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훈련 ‘뉴로피드백’ 이상열풍
2008-02-07 글_이현지 기자
엠씨스퀘어, 뇌호흡, 닌텐도DS, 뇌기능 향상음료 등 인기
최근 두뇌훈련인 뉴로피드백이 ‘웰싱킹(Well-thinking)’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뉴로피드백이란 뇌를 훈련시켜 특정 뇌파를 인위적으로 생성하는 요법이다. 정신과 병원에서 뇌파 조정용으로 사용되던 뉴로피드백은 최근 학습효과 증진, 집중력 향상을 원하는 초등학생, 중·고등학생뿐만 아니라 대학생, 성인들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육체적으로 잘 먹고 잘 사는 웰빙(well-being) 문제를 해결한 인류는 2007년 한 해 동안 웰싱킹(well-thinking)에 몰입했다. 웰빙(well-being)과 사고력을 뜻하는 싱킹(thinking)을 결합한 이 신조어는 두뇌 작용을 활성화해 기억력 등 두뇌 능력을 증진한다는 개념이다.
웰싱킹의 가장 큰 수혜자는 게임기 ‘닌텐도 DS’의 소프트웨어 ‘매일매일 DS 두뇌 트레이닝’이다. 2+3, 4+5 등 게임기가 쏟아내는 간단한 연산문제 등을 집중해서 풀다 보면 뇌연령이 젊어진다는 게 원리다. 웰싱킹에 대한 인류의 욕구를 잘 겨냥한 덕에 이 게임기는 어린이, 노인들은 물론 성인들도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휴대전화용 두뇌개발 게임이나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는 두뇌훈련 게임도 인기. 아울러 두뇌에 좋은 성분을 함유했다는 기능성 음료나 식품도 시장에 선을 보이고 있다. 지상파TV에서도 ‘두뇌왕 아인슈타인’, ‘스펀지 2.0’ 등 두뇌계발 전문 예능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했다.
이 같은 뇌 관련 상품들이 실제로 두뇌를 자극해 기능을 증진하는 효과가 있다는 의견부터 단순한 플라시보 효과(위약 효과)에 불과하다는 의견까지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양하지만, 그만큼 웰싱킹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는 방증임은 확실하다.
‘당신의 두뇌는 몇 살입니까’ 닌텐도 열풍
‘당신의 두뇌는 몇 살입니까’라는 카피로 두뇌계발 열풍을 몰고 온 닌텐도DS는 국내출시 8개월 만에 60만대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장소를 불문하고 두뇌훈련 게임기인 닌텐도DS에 열중하는 청소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서 닌텐도DS의 대박 흥행엔 ‘뇌’와 ‘학습’이란 교육적 기능을 강조한 판매전략이 큰 역할을 했다. ‘장동건의 두뇌연령은 58세’라는 광고를 통해 소비자의 눈길을 끈 ‘매일매일 두뇌 트레이닝’ 확장팩(20만 개 이상 판매)에는 간단한 덧셈이나 뺄셈, 곱셈은 물론이고 색깔 맞추기, 순간 기억, 단어 퍼즐 등 다양한 두뇌 훈련 게임이 들어 있다. 닌텐도DS는 ‘듣고 쓰고 친해지는 영어삼매경’(15만개 이상 판매)과 ‘말랑말랑 두뇌교실’이라는 학습 관련 게임도 선보였다. 특히 ‘매일매일 두뇌 트레이닝’ 확장팩은 퍼즐과 계산 문제를 풀도록 해 두뇌운동을 활성화한다는 게 닌텐도 측의 주장이다. 한국닌텐도 홍보담당 김상연 씨는 “일본 뇌과학의 1인자인 가와시마 류타 박사의 기능성 MRI를 이용한 최신 연구에서 ‘음독’(소리 내어 읽기)과 ‘계산’이 뇌의 혈류를 촉진시켜 뇌에 효과적인 트레이닝이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간단한 계산문제를 빠르게 푸는 것과 소리 내어 문장을 빠르게 읽는 것이 뇌활동을 활발하게 하여, 뇌를 단련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게임 개발에 참여한 가와시마 류타 박사는 계산을 빨리 풀거나 소리 내어 문장을 읽는 활동 등이 창조·기억력 등의 원천이 되는 전두엽에 좋은 영향을 주고 이로 인해 뇌의 단련이 가능하다는 이론을 펴고 있다. 즉 뇌를 단련하려면 전두엽에 영향을 주는 손을 움직이거나 계산을 빨리 하는 등의 활동이 좋다는 것이다.
