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기름 유출 사고 대책

2008-01-21     공동취재_남윤실, 서상희, 김은예 기자
대책만 무성, 체계적인 대응방안 이루어지지 않아
정부·기업·민간차원의 범국가적인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마련 시급
2007년 12월 7일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 이후 한 달 여 시간이 흘렀다. 서해안엔 연일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고 예상보다 빠르게 복구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작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시민들과 주민들의 마음만 애닳고 초조하다. 이번 사고의 대책을 위해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 등은 범국가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그 계획이 어느 정도 진행 중인지 알아보았다.

12월 15일 기자가 도착한 충남 태안군 만리포 해수욕장에는 언제나 여름이면 피서객들을 반겨주던 넓은 백사장과 아름다운 해안선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 사상 최악의 해양기름유출 사고가 일어난 이후의 해안가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비릿한 바다향이 아닌 해변 곳곳에 흩어져 있는 기름찌꺼기로 인한 후각을 자극하는 역한 기름 냄새로 그때의 피해상황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사고 후 8일이 지나면서 육안으로 보이는 만리포의 해안가는 상처를 애써 감추고 있었다. 그동안의 자원봉사자들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지만 그 많던 괭이갈매기를 비롯한 해안가 서식 야생동식물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미 태안의 넓은 바다와 갯벌은 죽어가고 있었다.


사상 초유의 해양기름 유출 사건 발생
12월 6일 오후 2시 50분 삼성중공업은 예인선 2척을 이용해 인천대교 공사현장에 투입했던 해상 크레인선이 인천항을 출발 경남 거제시로 예인하고 있었다. 다음날인 7일 오전 5시 해상의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를 만난 예인선과 크레인선은 배를 돌려 인천항으로 회항을 시도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참고로 이후 오전 7시를 기해 서해 전 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되었다. 아직 어둠에 바다가 가려져있던 오전 5시 30분, 예인선은 가까운 곳에 정박해있던 홍콩선적 14만 7000t급 유조선‘허베이 스피릿’호에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피해달라’는 무전을 보낸다. 잠시 후 오전 6시 17분 대산해양수산청 관제소는 예인선으로 위험 경고 무전을 보낸다. 이후 20분 후인 오전 6시 27분 관제소는 유조선에 위험경고를 보내고 유조선은 닻을 올려 70M 후방으로 배를 이동시켰다. 해경의 발표대로 예인선의 와이어가 끊겨 크레인선이 항로를 이탈한 시간은 오전 6시 50분, 사고지점에서 불과 0.8Km~1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위치에서 8분 후인 오전 6시58분에 관제소는 유조선에 이동할 것을 경고하지만 유조선은 사정상 이동할 수 없다고 통보한다. 높은 파도와 빠른 조류에 떠 내려오던 삼성중공업 소속 크레인선은 2분 후인 오전 7시 충남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 해수욕장 서방 6마일 가대암 해상 인근에서 현대오일뱅크 방향으로 운항 대기중이던 홍콩선적 14만600t급 유조선과 충돌했다.
예인선의 선주가 유조선으로 연락을 취한지 불과 1시간 10여 분 만에 충돌한 유조선은 뱃머리 1번 기름탱크 부위 충돌이 시작됐고 강한 바람과 파도로 크레인은 유조선을 들이받았다가 튕겨 나가기를 7차례 반복했다. 강하게 부딪힌 1·3·5번 기름탱크는 구멍이 뚫렸고, 약하게 부딪힌 2·4번 탱크는 겉이 찢어지거나 푹 찌그러지는 손상만 네 곳 입었다. 우습게도 기름이 차 있는 탱크만 골라 뚫린 것이다. 충돌로 인해 유출된 원유의 양은 1만2547㎘(해양경찰청 추산), 해양경찰청은 500∼800㎘의 기름이 더 흘러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비어있던 탱크로 기름을 옮긴 유조선 선장의 재치로 추가적인 유출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참고로 당시 유조선에는 26만3000㎘의 원유가 실려 있었다.
이날 사고로 유출된 기름은 국내 최대 기름유출사고로 기록됐던 1995년 7월 유조선 ‘씨프린스호’의 침몰 당시 유출된 기름 양(8381㎘)의 1.5배 수준이다.‘씨프린스호’ 사고 당시 전남 여수시 소리도에서 경북 포항시까지 230km, 부산 해역 해안 73km 등이 기름으로 오염돼 어장, 양식장 등에서 736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5개월이 걸린 방제작업에 선박 8295척, 항공기 45대, 인력 16만6905명이 투입돼 224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 겨울철에 일어난 사고이므로 그 확산이 ‘씨프린스호’에 비해 느릴 것이라는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듯 14일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에 오일볼이 발견된 이후 같은 날 보령 해안까지 빠르면 22일에서 28일 전남 해안까지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방제대책 강화에 모든 역량 집중
충남의 대표적 청정해역인 태안 앞바다는 544곳, 6512ha의 양식장에서 어류, 굴, 전복, 해삼 등을 양식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어패류 생산의 중심지이면서 중심어장이다. 또한 16일 타르찌꺼기가 가까운 서천에 밀려들면서 충남의 수출비중 60%의 수산물과 이중 40%를 차지하는 서천 김의 수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출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충남지역이기에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방제당국은 전남 신안 김 양식장까지 기름이 흘러들 가능성에 주목하고 방제대책을 강화하면서 넓혀나가고 있다.
전국 각지의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30%의 기름을 처리한 현재 국제사회의 도움도 늘고 있다. 이미 지난 12월 13일 미국 연안경비대(USCG) 태평양지부 소속의 기동타격대원 3명과 해양대기청 소속 연구원 1명 등 4명으로 구성된 실무팀이 한국에 들어온 상태이다. 특히 이들이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1989년 미국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원유유출사고에 참가했던 방제전문가들로 태안사고 직후 피해복구 작업에 자의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1989년 알래스카에서 일어난‘엑손 발데즈호’의 전복으로 발생한 엄청난 원유유출사고는 원유유출량으로는 38위에 해당하지만 태안 기름유출사고처럼 해안가라는 특성 때문에 현재까지 가장 심각했던 해양오염사고로 기억되고 있다.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북극 생태계는 당시의 해양오염 사고로 인한 피해를 받고 있다고 해양 전문가들로부터 조사되고 있다.
또한 일본의 해상보안청 및 해상재해방지센터 소속 전문가들로 구성된 긴급지원팀도 17일 태안을 찾았다. 1997년 일본 후쿠이현 미쿠니정 앞바다에서 일어난 러시아 선적 ‘나옷카 호’의 사고로 중유 6240여 ㎘가 유출되었던 일로 우리에게는 ‘30만명의 기적’으로 유명한 일본은 ‘미쿠미정’ 사고 때보다 많은 양의 기름이 유출된 사고임에도 빠른 시기에 복구가 진행되고 있어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유럽 EC 및 UN 공동지원단도 16일 오후 태안 지역을 시찰한 이후 방제당국의 전문적인 대책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시사했다.

