올리기로 합의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원자재를 소재로 하는 시가총액 1~10위 종목들이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비료와 농약생산업체, 종자업체, 해외 농장 보유기업 등 농업 관련주가 급등세를 나타냈다. 자원의 확보는 국가 경쟁력에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무기가 되기 때문에 단기간이 아닌 장기간을 바라본 대책을 세워야한다.

세계는 인플레이션 적신호
2월 20일 유가가 사상처음 종가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여 국내외 전반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부각되며 세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콜금리 인하 기대심리가 많이 낮아졌다. 국제유가는 고유가를 긍정하는 OPEC의 정책과 제한적 공급불안 요인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국제유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미국이 금리인하를 단행하자 글로벌 유동성이 곡물 및 원자재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이유에 대해서는 식품과 에너지, 주택 임대료 등의 상승으로 나타났다. 미 노동부는 소비자물가가 0.4% 상승했고, 지난해 1월 이후 4.3%나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2006년 6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낸 기록이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물가인상과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하여 경제에 위기를 겪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이번 인플레이션은 미국경제의 과잉 유동성 문제와 중국을 비롯한 신흥 경제국가들의 고도성장이 원자재 물가상승을 유발하여 압력을 가하였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경기하방 위험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또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1.8%~2.5%를 예상하였지만 1.3%~2.0%로 하향조정했다. 이로 인해 주변국들은 미국이 1970년대 겪었던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스태그네이션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인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는 침체하는데 물가는 급등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중국 정부는 절상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을 보여 왔지만 내부 물가상승으로 인해 급속한 절상에 대해 의견이 기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현재 ‘고성장→수요증가→물가상승→임금상승→물가 재상승’의 악순환 구조를 이루며 경제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중국의 물가급등은 ‘인플레이션 수출국’이라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한국 역시 인플레이션에 노출되어 있어 불안에 떨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로 인하여 사람들은 물가 상승에 대한 지속적인 상승을 예상하며 물건을 한꺼번에 다량 구매할 것이고, 임금인상 요구를 강력하게 주장함으로써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은 사회 전반적으로 악순환을 가져오며 또 다른 문제점을 가져올 것이다. 경기둔화 가능성마저 제시되며 한국은 물론 세계가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우려해야 하는 최악의 사태에 이르렀다.

글로벌 경제침체, 방책마련 시급
일본은 1월경 10% 올렸던 밀가루 값을 오는 4월부터 30% 더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밀가루 값뿐만이 아닌 국수와 빵, 과자 등이 잇따라 인상될 것이 기존사실화 되며 일본 국민들의 서민가계에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1년 전 3% 올랐던 일본 도매물가가 2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정부 역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상승률이 11년만의 최고치인 7.1%를 기록하였다. 이는 중국 남부지방에 내린 폭설과 춘제의 자금수요 등이 원인으로 진단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무역흑자와 해외자본직접투자 문제에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점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에 비해 낮아질 것이 전망되며 중국 정부는 긴축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안정적인 고성장을 달려온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경제적 안정과 민생 안정에 더욱 정책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곡물자원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농업장려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화년 수석연구원이 발표한 ‘애그플레이션 시대의 식량안보’ 보고서에 의하면 “애그플레이션의 배경에는 수요, 공급, 거시경제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있으나 수요 요인이 장기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이며 “수요 측면에서는 신흥국들의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주식이 잡곡에서 쌀, 밀가루, 육류로 변한 것과, 바이오 연료용 곡물수요 증가가 주요 요인이며, 곡물 수요 증가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형식품기업과 농수산물유통공사 등의 주요 수입주체들은 수출국의 유통기구와 선도거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식량자원의 안정된 확보를 위해 미국과 중국, 일본, 남미, 동남아시아 등은 생산기지를 확보하며 정부와 민간이 협업체계를 맺으며 적극 노력하고 있다.
경기침체는 새 정부 출범에 걸림돌이 되었다. 미국과 중국 경제는 한국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제살리기’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명박 대통령은 물가안정과 경기회복을 위해 뚜렷한 정책을 내세워야 한다. 세계 주요 투자은행들이 내놓은 한국경제 성장률 평균 전망치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5%선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국제금융센터가 발표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주요 연구기관과 학계 관계자들은 ‘경제동향간담회’를 주최하여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 성장둔화와 금융시장 불안정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해 유의해야 하며, 고유가 등 공급측 상승압력을 항시 주시하여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확산을 방지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또한 경제전문가들은 통화정책에서는 시중 자금사정과 국내외 경제환경 등을 고려하여 금융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가계부채 상환 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국내의 수입물가의 급등과 국제유가 100달러대 진입, 중국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한 국내외 인플레이션 강풍을 약세로 돌리기 위한 국가와 국민들의 노력이 필요하며, 세계 경제가 안정되기 위해 글로벌 협력이 구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