美 ABC ‘엠씨스퀘어 특집’ 방송
한편, 한국 중소기업제품이 미국 ABC-TV 뉴스 시간을 통해 약 5분간 특집뉴스로 미국 전역에 방송이 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2월 20일 미국 최대 방송사인 미국 ABC-TV는 (주)대양이앤씨가 생산하고 있는 ‘엠씨스퀘어’에 대해 특집방송을 제작하여 보도하였다.
이날 방송은 엠씨스퀘어 미국 총판 사장인 컴페티티브 테크놀러지社 존 나노 사장이 직접 출연하여 뉴스앵커와 함께 엠씨스퀘어에 대한 효능을 알아보는 대담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엠씨스퀘어는 동양에서 온 신비로운 기기이며 미국 유수 의과대학에서 검증을 마친 브레인 파워 기기로 소개되면서 “기억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희소식이 될 수 있다”고 언급되었다. 한국 중소기업제품이 미국 전역에 방송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예로서 미국 내 엠씨스퀘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대양이앤씨 마케팅담당 박용만 전무는 “미국인들은 현재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각종 질병과 사회문제가 심각해지는 현실 속에서 약물이 아닌 두뇌과학의 최첨단 기기인 엠씨스퀘어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엠씨스퀘어의 미국 진출 후, 미국 주류층을 중심으로 인기 연예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어성적, ‘뇌호흡’으로 올릴 수 있나
최근 겨울방학을 이용해 성적을 올리려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뇌호흡교육이라는 새로운 영어 학습법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관심 덕에 2~3년 사이 뇌호흡과 영어교육을 접목시킨 ‘뇌호흡영어’ 학원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과연 뇌호흡이 언어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믿을만한 결과는 찾아보기 힘들어, 학부모들은 시키면서도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연 뇌호흡과 영어교육의 상관 관계는 얼마나 될까. 과연 영어학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뇌호흡이란 기체조, 명상 등의 수렵법을 이용해 뇌를 맑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호흡수련법에 하나이며, 수련법으로 명상, 뇌체조 등이 있다. 뇌체조는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기체조와 비슷하다. 뇌호흡영어 회사측 관계자는 “뇌호흡영어는 뇌호흡 수련을 기반으로 영어와 함께 하는 것”라고 말한다. 즉, 뇌의 시각인지상태 시, 뇌는 부분적으로 활성화되고 뇌호흡을 할 경우에는 뇌의 전 부분이 활성화 된다는 설명이다. 또 뇌의 전부분의 활성화될 때 통찰력, 직관력, 판단력, 창조력, 자아지각력, 감성과 실천력, 건강까지 변화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제시된 뇌호흡영어 프로그램은 뇌 감각 키우기, 뇌 유연성 키우기, 뇌 정화하기, 뇌 통합하기, 뇌 주인되기의 5가지 뇌호흡 기본과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과학적 검증, 의학적 연구결과 없어
뇌호흡영어를 이용한 학습으로 통해 성적이 올랐다는 학생도 눈에 띄고 있지만 뇌호흡과 뇌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뇌호흡영어 회사측에서 연구 결과만 있을 뿐이다. 회사측은 일단 뇌호흡영어교육의 학습 효과에 대해 한국과학기술원 뇌정보처리실 김수용 교수가 연구한 뇌호흡을 수련한 학생들의 놔파측정 결과를 들고 있다. 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뇌호흡 수련을 한 학생들의 뇌에서 기억력, 사고력 등의 고등행동을 관장하는 전두엽의 알파파 활동성이 높이 측정됐다는 것. 하지만 부산대학교 뇌과학센터 최창화 교수는 “전두엽 부근이 사고력, 창의력 등을 관장을 담당하지만 전두엽, 알파파는 광범위한 것으로 이것으로는 뇌와 관계가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최 교수는 “뇌호흡과 언어발달의 관계가 의학·과학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며 뇌호흡과 의학을 연관 짓지 말라”며 당부했다.
