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태풍 불때마다 하루 억대 손실’...“손주 만나야 하는데 어쩌나”
태풍이 바꿔놓은 개인과 기업의 계획..2일 제주 영향권 들어선 태풍 미탁에 ‘혼란’
[시사매거진/제주=신관호 기자] “태풍으로 하루 운항이 중단될 때마다 억대 손실이 발생합니다.”
제18호 태풍 ‘미탁’이 서귀포 서남쪽 200여㎞ 앞으로 다가온 2일 오후 2시 제주시 제주항국내여객터미널 입주사 ‘씨월드고속훼리’의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 전 태풍 예보에 따라 제주와 남해를 잇는 여객선들의 결항이 예고됐다. 이 때문에 사무실 직원들은 고객들에 대한 환불 서비스 등 안내업무와 매출 감소에 대한 걱정을 비롯, 피로에 지쳐있었다.
이날 기자와 만난 씨월드고속훼리의 관계자는 “하루에 3개의 배가 운항에 나서는데 태풍으로 며칠사이 3000명 상당의 고객 운임비만, 잠정 1억 원 가까이 사라지게 됐다”며 “차량 승선이 취소되거나 연기된 것에 대한 피해까지 더하면 수억원 대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평년에는 태풍으로 인한 운항 중단 등의 피해가 3건 정도였다면 올해는 6건이 넘는 것 같은데 갈수록 천재지변이 늘어 대책도 무색하다”며 쓴소리를 했다.
그는 또 “이런 손실보다 중요한 게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다”며 “사전 문자 안내와 이용자들의 여행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소식을 전하는 업무도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제주항 여객선터미널은 씨월드 고속훼리를 포함한 전 여객선사의 배편을 결항한다는 안내문만 번쩍였다. 터미널안 고객창구는 한 때 잠시 업무가 중단됐으며 고객 1~2명 정도만 터미널 의자에 앉아있었다.
1시간 뒤인 2일 오후 3시쯤 제주국제공항도 마찬가지였다. 결항된 비행기로 가족과 육지에서 만나지 못하는 가족들의 성토 외에는 한산한 풍경을 이뤘다.
이날 3시쯤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 추산결과,제주공항내 국내선 출발과 도착 모두 287편이 결항됐으며 국제선도 출발과 도착 44편이 결항됐기 때문이다.
혹시나 이용 가능한 비행편이 있을까 공항을 뛰어다닌 김은선(61·가명)씨는 기자에게 “대한항공이나 이스타항공 등 이용가능한 비행편이 없다고 한다”며 “갓 태어난 손주의 기념일인데 지금 정신이 없어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탄식했다.
이날 공항내 의자에 고개를 떨구고 있던 정두현(65·가명)씨도 “내일 휴일이지만, 회사 특별근무가 있는데 걱정이다”며 “숙소도 다시 잡아야 하는데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호소했다.
도내 상당수 숙박사업체들도 일대 혼란을 겪었다. 도내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오늘부터 묵기로 한 고객들이 태풍으로 취소하면서 예약부도가 줄을 잇고 있다는 업체들이 많다”며 “영업 걱정이 적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