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소비에 대한 논쟁

2007-12-14     글_남윤실 차장
명품소비, 이제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명품소비가 나쁘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반론을 제기하는 또 다른 시각
루이비통, 구찌, 페레가모, 알마니, 베르사체, 프라다, 샤넬 등 이른바 명품에 대한 열풍이 뜨겁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초고가 명품시장은 불황을 모르고 있다. 2006년 12월15일 산업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 중 국내 백화점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4% 증가했다. 이는 지난 6월(7.1%)이후 가장 높은 신장세인데, 특히 명품 판매가 14.9% 급증했다고 한다. 반면, 2006년 12월 17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개인의 부채총액은 지난 9월 558조 8176억 원으로 1997년 9월말(186조 1055억 원)의 3배에 달했다. 심지어 명품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짝퉁도 많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이다. 작년에 물의를 빚었던 가짜 명품시계 사건과 된장녀 논란에서 보듯이 이제 명품은 우리의 일상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사람들은 왜 그토록 명품에 열광하는 걸까? 명품소비 이제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부유층이 고가품을 사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명품열풍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직 학생신분에 있거나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명품을 구매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거나 명품을 지나치게 추종해 사람을 보는 모든 기준을 명품착용 여부로 판단하는 그릇된 의식 때문이다. 작은 가방 하나에 수 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을 사기 위해 유흥업소 다니거나 과도한 신용카드사용으로 그 돈을 갚지 못해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일부 자신의 경제적 수준에 맞지 않는 소비를 한 사람들의 문제일 뿐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소비를 통해 물질적 욕망을 충족하기 때문에 이제는 명품을 구매하는 사람을 비판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또 다른 비판이 일고 있다.


명품소비욕망은 그릇된 생각이다
서울 청담동에 사는 대학생 24살 김 모씨는 “명품 구매는 거의 모든 사람의 바램이죠. 멋진 외제차, 고가의 핸드백, 화려한 옷 등 남의 시선을 위한 명품을 가지기를 원하고 있다고 봅니다. 명품소비는 자신이 남들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보이고 싶은 자기 존경의 욕구와 관련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분별하게 고가품을 사들이는 사치행각이 아닌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자하는 욕구를 발현하는 차원에서 명품소비는 자연스러운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대전 인동에 사는 대학원생 30살 이 모씨는“명품소비열풍은 명품을 구입하여 차별성을 가지려는 계층과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명품 브랜드 기업들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생각해요. 상류층, 혹은 엘리트 계층은 더욱 다양한 방법의 과시적 소비를 통하여 낮은 계층과 구분되어지기를 원해서 명품을 구매하고, 부유하지 못한 사람들은 명품을 구입함으로써 자신이 상류계층에 편입된 듯한 생각으로 명품을 구매하게 되는 거죠”라고 말했다.

명품소비열풍은 계층간 위화감을 조장한다
대전 판암동에 사는 직장인 35살 전 모씨는 “명품은 해외 고가의 사치품이 주종을 이룹니다. 작은 가방 하나가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대에 이르는 명품 브랜드는 일반 서민들로서는 구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죠. 한쪽에선 월급이 100만 원도 되지 않는 비정규직이 수백만 명씩 존재하고, 또 다른 한쪽에선 수백만 원 하는 액세서리와 가방을 걸치고 다닌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존경과 부러움보다는 질시와 분노의 감정이 더 앞서는 것이 사실이죠. 더욱이 우리 사회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사회 양극화가 더 심화되고 그런 상황에서 명품소비 열풍은 서민들에게는 허탈감마저 들게 합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45살 이 모씨는 “자신의 분수에 맞지 않은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문제인거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경제적 수준에 걸맞게 명품을 사든, 과소비를 하든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 문제라고 생각해요. 명품소비가 위화감을 부추겨 사회갈등을 일으킨다는 비판은 잘못된 비판이죠. 계층 간 경제적 격차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으로 명품소비를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이라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명품소비를 조장하는 사회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부산에 사는 60살 남 모씨는“ TVㆍ신문ㆍ잡지 등 대중매체들은 연예인과 상류 사회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줘 소비자들에게 모방하고픈 욕망을 자극하나고 생각해요. 또한 비정상적인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어 명품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고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을 통해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도 명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제도를 권장해 신용불량자가 해마다 늘어나는 거죠”라고 말한다.
부산에 사는 40살 심 모씨는 “현대 사회를 흔히 소비 사회라 부릅니다. 이는 현대 자본주의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중요성 때문이죠. 소비는 자본주의 경제를 움직이는 동력이라고 봐요. 소비가 활발해야 기업이 성장하고 국가경제가 돌아가지 않겠어요? 그래서 기업은 물론, 국가와 사회 전체가 소비를 촉진하고 있는 것이라 봅니다. 명품소비가 문제인 것은 명품을 구매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소비자들이 무리해서 명품을 구입하기 때문이죠. 일부 문제시되는 명품소비는 근본적 사회 혁신이 아니라 경제수준에 따른 합리적 소비를 권하는 소비자 교육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세열 문화 비평가는“명품 소비문화는 명품을 소유하게 되는 상위계층에게 상위문화 속에 있다는 소속감과 만족감을 주고, 자기 계층에 대한 우월의식과 차별화를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게 해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그 집단에 속한 소수에게 국한된 만족이며, 그들에게 만의 긍정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며 “대다수의 사람들이 느끼는 사회적, 경제적 박탈감은 오히려 명품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낳게 했습니다. 자신이 현재 갖지 못한 사회적 권위에 대한 대리만족으로써의 구매가 바로 그것이죠. 즉, 자신은 정치적, 사회적인 권위나 가치를 갖지 못하였으나, 경제적인 면에서는 무리를 해서라도 그 권위와 가치를 가지고, 상위문화에 접근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 중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명품이고, 명품이라는 수단을 통해 대리만족을 누리게 됩니다”라며 사람들이 명품을 추종하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명품을 사치품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자신만의 또 하나의 개성표출의 방식이나 소비문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이 사고 싶은 것을 사고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게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 만은 실제로 이들의 소비형태도 잘못된 점이 있다. 이들의 소비 행태는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는 타인의 이목을 위한 소비이기 때문에 올바른 소비습관이라고 볼 수 없다. 명품 선호 현상이 지나칠 경우, 사회 전반적인 통합을 방해해 시너지 창출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며, 이것은 곧 건강한 사회 통합을 저해한다. 우리는 명품을 다른 사람에게 자랑할 수 있는 자랑거리라는 생각을 고쳐할 것이다. 남에게 체면을 세우기 위해 명품을 소비하는 것은 합리적인 소비가 될 수 없을뿐더러 지나친 돈의 소비로 가정에 불화를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자랑거리라는 생각은 상대방에게 명품소비에 대한 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이것은 또한 사회 전반적인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