뇌호흡영어 회사 측이 뇌과학에 기반한 교육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의학·과학적 근거를 갖춘 연구결과는 현재로서는 없는 상황인 것. 그러나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 뇌호흡영어교육 효과에 대한 입소문을 타고 수강생과 해당 학원 지점이 늘면서 현재 수도권 50여개, 전국 지역 50여개의 학원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식품업계, 뇌기능성 제품 내세워 경쟁
최근 뇌기능성 성분으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가바(GABA:미 배아 발효 추출물)성분이다. 가바 성분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발아현미 및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매스에 함유되어 있고 사람의 뇌와 척수에도 존재하는 천연성분이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 혈압을 정상화하는 효과는 물론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와 간 및 신장 기능을 강화하는 효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효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이미 일본에서는 가바 성분을 함유한 제품들이 히트상품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해태제과는 이처럼 다양한 효능이 있는 가바 성분을 초콜릿에 접목해 뇌기능 활성화 시키는 초콜릿 ‘집중력’출시하기도 했다. 이 제품은 수험생의 대표간식으로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업무에 집중하고 싶은 직장인과 건망증 및 치매가 걱정되는 중장년층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두뇌하면 빠질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유제품. 흰우유 위주로 편성되던 유제품시장은 두뇌에 좋은 성분으로 널리 알려진 DHA와 오메가3 성분이 함유된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이며 내 아이의 머리를 챙기고 싶은 엄마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다. 매일유업의 ‘두뇌이야기’는 어린이 두뇌 강화를 위한 기능성 두유 제품으로 아라키돈산, DHA, 감마리놀렌산, 타우린, 인지질, 콜린, 파라티노스의 7가지 멀티두뇌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신생아에게 체내합성이 충분하지 않아 부족할 수 있는 주요 지능인자들을 충분히 섭취해 안정된 두뇌발육을 이룰 수 있도록 아이의 성장단계별 4단계로 나눠놓은 것이 특징이다.
서울우유의 ‘오메가 3’ 제품은 우유에 함유된 오메가3가 두뇌기능 활성화에 필수적인 성분으로 집중력, 정서안정, 학습능력 등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두뇌와 시각 발달에 도움을 주는 DHA, EPA를 포함하고 있어 학생을 위한 우유로 자리잡고 있다.
음료시장은 연구를 통해 뇌에 작용하는 새로운 성분을 개발하면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신개념 총명탕과 같은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 야쿠르트’에서 지난 6월에 출시한 'Brain Q 148'에는 서울대 약대 교수진이 개발한 천연 소재 'ESP-102L'이 들어있다. 당귀, 삼백초, 오미자 등 한방재료가 원료인 이 물질은 뇌신경 세포가 죽는 것을 억제해 기억력 및 인지기능을 활성화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흥분 억제에 도움을 주는 가바와 팔라티노스, 페퍼민트 추출액, 비타민C 등도 들어있어 컨디션 조절 및 기억력 강화를 필요로 하는 이들의 기능성 음료로 사랑받고 있다.
기능성 골프음료를 표방하는 CJ의 ‘스팟’은 두뇌에서 알파파를 집중적으로 활성화하는 L-테아닌 성분을 다량(녹차 75잔 분량)함유하고 있어 긴장 완화와 집중력 향상을 돕는걸로 알려져 있어 이색제품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감당하지 못할 만큼 쏟아지는 정보와 지식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하는 시대, 웰싱킹이라는 단어 뜻처럼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서 혹은 ‘살아남기’ 위해서 두뇌를 단련하는 일이 현재 한국사회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