보다 실질적인 대안 마련돼야
이렇듯 외국 전문가들로 놀란 한국의 방제 대책에는 과연 문제가 없는지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사건초기부터 현재까지의 노무현 대통령이 믿고 있었고, 자랑했던 우리나라의 방제대책은 몸집만 거대한 껍데기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정부와 해양수산부의 방제능력은 외국 전문가들의 단면적인 평가는 과장되었다. 이 사실은 해양수산부가 사고 발생 5일째인 지난 11일 브리핑을 통해 기름 유출 사고 발생에 대처하는 ‘국가방제능력’이 과장되었다고 밝혔다. ‘국가방제능력’이란 기름 유출 사고 발생 시 하루 8시간의 작업으로 3일간 방제할 수 있는 규모로, 해양수산부는 당초 이 능력이 1만6900t(해경 6600t + 방제조합 7500t + 민간 2500t + 기타 기관 300t)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12월 17일 사고 11일째 수거된 기름은 전체 유출량(1만2547㎘)의 25% 정도인 3090여㎘에 불과하다. 참고로 물과 다르게 기름은 1㎘=0.7t으로 수거량을 계산하면 2163t이다. 더군다나 방제에 참여하고 있는 인력도 70% 이상이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다. 결국 우리나라가 자랑했던 국가방제능력은 결국 피해주민과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대책이었단 말인가.‘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처럼 해양수산부는 이번 사고로 방제대책을 재검토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구성돼야 할 것이다.
사고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어민들은 아들을 학교에 보내고, 딸을 시집보낸 보물 같은 어장을 잃었으며, 갈매기와 자연의 소중한 야생동식물들은 향후 10~20년 동안 먹이사슬을 잃었다. 그리고 정부는 남은 민심마저 잃어버렸다. 갯벌에 갯지렁이가 살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3~4년, 이미 지나간 초기 대응대책은 지워버리고, 앞으로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자연을 완벽하게 살리고, 주민들의 소중한 어장을 찾게 할 대책은 세계가 놀라고 인정할 정도로 완벽하게 이루어지기를 정부에 부탁한다.

