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바이넥스/이백천 회장
2008-01-21 취재_정재우 부장/신주영 기자
바이넥스 성장의 원동력은 R&D 통한 자체 신약개발
20세기를 위협하는 최대의 질병은 ‘암’이었다. 1960년대, 세계적으로 암세포를 없애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고 많은 연구자들이 신약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암을 정복한 신약의 개발은 난항을 거듭했고, 외과적 시술로 암의 전이를 억제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21세기의 도래와 함께 제약회사들은 생명공학의 도입과 함께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생명공학에 힘입어 제약 기술은 비약적 성장을 이뤄냈고, 생균(종균)의 개발과 함께 국내 기업이 자체적 ‘신약’개발에 성공하며 새로운 글로벌 제약회사로 발돋움하려는 시점에 와있다.
국내 최초의 글로벌 제약회사의 탄생이 현실로 다가왔다. 바로 부산 BT(바이오기술)의 핵심기업 바이넥스가 그 주인공. 최근 미국 세포치료제 회사인 Maxcyte사와 연구지원협약을 통해 미국 FDA 규정에 맞게 암면역 세포치료제의 임상 1,2상 시험을 국내에서 실행한 후 미국에서 임상허가를 받을 예정으로 글로벌 제약회사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글로벌 제약회사요? 아직 멀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세계를 목표로 연구 또 연구, 개발 또 개발해야죠. 모든 기업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제약은 과감한 R&D 투자가 생명입니다. 수입한 약을 판매만 할 수는 없잖아요. 이제 우리 기술로 자체 신약을 만들 때입니다.”
부산 장림 소재의 (주)바이넥스 본사에서 만난 이백천 회장은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신약개발 통해 제약업계 새로운 비전 제시
957년 순천당 제약사로 창립되어 2000년 상호 변경한 (주)바이넥스는 50년을 훌쩍 넘는 부산의 건실한 향토기업이다. ‘비스칸’이라는 제품으로 더욱 널리 알려져 있는 바이넥스 이백천 회장은 “중단 없는 기술 개발만이 살 길”이라며 성공신화의 바탕에는 언제나 개발만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제약회사들이 외국 의약품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할 때 바이넥스는 자체 기술로 의약품을 개발했다. 바이넥스는 지난 1995년 장(腸)기능을 정상으로 되돌리게 하는 미생물 분리기술을 개발했다. 살아있는 이 균은 요구르트의 유산균과 같은 생균이어서 화학 원료로 만든 약품과는 그 효능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2001년부터 ‘비스칸’으로 시판된 이 제품은 연간 4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효자상품이다. 이어 개발에 성공한 수지상세포(Dentritic cell)는 인체 내 특이한 세포를 이용하는 신기술로 신약 디시백(DC-Vac)을 생산해 냈다. 즉, 환자의 종양(암) 세포를 추출해 항원을 제거한 후 이를 다시 환자에게 주입해 종양의 재발을 막아주는 치료제인 것이다. 디시백/이피엘(EP-L)은 항암치료 뿐만 아니라 차세대 치료요법으로 기대되고 있는 자가 세포 치료제 시장을 이끌어 갈 신약으로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감한 R&D 통해 기업의 미래 약속해
“바이넥스의 성장 최대 원동력은 R&D에 있습니다. 연 10% 이상의 연구개발비 지원을 하고 있고 임직원 170명 가운데 20%인 30명 이상이 중앙연구소 소속 석?박사급 연구원으로 구성되어 있죠. 앞으로도 R&D 투자비율은 꾸준히 높여갈 생각입니다. 기업의 미래가 밝아야 인재확보가 되고 기술력의 향상은 따라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바이넥스는 2,000평 규모의 3개동 건물 안에 중앙연구소, 천연물연구소, 연구개발팀, BINEX ANYCELL BANK, 제조공장이 있다. 우수 의약품 제조시설을 일컫는 GMP(Good Manufacture Practice), 우수의약품 생산기준인 KGMP와 우수원료의약품 생산기준인 BGMP로 각각 인정받은 이 곳에서 150여종의 의약품과 의약품 원료를 생산하고 있다. 든든한 R&D 투자에 힘입어 바이넥스는 ‘폐암 세포치료제(DC-Vac/EP-L)’와 ‘대장암 세포치료제(DC-Vac/IP)’의 초기 개발단계를 넘어 부산대학교 병원과 동아대학교 병원에서 1,2상 임상실험을 완료했다.
