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수집가/素用 박권순 선생
2008-02-01 취재/김은예 기자
자식 같은 소장 작품들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공개
우리 속담에 ‘열 손 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라는 말이 있다. 자식이 아무리 많아도 모두 똑같이 소중하다는 말이다. 기자가 만난 서화수집가 소용 박권순 선생도 800여 점에 이르는 작품을 소장하고 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는 모두 자식 같은 마음이라며 작품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밝혔다. 그 의미 있는 작품들이 드디어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서화수집가 소용 박권순 선생의 소장품전(2007년 12월 18일~2008년 1월 27일)이 열리는 청원군 문의문화재단지 내 대청호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겨울이 깊어가는 대청호의 고요함이 보는 이의 마음까지 깨끗케 했다. 또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낙엽이 다 떨어진 가로수를 홀로 걷는 것은 미술관을 채 들어서기 전에 이미 감상에 젖게 하기에 충분했다. 기자가 그 곳을 찾았을 때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발 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꿈과 열정으로 미술사랑 실현
소용 박권순 선생은 말수가 적은 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곳에 그가 전시하고 있는 138점 작품에 대해선 신이 난 아이처럼 약간은 흥분된 어조로 기자가 작품 하나라도 놓칠 세라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때론 작가와 작품의 이름을 말해주기도 하고, 어느 작품 앞에선 한참을 들여다보며 작품 자랑을 하기도 했다. 작품은 대청호 미술관 1층과 2층에 세 전시관으로 나누어 전시되고 있었는데, 전시 작품은 한국화 51점, 서양화 39점, 서예 48점 등 총 138점으로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명장들의 작품들이었다.
대표적인 작가로 한국화의 경우 이당 김은호, 운보 김기창, 청암 김병종, 춘곡 고희동, 청강 김영기, 청전 이상범, 이방자 여사, 불화장 석정스님, 소치 허유, 미산 허형, 남농 허건, 임전 허문, 의재 허백련, 직헌 허달재 등으로 그들의 작품을 만나는 것은 설레는 일이었다.
서양화 장르에는 김원, 김영주, 도문희, 김태, 박기원, 박광진, 박석환, 박수근(판화), 박성남, 박인숙, 변종하, 박수룡, 박용인, 신범승 등의 작품이 전시관을 빛내고 있었다.
서예작품은 조선 중기의 최고 명필인 한석봉을 비롯해 영친왕의 서법을 지도한 김규진, 고종의 다섯째 아들인 의친왕 이강, 청주출신 의병장 한봉수의 작품 등이 선보였는데 이에 박 선생은 “글씨를 보면 그 사람의 얼굴 모습이 떠오른다”며 그만의 특유의 소탈한 웃음을 지었다.
“내 지역에서 작은 미술관을 만들려는 작은 꿈에서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의 전시회를 통해 그 꿈이 이루어지는 시작이 왔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전시회 소감을 말한 그는 유명하고 가치 있는 작품들이 사라져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지역민들 뿐 아니라 작품을 공부하고, 서예를 하는 사람들에게 명필의 작품을 배우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소망을 전했다.
앞으로 그는 몇 차례의 전시회를 더 할 것이다. 충남,북작가, 중견작가, 해방 전·후 정치인들의 작품들 위주로 가능한 2년에 1번 씩 전시회를 열 계획을 갖고 있다. 지금도 남들이 잠자는 시간에 틈틈이 작품에 대해 공부 중인 그의 미술에 대한 열정은 작은 미술관을 만들고자 하는 그의 소망을 이루는데 더 가까이 가는 길이 될 것이다. 가슴 두근거리는 그의 소망이 실현되는 날 기자는 다시금 소용 박권순 선생을 만나게 되길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