피해 어민들을 생각한 실제적 대책 절실
정부 차원은 해양수산부 중심으로 행정자치부, 소방 방재청이 이번 사태를 위해 각각 상황실과 특별본부를 자체적으로 설치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현재 약 70Km에 걸쳐 확산되었던 굵은 기름때는 거의 제거되었으며, 삽시도, 녹도 등에 엷은 유막 및 타르덩어리가 넓게 분포되어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번 군 인력 및 자원봉사자 등 연인원 23만 명을 투입한 방제작업을 통해 유류흡착 폐기물 13,854통, 폐유 2,843t이 수거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바다 생태계와 지역경제 기반을 시급히 복구하는 일이다. 바다 생태계 복원은 상당히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전문적인 조사를 치밀히 해 다양한 시책을 전개한다면 그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국가 재난관리 운영체계에 따라 범정부 지원체제를 구축하고 관계부처별 신속한 지원계획을 수립·시행할 방침이다. 먼저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지속적인 항공예찰 및 신고체제를 통해 산재된 잔존 유류가 완전히 소멸될 때까지 해상 방제작업을 지속하여 천수만으로의 유입방지를 위해 5중(북쪽 2.7Km, 남쪽 2Km)의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방제선 및 어석(83척) 등을 고정 배치하여 대비하고 타르 덩어리는 어선, 멍석망 등을 동원, 지속적으로 수거할 방침이다. 해안은 암석·자갈 해안 및 도서지역에 인력을 집중 토입, 방제활동을 하며 해수부, 환경부, 충남도 등으로 합동 현장조사단을 구성, 마무리 방제구역 및 복구방법에 대한 세부지침을 작성할 것이다. 또한 방제 인력의 지속적·효율적 지원체제 강화를 위해 동원인력 소요변화에 대비, 행자부와 협조, 방제단계 및 상황별 인력 동원계획을 수립, 지속적 인력 동원이 되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1단계 방제활동이 마무리 되면, 공무원 등으로 2단계 방제활동을 전개하고 , 이후 취로사업과 겸하여 어업인 위주로 방제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연말연시가 되면 자원봉사자들의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것을 염려하여 행정자치부 공무원들이 하루 1000여 명씩 피해 복구를 위해 투입될 예정입니다”라고 말하며 자원봉사들의 발길이 단기간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의 뜻을 비취었다.
어업인 피해 보상 관련은 법무·해양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피해보상 지원단을 구성, 피해 주민들에 대한 종합적인 행정·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며 어업인 등을 대상으로 피해보상 관련 교육·홍보 활동도 꾸준히 전개하여 어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유조선 보험사와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의 엄격한 증거 채택 방침 때문에 적절한 피해 보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어민을 비롯한 피해 주민 상당수가 국세청에 신고한 소득 외 상당한 수입이 있지만 이를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최장현 해양수산부 차관보는 "피해 기간과 규모를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하는데 세금 신고 누락분을 외국 보험회사 관계자들에게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현실적 문제들을 파악해 책상에 앉아 탁상 공론하는 정책이 아닌 실제적인 대안을 내 놓아야 할 것이다.


생태계 복원, 장기적 안목 갖고 꾸준한 노력 필요
환경부 긴급조사 결과 사고 해역에서는 어류 46종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는 자원봉사자의 도움 외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환경전문가들은 “개펄과 모래에 스며든 기름을 제거하는데 효과적인 생물학적 방제는 아직까지 현행법에 방제 방법으로 들어 있지 않아 당장 시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방제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세균이 기름을 잘 먹을 수 있게 질소·인 같은 영양분을 뿌려 주거나 기름을 잘 분해하는 세균을 따로 키웠다가 뿌리는 생물학적 방제는 1989년 엑손 발데스호 사건이 발생했던 미국 알래스카에서도 효능이 입증됐다.
해양경찰연구센터 관계자는 “내년 1월20일 시행되는 해양환경관리법 시행규칙에 생물학적 방제를 포함해 달라고 해양수산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부당국의 의료대응체계도 문제로 지적됐다. 임시진료소를 다녀가는 주민과 자원봉사자가 늘고 있지만 의료 인력은 오히려 줄었다. 19일 보건복지부의 ‘기름유출 사고 의료분야 등 대응상황’에 따르면 18일 태안 임시진료소에서 근무한 의료 인력은 의사 44명·간호사 50명이었다. 이는 지난 16일 의료인력(의사 45명·간호사 87명)과 비교해 이틀 만에 38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그렇지만 사고 발생 이후 18일까지 현장에서 두통이나 피부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1만2593만 명을 넘긴 상태이며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정찬권(숭실대 초빙교수) 국가비상기획위원회 연구원은 “1995년 씨프린스 사고 이후 10년 동안 흡착포 생산을 하지 않아 물량 부족으로 현지에서 아우성을 치고, 방제정도 300t급 소형으로 대규모 사고나 기상악화 시 제대로 운용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컨트롤 타워 부재 등 후진국형 국가위기관리체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만리포해수욕장 인근에서 30년간 숙박업에 종사하고 있는 국희열 씨(65세)는 “대책을 마련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우리 주민으로서는 만리포의 바다와 모래만 바라보고 사는데 참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정부에서 이 문제를 위해 얼마만큼 협조해 주느냐가 중요합니다. 국민들은 온 마음을 합해서 물자나 봉사 등 많은 것들을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하루 빨리 태안 주변이 복구가 되어 주민들의 전과 같은 환경에서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만리포 특별재난 주민대책위원회 정낙중 위원장은 “겨울에도 주말이며 1만 명 정도의 관광객들이 찾았던 곳입니다. 일반 국민들이 안심하고 다시 올 수 있도록 피해 복구에 힘쓰며, 민생을 안정시키고 직·간접적인 피해보상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다시 한 번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뜻을 밝혔다.
이번 태안 기름 유출 사건은 어느 한 부분에서의 대책이 아닌 전체적인 대책이 시급하며 각 부처에서 마련한 대책 본부들은 긴밀한 연락을 취해 통합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여 체계적인 대책들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것들이 필요하다. 이젠 피해 복구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 현실적으로 어민들을 위하고 장기적으로 생태계가 복원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