바이넥스 ANYCELL BANK 활약 기대돼
자체 신약 개발로 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바이넥스가 ANYCELL BANK로 새로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BINEX ANYCELL BANK는 지난 2007년 7월 신관과 함께 준공된 세포보관연구소로 업계에서도 혁신적인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포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얻어진 전문적인 면역세포의 분리, 보관, 분화 기술을 이용하여 건강한 상태의 면역세포를 보관한 뒤 암 등의 난치성 질병이 발병했을 때 따로 보관하고 있는 종양조직을 함께 이용하여 차세대 세포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해 최적의 시설로 구축되었으며, 면역세포 및 종양조직 은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 건강할 때 면역세포를 보관해 두었다가 발병 시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 연구소이다. 앞으로 세포 치료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감염성 질환 전반으로 세포치료제의 사용 영역이 확대되면 세포은행에 보관된 면역세포 및 종양조직 은행의 활용범위가 더욱 더 확대될 전망이다.
(주)바이넥스 이백천 회장 인터뷰
기업의 발전 저해요인 타파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한국경제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것이 ‘중소기업의 글로벌 기업화’이다. 이는 제약업계도 피해갈 수 없는 과제로 바이넥스의 이백천 회장은 글로벌 기업화를 위한 선결과제로 조직력, 기술력, 인재확보를 꼽는다.
기업의 조직력 강화를 위해서는 자체경영이 필수라고 한다. 공학박사 출신의 CEO 이 회장은 세습경영이 아닌, 실력 우위의 경영이 필요한 시대임을 강조하며 “제약은 특히 전문적 지식이 필수적인 분야입니다. 제약의 전반적 흐름에 대해 본인이 전문가가 되지 않으면 경영이 힘들죠. 이제 기업인들은 회사가 본인 소유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합니다. 회사가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하면 지역 경제의 주춧돌이며, 회사 구성원들의 미래가 되는 만큼 책임감이 수반된 신중한 경영이 필수죠”라며 전문 경영의 필요성에 대해 피력했다.
기술력의 확보는 인재확보와 깊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기술개발을 위한 충분한 시설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기술을 개발해 나갈 인재의 확보다.
“요즘 기업은 팔방미인이 되어야 해요(웃음). 기술개발도 해야 하죠, 사회 환원도 해야 하죠, 인재 확보도 해야 하죠, 사회 환원도 해야 해요. 정말 바쁩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일을 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인간중심 경영이 가장 중요해요.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고 각자의 역할을 확실히 정해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기업이 성장해요. 헌데 요즘엔 인재의 확보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바이넥스는 산학연 협력도 많이 추진하고 있는 편입니다.”
인재확보를 위해 대학들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에 주력한다는 바이넥스는 부산권 대학인 부산대, 부경대, 경성대, 동아대, 동의대 등과 함께 국책 연구개발 사업을 8개나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인체 줄기세포를 이용한 조직재생 연구, 해양생물을 이용한 항암 및 면역 활성소재(다당제)개발 및 산업화, 세포치료 ? 재생의료 ? 장기복제 이식기술 개발, 암분자치료 연구센터 건립 등 4개 사업은 부산대, 신라대, 동아대 등의 협력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기업은 개인의 회사가 아닌 사회의 회사다”라며 “신중한 경영과 인재중심의 경영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이백천 회장. 기업의 사회성과 영속성을 약속하는 바이넥스가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할 것인지 지켜볼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