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철학이 뭡니까?

반(反)철학을 통해 서양 철학의 흐름을 꿰뚫다

2019-10-01     이미선 기자

"니체에게 철학은 초자연적 사고를 의미했으며, 그것에 대한 비판이 그의 진짜 목표였다. 즉 ‘철학비판’, ‘철학의 해체’, ‘반철학’이었다. 비록 ‘반철학’이라는 용어는 메를로 퐁티가 후기에 사용한 것이지만."

[시사매거진=이미선 기자] '반철학이 뭡니까?'는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크라테스 이전의 자연적 사고,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서 헤겔에 이르는 초자연적 사고로서의 철학, 그리고 자연적 사고를 되살려 철학을 비판하고 해체하려 했던 니체 이후의 반철학을 구별하여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물질적 자연관을 바탕으로 한 철학 사상이 존재하지 않았던 동양에서는 초자연적 원리를 다루는 철학보다 니체 이후의 반철학 사상을 받아들이기 쉽다고 주장하며, 동양인이 철학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사고양식의 차이로 꼽았다. 즉 인간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동양의 사고로는 자연을 단순한 재료로 여기는 서양의 사고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철학에 빠져들었던 계기, 철학을 전공하면서 커다란 벽으로 느껴졌던 데카르트, 칸트, 헤겔, 후설, 하이데거 등의 철학자들이 서양 철학의 역사에서 어떠한 역할을 했는가를 디딤돌처럼 본문에 놓아두어 한 대목씩 넘기며 그들을 알아가는 느낌이 든다. 서양 철학의 전반을 다루면서 결정적으로 니체 이전과 이후에 중심을 두었다.

철학용어가 갈수록 어려워졌던 건 철학자의 직업이 바뀌면서 독자로 상정하는 대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며, '필로소피(philosophy)'라는 단어를 일본인 철학자가 '철학'으로 오역했다는 것, 철학자들이 자신들도 잘 모르는 개념을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얼굴로 기만해왔다는 것을 꼬집으며 일본의 철학연구, 그러한 철학자들 중 한 명이었던 스스로를 반성하는 태도에서 진정한 철학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